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고장 났어도 고치면 그만이니까 - 별별 마음돌봄에 탈탈 월급 털린 이야기
손성원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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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위즈덤하우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얼마 전 조카의 방향을 맞이해서

국립중앙박물관 관람을 다녀왔다.

고대, 선사 시대를 거쳐 청동기,

삼국시대-고려-조선에 이르는

역사의 흐름을 그대로 담고 있는 문화유산,

유물들을 바라보고 있으니

그 유물들에 담겨있는 정성을 한가득히 느낄 수 있었다.

오랜 시간이 지나며 깨지고, 상하기는 했지만

그것을 쓰임에 맞게 만들고 사용했을

과거의 이름 모를 얼굴들을 떠올리니

문화나 역사가 가진 힘을 통해 오늘의 우리가

앞으로 나갈 수 있는 게 아닌가 싶었다.


박물관에서 바라본 각 지역에서 발굴된 유물들은

형태가 멀쩡한 것도 있었지만,

정말 어떤 유물들은

'도대체 원래 모양이 이랬다는 걸 어떻게 알지?'

싶을 정도로 조금 과장하자면 산산조각 난 가루 형태를

원래의 모양으로 이어붙인 것들도 있었다.


사람의 마음도 그렇지 않을까?

눈에 보이는 형태라는 것을 가지고 있지 않을 뿐,

이런저런 상황이나 사람에 의해

깨지고 조각나서 부서지기도 하는.

그렇다고 깨진 마음을 그대로 두기엔

깨진 틈으로 상처와 고통이 흘러

도저히 일상생활을 버틸 수 없을 것이다.

그럴 때 우리는 마음을 돌봐주는 무언가를 찾게 된다.

누구와의 상담일 수도 있고,

요가 수련 같은 몸과 정신을 단련하는 방법이나

나 자신의 마음을 이해하기 위한

심리검사가 있을 수도 있다.


이런 마음 돌봄 과정을 거치다 보면

박물관에서 감쪽같이 이어붙여 원래의 형태로

메꾸어진 유물처럼

우리의 마음도 단단하게 고쳐지지 않을까 싶다.


자신보다 타인을 더 생각했던,

그래서 자신에게는 늘 모진 말과 높은 잣대로

몰아붙이기만 하던 작가는

자신의 마음을 제대로 들여다보고

마음 돌봄을 하기로 한다.


한번 빠지면 끝을 보고야 마는 성격은

단순히 상담을 받는 것이나 단련을 하는 것을 넘어

각종 자격증을 따고 학업을 더하는 등의

정성을 기울이게 하는데,


그런 작가의 마음 돌봄의 기록이자,

자신처럼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지만

힘들어하는 이들을 위해 자신의 경험이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정리한 책

〈마음이 고장 났어도 고치면 그만이니까〉을

만나보게 되었다.


겉으로 보이는 이미지와 달리

정치 사회부 기자인 그녀의 직업은

사람들에게 편견 어린 시선으로 보이기 쉬웠다.

잘 하고 싶은 마음에, 이리저리 자신을 몰아붙이다가

어느새 갑자기 찾아온 우울 앞에

그제야 이것이 '번아웃'이고 자신이 지쳐있다는 것을

비로소 인정하게 되었다.


F 코드 진단을 받고 본격적인 심리 상담을 비롯해

요가원, 명상센터, 플랫폼 서비스,

책방에서 하는 이벤트나 원데이클래스 등

국내에서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마음 돌봄 활동을

체험한 작가의 생생한 경험담은

자신의 마음을 돌보기 위해

'사람이 어디까지 최선을 다할 수 있는가?'를 보여준다.


기자로서의 끈기였을까,

자신의 마음돌봄 앞에서도 전투적인 태세로

하나씩 도장 깨기를 하며 디테일한 분석을 더한

작가의 모습은 마치 깨진 도자기 조각을

하나하나 섬세하게 매만지는 장인과도 같은 느낌이었다.


