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선물
와카마쓰 에이스케 지음, 송태욱 옮김 / 교유서가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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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라는 것은 참 어렵다.

매일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말을 하지만

'쌀은 쏟고 주워도 말은 쏟고 주울 수 없다'는

옛 속담처럼 쉽게 내뱉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장 어려운 것이 말이라고 할 수 있다.


꼭 소리 내어 나오는 말 만이 말의 전부는 아니다.

무언의 표정이나 눈빛, 고갯짓,

때로는 침묵이 말이 되기도 한다.

우리는 인생을 살아가면서 넘치는 이 '말' 속에서

어떻게 말해야 할지, 나만의 말은 어떻게 찾아야 할지

고민이 많은데 그런 말에 대한 본질을 발견하고

말에 대한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책을 만났다.

일본의 젊은 비평가인 와카마쓰 에이스케가 쓴

〈말의 선물〉이다.


비평가인 작가가 쓴 글은 어쩐지 날카롭고

차가울 것 같은 편견이 있었다.

무언가를 평가하고 그것에 대한 의견을 내놓는다는 것은

말의 날을 날카롭게 세운다는 이미지가 박혀 있었는데,

그런 비평가가 말하는 '말'에 대한 것은

더욱이 각진 느낌이지 않을까 하는 예상에서였다.


작가는 말과 관련된 고전과 명서에서 골라낸

글들과 자신이 직접 겪고 체화한 말에 대한 이야기를

담담하고 조용하게 펼쳐놓는다.

책은 '말의 본질'을 다시 바라보는 것부터 시작하는데,

우리가 흔히 말이라고 생각하는

어떤 '언어'적 형태에서 나아가

침묵이나 무언의 시선, 표현 등을 총괄하는

'말'을 정의하며 우리가 가지고 있던 말에 대한 편견을

부셔뜨리고 거기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하는 것이다.


"어떻게 해야 말을 잘할 수 있을까요?"

"말을 통해 상대방의 마음을 사로잡으려면

어떤 표현을 해야 할까요?" 같은

말에 대한 기술을 언급하기보다는

말 자체가 가지는 의미에 집중해서

말의 근본으로 돌아가 말을 통해 인생을 바라보는

시각 자체를 변화시키는 데 집중한다.


하고자 하는 '말'을 쓰기를 통해 담고,

쓰기는 책 읽기로 확장되며 하나의 큰 세계를 완성한다.

말할 수 없는 것의 씨앗을 키워 쓰기를 통해 담고,

책 읽기를 통해 경험을 쌓는다.

말하기 - 쓰기 - 읽기로 이어지는 흐름은

결국은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해준다.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찾고 정리하다 보면

우리는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게 된다.

하고 싶은 말은 많은데 막상 쓰려면 쓸 것이 없다는

사람에게도 일단 '쓸 말이 없다'로

시작해 보라고 작가는 말한다.

말할 수 없는 말을 쓰면서

내면의 숨겨진 보석을 발견하고,

타인의 내면을 이해하기 위해

그의 말을 '읽어보는 것'이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는 목적이자

그것이 즉, 대화 자체가 되지 않을까?


자신의 회사 생활, 타인과의 관계도 언급하며

또 쓰기를 업으로 삼은 작가는 자신이 얻은

'말'에 대한 생각을 조용히 내려놓는다.

정갈한 풍경화처럼 다가오는 이 선물은

작가가 침묵으로 그려내고자 했던

가장 큰 목소리가 아닌다 싶다.


꼭 '말'이라는 언어적 표현에 제한을 두지 않고

인생이라는 것에 대한 큰 그림을 제대로 그리고자 하는

이들에게, 어떻게 말하고 쓰고 읽어야 할지

가장 근본적인 배움을 줄 수 있는 그런 책이었다.


가볍게 펼쳐보기에도 좋고,

두고 한 번씩 꺼내보며

선물 같은 말의 힘을 느끼면 좋겠다.


"이 글은 교유당으로부터 교유서포터즈 활동을 위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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