스테디 라이프 - 일상을 짓는 태도에 관하여
전보성 지음 / 푸른숲 / 2026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은 푸른숲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옷을 짓는다'

옷을 정성 들여 만들어 완성하다는 의미이다.

손수 치수를 재어, 손바느질로

한 땀 한 땀 완성하던 예전과 달리

지금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장에서 만들어진 옷을 입으며

'옷이 품고 있는 정성'에 대해서 생각하지 못한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세 가지 물질적 요소로 의식주를 꼽는다.

우리가 매일 너무나 당연하게 입고 있기에

크게 생각하지 않았던 '의복'에 대해서

더위와 추위로부터 신체를 보호하는

기능적인 요소를 뛰어넘어

의미를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기능적인 부분뿐 아니라,

이제는 사람들이 '나'를 드러내기 위해 입는

옷, 그 옷을 통해 삶의 이야기를 전하는

〈스테디 라이프〉이다.


더위와 추위로부터 신체를 보호하고

상처가 나지 않도록 지켜주는 의복의 의미는

물질적 풍요와 더불어 공장을 통해

의복의 대량생산이 가능해지면서

하나의 '표현'요소가 되어버렸다.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기분에 따라,

때로는 사치품이 될 수도 있는 '옷'의 의미.

이 옷을 만드는 이야기에서 출발해

꾸준한 삶의 이야기로 연결되는 이 책은

우리가 일상을 살아가는 태도에 대해서도

생각할 수 있게 해준다.


라이프웨어 브랜드

스테디 에브리웨어를 운영 중인 저자는

13년 동안 옷과 관련된 일을 하면서

'옷'과 관련된 질문을 통해

'일'과 '삶'을 동시에 돌아보게 된다.


옷을 만들고 알리는 일을 하면서

만드는 옷과 제품에 대한 생각을 넘어

옷을 만드는 이 '일'에 대해서

더 많이 고민하게 되었다고 한다.


의류 브랜드를 만들고 운영하면서

스스로에게 던진

'좋은 옷이란 무엇인가'

'무엇을 만들어야 하는가'

'왜 이 일을 계속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은

결국 '나는 어떤 태도로 일하고 싶은 사람인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졌다고 한다.


단순히 옷을 사랑한 이가

옷 브랜드를 만들고 운영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근본적인 '일'에 대한 이야기로

현대를 살아가는 누구든 공감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옷에서 출발한 이야기는 일과

일 앞에서 우리가 어떤 태도를 선택하며 살아갈 것인지,

삶의 태도에 대한 이야기로 점점 확장된다.


서로 다른 일을 하며 살아가는 우리들이지만

일 앞에서 느끼는 감정은 매우 비슷하다.

옷을 만들 때 했었던 질문들은

나아가 일을 하는 모두가 나눌 수 있는

질문으로 바꾸어 생각할 수 있다.

'왜 이 일을 하고 있는가'

'무엇을 만들고 있는가'

'그리고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옷을 만드는 저자는 옷이 이런 질문을 풀기 위한

하나의 도구라고 말한다.

매일 입는 옷처럼 우리가 반복하는 일 역시

우리를 드러내고 만들어 간다고 말이다.


옷이 단순히 신체를 보호하는

기능만 있는 것이 아니듯

일이라는 것이 단순히 생계를 위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어떤 사람이 되어가는지를

드러내는 과정이며,


옷에 대한 이야기에서 출발한 이야기를 통해

읽는 독자들이 자신의 삶에 대해서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으로 이 책은

그렇게 조금씩 다가온다.


옷을 만드는 기준이나,

옷을 만드는 일을 들여다보며

우리는 좋은 삶을 만드는 기준이나

삶을 살아가는 태도에 대해서도

빗대어 생각할 수 있다.


정성을 들여 한 땀 한 땀 옷을 짓듯

나라는 사람에게 주어지는 '삶'을

한 땀 한 땀 정성 들이는 일.

