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모노
성해나 지음 / 창비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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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와 가짜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혼재되어 있는 시대다.

뉴스나 기사를 보아도 이것이 사실을 기반으로 한

'정보 전달'인지 '아니면 말고'식의 가짜 뉴스인지

팩트체크를 하지 않고는 구분할 수 없고,

대기업의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는 브랜드 의류도

이른바 '짝퉁' 제품으로 밝혀지며 회수가 되기도 한다.

어디 뉴스나 물건뿐일까?

나를 마주하는 사람들의 웃는 표정 속에 감춰진

진실은 그 누구도 알 수 없으니 말이다.


진짜와 가짜 사이, 우리는 진짜가 무엇인지

제대로 구분하고 판단할 수 있을까?

그 경계에서 "진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작가는 7개의 작품을 통해 독자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당신에게 진짜는 무엇입니까?" 하고 말이다.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돼서 작품 활동을 시작하고

다양한 작품으로 한국을 이끌어갈 '젊은 작가'의

대열에 이름을 올린 성해나 작가의 작품을 모은

소설집이 '혼모노'라는 이름으로 나왔다.


혼모노, '진짜'라는 의미를 가진 단어,

작가는 7개의 각기 다른 이야기를 통해

진짜와 가짜 사이 그 혼재된 어지러운 현실을 보여주며,

읽는 독자로 하여금 정말 중요한 진짜가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 스스로 찾을 수 있도록 한다.


〈길티 클럽 : 호랑이 만지기〉에서는

영화감독 김곤에게 빠진 내가

일련의 사건으로 대중에게서 멀어진 그를

변함없이 좋아하면서도 마음속 깊이 가지고 있는

그에 대한 불신이나 자신의 마음에 대한 진심을

그와 마주한 현실에서 깨닫는 과정을 담고 있다.

무한한 애정이라 생각했던 감정은

그에 대한 많은 것을 공유하면서

더 많이 알고 있다는 우월감에서 비롯된 착각이고,

한순간 아무렇지 않게 사그라들 수 있는

가짜 감정이었음을 깨닫는다.


〈스무드〉는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자신을 미국인이라 생각하는 주인공이

일 때문에 방문한 한국에서,

아버지로부터 받지 못했던 고국에 대한 이야기나

애정을 '축제'를 하던 태극기 부대로부터 받으며

그들과의 시간으로 채운 하루를 블랙코미디로 담았다.

배경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순수한 시선으로 바라본

타인의 모습이 어떻게 묘사될 수 있는지,

씁쓸한 웃음으로 바라보게 된다.


〈혼모노〉는 모시던 신이 자신이 아닌

새로운 신애기에게로 가게 되며,

신력을 잃은 주인공이 질투와 분노 속에서

자신의 '가짜' 모습을 들키지 않기 위해

진짜와 마주하면서 목적이나 타인으로부터의 의식을

벗어나 비로소 '진짜'로 거듭나는 모습을 담았다.

기괴한 희열에 사로잡힌 주인공은

사실 이전이나 지금이나 달라진 것이 없는데

무엇이 그를 '진짜'로 이르게 했는지

그 '진짜' 마음을 생각해 보게 한다.


〈구의 집: 갈월동 98번지〉

야망이 없고 물렁해서 오히려 자신의 뜻대로

다루기에 좋을 거라 생각했던 학생인 구보승을

수련원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한

고문실을 설계하는데 투입하게 된 여재화가,

오히려 시간이 가면 갈수록

인간적이었던 그의 설계에서 비인간성을 마주하며

혼란스러워하며 그곳에서 자신은 빠지게 된다.

그렇게 완성된 건물에 대해서는

이런저런 소문만 파다해졌는데,

그 건물이 뜻하는 의미가 무엇인지

이제 아무도 관심이 없다.

희망과 인간성 그 어디쯤에 대하여 씁쓸함이 감돈다.


〈우호적 감정〉은 처음에는 일로만 엮였을 뿐

서로 너무 달라 엇나가던 이들이,

점차 시간을 반복하며 가까워진 뒤

비로소 '이해'를 느끼며 서로의 경계가 허물어진 순간,

쏟아진 사건으로 다시 벽이 생기고 말아버리는

세대 간의 갈등을 담았다.

