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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이데아
이우 지음 / 몽상가들 / 2023년 6월
평점 :

"이 글은 몽상가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높았던 장벽인 것 같았던 세계가 평평해지고
이제는 거의 대부분의 누구나
원하는 나라에서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다.
자신의 선택에 의해서 혹은 태어난 조건으로
태어난 조국을 벗어나
타국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볼 때면
그들이 가지는 '고향'이라는 의미에 대해서
생각하게 된다.
여행이나 일 때문에 지금 살고 있는 나라를 벗어나
낯선 타국에서 지내다가 비행기를 타고
내 나라의 영공에 들어온 순간
표현할 수 없는 안락함을 느낄 때면
내가 가지고 있는 정체성이 보내는 신호라고 생각한다.
'아, 내가 있어야 할 곳에 도착했다'
'드디어 고향이구나' 하고 말이다.
하지만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곳을 떠나
먼 타국 땅에서 자리를 잡고
때로는 원래 속했던 국적을 포기하면서
새로운 나라에서의 삶을 선택한 이들을 볼 때면
이런 '나라는 사람을 드러내는 정체성'이
꼭 타고나는 것만은 아닌 것 같다.
태어나 줄곧 한 나라에서 살며
평범한 소속감을 느끼고
그 굴레에서 살아가던 과거와 달리
더 넓은 세상의 더 많은 선택지와 기회 사이에서
살아가는 우리 시대의 청춘들에게 전하는
'정체성'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소설,
이우 작가의 장편소설 〈서울 이데아〉이다.
소설은 한국에서 태어나 다섯 살 때 모로코로 건너가
쭉 유년 시절을 보내며 살아온
준서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모로코와 프랑스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며
'고향'이라 불릴만한 한국에 대한
기억조차 없는 그이지만
다른 이들과 다르게 생긴 외모,
또 그들과는 다른 일상 속에서
그는 온전히 그들에게 소속되지 못한 채
늘 뭐라 설명할 수 없는 외로움에 지친다.
내가 '한국인'이기 때문에
그들에게 속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고,
그렇다면 나의 고향이라 할 수 있는 그곳에 가서
나와 같은 이들과 어울리며 정체성을 찾고 싶다는
그의 결심은 대학교 진학이라는 기회로
한국을 향하게 된다.
부모님의 반대를 뒤로하고,
좋아하고 꿈꿨던 드라마의 장면을 상상하며
먼 시간과 길을 돌아 도착한 한국에서의 삶은
자신이 그려온 상상과는 달랐다.
이곳에서는 '이방인'이 아니고
그들과 같은 '한국인'으로
동일하게 어울릴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사소하게는 너무나 다른 생활방식부터
마음가짐, 어울리는 방법 등
무엇 하나 그에게 쉬운 것은 없었다.
정체성을 찾기 위해
나와 같은 사람들이 있는 이곳에 왔지만
여전히 이곳에서도 '이방인'으로
부유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낯선 한국에 적응하는 과정은 차치하더라도
마음속 깊은 곳에서 느껴지는 외로움과
정체성에 대한 고민은 시간이 지나도 해결되지 않았다.
외로운 이곳에서의 시간을 방황하다 보면
자신의 마음속 안정을 찾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도
흔들리게 되고 말이다.
잘하고자 하는 마음은 엇나가
다른 이들과의 사이를 벌렸고,
다가가고 싶은 사람은 이내 벗어나며
나라는 사람은 한국인이지만 한국인이지 못한
모로코와 프랑스에서와
마찬가지의 감정을 느끼면서 말이다.
함께한다는 소속감을 느끼고 싶었지만
어떻게 소속되어야 하는지 몰랐던 그는
그 모든 것이 버겁기만 할 뿐이다.
잔뜩 방황하며 흔들리는 준서에게
여전히 서울은 막연한 신기루처럼 남아있다.
눈앞에 보이는 그것을 따라잡을 듯하면
이만큼 멀어져 있고, 또 다가가면 사라지는 신기루.
그는 이곳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주어진 답처럼 찾고 싶어 했지만
그것은 매 순간 반복해서 다가오는 질문 같았다.
꼭 국적이나 인종 같은 문제가 아니더라도
우리에게도 '소속감'에 대한 고민은 늘 다가온다.
학교, 회사, 모임 등 모든 인간관계라는 것은
결국 '사람과 사람의 연결'을 기본으로 하기에
서로가 서로에게 유기적으로 관련되어 있음을
끝없이 확인하고, 또 그것을 위해
애쓸 수밖에 없고 말이다.
나는 어디에 속해 있고, 누구인지?
그 속의 나는 진짜 내가 바라는 모습인지? 등
정체성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소속감을 획득하는 과정에 대한 어려움으로 이어지고,
또 근본적으로 이런 정체성을 증명하고자 하는
인간적인 갈망을 드러내며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나의 정체성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고향은 장소인가, 관계인가, 사랑인가,
아니면 내가 선택한 태도인가?라고 말이다.
우리는 인간이 직면한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직시하며
그 불완전함에 대해 인식하게 된다.
마주해야 할 민낯 같은 현실,
그리고 반복되는 시도와 실패 속에서
비로소 자연스럽게 자리 잡을
정체성이라는 것에 대해서도 말이다.
준서를 통해 선 바깥의 이방인으로 받는 시선과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다는 외로움을 느껴본다.
내가 '속해있다'는 자연스러움에서 미처 배려하지 못한
선 밖의 사람들, 그리고 그들이 느낄 감정들을
나의 이야기로 품어보며, 내가 그들에게 연결될 수 있는
어떤 매개가 되어줄 수 있을지도 고민해볼 수 있었다.
고향, 정체성이라는 원초적인 고민과 방황에 대해
그것이 '당연하지 않다'는 전제에서 시작한 소설은
조금 더 폭 넓은 시선을 가질 수 있게 해주는
의미있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