어쩌면 인생은 옷을 짓는 것과 같다고 볼 수 있다.


옷 브랜드를 가지고 있거나

옷을 만드는 사람들은 많다.

하루에도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옷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고,

우리는 쉴 새 없이 나타났다 사라지는

옷들을 소비하면서도

옷이 가진 의미에 대해서는 제대로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잘 맞는 옷은 입는 것만으로도

나의 자세를 바꿔주는 것처럼

옷의 의미에 대해서 색다른 시선으로

그것을 가까이 들여다보고

생각을 확장해 나가보는 건 어떨까?


가장 쉽게 나를 드러낼 수 있는 방법이자

매일 반복되는 하루, 매일 입는 옷을 고르는 것처럼

삶에 임하는 나의 태도를 고르고,

원하는 나의 모습을 취하는 것.

궁극적으로 작가가 추구하는 "꾸준함"이란

무릇 이런 것을 말하는 게 아닐까 싶다.


어떤 삶을 살아가는지는

삶을 대하는 개개인의 태도에 따라 달라진다.

나는 나에게 어울리거나 좋아하는 것이 아닌

유행이나 사람들을 좇아

쉽게 사고 버리는 패스트패션 같은

일상을 보내고 있는 건 아닌지,

아니면 그 자체만으로도 가장 나답고

나를 나타낼 수 있는 알찬 삶의 태도를 가져갈지는

나에게 달려있다고 생각한다.


매일 입는 옷을 고르듯,

일상을 대하는 나의 태도를 다듬어 본다.

정성스럽게 옷을 지어 완성하듯

나에게 가장 fit 한 삶을 꿈꾸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숨은 어린이 찾기 - 김소영 그림책 에세이
김소영 지음 / 창비 / 2026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세 살 먹은 어린아이에게도 배울 것이 있다'

라는 옛 속담이 있다.

아직 완전히 자라지 않은 미완성의 존재,

가르침이나 통제의 대상으로 생각했던 아이에게도

배울 점이 있다는 이 말은

한 명의 '인간'으로서 아이에게

인간 본성의 원리를 배울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린이'라는 개념이 인식되기 시작한 건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내일의 희망이 되는 어린이를 훌륭하게 키워내자며,

잡지 「어린이」 창간을 비롯해

아동인권 운동가로 활동해온

방정환 선생님의 뜻은

이후 어린이날이 제정되며

일제강점기와 전쟁 이후

어린이를 하나의 '인격체'로

바라보는 시선과 함께

오늘날에 이르기 시작했다.


우리에게는 어린이를 잘 돌보아야 할 의무가 있다.

그리고 미래를 이끌고 갈 어린이들을 위해서

'좋은 세상'을 만들어가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아이들에게 주고 싶은 이 '좋은 세상'은

어떤 모습으로 그려가야 할지,

아이들이 바라보는 세상을

그림책을 통해서 전하는 책이 있다.


아이들이 읽는 책은 물론 교육적인 측면도 있지만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며,

그들이 바라는 세상을 그린다는 점도 있다.

문학이라는 것의 힘이 그러하듯이

우리는 어린이라는 존재를 이해하기 위해서

그들의 시선에 맞춰

그들이 바라보는 세상을 함께 느끼며

그들에게 줄 수 있는 '좋은 것'을 고민할 수 있지 않을까?

〈숨은 어린이 찾기〉는 그런 마음에서 출발한다.


어린이책 편집자로 일했고,

지금은 독서교실에서 어린이들과 함께 책을 읽고 있는

작가는 다양한 어린이 관련된 책을 썼다.


〈어린이책 읽는 법〉, 〈어린이라는 세계〉를 비롯해

다양한 책들을 통해

어린이의 시선을 공감하는 이야기를 전한 작가는

이번 책을 통해서는 그림책을 펼쳤다.


