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먼 인 캐빈 10
루스 웨어 지음, 유혜인 옮김 / 필름(Feelm)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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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필름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아무도 나의 말을 믿어주지 않는 상황.

유일한 목격자는 나 하나,

가지고 있던 증거는 누군가 가져갔는지 사라져 버렸고

통신도 두절되고, 바다 위를 표류하고 있는

폐쇄적인 크루즈 안에 있는 상황에서

표현할 수 없는 두려움에 떨고 있다면

과연 누구를 믿어야 하고,

보이는 사실로 내가 보고 느낀 것들을 그저

'망상'이라 치부하며 잊을 수 있을까?


한정된 공간 안에서 펼쳐지는 사건,

가뜩이나 혼란스럽고 약과 술에 의존했던 주인공은

마치 며칠 전 자신이 겪었던 것만 같은

'두려움'을 느꼈을 익명의 피해자에게

도움의 손길을 뻗고자 한다.

그 진실이 자신의 목숨을 위협한다고 하더라도.


흥미진진한 설정에, 폐쇄된 공간에서

한정된 등장인물들 하나하나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완벽한 밀실 미스터리를 담아낸 소설

'현대판 애거서 크리스티'라는 찬사를 듣고 있는

루스 웨어의 두 번째 소설 〈우먼 인 캐빈 10〉이다.


전 세계 36개국 출간, 뉴욕타임스 19주 연속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뉴욕포스트와 오프라닷컴에서

"여름에 반드시 읽어야 할 소설"로 선정된

글로벌 스테디셀러라 할 수 있는 이 작품은

키이라 나이틀리 주연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로 개봉되어

한국에 있는 많은 이들에게도 영화와 함께

관심을 받고 있다.


여행 기자인 로는 출산휴가를 가게 된 상사를 대신해

호화 크루즈인 오로라 호에 탑승하게 된다.

지난 10년간 밑바닥 기자로

버틴 끝에 찾아온 기회였는데,

오로라 호에 탑승하기 며칠 전,

집에 들어온 강도와 마주하며

가뜩이나 가지고 있던 그녀의 불안 증세는 커지게 된다.

마음과는 다르게 어긋난 표현은

남자친구와의 관계도 흔들어 버리게 되고,

이렇다 할 화해도 하지 못한 채 출장길에 오른 로는

딱 10개의 선실만을 운영하는 초호화 오로라호에 올라

여행을 하며, 기사를 작성할 예정이다.


생각했던 크루즈보다는 작은 크기였지만

호화로움 그 자체였던 오로라호.

그리고 그 오로라호를 소유한 노던 라이츠사의 회장인

리처드 불머를 인터뷰하여

이번 기회에 제대로 자리 잡고 싶었던 로.


며칠간 그녀를 괴롭게 했던 불안 증세도,

바다를 보고 있으니 잊게 되는 것만 같은데

출발한 첫날밤 갑작스럽게 잠을 깬 그녀의 머릿속에는

'비명소리'가 느껴지고, 그 뒤로 무언가 사람이

바다에 빠지는 듯한 소리를 듣게 된다.

선실의 베란다로 나간 그녀가 보게 된 것은

핏자국과 물속으로 사라지고 있는 사람의 형태.

바로 옆은 자신이 낮에 화장품을 빌렸던

여성이 머물렀던 객실로, 마주했던 그녀의 얼굴과

며칠 전 강도를 마주하고 두려웠던 자신의 감정을

번갈아 떠올리며 그녀는 도움을 청하게 된다.


폐쇄된 크루즈 안에 살인자가 있다는 사실과

범인이 자신을 봤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은

그녀의 심리를 더욱 불안하게 만드는데,

그녀를 찾아온 관계자는 믿을 수 없는 말을 꺼낸다.

그녀의 옆 객실은 처음부터 비어 있었고,

승객 명단에 이상은 없다고 말이다.


분명 자신이 본 기억을 따라, 직원들을 확인하고

또 크루즈에 탄 손님들을 살펴보며

누가 과연 범인인지, 대체 왜 살인을 저질렀는지

기자로서 또 한 명의 여성으로서

그녀는 진실에 다가가려고 한다.

