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데모니움 - 제1회 소원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작 소원라이트나우 10
유상아 지음 / 소원나무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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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소원나무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들려오는 뉴스 속 청소년 범죄.

아직 법적인 처벌을 받지 못하는 청소년들의 범죄는

나날이 진화하고 발달하며

더욱 영악하고 그 강도가 세지고 있다.

'아직 자라지 않은 아이'여서

그에 대한 처벌을 묻지 않겠다는 법의 취지와는 다르게

자신이 촉법소년임을 악용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고 있자면

'인간 성악설'에 조금은 공감을 하게 되기도 한다.


꼭 청소년범죄만이 심각하다기보다는

자극적인 매체와 보도, 미디어의 영향으로

예전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범죄가 발생하고,

또 우리 이웃들의 사이에서 어두운 얼굴을 숨긴 채

범인들은 존재해 있다.

왜 우리는 악을 뿌리 뽑지 못하고

그것이 반복되도록 내버려두는 걸까?


범죄에 안일한 사회에 일침을 가하고

우리 사회가 직면한 청소년을 노린

병리 현상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었던

참신한 소설을 만났다.

청소년문학이라기에는 탄탄한 짜임새와 반전,

이야기의 진행이 너무나 완벽해서

청소년뿐 아니라 어른들이 함께 읽기에도 좋았던

제1회 소원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작

〈판데모니움〉이다.


'판데모니움'은 존 밀턴의 서사시

『실낙원』에서 등장한 말로,

하나님께 반역했다가 지옥에 떨어진 천사들이

지옥에 만든 거대한 궁전을 말한다.


오늘을 살아가는 청소년들이 맞닥뜨린

어두운 그늘을 묘사하는 이 소설은

아이들이 마주한 어둠을

'판데모니움'에 빗대어 펼치고 있다.


지극히 현실을 반영한 소설 속의 사건과

등장인물들의 상황을 통해

우리는 여전히 반복되고 있는 악에 대해서

왜 그것을 뿌리 뽑지 못하는지

스스로에게 그리고 사회에게 질문을 던질 수 있고,

그들을 구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에 대해서

고민할 수도 있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이야기를 통해

'설마 정말 이런 일이 있겠어?'라고

생각하는 이도 있겠지만,

실제 아이들이 처한 현실에서는

소설보다도 더 크고 두려운 그늘이

가까이에 존재하고 있다.


한 사회를 구성하는 구성원으로서

아직 완전히 자라나지 않은 아이들을

제대로 보호하고 이끌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며

이 작품을 읽어보면 좋겠다.


소설은 화이트 해커를 꿈꾸는 고등학생

차은호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독서동아리 활동을 통해 알게 된 선정과

어쩐지 평소와는 다른 대화를 한 후

유난히 잔상이 남던 그녀의 모습이

스스로 목숨을 끊기 전 마지막임을 알게 된 후

그녀의 죽음을 파헤쳐 가며 마주하게 된 진실과

어둠 속에서 거미줄처럼 얽혀 딸려오는

사건이 이어진다.


보안 테스트를 맡게 된 판데모니움이라는 게임,

그리고 학교에서 벌어진 전교 1등이었던 선정의 죽음,

그녀가 남긴 의미를 알 수 없는 메시지까지.


과거의 일이지만 여전히 은호에게

부채로 남아있는 엄마의 죽음과

암호 같은 메시지를 남긴 선정이 전하고자 한 진실,

학교에서 일어나는 비정상적인 사건들은

아직 고등학생 신분인 은호가 감당하기에는

어렵고 막막한 높은 벽으로 다가온다.


자신의 능력과 친구를 생각하는 마음 하나로

차근차근 사건에 다가가는 은호는

과연 선정의 죽음에 담긴 비밀을 풀 수 있을까?

망가지고 있는 아이들은

도대체 그 학교에서 어떤 일을 겪은 걸까?


소설 속에서는 온라인 도박과 마약, 성 착취 동영상 등

현재의 청소년들에게도 왕왕 일어나고 있는

사회적 이슈들을 담고 있다.