그림책이 어째서 어린이의 것인지,

어린이가 그림책을 통해 무엇을 하는지

보여주는 책 50권에 대한 글을 묶은 이 책은

어린이라는 시기의 특성 및

어린이들의 삶의 드러내는 그림책들을 소개한다.


어린이의 생활,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책,

그림책만의 예술성을 느낄 수 있는 책,

지식을 전하는 그림책 등

4부로 나누어 소개되는 이 책들은

아이들에게 다정함을 전하고 싶은

어른들의 마음을 담고 있기도 하고

또 어린이들을 이해하고 싶은 어른들에게도

보물처럼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아이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세상은

어른의 그것과는 차이가 있다.

똑같은 풍경을 바라보더라도

눈높이에 따라 달라 보이는 세상의 모습처럼,

아이들의 시선을 통해 바라보는

다양한 사회의 모습과 문제들은

순수함이나 곧은 시선을 잃은 어른들에게

또 다른 '선생'의 모습으로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빠르게 흘러가기만 하는,

성과와 목표에 매달리기만 하는 어른들에게

스쳐 지나가는 풍경에 집중하고,

그날그날 주어진 작은 행복에 감사하는

아이들의 모습은 무엇이 중요한지를

일깨워 주는 계기가 된다.


그런 동심을 되찾게 하는 그림책의 힘,

그림을 통해 마음껏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는

시간을 다시금 어른들에게 선사하며

우리가 만들어가야 할 세상의 모습을

함께 그리자는 목소리 또한 전하고 있다.


우리는 누구나 어린이였던 시간이 있었다.

하지만 어른이 되면서 '어린이'였던

나의 마음은 금세 잊어버리고,

그들을 다그치고 통제하며

부족하고 채워야만 하는

미완성의 존재로 바라보곤 한다.

어떤 어른이 되어야 할지,

또 사랑하는 어린이들을 위해

어떤 세상을 만들어가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면


이 책을 통해서 우리가 함께 만들어가야 할

세상의 모습을 그려보는 것은 어떨까?


가장 원초적인 기쁨으로 돌아가는 시간,

그림책에 담긴 이야기에 빠져들어

기억해야 할 소중함에 대해서 느낄 수 있었던

〈숨은 어린이 찾기〉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감정 조절 - 안전하지 않은 사회에서 나를 지켜 내는 방법
권혜경 지음 / 을유문화사 / 2026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을유문화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감정'하면 이성보다는 감성의 영역을 떠올린다.
사람과 사람 간의 관계를
가장 많이 좌지우지하는 포인트이자
사람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것이
바로 이 '감정 선'


하지만 우리가 마주하는 안전사고와 범죄,
우울증과 자살률, 줄어드는 출산까지도
모두 이 감정에 영향을 받는다면
과연 단번에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감정을 쉽게 컨트롤할 수 있는 것이라거나
만들어가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있었다.
유난히 나와 맞지 않는 사람이나
혹은 반복되는 타인과의 부딪힘 속에서
'저 사람은 저렇게 타고난 거겠지'
'나랑은 안 맞는 사람이야'라고 생각하며
서로를 포기하거나 이로 인해
끝없는 다툼과 단절을 해버리면서 말이다.


감정 조절이라는 것도
각자가 품고 있는 마음의 일렁임인
'감정'을 드러내지 않도록 억제하거나
참는 기술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우리가 생각하고 있던 '감정 조절'에 대해서
새로운 시각을 제공함과 동시에
이런 감정 조절을 통해서
공동의 선을 위해 연대하고
나아가 사회를 바꿀 수 있는
감정 조절법에 대해서 전달하는
〈감정 조절〉을 만나고 나니,
내가 그동안 생각했던 감정이라는 것이
지극히 제한적인 시야에서만 바라봤다는 생각이 들었다.


뉴욕에서 정신분석가로 활동하고 있는
트라우마 치료의 세계적인 권위자인 작가는
'감정 조절'에 대해서 이렇게 얘기한다.