그리고 사건에 마주할수록 무언가 숨기는 것 같은

이들에 대한 의심과 믿었던 존재에 대하여

엇갈리는 알리바이를 확인하며

'아무도 믿을 수 없다'는 생각에 이르게 되는데,

경찰에 신고를 할 수 있는 장소에 도착하기까지

'무사히 버텨야 한다'라고 생각하는 로.

그리고 그녀를 점점 조여오는 알 수 없는 정체.

과연 그녀가 본 것은 진실이었을까?

그 객실에는 정말 아무도 없었을까?



한정된 인원이 탑승하는 초호화 크루즈에는

주인공인 로라와 마찬가지로 취재를 위해 탑승한 기자들과

오로라호를 소유한 리처드가 초대한 투자자들,

그리고 객실을 담당하는 승무원들이 있다.

북극해를 향해 달려가는 배에서 느껴지는 한기는

사건의 깊이만큼이나 로를 차갑게 찔러온다.

의심스러운 포인트들이 하나둘씩 드러나면서

기자로서 가지는 본능적인 움직임으로

로는 사건과 크루즈에 있는 인물들에 대한 분석을 해나간다.

강도의 침입이라는 후유증도 채 이겨내기 전에

하나의 돌파구이자 기회로 잡은 오로라호로의 탑승은

처음에는 복잡한 문제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탁 트인 탈출구 같았지만,

이내 벌어진 사건은 벗어날 수 없는 이 공간이

더욱더 폐쇄적으로 조여오며 이전과는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나 아닌 타인에 대한 끊임없는 의심을 가질 수밖에 없고,

내가 보고 들었던 것에 대해 잊을 수 없는 로가

과연 진실에 가닿을 수 있을지

로의 시선에서 함께 사건을 풀어가며 예측하는 것은

손에 절로 땀을 쥐게 했다.


오로라호에 탑승하고

어떤 기사도 전송하지 않고 사라진 로의 행방과

발견된 두 구의 시신까지,

그녀의 생존과 진실까지 쫓아가는 과정은

으스스하면서도 멈출 수 없는 그런 시간이었다.


어떤 사건을 완벽하게 지우거나 숨길 수 있을까?

완전한 범죄는 가능할까?

이 사건의 진실을 예측하면서 몇 번이나 실패한 나의 추리는

마지막의 대 반전까지 완벽히 작가에게 지고 말았다.


밀실 그리고 살인 사건,

이를 은폐하는 듯한 현실까지

모든 것이 너무나 고전적이었지만

결코 예측할 수 없었던 결말의 반전이 완벽해

순식간에 빠져들 수밖에 없었던

〈우먼 인 캐빈 10〉 이었다.


사건을 바라보는 인물의 심리묘사까지 생생하게 더해져,

더욱더 몰입이 컸던 것 같다.

평소에도 좋아하는 배우인 키이라 나이틀리가 그려낸

로라는 어떤 모습일지,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도 함께 비교하며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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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빌어먹을 지구를 살려보기로 했다 - 지구의 마지막 세대가 아니라 최초의 지속 가능한 세대가 되기 위해
해나 리치 지음, 연아람 옮김 / 부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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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부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80년대에 태어나 어느덧 완연한 성인이자

중년이라고 할 수 있는 내가

어렸을 때 한창 재미있고 인상 깊게 보았던 만화 중에는

환경을 다룬 작품이 여럿 있었다.

그중에서도 국내에서 만들어진

《지구는 초록별》을 보면서는 파괴되는 지구에서 살아갈

먼 미래가 두렵기도 하고 슬프기도 해서

'정말 환경을 더욱 생각해야겠어!'라는

생각을 하게 했었다.


하지만 방영을 하던 90년대에서 30년이나 지난

2020년대에도 여전히 우리는 크게 달라지지 않은,

어쩌면 더욱더 만화 속에서 봤었던

파괴된 지구에 다다르는 것 같아서

이 '지구'를 생각하는 마음보다는 근본적인 '행동'이

더욱 시급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점점 들곤 한다.