우리는 사회에 속한 한 명의 사람으로서,

타인의 마음이나 타인과의 관계는 신경 쓰면서

가장 가까운 '나'라는 스스로와의 관계나

나의 마음에 대해서는 크게 들여다보지 않거나

배려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내가 무슨! 다 배부른 소리지'

'다들 이렇게 사는 거 아닌가' 하며 무시를 하다가는,

'나'라는 사람 자체를 잃을 수도 있다는 걸

항시 명심해야 하는데도 하는데도 말이다.


작가는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자신의 마음을 돌보고 어루만진다.

그런 다정함은 결국 자신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힘이 되었고, 그런 일으킴을 겪으면서

자신과 같이 마음의 부침을 느끼며 힘들어하는 이들에게

길잡이가 되어 주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치열하게 자기 마음을 챙길 수 있다니,

늘 친절은 타인에게만 향했던 나에게

처음에는 조금 기이하게도 느껴지다가도

작가의 이야기를 읽고 나니, 나를 위해 이 정도의

걱정과 돌봄은 할 수 있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으로 바뀌게 되었다.


탄탄하게 원래의 형태를 되찾은

유물은 자신의 가치를 많은 사람들에게 보인다.

그 오랜 시간을 지나오며 마주한 숱한 문제들은

모두 다 아무것도 아니었음을

스스로의 형태로 존재함으로 증명하고 있다.

그런 유물들의 단단함처럼

나의 마음도 고장 나면 몇 번이고 고치고 이겨내면

그만이라는 생각에 다다른다.

이윽고 다다르게 될 나의 가치를

스스로 만들어야겠노라고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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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조리법, 영양소의 90%를 버리고 있어요! 완전판 - 조리 과학×영양소를 제대로 섭취하는 방법
도쿄지케이카이의과대학 부속병원 영양부 지음, 김경은 옮김 / 비타북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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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비타북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내가 먹는 음식이 나를 만든다'라는 말처럼

삼시 세끼를 포함해 커피, 간식 등은

고스란히 내 몸을 구성하고 영향을 끼친다.

끼니를 먹는 것 자체에 의미를 두었던 과거에는

영양소나 조리법을 신경 쓰기보다는

'배를 채운다'에 의미를 두었는데,

이제는 '어떻게 하면 더 영양가 있게 먹을 수 있을까?'

'어떤 조리법이 재료의 영양소를 놓지 않을까?' 등

"조리 과학"에도 신경을 쓰고 있는 추세이다.


우리가 식사나 간식 등을 통해 섭취하는

음식을 구성하는 식재료는 조리방법이나 손질에 따라

영양소의 흡수가 좋아지기도 파괴되기도 한다.

올바른 방법으로 섭취할 때 오롯이 식재료가 가진

영양분을 제대로 흡수할 수 있는데,

이를 모르고 조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본 도쿄지케이의과대학 부속병원 영양부에서

영양소를 제대로 섭취하는 방법에 대해

크게 채소류, 고기 달걀 유제품류, 어패류, 과일류,

곡류 대두 종자 음료 / 조미료 등으로 나누어 정리했다.

'완전판'이라고 불릴 수 있는 이 책은

식재료의 '손질법', '보관법'부터

'조리법', '비법'까지 전부 알 수 있게 해준다.


90여 가지의 식재료를 다룬 이 책을 통해

익히 알고 있었지만 제대로는 알지는 못했던

식재료의 영양소와 효능, 부위별 명칭,

주목할 만한 정보나 영양소 흡수 요령,

조리법에 따른 영양소 변화 등을 통해

어떻게 조리해서 먹어야

영양소를 제대로 섭취할 수 있을지

그 조리 과학에 다가갈 수 있다.