회사 내에서 느낄 수 있는 우호적이지만 결코

가깝지 않은 감정을 느낄 수 있었던 작품이다.


〈잉태기〉는 흔한 시아버지-며느리 사이의 고부갈등을

넘어 서로 평행을 달리기만 하는 그들의 대치가

결국은 비뚤어진 애정으로 그들이 가장 아끼는

손녀, 딸을 두고도 긴박한 상황에서도

자신들의 목소리만 키우는 비뚤어진 통제욕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메탈〉은 영원할 것 같았던 학창 시절 친구들과의

소중했던 포인트가 시간이 가고 자라면서

'중요한' 정도가 서로 달라지며 그들을 엇갈리게 하는

포인트로 작용을 하면서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방황하는 오늘날의 청년들의 모습을 제대로 반영했다.


소설 속에서 등장하는 인물들은 자신이 있는

현실(진짜) 속에서 자신과 반대되는 가짜를

배척하거나 혼란스러워한다.

추구하고자 하는 진짜를 위해 열심히 움직이지만,

그렇게 움직이다 보면 자신이 진짜를 찾는 것인지,

아니면 진짜를 찾는 행위 자체에 매달려 있는지

모호해지곤 한다. 그러다 현실에 다시 돌아오게 되면서

"진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비로소 깨닫는

현실 자각 타임에 이르게 되는데, 작품을 통해서 작가는

우리가 치우쳐있는 시각의 전환을 가져오고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스스로 발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했다.


현실을 반영한 날카로운 묘사는 작품 하나하나에

그대로 몰입할 수 있게 해주었고,

작품들을 통해서는 각 작품들 속에 담긴

하나의 목소리를 읽을 수 있었다.

그리고 나지막이 외치게 된다.

"이건..... 진짜다!"라고 말이다.

성해나만의 강렬한 힘을 느낄 수 있었던 소설집

《혼모노》 이다.


"이 글은 창비로부터 이벤트를 통해 가제본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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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의 선물
와카마쓰 에이스케 지음, 송태욱 옮김 / 교유서가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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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라는 것은 참 어렵다.

매일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말을 하지만

'쌀은 쏟고 주워도 말은 쏟고 주울 수 없다'는

옛 속담처럼 쉽게 내뱉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장 어려운 것이 말이라고 할 수 있다.


꼭 소리 내어 나오는 말 만이 말의 전부는 아니다.

무언의 표정이나 눈빛, 고갯짓,

때로는 침묵이 말이 되기도 한다.

우리는 인생을 살아가면서 넘치는 이 '말' 속에서

어떻게 말해야 할지, 나만의 말은 어떻게 찾아야 할지

고민이 많은데 그런 말에 대한 본질을 발견하고

말에 대한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책을 만났다.

일본의 젊은 비평가인 와카마쓰 에이스케가 쓴

〈말의 선물〉이다.


비평가인 작가가 쓴 글은 어쩐지 날카롭고

차가울 것 같은 편견이 있었다.

무언가를 평가하고 그것에 대한 의견을 내놓는다는 것은

말의 날을 날카롭게 세운다는 이미지가 박혀 있었는데,

그런 비평가가 말하는 '말'에 대한 것은

더욱이 각진 느낌이지 않을까 하는 예상에서였다.


작가는 말과 관련된 고전과 명서에서 골라낸

글들과 자신이 직접 겪고 체화한 말에 대한 이야기를

담담하고 조용하게 펼쳐놓는다.

책은 '말의 본질'을 다시 바라보는 것부터 시작하는데,

우리가 흔히 말이라고 생각하는

어떤 '언어'적 형태에서 나아가

침묵이나 무언의 시선, 표현 등을 총괄하는

'말'을 정의하며 우리가 가지고 있던 말에 대한 편견을

부셔뜨리고 거기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하는 것이다.


"어떻게 해야 말을 잘할 수 있을까요?"

"말을 통해 상대방의 마음을 사로잡으려면

어떤 표현을 해야 할까요?" 같은

말에 대한 기술을 언급하기보다는

말 자체가 가지는 의미에 집중해서

말의 근본으로 돌아가 말을 통해 인생을 바라보는

시각 자체를 변화시키는 데 집중한다.