대단한 환경주의자는 아니지만,

어쨌든 지구에서 살아가는 인류로서

가슴 한편에 부채감을 지니고 있기에

환경이나 기후 관련된 책들을 보기도 하고

흔하게 얘기하는 '환경을 위한 행동'을 실천하며

작은 움직임이라도 더해보려고 했다.


하지만 이런 행동들 사이에서도 누군가는

"한두 사람이 그런다고 달라지는 건 없어"라던가

"곧 망할 것처럼 말하지만

그것도 다 환경주의자들이 말하는

위기감을 형성시키는 괴담에 불과하다"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이들도 있었다.


뉴스나 공개되어 보도되는 자료를 통해서만

우리가 처한 현실에 대해서 접할 수 있는데,

기후 위기라 할 수 있는 지금의 상황은

정확하게 어디쯤 위치하고 있는 것인지

정말 우리는 지구의 마지막 세대인지,

나아질 기회는 없는지 제대로 알고 싶어졌다.


'지속가능성'이 화두가 되고 있는 요즘,

우리가 지구의 마지막 세대가 아니라

최초의 지속 가능한 세대가 될 수 있다고 말하는

데이터 전문가인 해나 리치가 쓴

〈나는 이 빌어먹을 지구를 살려보기로 했다〉를 만났다.


해가 갈수록 들끓는 여름을 맞이하며,

멀리 떨어진 일부 나라에서만 나타나는

기후 변화의 심각성이 피부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에코백과 텀블러를 사용하고,

분리수거를 열심히 하고, 고기를 덜먹는 등

할 수 있는 행동들을 취하고 있지만

이 정도로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너무나 멀리 왔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그럼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기도 했다.


이 책은 기후 위기에 대한 막연한 비관이나 낙관이 아닌

실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기후 위기의 진실을 알리고

보다 구체적이면서도 현실적인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매뉴얼을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끝날 때까진 끝난 게 아니다."라는 말은

운동경기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에 대한 이야기일 수 있다.

누군가는 포기를 했을 수도 있지만

우리와 지구는 지난 수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달라진 변화를 보이기도 했고, 가능성을 증명하며

우리가 처한 '지금'이 위기가 아니라

미래를 바꿀 수 있는 기회로서 바라볼 수 있도록 했다.


사람들이 뉴스나 보도를 통해서 접하는

기후 변화에 대한 내용은 비관적인 내용이 많다.

자극적이고 심각한 얘기를 해야만 집중이 되기에

무엇이 얼마나 파괴되었고,

우리가 어떤 위기에 처해있는지

그를 통해 사람들을 자극하고 행동하고자 함이다.

하지만 모든 것들이 채찍만으로 행동을 이끌지 않는다.


저자인 해나 리치는 기후 변화를 맞이한

'우리'라 불리는 인류에게 우리가 처한 현실을

데이터적으로 냉정하게 보여주며,

우리가 할 수 있다고 '당근'과 같은 이야기를 건넨다.


그가 말하는 상황은 결코 지금이 '괜찮다'는 것이 아니라,

아직 바꿀 수 있는 여지가 있고,

문제가 있는 것은 맞지만 끝난 것은 아니라며

우리가 함께 할 수 있는

행동들에 대해서 제시하는 것이다.


지금 지구에게 필요한 것은 낙관적 절박함이라면서

지금 우리들에게 뿌리박혀 있는

기후 위기에 대한 인식을 정반대로 취하고자 한다.


그를 뒷받침할 수 있는 많은 증거들을 이야기하고,

과거로부터 지금까지 오랜 시간 동안

그 어떤 세대도 '지속가능성'을 달성한 적이 없으며

우리가 그 첫 번째 세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이다.


책은 크게 7가지 주제로 나누어서

지구가 처한 환경의 실체와

우리가 할 수 있는 실천에 대해서 전한다.

대기오염, 기후 변화, 삼림 파괴, 식량문제,

생물다양성 훼손,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

어류 남획 등으로 많은 비관론자들이 말하는

문제들의 현실을제대로 데이터로 분석하며 반박하고

그 속에서 확인할 수 있는 가능성을 살펴볼 수 있다.