가장 많이 쉽게 섭취하는

양배추, 양파, 콩나물 등의 채소류부터

닭 소 돼지고기와 달걀, 버터, 우유, 치즈 등 유제품류,

고등어, 바지락, 굴 등을 비롯해

다시마, 미역 등의 해조류,

그 자체를 간식으로도 많이 먹는

딸기, 바나나, 사과 등의 과일류,

주식으로 먹는 쌀, 현미를 비롯해 파스타, 빵류의 곡류

여기에 콩을 이용해 만든 된장과 두부,

호두 참깨 등의 종자류와 커피, 녹차 등의 음료,

조리할 때 가장 기본이 된다고 할 수 있는

소금, 설탕, 간장, 식초 등의 조미료 등

식문화가 가까운 일본에서 쓴 책이어서인지

익숙한 식재료와 방법들은

우리의 식탁에 적용하기에도 전혀 무리가 없었다.


완전판 답게 지난 1,2편을 총합하여

이 한 권만으로도 영양소를

제대로 섭취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도록 한다.

책에 대한 활용방법도 책의 앞부분에 소개되어 있어,

필요한 정보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었다.


흔한 영양소나 조리법 관련된 책과의 차별점은

기존에 가지고 있던 식재료에 대한 정보와 달리

조리법이나 활용법에 대해서도 소개되었다는 점이다.

식재료 자체의 영양소에 대해서 거시적으로

포괄적인 내용만 기존에 접했었는데

부위별 도감 및 설명, 보유하고 있는 영양소와

그것을 보다 효율적으로 섭취할 수 있도록

조리방법까지 안내되어 하나씩 따라 하며

실천으로 이어질 수 있게 하는 점이 의미 있었다.




책에 내온 내용을 예시로 들어보면


✅ 양파의 껍질을 밥을 지을 때 넣는다던가

✅ 버리기 쉬운 브로콜리 잎의 성분에 대해 알리기

✅ 사과를 얇게 가로로 잘라 섭취

✅ 고등어조림에 생강이나 마늘, 된장을 넣어 항산화력도 함께 섭취하는 방법

✅ 열 전처리로 키위를 오래 보관하는 방법


등 식재료에 대해서 놓치기 쉬운 포인트들을 잡아줘

'아! 앞으로 이렇게 손질해야겠다'

'이렇게 조리하는 방법을 활용해야겠다'

라는 생각이 들게 해준다.


식재료를 단순히 편리함이나

고정적으로 가지고 있는 정보만으로 손질하여

귀중한 영양소를 버리고 있었던 건 아닌지

조리방법에 대해서도 돌아보면서,

우리가 몰랐던 영양소와 그것을 제대로 손질하고

보다 효율적으로 섭취할 수 있는

올바른 식생활의 로드맵을 세울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으로 다가왔다.


꼭 집안 살림을 담당하는 가정주부나

식품영양학 전공자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쉽게 필요할 때 펼쳐보며

식재료를 100% 활용하고

내 몸에 필요한 영양소를 제대로 섭취할 수 있도록

가까이에 두고 읽어본다면 너무 좋겠다.


다양한 식재료를 다루면서,

영양소에 대한 지식적인 정보뿐 아니라

조리방법이나 활용에 대해서도 안내해 주어

친절함을 느낄 수 있었다.


보다 건강한 삶을 꿈꾸는 현대인들에게

영양소를 제대로 섭취할 수 있도록

데이터에 기반한 영양소 섭취 팁을 전달하는

〈그 조리법, 영양소의 90%를 버리고 있어요! - 완전판〉

조리 과학 대백과였다.


누적 시리즈 판매 부수 45만 부의 명성을 이어,

완전판을 통해서도 많은 이들이 도움을 받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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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날들이 단단한 인생을 만들지
임희재 지음 / 달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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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달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낯선 곳에서 외로움을 느낄 때

무엇보다 힘이 되는 건

익숙한 사람들의 말보다는

기대하지 않았던, 이름 모를 이들의

작은 다정함이다.