기껏해야 아이들끼리의 주먹다짐이나 왕따,

간혹가다 발생하는 가출 청소년 문제에만 익숙했었는데

일부 문제 있는 어른들에게만

나타난다고 생각했던 문제들은

어느새 아이들 앞으로 이만큼 다가와 있었다.


아이들을 보호해야 할 학교 안에서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범죄들,

이 악의 근원을 제대로 뿌리 뽑지 못하고

반복되고 있는 답답한 현실을

소설 속에서도 마주하게 될 줄은 몰랐다.


자신이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해 그리고 진심을 담아

사건 속으로 뛰어든 주인공 은호의 용기와

그들을 진심으로 도와주고

구해내고자 하는 어른들의 마음,

또 용기를 낸 피해자들의 목소리는

어쩌면 가장 우리가 지금 사회에서 보고 듣고 싶어 하는

모습인지도 모르겠다.


무조건 통제하거나 외면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을 제대로 드러냄으로써

그것을 마주할 수 있는 기회를 드러낸 이 소설은

거침없이 우리들의 마음속으로 들어온다.


완전한 마침표는 없음을,

또 언젠가 다시 나타날 문제 앞에서

우리가 가져야 할 마음가짐을 배우며

다음 세대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을 떠올리게 된다.


소설 속의 인물들은

우리 사회 속의 모두와 닮았다.

누군가는 범죄에 속절없이 얽매이고,

누군가는 그것을 알면서도 외면하며,

누군가는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다가도 포기하고

누군가는 진실을 밝히고 그것을 끝끝내 거부한다.


이런 분투들이 이어져야

직면한 문제들을 해결하고,

완전히 바꾸지는 못하더라도

그다음 그다음으로 이어지는

작은 꼬리표라도 남길 수 있지 않을까?


세상에 없는 이야기이길 바랐다는 작가의 말처럼

어둠 속의 지옥과도 같은 현실을 살고 있는 이들에게

그 어둠을 걷어내고

빛을 비출 수 있는 계기로 다가오기를,

그런 시선을 모두가 가질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는 소설 〈판데모니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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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의 대가 - 안전이 빼앗아 간 당신의 진짜 가능성에 대하여
체이스 자비스 지음, 최지숙 옮김 / 오픈도어북스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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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오픈도어북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라"

어렸을 때부터 익히 들어왔던 말이다.

알고 있을 것을 행할 때도 항시 조심하며

잘 아는 일에도 신중을 기하라는 이 의미는

미리 일어날 수 있는 문제에 대응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옳은 말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러한 '안전'이라는 것이

항상 옳고 바르기만 할까?

삶이 움직이는 방식이 '안정감'만을 추구한다고 해서

늘 옳은 길, 원하는 길로 잘 풀린다고 할 수 없는데

우리는 어째서 이렇게 '안전'이라는 굴레에 갇힌 채

내가 가질 수 있는 가능성을 놓치고 있는지 말이다.


미션처럼 주어지는 통과의례 앞에서

우리는 '안전한' 선택을 하며 그것이 현명하고

합리적인 선택이라 믿으며 살아왔다.

하지만 그 안전한 선택을 함으로 인해서

우리가 놓치게 된 많은 가능성, 즐거움,

새로운 행복에 대해서

우리는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체이스 자비스는 〈안전의 대가〉를 통해

사람들이 안전한 길이 낫다고 생각하며 놓친

가능성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우리가 오랜 시간 오해해 온

안전이라는 것을 선택함으로 인해

놓치게 된 많은 것들에 대해,

또 그 안전의 대가와 바꿀 수 있는

수많은 가능성에 대해서 말이다.


인생을 살아가며 마주하는 많은 선택의 상황 앞에서

사람들은 합리적이라는 이유로

누구나 공감할 만한 보편적인 선택을 하곤 한다.

하지만 그런 안정적인 선택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때로는 공허함을 느끼거나, 부침을 느끼기도 한다.