특히나 오염이나 삼림 파괴,

플라스틱 쓰레기 등과 관련해서는

나 역시 기존에 가지고 있던 생각들이

지극히 고정적이고 편향적이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고,

지금의 선진국이나 개발도상국 사이의 문제나

혹은 지난 세대 때와의 데이터를 비교해가며

보다 직설적으로 문제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더 이상 버리지 않고 쓰지도 않고 치우기만 하면서

지구가 처한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여전히 우리는 지구를 기반으로 살아가고 있고,

무언가를 만들거나 소비하지 않고서는

생활을 유지할 수가 없는 최상위 포식자로서

우리가 해야 할 역할을 알아가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하지만 우리가 그동안 이런 기후 위기나 환경에 대해

서로 다른 입장을 강하게 취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서로의 의견 차이가 '부족한 정보'

'비뚤어진 정보' 때문은 아니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해나 리치가 제시하는 데이터와 정리를 통해

책의 마지막 부분에 다다를수록 점점

'이건 해볼 만한, 아니 이길 수 있는 게임이다'라는

마음으로 바뀌게 되었다.


여전한 위기의 상황인 것 맞지만

이미 끝났다고 생각하고 포기하는 것보다,

일말의 가능성을 통해 변화를 향한 의지를 키우는 것,

지구를 살리기 위한 작은 불씨를

꼭꼭 감싸는 마음이 바로 이 책에 담긴 게 아닐까?

수많은 실패 속 성공할 단 하나의 경우를 가지고

함께 한마음으로 키워간다면,

이 지구가 처한 위기 역시

헤쳐나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이런 지구를 위한 선택을 우리 인류가 해낼 수 있기를,

그래서 지속가능한 첫 번째 세대가 되어

지구를 채울 후손들에게도 방향등이 될 수 있다면

그보다 의미 있는 것은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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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늘 어딘가가 아프다 - 컨디션 난조에서 벗어나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는 법
야마자키 아쓰코.도리이 린코 지음, 원선미 옮김 / 마인드빌딩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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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마인드빌딩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언젠가부터인지 신체에 나타나는 변화들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시작했다.

열이 나거나 까지고 다치는 등

외형적으로 드러나는 '상처'나 '증상'은

누구나 느끼는 보편적인 변화겠지만

이런 보편적인 변화에 대한 반응이라기보다는

여자로 태어나 2차 성징을 겪으면서

'월경, 생리'라 부르는 대자연의 현상 앞에

그것과 관련된 '호르몬'의 영향은

생리 기간이라 불리는 일주일 남짓을 넘어

PMS라 불리는 생리전 증후군,

생리 후에 나타나는 배란기 등에 나타나는

여러 가지 신체 변화를 비롯해 두통이나 피로함,

짜증이 난다거나 불면증, 현기증,

손발 저림을 비롯해 피부 가려움까지

다양한 부정수소들을 느끼며

"여자들은 왜 이렇게 맨날 아픈 거지?"

라는 자조 섞인 웃음을 짓게 했다.


컨디션이 좋은 날보다 그렇지 않은 날이 많다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 구성원으로서 해야 하는

다양한 역할들을 수행해야 한다는 점에서

이러한 신체적인 피로함은 사소하게는 컨디션 저하로

그러려니 하며 넘기기도 하지만

어떤 날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만한

큰 어려움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무어라 정의 내릴 수 없는 이런 '여성들의 아픔'에 대해

자율신경실조증과 갱년기라는 키워드에 맞춰 분석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생활습관과 솔루션을

제공하는 책을 만났다.

전체에서 1%도 되지 않는다는 여성 침구사로

28년간 활동하며 7만 명의 환자를 봐 온 저자가 쓴

〈여자는 늘 어딘가가 아프다〉이다.


운동선수 출신으로 부상으로 인해 운동을 그만두고

교사를 하다가 스포츠 트레이너 일을 하게 된 작가는

자율신경실조증으로 고민하는

여성이 많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여성에게는 여성의 몸에 대해 잘 아는

여성 침구사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침구원을 열고

그 뒤로 28년간 많은 환자들을 돌보게 되었는데,

여성과 남성은 낫는 방법 하나도 다르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여성으로서 산다는 게 쉽지 않다는

사회적 현실까지 더해지며 제대로 이해받지 못하는

여성들을 위한 책을 내고 싶다는 방향에 이른다.