우리가 인간으로서 느낄 수 있는
모든 감정을 느끼지만
그에 압도되거나 휩쓸리지 않는 상태로,
감정에 압도되지 않고
또 감정을 마비시키지 않으며,
감정을 있는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감정 조절 상태'라고 말이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마주할 수밖에 없는
크고 작은 상처와 스트레스 사이에서
유난히 무너지는 사람이 있고
어떤 사람은 다시 균형을 회복하곤 한다.
작가는 그 차이가 개인의 인내력이나 통제력이 아닌
'감정 조절 능력'에 있다고 본다.


감정을 통해 우리는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고
나의 상태와 다른 사람의 상태를 알 수 있는
효과적인 도구로 바라보며
감정을 통해서 우리가 서로를 이해하고 연결되며
함께 연대할 수 있다고 말한다.


각 개인이 더 인간다운 인간이 되고,
그렇게 인간적인 개인들이 모여서
인간 중심의 사회를 만드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희망하며 썼다는 이 책에는


감정 조절의 개념은 물론,
감정 조절의 결과로 나타나는 다양한 애착 유형,
그리고 우리의 감정에
영향을 미칠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역사적 사회적 사건들이
국민들의 감정 조절 능력에 미친 영향,
감정 조절을 잘 하기 위한 방법 등을 담았다.


감정 조절이 중요하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참고 감추는 것이 '감정 조절'이라고 생각했던
대부분의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나 역시도 그랬다.
'타고난 기질은 바꿀 수 없다,
사람은 바꿔쓰는 거 아니다.'라는 생각에
무언가 감정 조절이라는 말이 있지만
조절할 수 없는 것이 감정이라고 여겼던 것이다.
하지만 작가가 말하는 감정 조절에 대해서 들여다보니
있는 그대로의 감정을 그대로 인정하고,
느낄 수 있는 상태를 유지한다는 감정 조절 상태를 통해
나와 타인의 감정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다면
우리가 흔히 말하는 '감정 차이'로 벌어지는 문제들 또한
자연스럽게 풀어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가지게 되었다.


감정 조절에 대한 이해를 더해주는
다양한 이론들은 물론(뇌의 구조부터 시작해서)
영화나 소설 또 작가가 직접 마주한
다양한 상담 사례를 통해
우리가 일상에서 만날 수 있는 다양한
감정 형태와 애착을 보이는 사람들의 모습을
비로소 제대로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어릴 적 감정 조절 경험으로 인해
달라질 수 있는 다양한 유형의 애착 유형은
책 속에 있는 '성인 애착 유형 검사' 질문을 통해
스스로 진단해 봄으로써
자신의 애착 유형에 대해
파악할 수 있도록 되어있어서
더욱 실용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감정을 다루는 방법을
주로 한 개인의 문제나 입장에서만 바라보며
그것을 사회적이나 역사적인 사건,
혹은 오래도록 뿌리내려 온 관습을 통해
바라볼 생각을 하지 못했다.


불안과 우울의 시대,
분노와 무기력이 일상이 되어버린 현대사회에서
감정을 이해하고 다루는 방법을 제대로 배우고
마음을 돌보는 것이 나와 타인의
건강한 관계는 물론
모두가 평안한 삶과 사회를 만들 수 있음을
배울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참거나 보이지 않게 하는 것'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감정을 느끼고 존재하는 것.
감정 조절의 방법을 통해
제대로 감정을 느끼고 이해하며
함께 살아가는 사회 안에서
서로 연결될 수 있는 우리가 되기를 바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부자와 결혼하는 법
소피 어윈 지음, 이미영 옮김 / 마시멜로 / 2026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은 한국경제신문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서로 다른 두 사람이 만나 가정을 이루는 '결혼'

자연스럽게 짝을 이루는 여느 동물들과 달리

사회적 동물인 인간에게 '결혼'이라는 것은

하나의 제도이자 약속이라는 의미로 다가온다.


