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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쓰는 마음
김미영 지음 / 클래식북스(클북) / 2026년 2월
평점 :

"이 글은 클북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삶을 살아가는 인생의 속력은
나이를 들수록 더욱 빨라진다.
아이였을 때는 하루가 길고 순간순간이 의미가 있었는데
어느덧 어른이 되고 나서는
어제가 오늘인 것처럼 오늘이 내일인 것처럼
비슷비슷한 일상 속에서 감정은 무뎌지고
이렇다 할 특별한 이슈가 없다 보면
일주일, 한 달, 일 년이
정신을 차려보면 훌쩍 지나고 만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 줄만 알았다.
인생시계라는 것이, 인생의 속력은 나이와 같다고 해서
지금을 살아가는 나의 나이가
그리고 그 삶이 가진 의미가
어떻게 바라보는지 보다는 나이에 얽매이는 줄 알았다.
하지만 문득 한 번씩 지치고 힘들 때,
혹은 벅차게 행복한 순간을 돌이켜보면
나라는 사람의 삶을 꾸려가는 것은
혼자만의 노력이나 역할은 아니었다.
나를 먹이고 키우며 울고 웃게 만들었던
수많은 사람들의 온기와 마음이 더해져
한 사람을 자라게 하고 버티는 힘을 만들어 주며,
그런 시간을 바탕으로
우리가 어른으로 자라날 수 있었다.
어떤 마음들은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그때는 미처 몰랐던 진심이 수면 위로 드러난다.
'왜 그땐 그걸 몰랐을까?' 하는
후회와 함께 인식되기도 하고
어떤 때는 다행히 후회하기 전 알아차리고
그 마음에 대한 보답을 할 수도 있다.
글쓰기를 하면서 '나'라는 사람의 삶을 돌아보며
문득 자신을 일으켜 세운 마음들을 발견한 작가가 있다.
나를 살게 한 사람들, 순간들을 담은
따뜻한 에세이 〈다시 쓰는 마음〉이다.
어렴풋하게 남아있는 어린 시절의 기억,
전에는 더 세세한 일들도 많이 기억났던 것 같은데
시간의 흐름이 기억들을 잿빛으로 만드는 건지
그때는 소중했던 기억들이
영화처럼 머릿속에서 재생되다가
이제는 클립 형태로 짤막하게
어떤 기억들은 급기야 사진 한 장,
말 한마디로만 남아있게 되기도 한다.
오래도록 바라본 풍경들을 바탕으로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며,
작가는 나를 지탱해 주는 작은 빛인
그 마음들을 다시 쓰기 시작했다.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 다들 깊숙하게 품고만 있던
자신만의 빛을 발견하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너는 아주 귀한 아이란다."라며
지친 나에게 귀한 한상을 차려주며
힘을 북돋아 주던 할머니의 밥상,
함께 딴 산딸기를 한주먹 가득 입에 넣고
저수지에서 낚시를 하며 보냈던 아버지와의 시간,
더 바쁜 이를 위해 병원에서
기꺼이 순서를 양보해 준 이웃들의 마음,
나의 전부와 같은 가마를 직접 만든 이야기 등
어린 시절 추억, 함께한 사람들,
나를 이루는 일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마음을 따뜻하게 데워주는 마음들의 빛을
작가는 꺼내서 닦고 다시 빛내며 내보인다.
어쩌면 별것 아닌 것 같은 일들도,
꺼내서 글쓰기를 통해 되돌아보니
이토록 깊은 의미와 힘이 됨을 깨달으며
작가는 자신이 받아온 빛이 즉 사랑이라고 말한다.
바쁘게 하루하루를 쳐내듯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지금의 나를 이룬 시간들을 천천히 돌아보며
그 속에서 의미를 발견할 수 있도록 해주는
작가의 이야기는 따뜻하면서도 배부르고,
한없이 파고들고픈 품처럼 다가온다.
나에게 그런 추억은 무엇일까?
나에게 그런 사람은 누구일까?
내가 하는 일 속에서 발견한 빛은 무엇일까? 등
책을 읽으며 나의 시간들을 다시 되돌아볼 수 있었다.
글쓰기를 통해 자신의 삶을 돌아봤던 작가처럼
나의 이야기 또한 나의 손으로 다시 풀어봐야겠다는
다짐으로 이어지고 말이다.
오롯이 나 혼자만의 삶이 아닌
함께 어울리고 품고 아껴주고 받으며
채워질 수 있었던 시간.
그런 사람과 시간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었던
의미 있는 기회로 다가온 책
〈다시 쓰는 마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