자율신경실조증으로 고민하는 여성들,

그리고 그중에서도 갱년기를 맞이한 여성들에게

나타나는 여러 현상들과 함께

이를 개선할 수 있는 다양한 생활습관과

마음가짐에 대해서 전할 뿐 아니라,

실제 만나봤던 환자들의 사례를 통해

독자들의 이해와 공감을 이끌고 있다.


신체에 대한 변화를 캐치하기 시작한 것도

어느 정도 나이가 차면서부터이다.

이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컨디션 저하도

나이가 들면서 더욱 그 체감이 커지게 되었고,

특히나 호르몬의 영향을 많이 받는 여성들은

40년 가까이하는 생리가 끝날 무렵에는

더욱 그 변화가 도드라진다고 하니,

앞으로 다가올 시간을 위해서도

이러한 여성들의 몸을 이해하고 어떤 생활습관을

가져가야 할지 배워가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이렇다 하게 진단받은 병명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부정수소를 겪는 사람들,

이런 자율신경실조증으로 인한 몸의 컨디션 난조의

원인이 무엇인지 깨달음을 얻고,

그로 인해 몸과 마음의 상태가 좋아짐으로써

자기 자신을 찾고, 자신의 길을 걸어갈 수 있도록 하는

작가의 마음은 한 명의 '여성'으로서

깊이 공감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책이 인상 깊었던 이유는 신체적으로 느끼는 증상을

'심리적'인 부분에서 원인을 찾고자 했기 때문이다.

흔히 몸에 나타나는 증상을 '외적인' 부분에서

찾기 마련인데, 근본적인 심리적 관점에서 접근하여

몸과 마음을 모두 개선하고자 함은

신선하기도 하고, 미처 들여다보지 못했던

나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느낌이라서

무엇보다도 위로가 되는 기분이었다.


'여자는 늘 아프지 뭐' 하며 그러려니 하며

참고 넘기던 많은 것들이 쌓이고 쌓여

나에게 이런 신체적인 변화를 느낄 수 있게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조금 더 '나'를 생각해야겠다는

다짐까지 하게 됐다.


너무 섬세하거나 타인을 배려하는 사람들에게서

도드라지게 나타나는 여러 증상들.

혹은 미처 알지 못한 채 행하던 나의 습관들이

내 몸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알게 되면서

보다 나를 살필 수 있는 루틴으로 변화시키고,

그를 통해 변화하는 스스로를 체감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를 들여다본 것처럼 어쩜 이렇게 잘 알고 있지?'

라는 생각이 들 만큼 많은 여성들이 공감할 만한

포인트들이 많았던 책.

왜 이렇게 여자들은 늘 아프지? 하며 그마저도 익숙한

현상으로 인식을 했다면, 이 책을 통해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마음을 들여다보고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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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바른 지도의 뒷면에서
아이자키 유 지음, 김진환 옮김 / 하빌리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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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하빌리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우리들은 각자가 가진 인생의 무게를 지고 살아간다.

서로의 상황과 고통이 다르고,

오롯이 누군가의 입장에서 100% 공감할 수 없기에

나의 상황과 고통이 무엇보다도 와닿게 되는데,

벼랑 끝에 내몰렸다 싶을만한 상황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생을 포기하지 않고 살아간다면

그 자체로도 의미 있어지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게 해주는 소설을 만났다.


현재의 안락한 나의 상황을

나의 입장에서 불안하다 느끼는 근래의 생각에

조용한 파장과 함께 안락한 오늘에 대한 감사함과

'무엇이든 원하는 걸 할 수 있음'에 대한 자유마저

만끽할 수 있도록 해준 작품,

〈올바른 지도의 뒷면에서〉이다.


어렸을 때 집을 나간 어머니를 뒤로하고

배송일을 하는 아버지와 단둘이 살아가던 코이치로.

