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먼 인 캐빈 10
루스 웨어 지음, 유혜인 옮김 / 필름(Feelm)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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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필름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아무도 나의 말을 믿어주지 않는 상황.

유일한 목격자는 나 하나,

가지고 있던 증거는 누군가 가져갔는지 사라져 버렸고

통신도 두절되고, 바다 위를 표류하고 있는

폐쇄적인 크루즈 안에 있는 상황에서

표현할 수 없는 두려움에 떨고 있다면

과연 누구를 믿어야 하고,

보이는 사실로 내가 보고 느낀 것들을 그저

'망상'이라 치부하며 잊을 수 있을까?


한정된 공간 안에서 펼쳐지는 사건,

가뜩이나 혼란스럽고 약과 술에 의존했던 주인공은

마치 며칠 전 자신이 겪었던 것만 같은

'두려움'을 느꼈을 익명의 피해자에게

도움의 손길을 뻗고자 한다.

그 진실이 자신의 목숨을 위협한다고 하더라도.


흥미진진한 설정에, 폐쇄된 공간에서

한정된 등장인물들 하나하나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완벽한 밀실 미스터리를 담아낸 소설

'현대판 애거서 크리스티'라는 찬사를 듣고 있는

루스 웨어의 두 번째 소설 〈우먼 인 캐빈 10〉이다.


전 세계 36개국 출간, 뉴욕타임스 19주 연속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뉴욕포스트와 오프라닷컴에서

"여름에 반드시 읽어야 할 소설"로 선정된

글로벌 스테디셀러라 할 수 있는 이 작품은

키이라 나이틀리 주연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로 개봉되어

한국에 있는 많은 이들에게도 영화와 함께

관심을 받고 있다.


여행 기자인 로는 출산휴가를 가게 된 상사를 대신해

호화 크루즈인 오로라 호에 탑승하게 된다.

지난 10년간 밑바닥 기자로

버틴 끝에 찾아온 기회였는데,

오로라 호에 탑승하기 며칠 전,

집에 들어온 강도와 마주하며

가뜩이나 가지고 있던 그녀의 불안 증세는 커지게 된다.

마음과는 다르게 어긋난 표현은

남자친구와의 관계도 흔들어 버리게 되고,

이렇다 할 화해도 하지 못한 채 출장길에 오른 로는

딱 10개의 선실만을 운영하는 초호화 오로라호에 올라

여행을 하며, 기사를 작성할 예정이다.


생각했던 크루즈보다는 작은 크기였지만

호화로움 그 자체였던 오로라호.

그리고 그 오로라호를 소유한 노던 라이츠사의 회장인

리처드 불머를 인터뷰하여

이번 기회에 제대로 자리 잡고 싶었던 로.


며칠간 그녀를 괴롭게 했던 불안 증세도,

바다를 보고 있으니 잊게 되는 것만 같은데

출발한 첫날밤 갑작스럽게 잠을 깬 그녀의 머릿속에는

'비명소리'가 느껴지고, 그 뒤로 무언가 사람이

바다에 빠지는 듯한 소리를 듣게 된다.

선실의 베란다로 나간 그녀가 보게 된 것은

핏자국과 물속으로 사라지고 있는 사람의 형태.

바로 옆은 자신이 낮에 화장품을 빌렸던

여성이 머물렀던 객실로, 마주했던 그녀의 얼굴과

며칠 전 강도를 마주하고 두려웠던 자신의 감정을

번갈아 떠올리며 그녀는 도움을 청하게 된다.


폐쇄된 크루즈 안에 살인자가 있다는 사실과

범인이 자신을 봤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은

그녀의 심리를 더욱 불안하게 만드는데,

그녀를 찾아온 관계자는 믿을 수 없는 말을 꺼낸다.

그녀의 옆 객실은 처음부터 비어 있었고,

승객 명단에 이상은 없다고 말이다.


분명 자신이 본 기억을 따라, 직원들을 확인하고

또 크루즈에 탄 손님들을 살펴보며

누가 과연 범인인지, 대체 왜 살인을 저질렀는지

기자로서 또 한 명의 여성으로서

그녀는 진실에 다가가려고 한다.

그리고 사건에 마주할수록 무언가 숨기는 것 같은

이들에 대한 의심과 믿었던 존재에 대하여

엇갈리는 알리바이를 확인하며

'아무도 믿을 수 없다'는 생각에 이르게 되는데,

경찰에 신고를 할 수 있는 장소에 도착하기까지

'무사히 버텨야 한다'라고 생각하는 로.

그리고 그녀를 점점 조여오는 알 수 없는 정체.

과연 그녀가 본 것은 진실이었을까?

그 객실에는 정말 아무도 없었을까?



한정된 인원이 탑승하는 초호화 크루즈에는

주인공인 로라와 마찬가지로 취재를 위해 탑승한 기자들과

오로라호를 소유한 리처드가 초대한 투자자들,

그리고 객실을 담당하는 승무원들이 있다.

북극해를 향해 달려가는 배에서 느껴지는 한기는

사건의 깊이만큼이나 로를 차갑게 찔러온다.

의심스러운 포인트들이 하나둘씩 드러나면서

기자로서 가지는 본능적인 움직임으로

로는 사건과 크루즈에 있는 인물들에 대한 분석을 해나간다.

강도의 침입이라는 후유증도 채 이겨내기 전에

하나의 돌파구이자 기회로 잡은 오로라호로의 탑승은

처음에는 복잡한 문제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탁 트인 탈출구 같았지만,

이내 벌어진 사건은 벗어날 수 없는 이 공간이

더욱더 폐쇄적으로 조여오며 이전과는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나 아닌 타인에 대한 끊임없는 의심을 가질 수밖에 없고,

내가 보고 들었던 것에 대해 잊을 수 없는 로가

과연 진실에 가닿을 수 있을지

로의 시선에서 함께 사건을 풀어가며 예측하는 것은

손에 절로 땀을 쥐게 했다.


오로라호에 탑승하고

어떤 기사도 전송하지 않고 사라진 로의 행방과

발견된 두 구의 시신까지,

그녀의 생존과 진실까지 쫓아가는 과정은

으스스하면서도 멈출 수 없는 그런 시간이었다.


어떤 사건을 완벽하게 지우거나 숨길 수 있을까?

완전한 범죄는 가능할까?

이 사건의 진실을 예측하면서 몇 번이나 실패한 나의 추리는

마지막의 대 반전까지 완벽히 작가에게 지고 말았다.


밀실 그리고 살인 사건,

이를 은폐하는 듯한 현실까지

모든 것이 너무나 고전적이었지만

결코 예측할 수 없었던 결말의 반전이 완벽해

순식간에 빠져들 수밖에 없었던

〈우먼 인 캐빈 10〉 이었다.


사건을 바라보는 인물의 심리묘사까지 생생하게 더해져,

더욱더 몰입이 컸던 것 같다.

평소에도 좋아하는 배우인 키이라 나이틀리가 그려낸

로라는 어떤 모습일지,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도 함께 비교하며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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