나의 기준이 아닌 타인의 기준이나 시선,

사회가 정한 범위 내에서

적당한 타협을 반복해 온 이들에게

자신을 위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그 선택의 실천으로서, 7가지 지렛대(도구)를 소개하고

나만의 무기를 찾고 빛을 잃어가는 소망과 꿈에

다가갈 수 있도록 한다.


우리가 꿈꾸던 '안전한 삶'은 환상에 불과하며,

실제 삶을 확장시키는 것은

더 안전한 선택이냐가 아니라

나만의 길을 설계할 용기라고 말이다.


작가가 소개하는 나의 가능성을 끌어내기 위한

7가지 인생의 지렛대는 다음과 같다.

✅ 관심: 주의력을 설계하는 집중 전환 기술

✅ 시간: 현재에 존재하는 몰입의 힘

✅ 직관: 경험에서 온 감각 사용법

✅ 제약: 한계를 무기로 바꾸는 활용법

✅ 놀이: 다시 움직이게 하는 힘

✅ 실패: 반복되는 실패 속에서 발견하는 자기 신뢰

✅ 실천: 인생을 바꾸는 습관의 힘


정체되고 틀에 갇힌 생각 속에서

노력이라는 에너지만을 기울여

'가능성'을 찾는다는 것은 너무나 어려운 일이다.

작가는 안전이라는 틀에 갇힌 나 자신을

새롭고 넓은 틀 바깥으로 이끌고

그 속에서 진정한 자신을 발견하고

나의 의지대로 실천하며

새로운 삶의 방향을 찾을 수 있도록 권하고 있다.


나 역시 개인적으로도 굉장히 안정을 추구하는

틀에서 벗어나는 것에 두려움이 많은 사람이다.

주입식 교육을 받으며 '가능성'이나 '창의력'보다는

주어진 상황에서 최대한의 결과를 도출하고자 했던

우리 주변의 대부분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실제 세상을 살아가며 마주하는

빛나는 사람들의 경우

이런 '안전'에서 벗어나 작은 '가능성'에

자신을 아낌없이 투여한 사람이 많다.


작가는 우리의 마음속에 있는 안전에 대해서 일깨우고,

그것을 벗어났을 때 비로소 우리가 만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서 알려주고 있다.


나만의 길을 설계하기 위해 필요한

인생의 지렛대 중에서도 특히나 와닿았던 부분은

'실패'에 대한 부분이었는데

스스로를 한정 짓지 않아야

더 많은 가능성에 다다를 수 있는데,

이를 알면서도 사회가 말하는 실패가 두려워

최선의 가능성보다는 나쁘지 않은 보편성이

정답이라 생각했던 나에게

생각의 전환을 가져올 수 있고

더 이상 마주하기 두려운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도에 따르는 필연적 결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되면서

이에 대한 두려움 역시 지울 수 있게 되었다.


정답을 안전에서 찾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서 찾고자 한 도전에 대한 모든 것!

인생을 움직이는 실천의 기술 7가지를 배우며,

기꺼이 도전하고 실패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용기를 얻을 수 있었다.


모험을 하지 않고 가만히 제자리에 멈춰 서는

새로운 세상에 다다를 수 없다.

우리는 막연하게 큰 변화를 꿈꾸지만,

막상 제자리에 서서

안전만을 추구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이 책을 통해 스스로에게도 질문을 던지기를 바란다.


두려움을 넘어서 비로소 만날 수 있는

가능성이라는 큰 힘에 대하여!

인생을 움직이는 새로운 시야를 가질 수 있었던

〈안전의 대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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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쓰는 마음
김미영 지음 / 클래식북스(클북)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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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클북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삶을 살아가는 인생의 속력은

나이를 들수록 더욱 빨라진다.