우리가 생각하는 결혼은 이상이 반영된

하나의 환상 같은 모습으로 그려진다.

사랑의 결실이자, 평생을 함께 한다는 약속.

서로를 누구보다 아끼며 인생의 남은 시간을

함께하겠다는 다짐으로 그려지는 결혼을 생각한다.


어떤 '조건'을 '결혼' 앞에 붙인다는 것은

사랑에 대한 모독이라고 여기는 것처럼

'신성한 결혼'의 모습만을

참 결혼이라고 생각한 것 같다.


수많은 사랑 이야기가 그래왔고,

많은 이들이 자연스럽게 그렇게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금만 시간을 돌려보면

아니, 시간을 돌리지 않고 지금을 생각하더라도

서로의 '조건'을 통해 결혼을 선택하는 이들도 있다.


우리의 부모님 세대들은 서로 얼굴도 모른 채

상대방의 조건에 맞춰서 결혼을 하기도 했고

자유연애시대라는 말이 우스워진 지금도

여전히 사람들은 조건 때문에 사랑하지만 헤어지기도,

또 사랑하지 않지만 결혼을 하기도 한다.


조건이 결혼의 평가요소가 되는 게

시대 불문이라 한다면,

그런 조건을 따지는 것이

결코 나쁘다고만 할 수 있을까?


리젠시 시대를 배경으로

결혼 앞에 가장 현실적인 선택을 한,

가난한 숙녀의 이야기를 담은

〈부자와 결혼하는 법〉은

'여성'과 '시대'라는 한정된 시선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결혼을 '선택할 권리'를 보여주는

주인공 키티의 이야기를 통해

대담하면서도 매력적인 여성을 그려낸다.


모든 것이 열려있는 오늘날의 우리들에게

하나의 생존전략으로 '결혼'을 선택하는 그녀가

과연 속물이라고 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말이다.


문학을 좋아하는 이라면

혹은 여성문학을 이끄는 제인 오스틴을 아는 이라면

누구나 마음속에 동경을 품고 있는

리젠시 시대를 배경으로 한 이 소설은

뻔하지만 결코 뻔하지 않은,

발칙하면서도 대담한 매력을 가득히 품고 있다.


화려한 파티와 사교계로

시대적인 느낌은 물씬 풍기면서도

시대와 시선에 사로잡히지 않은 채

도도하게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나가는

누구보다 씩씩하고 적극적인

여성상을 그려냄으로써,

가장 역사적이면서도 역사적이지 않은

포인트를 비틀어 담아낸 것이다.


1818년 영국의 시골마을 도싯셔.

장티푸스로 부모님을 모두 떠나보내고

주인공인 캐서린 탤벗에게 남겨진 것은

네 명의 여동생과 막대한 빚.

약혼자와의 결혼을 통해 집안의 빚을 청산하고

앞으로의 편안한 미래만을 꿈꾸고 있었는데,

더 부유한 여성에게 마음을 빼앗긴 약혼자는

그녀의 유일한 희망이었던 '결혼'을 파기하며

그녀의 머리를 복잡하게 만든다.


빚쟁이들에게 돈을 갚아야 할 시간은

4달밖에 남지 않았고,

이대로 가다가는 집도 잃고

동생들과도 뿔뿔이 훑어지게 될 상황 앞에서

'더 부유한 남자와 결혼'을 하기 위해

오래전 연락이 끊겼던 엄마의 옛 친구가 있는

런던으로 향하게 된다.


사교계 진출을 통해 자신의 집과 인생을 구원해 줄

남편감을 찾고자 한 키티.

과연 그녀는 원하는 신랑감을 찾을 수 있을까?

그리고 자신의 생존을 위해 '결혼'을 감행하는

그녀의 모습이 가식적이고 나쁘다고만 할 수 있을까?