하고자 하는 '말'을 쓰기를 통해 담고,

쓰기는 책 읽기로 확장되며 하나의 큰 세계를 완성한다.

말할 수 없는 것의 씨앗을 키워 쓰기를 통해 담고,

책 읽기를 통해 경험을 쌓는다.

말하기 - 쓰기 - 읽기로 이어지는 흐름은

결국은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해준다.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찾고 정리하다 보면

우리는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게 된다.

하고 싶은 말은 많은데 막상 쓰려면 쓸 것이 없다는

사람에게도 일단 '쓸 말이 없다'로

시작해 보라고 작가는 말한다.

말할 수 없는 말을 쓰면서

내면의 숨겨진 보석을 발견하고,

타인의 내면을 이해하기 위해

그의 말을 '읽어보는 것'이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는 목적이자

그것이 즉, 대화 자체가 되지 않을까?


자신의 회사 생활, 타인과의 관계도 언급하며

또 쓰기를 업으로 삼은 작가는 자신이 얻은

'말'에 대한 생각을 조용히 내려놓는다.

정갈한 풍경화처럼 다가오는 이 선물은

작가가 침묵으로 그려내고자 했던

가장 큰 목소리가 아닌다 싶다.


꼭 '말'이라는 언어적 표현에 제한을 두지 않고

인생이라는 것에 대한 큰 그림을 제대로 그리고자 하는

이들에게, 어떻게 말하고 쓰고 읽어야 할지

가장 근본적인 배움을 줄 수 있는 그런 책이었다.


가볍게 펼쳐보기에도 좋고,

두고 한 번씩 꺼내보며

선물 같은 말의 힘을 느끼면 좋겠다.


"이 글은 교유당으로부터 교유서포터즈 활동을 위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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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 그물 - 교유서가 소설
윤정모 지음 / 교유서가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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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의 식민 지배로부터 독립을 맞이하고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그 잔재는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들의 곁에도 남아있다.

모든 사건들은 결국엔 흘러가지만

그것들이 준 상처와 슬픔, 고통은

누군가에게는 반드시 남게 되는데

특히나 오랜 시간을 고통 속에 살고 있는 이들에게는

아무리 시간이 흘렀다 해도 벗어날 수 없는

현실처럼 계속해서 옥죄어오는 일들이 있기 마련이다.


역사의 물음을 시대적인 관점이 아니라

한 사람, 한 가정의 아픔을 통해 보다 가까이서

그 아픔을 보다 깊이 있게 다룬 작품이 있다.

실제 취재한 내용을 바탕으로 다양한 작품을 써온

윤정모 작가의 신작 소설 〈가시 그물〉이다.


소설의 시작은 억울하게 살인 누명을 썼던

전동규의 출소 일로부터 시작한다.

자신의 아버지의 첩이자,

어머니를 죽인 원수인 다연에게

"죗값"을 받고 있던 동규는,

감옥에 들어가게 되자 자신이 받게 될 죗값을

모아서 달라는 얘기를 하게 된다.


다연을 대신해 자신을 면회 온 선원장을 통해

그녀가 사망했고, 자신 앞으로 남겨준 돈은

앞으로 선원장이 출소 이후에 전해준다는 것을

알게 되는데, 그 이후 출소를 하게 된 동규는

자신의 어머니를 죽인

원수 같은 다연에게 복수조차 하지 못한 채

그녀에게 받을 죗값을 받기 위해 선원사로 향하고,

간단히 받고 끝날 것이라 생각했던 돈이

은행에 남겨져 있고, 그것을 모두 받기 위해서는

다연이 남겼다는 테이프를 듣고

그녀의 요청에 따라 그녀의 과거를

알아야 한다는 것을 듣고 흔적을 따라

송다연의 과거를 찾아가게 된다.


춤을 췄을 거라고는 믿을 수 없었던 뚱뚱한 풍채에

아가씨들을 소개하는 소개쟁이로 보았던

나의 원수인 송다연이 자신의 과거를 통해

나에게 전하고자 했던 진실은 무엇이었을까?