아이였을 때는 하루가 길고 순간순간이 의미가 있었는데

어느덧 어른이 되고 나서는

어제가 오늘인 것처럼 오늘이 내일인 것처럼

비슷비슷한 일상 속에서 감정은 무뎌지고

이렇다 할 특별한 이슈가 없다 보면

일주일, 한 달, 일 년이

정신을 차려보면 훌쩍 지나고 만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 줄만 알았다.

인생시계라는 것이, 인생의 속력은 나이와 같다고 해서

지금을 살아가는 나의 나이가

그리고 그 삶이 가진 의미가

어떻게 바라보는지 보다는 나이에 얽매이는 줄 알았다.


하지만 문득 한 번씩 지치고 힘들 때,

혹은 벅차게 행복한 순간을 돌이켜보면

나라는 사람의 삶을 꾸려가는 것은

혼자만의 노력이나 역할은 아니었다.


나를 먹이고 키우며 울고 웃게 만들었던

수많은 사람들의 온기와 마음이 더해져

한 사람을 자라게 하고 버티는 힘을 만들어 주며,

그런 시간을 바탕으로

우리가 어른으로 자라날 수 있었다.


어떤 마음들은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그때는 미처 몰랐던 진심이 수면 위로 드러난다.

'왜 그땐 그걸 몰랐을까?' 하는

후회와 함께 인식되기도 하고

어떤 때는 다행히 후회하기 전 알아차리고

그 마음에 대한 보답을 할 수도 있다.


글쓰기를 하면서 '나'라는 사람의 삶을 돌아보며

문득 자신을 일으켜 세운 마음들을 발견한 작가가 있다.

나를 살게 한 사람들, 순간들을 담은

따뜻한 에세이 〈다시 쓰는 마음〉이다.


어렴풋하게 남아있는 어린 시절의 기억,

전에는 더 세세한 일들도 많이 기억났던 것 같은데

시간의 흐름이 기억들을 잿빛으로 만드는 건지

그때는 소중했던 기억들이

영화처럼 머릿속에서 재생되다가

이제는 클립 형태로 짤막하게

어떤 기억들은 급기야 사진 한 장,

말 한마디로만 남아있게 되기도 한다.


오래도록 바라본 풍경들을 바탕으로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며,

작가는 나를 지탱해 주는 작은 빛인

그 마음들을 다시 쓰기 시작했다.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 다들 깊숙하게 품고만 있던

자신만의 빛을 발견하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너는 아주 귀한 아이란다."라며

지친 나에게 귀한 한상을 차려주며

힘을 북돋아 주던 할머니의 밥상,

함께 딴 산딸기를 한주먹 가득 입에 넣고

저수지에서 낚시를 하며 보냈던 아버지와의 시간,

더 바쁜 이를 위해 병원에서

기꺼이 순서를 양보해 준 이웃들의 마음,

나의 전부와 같은 가마를 직접 만든 이야기 등

어린 시절 추억, 함께한 사람들,

나를 이루는 일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마음을 따뜻하게 데워주는 마음들의 빛을

작가는 꺼내서 닦고 다시 빛내며 내보인다.


어쩌면 별것 아닌 것 같은 일들도,

꺼내서 글쓰기를 통해 되돌아보니

이토록 깊은 의미와 힘이 됨을 깨달으며

작가는 자신이 받아온 빛이 즉 사랑이라고 말한다.


바쁘게 하루하루를 쳐내듯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지금의 나를 이룬 시간들을 천천히 돌아보며

그 속에서 의미를 발견할 수 있도록 해주는

작가의 이야기는 따뜻하면서도 배부르고,

한없이 파고들고픈 품처럼 다가온다.


나에게 그런 추억은 무엇일까?

나에게 그런 사람은 누구일까?

내가 하는 일 속에서 발견한 빛은 무엇일까? 등

책을 읽으며 나의 시간들을 다시 되돌아볼 수 있었다.


글쓰기를 통해 자신의 삶을 돌아봤던 작가처럼

나의 이야기 또한 나의 손으로 다시 풀어봐야겠다는

다짐으로 이어지고 말이다.