자신의 감정을 숨기지 않고 드러내는 것,

야망을 드러내는 것은

당시의 여자들에게는 허용되지 않았다.


수동적으로 주어진 운명에 순응하는 삶.

어쩌면 당시 여자들의 삶은 남자들을 위한 보조나

그를 꾸미는 장식품이나 인형 같은

느낌이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소설 속의 키티는

주어진 삶에 순응하지 않는다.

자신에게 주어진 현실을 벗어나고

더 좋은 미래를 위해 스스로의 운명을

만들어가기로 한다.


그 방법으로 런던을 향하고,

그곳에서 사교계 진출을 통해

자신의 미래를 바꿔줄 남자를

스스로 '선택'하려는 것이다.


자신이 속한 계층과 한계를 넘어

드디어 결혼에 한 발자국

다가갈 수 있을까 싶었던 그때,

그녀의 발길을 가로막는 벽이 하나 생겼으니

바로 그녀의 계획과 속셈을 눈치채고

그녀를 동생에게서 떼어내고자 하는

제임스 드레이시 백작.


서로를 향한 거침없는 말과 행동,

서로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한 협조 아닌 협조를 하면서

점차 얽히고 마는 두 사람.


과연 키티는 꿈에 그리던 남자를 만나

위기에 빠진 집과 자신을 구할 수 있을까?

제임스 드레이시는 키티로부터 동생을 지킬 수 있을까?


화려한 드레스로 치장한 사교가 이루어지는 파티장,

춤을 추며 서로를 간파하고자 하는 남녀,

신분과 계급의 벽이 높은 리젠시 시대의 풍경을

그대로 담아낸 이 소설은

가장 현실적인 로맨스 소설이라고도 할 수 있다.


전형적인 여주인공의 모습과는 다른

진취적인 여주인공이 그리는

리젠시 시대의 로맨스는 어떤 모습인지

마치 제인 오스틴이 현대에 소설을 쓴다면

이런 느낌일 것 같다는 생각을 들게 한 작품이었다.


우리가 생각해 온 사랑과 결혼에 대한 생각,

그리고 무의식적으로 그려왔던

결혼 적령기 여성에 대한 편견을 지우고

새로운 모습의 여주인공을 통해

색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었던 시간!


결혼은 사랑의 마침표일까?

아니면 하나의 제도에 불과할까?

라는 질문을 던졌던

〈부자와 결혼하는 법〉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기억의 무늬
백희성 지음 / 북로망스 / 2026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은 북로망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강한 힘을 가진 것 중 하나는 무엇일까?

바로 '기억'이라는 힘이 아닐까?

억지로 지우려 해도 지워지지 않고

그 물성이 사라진다고 해도

마음 깊숙한 곳에 내내 남아있는 것.

바로 누구도 빼앗아 갈 수 없는

'기억'이라는 의미 말이다.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라고 하지만,

어떤 기억은 평생을 가도 사라지지 않는다.

마음속에 자리 잡은 기억이라는 흔적은

때로는 떨쳐내고 싶어도 내내 파고들며

한 사람의 인생을 흔들기도 한다.


건축 디자이너 출신 작가라는 특이한 이력뿐 아니라

첫 책부터 이른바 초대박을 터뜨린

작가 백희성이 2년 만에 돌아왔다.

전작인 〈빛이 이끄는 곳으로〉는

건축가인 작가의 특색에 어울리는

생생하고 탄탄한 설계로

많은 이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그는

이번 소설에서도 파리를 배경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펼친다.


파리의 패션학교에 다니는 스물두 살의

안면인식장애를 가진 주인공이

자신의 평생을 이끌어온 '기억'과 '촉감'에 의지해

부모님의 죽음에 얽힌

진실을 파헤쳐 가는 과정을 담은

〈기억의 무늬〉이다.


매일 밤 꿈으로 나타나는 그날의 기억.