시작은 돈을 받기 위한 과정이었고,

송다연의 흔적을 따라 꼬리에 꼬리를 물고

찾아간 진실 앞에서 동규는 자신이 그녀에게 가졌던

어떤 선입견이나 편견을 지우게 된다.


시공간을 오가며 펼쳐지는 소설은

선원장인 은실과 다연의 과거는 물론

동규의 탄생과 전기봉 아내의 죽음까지 이어지며,

가슴 아픈 예인의 기구한 인생과

어려움 속에서도 자신의 핏줄을 지키고자 했던

절절한 어미의 모습을 담아냈다.

그녀가 지키고자 했던 것은 누구의 씨앗도 아닌

자신의 핏줄인 아이 하나로,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포기 않고 운명을

받아들이고 나아가려 한 한 여인의 몸부림이기도 했다.


미처 잘 알지 못했던 동래장온천의 기생들 이야기와

액자식 소설 속 동래성 전투까지

크게 바라보면 시대의 이야기이지만,

그 속에 담겨있는 한 개인 개인의 이야기는

시대의 흐름으로 보기에는 너무 진하고 애달픈

감정의 무게를 담고 있었다.


소설을 통해 작가가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살아남은 사람들의 이런 고통과 슬픔,

그 자체이지 않았을까? 하고

비로소 작품을 통해 수면 위로 올라오는

감정들을 살펴본다.


끝끝내 다다르지 못한 진실이라

조금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다연의 마지막 길에서

'용서할 수 없는 것은 망각으로 보내야 한다'는

동규의 말처럼 가슴에 새겨지는 진실은

실제로 드러나게 아는 진실보다도

더 큰 울림으로 남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펼쳐질 동규의 인생이 어떻게 흘러갈지,

또 그를 바라보는 다연의 마음은 어떨지

가시 그물에서 아기를 살려보낸

인어의 마음으로 함께 살펴보려 한다.

드러나지 않은 아픔을 가진 많은 이들의 이야기가

소설을 통해서 수면 위로 드러나

많은 이들에게 위로를 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


"이 글은 교유당으로부터 교유서포터즈 활동을 위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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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증나니까 퇴근할게요
메리엠 엘 메흐다티 지음, 엄지영 옮김 / 달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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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 간의 갈등은 꼭 오늘날만의 일이 아니라,

과거에도 있었다.

당장 몇십 년 전뿐 아니라,

메소포타미아 수메르 점토판에도,

이집트 피라미드 내벽에도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소크라테스가 남긴 글에도

비슷한 얘기가 쓰여 있었다고 한다.

'요즘 젊은이들은 버릇이 없어.'라고 말이다.

그만큼 세대 갈등은 어느 나라, 어느 시대나 있었다.


신세대에서 X세대를 넘어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를 묶어 MZ 세대라 일컫는데,

이들이 본격적인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곳곳에서는 'MZ 세대들은 문제가 많다'면서

그들과 마주하며 겪은 넋두리를 펼치고 있다.

정말 MZ 세대가 문제일까?

아니면 시대에 관계없이 '젊은'사람들은

기성세대들에게는 그저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일까?


80년대 중반에 태어난 나는

MZ 세대의 막차를 탑승하고 있지만,

한창 화두가 되고 있는 MZ 세대의 문제에 대해서는

오히려 기성세대의 편에 서 있는 편이다.

자유롭고 자기 의견을 분명하게 말하는

MZ 세대의 모습이 나에게는 없다고 생각했고,

어쩌면 지극히 너무 순종적이고

'좋은 게 좋은 거지'라고 생각하는 모습은

기성세대와 가깝다고 생각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회사를 다니던 시절, 나의 모습을 떠올려보면

나의 모습도 부정적으로 그려지는 지금의 MZ와

다를 바가 없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그때는 다 이유가 있고, 지극히 정상적이었던

나의 생각과 행동들이 사수들에게는

지금의 MZ 들과 다르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에

결국 MZ여서 문제가 아니라

세대의 차이는 결코 풀 수 없는 본질적인

'다름'이라는 결론에 다다르게 된다.