오롯이 나 혼자만의 삶이 아닌

함께 어울리고 품고 아껴주고 받으며

채워질 수 있었던 시간.

그런 사람과 시간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었던

의미 있는 기회로 다가온 책

〈다시 쓰는 마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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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이데아
이우 지음 / 몽상가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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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몽상가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높았던 장벽인 것 같았던 세계가 평평해지고

이제는 거의 대부분의 누구나

원하는 나라에서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다.

자신의 선택에 의해서 혹은 태어난 조건으로

태어난 조국을 벗어나

타국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볼 때면

그들이 가지는 '고향'이라는 의미에 대해서

생각하게 된다.


여행이나 일 때문에 지금 살고 있는 나라를 벗어나

낯선 타국에서 지내다가 비행기를 타고

내 나라의 영공에 들어온 순간

표현할 수 없는 안락함을 느낄 때면

내가 가지고 있는 정체성이 보내는 신호라고 생각한다.

'아, 내가 있어야 할 곳에 도착했다'

'드디어 고향이구나' 하고 말이다.


하지만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곳을 떠나

먼 타국 땅에서 자리를 잡고

때로는 원래 속했던 국적을 포기하면서

새로운 나라에서의 삶을 선택한 이들을 볼 때면

이런 '나라는 사람을 드러내는 정체성'이

꼭 타고나는 것만은 아닌 것 같다.


태어나 줄곧 한 나라에서 살며

평범한 소속감을 느끼고

그 굴레에서 살아가던 과거와 달리

더 넓은 세상의 더 많은 선택지와 기회 사이에서

살아가는 우리 시대의 청춘들에게 전하는

'정체성'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소설,

이우 작가의 장편소설 〈서울 이데아〉이다.


소설은 한국에서 태어나 다섯 살 때 모로코로 건너가

쭉 유년 시절을 보내며 살아온

준서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모로코와 프랑스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며

'고향'이라 불릴만한 한국에 대한

기억조차 없는 그이지만

다른 이들과 다르게 생긴 외모,

또 그들과는 다른 일상 속에서

그는 온전히 그들에게 소속되지 못한 채

늘 뭐라 설명할 수 없는 외로움에 지친다.

내가 '한국인'이기 때문에

그들에게 속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고,

그렇다면 나의 고향이라 할 수 있는 그곳에 가서

나와 같은 이들과 어울리며 정체성을 찾고 싶다는

그의 결심은 대학교 진학이라는 기회로

한국을 향하게 된다.


부모님의 반대를 뒤로하고,

좋아하고 꿈꿨던 드라마의 장면을 상상하며

먼 시간과 길을 돌아 도착한 한국에서의 삶은

자신이 그려온 상상과는 달랐다.


이곳에서는 '이방인'이 아니고

그들과 같은 '한국인'으로

동일하게 어울릴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사소하게는 너무나 다른 생활방식부터

마음가짐, 어울리는 방법 등

무엇 하나 그에게 쉬운 것은 없었다.

정체성을 찾기 위해

나와 같은 사람들이 있는 이곳에 왔지만

여전히 이곳에서도 '이방인'으로

부유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낯선 한국에 적응하는 과정은 차치하더라도

마음속 깊은 곳에서 느껴지는 외로움과

정체성에 대한 고민은 시간이 지나도 해결되지 않았다.


외로운 이곳에서의 시간을 방황하다 보면

자신의 마음속 안정을 찾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도

흔들리게 되고 말이다.


잘하고자 하는 마음은 엇나가

다른 이들과의 사이를 벌렸고,

다가가고 싶은 사람은 이내 벗어나며

나라는 사람은 한국인이지만 한국인이지 못한

모로코와 프랑스에서와

마찬가지의 감정을 느끼면서 말이다.


함께한다는 소속감을 느끼고 싶었지만

어떻게 소속되어야 하는지 몰랐던 그는

그 모든 것이 버겁기만 할 뿐이다.


잔뜩 방황하며 흔들리는 준서에게

여전히 서울은 막연한 신기루처럼 남아있다.