그들의 일상이 흔들리기 시작한 것은,

배송 일을 하던 아버지가 자전거를 탄 행인을 친 이후

사고의 트라우마로 일을 그만두게 되면서부터이다.

술과 도박에 빠져, 코이치로를 돌보기는커녕

그가 야간 고등학교를 다니며 아르바이트를 통해

벌어놓은 돈에 의지하면서도 정신을 차리지 못한

못나고 부족한 아버지는 코이치로가 그동안

힘들게 모아두었던 전 재산마저 빼앗아 쓰며

술과 도박으로 날려버린다.

취해있던 아버지를 인계한 경찰의 전화를 받고

아버지를 모시러 온 코이치로에게

돈을 몰래 가져다 써서 미안하다는 말은커녕,

그가 손조차 대치 못했던 여자친구를

강간했다는 사실까지 털어놓고 마는데..


아버지에게서 벗어날 날만을 꿈꾸며

지금의 어려움을 인내하고 있던 코이치로는

아버지의 말 한마디에 끝끝내 잡고 있었던

이성의 끈이 끊어지고,

추운 겨울, 눈밭 한가운데서 아버지를 두들겨 팬 뒤

그대로 눈 속에 파묻고는 짐을 챙겨서 가출을 하게 된다.


자기 손으로 아버지를 죽인 살인자가 됐다는 생각,

인생의 모든 것이 무너졌다는 생각에

다른 이들의 눈에 머물지 않는 지도의 뒷면 같은

도시의 뒷골목에서 노숙생활을 하며

공소시효가 끝나기를 기다리며 방황하기 시작한 그.

엉망진창인 집이라고는 하지만,

하루를 무사히 보낼 수 있었던 공간이자

자신이 자신으로 존재할 수 있었던 사회에서 벗어나

맨몸으로 어두운 뒷골목으로 떨어진 코이치로에게

세상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가지고 있는 물건을 팔려고 해도 신분증이 필요했고,

미성년자 신분에 거리에서 잠을 자다가

시비가 붙어 싸움을 벌이지만, 가지고 있는 몇 안 되는

살림살이와 돈을 뺏기고 만다.

아무것도 가진 것도 먹을 것도 없이

싸구려 천 가방과 몸뚱이만을 공원에 뉜 채

하루를 어떻게든 살아가려는 코이치로의 앞에

공원에서 생활하는 노숙인들이 다가온다.


〈올바른 지도의 뒷면에서〉로 제36회

소설 스바루 신인상을 수상하며 데뷔한

작가 아이자키 유는 이번 소설을 통해

세상의 끝에 내몰렸다고 생각한 소년의 이야기를 통해,

포기하지 않고 인생을 살아낸 그의 용기와

이윽고 마주한 진실이라는 반전을 담아내며,

성장이라는 시간이 고통만이 있는 것이 아님을 전한다.


나름의 유대감으로 뭉쳐진 노숙인들,

그들은 코이치로에게 따뜻한 온기와 거리에서의 삶에

필요한 중요한 것들을 아낌없이 나눠준다.

인생을 포기하고 망가진 것만 같아서

비뚤어진 시선으로 바라본 그들의 모습은

가까이서 들여다보니, 일상 속의 우리들처럼

평범한 시간이 있었고 나름의 사정이 있었다.

그들 사이에서 생활을 하고 문제를 마주하고

또 서로 도우며 해결해 나가면서

코이치로는 타인과의 관계나

사회의 면면들에 대해서도 배우게 된다.


거리의 생활이 익숙해지고, 인력시장까지 나아가

점차 자신의 범위를 넓히는 그에게는

가족이지만 가족 같지 않았던 아버지와 달리,

서로를 위하고 나눌 줄 아는 소중한 사람들이 생긴다.


거리에서의 생활을 청산하고,

인력시장에서의 생활에서 알게 된 아이바 아재와

다코야키 장사를 시작하면서

불안했던 자신의 삶에도 '정착'이라는 안정이

찾아오는 것 같았던 코이치로는

한 번씩 과거의 '그 사건'을 떠올릴 때면

마음이 무거워지곤 한다.