1990년대에 태어나 푸에르토리코에서 자라난 작가는

자신과 동명의 주인공이 등장하는

회사를 배경으로 한 소설을 쓴다.

읽다 보니 '이게 소설이야, 자기 얘기야' 싶게

혼란스러울 정도로 리얼했고,

소설 속에서 주인공인 메리엠이 내뱉는

신랄한 속마음(결국 밖으로 꺼내지 못했으므로)은

회사를 다니며 신입사원 시절에 나 역시 가졌었던

생각으로 많은 공감을 하게 했다.


어린 나이, 여성,

남들과는 다른 이름과 뿌리,

비정규직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메리엠은 회사에 대한 불만이 쌓여간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면 그만'이라고 하지만,

나에게는 먹여살려야 하는 나 자신이 있기에

그녀는 하고 싶은 말은 삼키고,

몰래 눈물을 흘릴지언정 무난하고 평온한

직장 생활을 이어갈 따름이다.


나 역시 그런 때가 있었다.

빠른 생일로 일 년 일찍 들어간 학교,

휴학 없이 논스톱 졸업으로 남들보다 빠르게 시작한

사회생활에서 한 명의 '직장인'으로 존중받기보다는

회사의 막내, 팀의 막내로 하나의 부품처럼

취급받는다는 생각에 괴로웠던 때가 있었다.

기획 일을 했지만 내 마음대로 그릴 수 없었던 기획안,

인수인계도 없이 주어졌던 업무인지라

드디어 나만의 기획안을 공들여 만들었지만

돌아온 것은 작성자 이름이 상사로 바뀐 채

보고하는 회의에는 참석조차 하지 못했던 날들,

사소하게 팀원들끼리 진행하는 생일파티 준비도

같은 직급인 여러 사람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자 직원들만 나서서 챙겼어야 했던 일 등

메리엠이 겪었던 일은 '슈퍼사우루스' 유한회사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

대한민국에서도 버젓이 일어났으니까 말이다.


그래서 메리엠은 과감히 박차고 회사를 나갔을까?

퇴직 대신에 퇴근을 택한 그녀는

인턴에서 계약직 사원을 거쳐 정규직 사원이 된다.

그리고 과거의 자신의 모습을 보는 것 같은

어린 인턴을 마주한다.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과 같은

이 어린 인턴에게 메리엠은 과연 어떤 모습을 보일까?

사회생활은 사람을 어떻게 바꾸는지,

회사라는 집단에서 어린 여성이 가질 수 있는

생각은 어떤 생각이 있는지

메리엠과 회사 슈퍼사우루스, 동료들로

거울처럼 비춰주는 현실을

우리는 제대로 직시하게 된다.


우리도 한때는 신입사원이었다,

우리도 한때는 어리숙하고 불만이 가득하지만

이 지긋지긋한 밥벌이를 이어나간 끝에

지금의 우리가 되었다.

하지만 그 시간은 금세 잊히고 만다.

그러고는 기성세대가 되어 새로운 세대들을

나무라고 꾸짖는다.

오랜 시간이 지나도록 반복되는 이 패턴 속에서

다른 세대, 성별의 서로를 조금씩 이해하는

방법을 이제는 배워나가야 하지 않을까?


지난 시간에 대한 회상과 더불어

격한 공감, 속 시원한 짜릿함까지 느낄 수 있었던

소설이지만 소설 같지 않았던 작품이었다.

'사회생활은 결국 이런 거겠지'하고

나지막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이 글은 달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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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드라, 떠나보니 살겠드라 - 65살, 여자, 혼자, 세계 여행자 쨍쨍으로부터
쨍쨍 지음 / 달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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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라는 것은 언제나 설렘과 걱정이라는

양가의 감정을 가지고 다가온다.

큰맘 먹고 떠나는 여행,

낯선 풍경 속에서 무엇을 보고 즐기고

먹고 느낄지 기대가 되면서도

기대되는 만큼이나 혹시나 그곳에 가서

무슨 일이 생기지는 않을까? 아프지는 않을까?

이런저런 걱정들까지 더해져서

가뜩이나 바쁜 와중에 걱정 때문에 잠을 설치기 일쑤다.