눈앞에 보이는 그것을 따라잡을 듯하면

이만큼 멀어져 있고, 또 다가가면 사라지는 신기루.

그는 이곳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주어진 답처럼 찾고 싶어 했지만

그것은 매 순간 반복해서 다가오는 질문 같았다.


꼭 국적이나 인종 같은 문제가 아니더라도

우리에게도 '소속감'에 대한 고민은 늘 다가온다.

학교, 회사, 모임 등 모든 인간관계라는 것은

결국 '사람과 사람의 연결'을 기본으로 하기에

서로가 서로에게 유기적으로 관련되어 있음을

끝없이 확인하고, 또 그것을 위해

애쓸 수밖에 없고 말이다.


나는 어디에 속해 있고, 누구인지?

그 속의 나는 진짜 내가 바라는 모습인지? 등

정체성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소속감을 획득하는 과정에 대한 어려움으로 이어지고,

또 근본적으로 이런 정체성을 증명하고자 하는

인간적인 갈망을 드러내며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나의 정체성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고향은 장소인가, 관계인가, 사랑인가,

아니면 내가 선택한 태도인가?라고 말이다.


우리는 인간이 직면한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직시하며

그 불완전함에 대해 인식하게 된다.

마주해야 할 민낯 같은 현실,

그리고 반복되는 시도와 실패 속에서

비로소 자연스럽게 자리 잡을

정체성이라는 것에 대해서도 말이다.


준서를 통해 선 바깥의 이방인으로 받는 시선과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다는 외로움을 느껴본다.

내가 '속해있다'는 자연스러움에서 미처 배려하지 못한

선 밖의 사람들, 그리고 그들이 느낄 감정들을

나의 이야기로 품어보며, 내가 그들에게 연결될 수 있는

어떤 매개가 되어줄 수 있을지도 고민해볼 수 있었다.


고향, 정체성이라는 원초적인 고민과 방황에 대해

그것이 '당연하지 않다'는 전제에서 시작한 소설은

조금 더 폭 넓은 시선을 가질 수 있게 해주는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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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신입 차윤슬,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김지혜 지음 / 한끼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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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한끼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삶이라는 것은 한 편의 이야기 같다.

쌓이고 쌓인 사람들의 시간이

영화나 드라마로, 소설로,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며

'이야기'가 되는 모습을 우리는 익히 봐왔다.

그래서일까? 이야기를 써 내려가는 과정은

마치 삶을 살아가는 것처럼

지난하다고 느끼는 것 같다.


이렇게 치열한 일상을 담은,

그 속에 담긴 이야기를 통해 사람들에게

내일이라는 시간을 선사하는 소설을 만났다.

읽으면서 이것이 소설일까?

아니면 글쓰기에 대한 고민을 함께 하자는 회고일까?

라는 생각을 하게 했던

〈중고신입 차윤슬, 이야기를 시작합니다〉이다.


소설은 잡지사에서 에디터로 일하다가

잡지가 폐간되며 계열사인 운화백화점에서

중고신입으로 일을 하게 된

윤슬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정치외교학을 전공했지만 글쓰기도 좋아하고

사람들이 살아온 이야기에는 힘이 있기에

세상을 배울 수 있겠다는 생각에

잡지사에서 일을 했었던 윤슬,

하지만 막상 백화점 자체를 브랜딩 하며

이야기의 힘을 발휘해야 하는 조직이라 생각했던

운화백화점에서의 일은 쉽지가 않았다.


좋은 평가를 위해 종종 거리며 준비를 해야 했고,

나의 의사와 관계없이 회사 내의 정치에 의해

팀이 와해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을 품고 있는 상태에서

신입사원들의 발표인 '슈퍼루키 발표회'에서

백화점 캐릭터 만들기라는 제안을 했다가

쏟아지는 질문에 대해서 답변조차 하지 못한 채

자신감만 잃고 정신없이 발표를 마무리하고 말이다.


