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 그물
윤정모 지음 / 교유서가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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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의 식민 지배로부터 독립을 맞이하고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그 잔재는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들의 곁에도 남아있다.

모든 사건들은 결국엔 흘러가지만

그것들이 준 상처와 슬픔, 고통은

누군가에게는 반드시 남게 되는데

특히나 오랜 시간을 고통 속에 살고 있는 이들에게는

아무리 시간이 흘렀다 해도 벗어날 수 없는

현실처럼 계속해서 옥죄어오는 일들이 있기 마련이다.


역사의 물음을 시대적인 관점이 아니라

한 사람, 한 가정의 아픔을 통해 보다 가까이서

그 아픔을 보다 깊이 있게 다룬 작품이 있다.

실제 취재한 내용을 바탕으로 다양한 작품을 써온

윤정모 작가의 신작 소설 〈가시 그물〉이다.


소설의 시작은 억울하게 살인 누명을 썼던

전동규의 출소 일로부터 시작한다.

자신의 아버지의 첩이자,

어머니를 죽인 원수인 다연에게

"죗값"을 받고 있던 동규는,

감옥에 들어가게 되자 자신이 받게 될 죗값을

모아서 달라는 얘기를 하게 된다.


다연을 대신해 자신을 면회 온 선원장을 통해

그녀가 사망했고, 자신 앞으로 남겨준 돈은

앞으로 선원장이 출소 이후에 전해준다는 것을

알게 되는데, 그 이후 출소를 하게 된 동규는

자신의 어머니를 죽인

원수 같은 다연에게 복수조차 하지 못한 채

그녀에게 받을 죗값을 받기 위해 선원사로 향하고,

간단히 받고 끝날 것이라 생각했던 돈이

은행에 남겨져 있고, 그것을 모두 받기 위해서는

다연이 남겼다는 테이프를 듣고

그녀의 요청에 따라 그녀의 과거를

알아야 한다는 것을 듣고 흔적을 따라

송다연의 과거를 찾아가게 된다.


춤을 췄을 거라고는 믿을 수 없었던 뚱뚱한 풍채에

아가씨들을 소개하는 소개쟁이로 보았던

나의 원수인 송다연이 자신의 과거를 통해

나에게 전하고자 했던 진실은 무엇이었을까?

시작은 돈을 받기 위한 과정이었고,

송다연의 흔적을 따라 꼬리에 꼬리를 물고

찾아간 진실 앞에서 동규는 자신이 그녀에게 가졌던

어떤 선입견이나 편견을 지우게 된다.


시공간을 오가며 펼쳐지는 소설은

선원장인 은실과 다연의 과거는 물론

동규의 탄생과 전기봉 아내의 죽음까지 이어지며,

가슴 아픈 예인의 기구한 인생과

어려움 속에서도 자신의 핏줄을 지키고자 했던

절절한 어미의 모습을 담아냈다.

그녀가 지키고자 했던 것은 누구의 씨앗도 아닌

자신의 핏줄인 아이 하나로,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포기 않고 운명을

받아들이고 나아가려 한 한 여인의 몸부림이기도 했다.


미처 잘 알지 못했던 동래장온천의 기생들 이야기와

액자식 소설 속 동래성 전투까지

크게 바라보면 시대의 이야기이지만,

그 속에 담겨있는 한 개인 개인의 이야기는

시대의 흐름으로 보기에는 너무 진하고 애달픈

감정의 무게를 담고 있었다.


소설을 통해 작가가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살아남은 사람들의 이런 고통과 슬픔,

그 자체이지 않았을까? 하고

비로소 작품을 통해 수면 위로 올라오는

감정들을 살펴본다.


끝끝내 다다르지 못한 진실이라

조금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다연의 마지막 길에서

'용서할 수 없는 것은 망각으로 보내야 한다'는

동규의 말처럼 가슴에 새겨지는 진실은

실제로 드러나게 아는 진실보다도

더 큰 울림으로 남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펼쳐질 동규의 인생이 어떻게 흘러갈지,

또 그를 바라보는 다연의 마음은 어떨지

가시 그물에서 아기를 살려보낸

인어의 마음으로 함께 살펴보려 한다.

드러나지 않은 아픔을 가진 많은 이들의 이야기가

소설을 통해서 수면 위로 드러나

많은 이들에게 위로를 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


"이 글은 교유당으로부터 교유서포터즈 활동을 위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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