세 살의 어린 나이였지만,

부모님이 세상을 떠난 그 순간은

손끝에 닿았던 촉감과 실루엣으로 남아

그의 평생을 따라다닌다.


자살사고로 이미 오래전 종결되었지만,

자신의 기억 속 낯선 실루엣을 떠올리며

그날의 진실을 밝혀내기 위해

카미는 패션학교에 진학하며,

손에 남아있는 직물을 찾고

사건의 진실에 다가가려고 한다.


안타깝게도 사건 이후의 충격 때문인지

그 누구의 얼굴도 알아볼 수 없는

안면인식장애를 가지게 된 주인공.

그런 그에게는 이런 장애를 남들이 알아차리지 않고

타인을 구분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으니,

바로 뛰어난 관찰력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의 버릇과 습관이 묻어나는

옷의 흔적이나 향기, 감촉으로

그는 얼굴을 알아볼 수 없는 타인을 구분한다.


그에게 손의 감각 '촉감'은

그에게 새로운 시야이자 언어였으며,

어떤 기록보다도 큰 가치를 가지고 있었다.


매주 경찰서를 찾아 부모님의 사망사건을 담은

사건 기록을 들여다보지만,

이렇다 할 성과는 없고

다들 이제 그만 '너의 인생을 살라'는 말만을 한다.


자신이 기억하고 있는 실루엣과

손에 닿았던 직물의 감촉이

'기억'인지 아니면 '환상'인지조차

구분할 수 없는 상태에서,

다양한 직물을 배우고 만져보며

그날 범인을 구분할 수 있었던

'기억'을 찾으려 애쓰는 카미에게

부모님이 남긴 집, 그리고 거기에 남겨져 있는

어린 시절 사용했던 침대로부터

뜻하지 않은 실마리를 찾아가게 된다.


직물을 오래도록 연구했던 교수님과

그의 말을 믿고 다시 재수사를 하기로 한 경찰,

언제나 옆에서 카미를 믿어준 친구까지

4명이 다시 시작한 사건의 추적은

과연 어떤 진실을 가져올까?


카미가 기억하고 있던 직물의 '촉감'은

정말 환상이 아닌 '진실'이었을까?

대체 누가 부모님을 왜 죽였을까?


뭉뚱그려진 흐릿한 얼굴을 뒤로하고

주인공인 카미의 관찰이 담긴 시선을 따라

오래도록 묵혀두었던 진실을 파헤치는 과정은

굉장히 흥미진진했다.


전작에서도 느꼈지만,

건축 디자이너인 작가답게

스토리 설계 역시 굉장히 탄탄해서

늘 이야기의 진실에 가닿을 때면

생각지 못한 반전에 깜짝 놀라게 된다.

이윽고 이야기의 끝에 다다른 후에는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소설의 문장 속에 담긴 이야기의 실마리를

하나씩 다시 발견하는 재미까지 쏠쏠했다.


얼굴을 구분하지 못하는

안면인식장애의 주인공이

유일하게 기억한 '촉감'으로

사건의 진실을 쫓아가는 과정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기억'과

사건을 바라보는 '시선'을 비트는 기발함이 있었다.


그리고 삶의 깊숙한 곳에 새겨진

사랑의 흔적이 이윽고 드러나면서

밀려오는 감동은 정말 완벽한 핏의 옷을 만난 듯

산뜻하고 가벼운 기분이었다.


건축가로서 늘 바라보는 '공간'이 아닌

손때 묻은 사물에 숨겨진 이야기를 상상하며 그려낸

깊은 감동의 반전 소설!


정말 소설을 읽고 나니,

스쳐 지나갔던 많은 물건들에는

어떤 깊은 사연이 있을지 궁금해졌다.


2년 만에 다시 만난 백희성 작가의 신작은

역시 전작에서도 느꼈듯이

기대 이상의 놀라움으로

마음에 깊은 '기억'을 새겨놓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