하지만 망쳤다고 생각했던 윤슬의 제안이

백화점 40주년 행사의

새로운 브랜딩 전략으로 선정되고,

함께 진행하게 된 팀원들과 함께

'구름'을 모티브로 한 캐릭터 만들기에 나선다.


도돌이표처럼 반복되는 회의,

완성되는 듯싶다가도 파기되는 아이디어,

오랜 고생 끝에 준비한 팝업 행사는

비 오는 날씨처럼 처참한 결과를 맞이하고

'나'라는 사람을, 내가 만든 '이야기'를

제대로 증명조차 하지 못한 채 실패를 하고 만다.


이대로 끝인가 싶었던 윤슬에게

기존의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크리스마스 프로젝트를 준비하라는 기회가 주어지고,

어쩌면 마지막 일 수도 있는 상황 앞에서

방향을 잡지 못하고 흔들리는 윤슬 앞에

40년 전에 옥상에 묻어두었던 타임캡슐이 등장한다.

그 속에서 등장한 편지는

프로젝트와 윤슬 모두에게

새로운 전환점으로 다가오는데,

과연 윤슬은 프로젝트를 무사히 마칠 수 있을까?

내내 글쓰기를 좋아하던 윤슬이 담고 싶었던

'마음'은 크리스마스 프로젝트에서도

잘 전달될 수 있을까?


회사는 회사니까,

좋아하고 원해서 시작한 일이라고 할지라도

시간이 지나다 보면 무뎌지고

먹고살기 위해 타성에 젖어 행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윤슬처럼 오늘의 우리들도 마찬가지였다.


이야기는 마치 백화점을 바탕으로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윤슬의 직장인으로서의

성장을 담은 것 같지만,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비로소 마주하게 된 내면의 자신

그리고 자신만의 문장으로 써 내려간

이야기가 전하는 '마음'이라는 소중함을

독자들에게 선사한다.


전작인 〈책들의 부엌〉을 통해서는

책 읽기로 얻었던 위로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면

이번 책에서는 글쓰기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다.

작가 자신이 글쓰기를 하면서 느꼈던 감정일 수도 있고

무언가 나만의 이야기를 꺼내고 싶었던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 고민해 봤을 포인트들이

윤슬의 사연과 함께 겹쳐져 와닿았다.


글쓰기 교실의 수업을 들으며,

프로젝트에 대한 실마리를 찾았던 윤슬처럼

독자들은 이 소설을 통해서

저마다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고 그 속에서

온전히 살아낼 힘과 용기를 얻길 바라는 것이다.


소설 속에서 등장하는 책들의 문장들은

책 속의 책이지만 실제 존재하는 책들로

또 다른 이야기로 연결이 되며

세계관이 확장되는 것 같았다.


치열하게 삶을 살아가다 보면

정작 내가 품고자 했던 마음들이 흐려지기 마련인데,

마음을 담은 글쓰기를 통해서

이런 자신과 제대로 마주하며

내일을 바라보는 윤슬의 모습을 보니

'나만 그런 게 아니야, 괜찮아'라고

스스로에게도 위로와 응원을 더할 수 있다.


글을 쓰는 사람의 시간을 묵묵히 지켜보는 소설은

책을 읽는 독자들의 이야기를 기다리는

새로운 독자인 것 같았고,

치열한 직장인들의 모습을 현실감 있게 담아낸 묘사는

위트와 함께 공감까지 가져온다.


"끝까지 써보아야 알 수 있는 것이 있다"라는

윤슬의 말처럼 우리의 인생 역시

앞을 알 수 없지만 일단 글을 쓰듯이 살아가다 보면

그 어떤 방향성을 알 수 있는 게 아닐까?


평범한 직장인들의 일상이

책 속에서 하나의 이야기가 되어 살아 숨 쉰다.

멈추지 않으면, 끝까지 써보면 결국 다다르는

'내일'이라는 이야기를 담아낸

따뜻한 마음이 담긴 소설,

〈중고신입 차윤슬, 이야기를 시작합니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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