혹시라도 아버지가 죽지 않고 살아있다면,

"그날은 죽이려고 해서 미안해."라고 사과를 하라는

아재의 말을 마음에 새긴 그는,

떠나온 지 제법 많은 시간이 지난 고향으로 되돌아가

아버지의 행적을 찾고, 자신의 과거를 마주하게 된다.


죽은 줄 알았던 아버지의 흔적을 찾을 수 없다는 점은

아버지가 여전히 살아있다는 반증을 가지게 했고,

도망치듯 떠나왔던 고향에서 아버지의 흔적을 따라

마주한 진실은 지난 시간에 대한 허무함이나 허망함,

'대체 왜?'라는 원망과 후회까지 코이치로에게 건넨다.

그가 마주한 진실은 무엇이었을까?

그가 거리에서 보낸 시간과 만났던 사람들을 통해 얻은

그것들은 그의 인생에서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모든 것을 잃고 문제에서 도망치듯 떠나갔던 소년이

청년으로 성장하여 돌아온 고향에서

그가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그에게 어떤 감정으로 다가왔는지

코이치로의 시간을

함께 겪어내며 가득히 느낄 수 있었다.


성장이라 하면 꼭 무언가를 이루거나 상승만을

얘기한다고 생각지 않는다.

어떤 의미로의 변화는 모두 '성장'이라고 볼 수 있는데,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칠흑 같은 어둠을 품은 소년이

이겨낸 짙은 생명력은 그 자체로도 의미 있는

인생임을 알게 해주었고,

자신의 정체를 숨기는 그에게 따스하게 자신을 내어 준

거리의 어른들의 마음이 있다는 게

그나마 거친 세상에서 코이치로의 힘듦을 이겨내게 해준

원동력이 아닐까 싶었다.


이해하지 못할 것 같았던 아버지의 모습도

자신이 아버지와 같은 거친 방황을 겪고 나니

코이치로의 눈에 비로소 들어오기 시작한다.

조금은 고생한 시간이 허망할지는 모르겠지만

단단하게 스스로 쌓어올린 인생이라는 시간이

아버지의 닳아버린 지도만큼이나

코이치로에게도 탄탄한 힘이 되어주리라 생각한다.


이 부자가 진즉에 마음 깊이 대화를 나눴더라면,

아이는 조금 아이답게, 어른은 조금 어른답게

서로의 역할이 충실했다면

이렇게까지 꼬이지는 않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도 들었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난 아들을 생각하는

아버지의 마음은 어땠을지,

아버지의 입장에서 풀어나가는 지난 시간의 이야기도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에 의지할 곳 하나 없이 세상에 던져진 것만 같던

어린 소년이 마주한 현실 속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생을 살아갈 수 있게 하는

따뜻한 손길들이 있었다.

나에게 주어진 안락한 오늘을 감사하며,

스스로 벼랑 끝이라 생각하며 어려움을 느꼈다면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오늘에 최선을 다하며

인생의 의미를 찾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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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가 편한 사람을 위한 관계 연습
함규정 지음 / 유노북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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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유노북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거주하는 지역의 바운더리 안에서

좁은 사회생활을 했던 학생 시절과 달리

세상의 폭이 넓어지면서 더 많은 사람을 만나게 됐고

그로 인해 느끼는 피로도는 '처음 하게 된'

일의 어려움보다도 더욱 크게 다가왔다.


모든 일이 '사람과 사람 사이 관계'에서 비롯되는지라

이 관계의 어려움은 그 어떤 어려움보다도

자신을 좀먹는 기분이 드는데,

그러다 보면 관계에서 점점 뒷전에 물러나게 되고

조용히 혼자로 지내는 시간이 늘어가는 건

어쩌면 자연스러운 흐름인지도 모르겠다.


어떤 사람은 유난히 많은 사람들과

좋은 유대감을 형성하면서도

전혀 문제나 어려움이 없어 보이는데,

좁은 인간관계 사이에서도

어쩌면 부모 자식 간이나 형제 등

가족 간의 관계에서도 어려움을 느끼고 있는

혼자가 편한 사람을 위해

관계의 회복을 위한 도움을 주는 책을 만났다.