바쁜 일상 속에서 짬을 내어 떠나는

짧은 여행만을 다녔던 나에게

정해진 기한이나 계획 없이 긴 호흡으로

현지에서의 '삶'을 살아보는 장기 여행자들이

부럽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했다.

좋은 호텔이나 리조트, 안정적인 투어나 패키지를 두고

부러 힘들고 어려운 나라를 다니는 그 마음은

어디서부터 비롯되고, 커지는지 궁금하기도 했다.


어쩌면 여행을 원하는 마음보다도

용기가 크지 않았기 때문에 주저했던 그 발걸음인데,

여행을 원하는 마음뿐 아니라 떠나고자 하는

용기도 강해서 안정적인 26년간의 교직생활을

뒤로하고 쿨하게 홀로 세계여행을 떠난

쨍쨍의 여행 에세이를 만났다.


65살 여자 혼자 세계여행이라니,

그것도 홀로 여행이 20년이 되었다니

그 시간 속에 쌓인 추억과 여행에서 느낀

깨달음이 얼마나 깊을지 읽기 전부터 기대가 되었다.


아이들을 가르치며 교사대 학생이 아닌

사람과 사람으로 마주했던 쨍쨍.

무릇 교사는 햇빛이어야 한다는 친구의 말에

반 아이들에게 이제부터 '햇빛'으로 불러달라는

그녀의 화통함. 거기에서 나아가

"햇빛은 쨍쨍"이라며

새로운 애칭을 만들어준 아이들까지.

그때부터 쨍쨍은 세계 방방곡곡을 누비며

햇빛처럼 쨍쨍 빛나고 있었다.


꼼꼼하지 못해서, 사람을 쉽게 믿어서

마주했던 아찔했던 실수와 사건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행운'을 담아

'해피엔딩'으로 그녀에게 좋은 추억이 되었다.


여행지에서 만난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은

기꺼이 서로에게 친구와 도움이 되어주었고,

뜨거웠던 사랑과 때로는 악연의 시린 기억도

여행이 있었기에 무탈히 지날 수 있었다.


화려한 핑크색 옷차림을 하고

겁도 없이 여기저기 누비며 모두와 스스럼없이

어울리는 여행자 쨍쨍!

그녀가 전하는 여행의 추억들은

마치 나를 그 시간, 그 나라로 이끄는 듯

생생하게 느껴졌다.


그녀의 발자취가 있는 나라들을 따라가며,

쨍쨍의 마인드로 함께 보내다 보니

남의 이목을 신경 쓰느라, 비용을 신경 쓰느라,

하고 싶은 것을 애써 참아내고

우선순위를 따지며 쳐내는 나에게

좀 더 '내가 살고 싶은 대로 살자'는

뜨거운 용기 또한 얻을 수 있었다.


비로소 떠났다가 돌아오고 나면

현재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는 것처럼

다양한 나라에서 다양한 시간을 보내고

안락한 집으로 돌아와 그만한 몫의

행복을 가득히 만끽하는 그녀를 보고 있자니

'어떻게 나이 드는 것이 멋진 것인가?'에 대해

너무 평이하고 획일적인 보편적인 안정만을

멋짐으로 생각했던 것 같아서 부끄러웠다.


그녀 역시 혼자 여행을 할 때면

무섭고 힘들고 외로울 때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그런 이유로 타인과 함께 하면서

고민하고 갈등하고 미워하느니

좀 무섭고 힘들더라도 혼자 여행하는 것이 좋다는

그녀의 조언에 따라 용기 내어 언젠가는

나도 쨍쨍한 나만의 여행을 시작해 봐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다양한 세계의 풍경과 더불어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해 준 좋은 사람들이라는

빛나는 보물을 얻을 수 있었던 여행!

쨍쨍이 65세라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빛날 수 있는 건 그런 좋은 사람들과

추억들 덕분이 아닐까 싶다.


언제나 떠올리면 설레는 '여행'의 힘!

지친 일상 속에서 새로운 자극이 필요할 때,

이전의 나와는 다른 용기가 필요할 때

읽어본다면 너무 좋을 것 같다.


"이 글은 달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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