코칭 전문가이자 감성 지능 연구자인

함규정 작가가 쓴

〈혼자가 편한 사람을 위한 관계 연습〉이다.


인간관계에 대한 어려움을 느낀다기보다는

혼자가 더 편하다고 느끼는 나에게도

굉장히 여러 가지로 공감을 하고

도움이 되었던 책인데,

감정 코칭 전문가가 전하는

인간관계 노하우를 통해

관계에 어려움을 겪었던 이들이

나처럼 많은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저자는 코칭 전문가이자 감성 지능 연구자로

국내외 기업과 정부기관에서 리더십을 코칭 하며

일터와 일상에서의 관계 문제까지 폭넓게 다루고 있다.

다양한 코칭과 상담을 바탕으로

혼자를 편안하게 느끼는 현대인의 심리에 주목해

각자를 존중하면서 관계를 지혜롭게 이어가는 법,

나를 관계의 중심에 두면서

성숙하게 관계 맺는 법을 담았는데,

이전의 인간관계를 다룬 책들은 타인과의 접점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에 만나 본 책은

'나의 감정'을 들여다보고 주목함으로써

나의 감정을 제대로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타인을 이해하며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를

배울 수 있어서 여느 책과는 차이가 있었다.


감정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 채

관계에서 비롯된 문제의 원인을 '내 탓'으로만

돌렸던 많은 이들에게

제대로 해소하지 못하고 쌓인 감정들이

다른 관계의 문제로 변질될 수 있음을 알려주고,

관계 안에서 반복되는

감정의 패턴을 중점적으로 살핌으로써

지쳐버린 무기력한 감정을 해소하고, 관계 안에서

어떻게 표현하고 회복할 수 있을지를 나눈다.


1장에서는 억지로 잘하려거나 애쓰지 않고

작은 연습으로 관계의 근육을 키우는 방법으로

인간관계의 거리를 조율하는 법을 배운다.

2장에서는 "가족관계는 무조건 좋아야 한다"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가족 간의 관계에서도

거리 두기를 함으로써 보다 지치지 않고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전한다.

3장은 연인이나 부부 등 사랑하는 사이에서

감정을 독립성을 지키는 법을 전하는데,

침묵과 싸움 대신 슬기롭게 대화하기나

아프지 않게 사과하는 방법 등

구체적인 대화 방법이 나와있어서

참고해서 활용하기에 좋을 것 같다.

4장은 직장에서의 관계에 지친 이들에게

특히나 와닿을 만한 내용으로

일은 일로써 두고, 마음을 가볍게 할 수 있는

직장동료들과의 관계에서

감정을 표현하는 기술을 배울 수 있고,

마지막 5장은 타인과의 관계가 아니라

나에게 초점을 맞춰 감정을 회복하는

자기 돌봄 방법을 배우게 된다.


사람의 성격이나 화법에 따라

의도와는 다르게 타인에게 상처를 주거나

혹은 타인이 하는 말에 상처를 받기도 한다.

내가 평소에 표현하던 감정의 순간들을

되돌아보며, 어떻게 바꾸는 것이 좋을지 생각했고

특히나 가족 간의 관계에서는 늘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참거나 넘기기만 했던 포인트들에서는

스스로 어느 정도 거리 두기를 통해서

나의 마음에 대한 경계를 지키는 부분도

필요함을 느낄 수 있었다.


여러 내담자들의 사례를 통해

각 관계에서 느끼는 감정을 함께 캐치할 수 있었고,

지금은 혼자가 편한 사람들도 다시 사람들과

어울리고 함께 하고 싶을 때 이 책을 통해서 배운

인간관계 노하우를 통해

가깝고 먼 관계부터 나와의 관계까지

편하게 가질 수 있기를 바란다.


감정을 알아차리고,

솔직하게 말하는 연습을 하며,

천천히 회복하는 연습까지 하는 등

관계에도 연습이 필요하다.


그동안 외면하고 회피만 했던 인간관계에

관계 연습을 통해 회복이 될 수 있음을 배울 수 있었던

〈혼자가 편한 사람을 위한 관계 연습〉 이었다.


마음에 남은 구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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