누군지 모르는 타인을 향해 건네는

사소한 말 한 마디나 행동은

별것 아닐지 몰라도 그 효과는 매우 큰

따뜻한 다정함으로 때로는 누군가를 살릴 수도 있는

큰 울림으로 다가간다.


안정적이라고 해야 할지, 아니면 소심하다고 해야 할지

태어나서 지금까지 한 도시에서 살아온 나에게

낯섦이라는 것은 공간보다는

주변의 상황이나 사람에서 오는 감정이었다.

학교를 옮기며, 혹은 직장을 다니며

내가 생활하는 반경이 넓어지면서

새로운 장소나 마주하는 사람에 대한 낯섦이

그것이 익숙해지기 전 느낀 외로움의 대부분이었는데,


지역을 옮긴다거나 혹은 거주하는 나라가 달라지며

언어와 문화, 그 모든 것에서 변화가 나타났을 때

느끼게 될 외로움은 어떤 의미로 다가올지

감히 짐작조차 할 수 없다.


전공했던 성악을 더 공부하고 싶어서

프랑스로 떠난 유학생에게

언어도 문화도 다른 타국에서의 생활은

짙은 외로움으로 다가왔다.

그들의 문화를 몰랐기에 이해할 수 없었고,

언어가 미숙했기에 따라가기 벅찼던 대화 속에서

외로움이라는 감정은 조금씩 커져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지만 잘 모르는 타인인 그녀에게 다가온

다정함이라는 감정은 세상은

'홀로 살아가는 것이 아닌 어울리는 것' 임을

깨닫게 해주고, 낯선 곳에서도 발붙이고 살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되어준다.


머뭇거리거나 거리를 둔 시간이 무색하게

사람들의 다정함은 검은 머리의 외국인을

'낯선 타인'이 아닌 함께 이곳에 사는

'우리'로 만들어 주었고,

그 속에서 함께 배우고 생활하며

익숙해진 시간은 언제 그랬냐는 듯

외로움이라는 감정을 잊게 해주었다.


14년간의 유럽 생활을 회고하며,

마음을 다해 도와준 사람들의 다정함을 책으로 담았다.

이 책에는 그녀가 머물렀던 타국에서의 시간,

그중에서도 다정함을 전하는

사람들의 온기가 담겨 있다.


무뚝뚝한 듯 보였지만 갑작스러운 도움 요청 앞에서

기꺼이 두 팔 걷고 나서 준 이웃들,

자신을 걱정하는 마음에 솔직하게 얘기를 해 준 교수님,

타인을 있는 그대로 존중해 주는 동료들 등

프랑스에서 마주한 사람들의 이야기로 채워진 1부.


2부에서는 밴드 활동을 하며 만난 친구들,

나를 위해 기꺼이 왕복 1200km를 운전해

달려와주는 독일인 남자친구와의 연애담,

프랑스의 팍스 제도를 통해 바라본 우리나라의 모습,

베이비시터 일을 하며 알게 된 어린 꼬마 등

프랑스 생활의 이모저모를 담았다.

우리가 잘 몰랐던 프랑스 사람과 문화에 대해서

한껏 들여다볼 수 있는 색다른 시간이었다.


3부에서는 남자친구를 따라 프랑스에서 독일로

생활 반경을 옮기며 달라진 일상을 담는다.

같은 유럽이라고는 하지만

너무나 다른 두 나라의 차이를,

또 문화와 언어가 다른 남자친구와의 투닥거림 속에서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은 국가가 다름이 아니라

언어가 같은 한 나라 안에서도

사람과 사람 사이 관계에서

얼마든지 느낄 수 있는 포인트로 다가온다.


4부에서는 유럽을 떠나 잠시 휴식을 취하기 위해

들어왔다가 익숙함에 편안함을 느끼고

그대로 주저 않게 된 한국에서의 생활을 담았다.

한국에서의 생활이라고는 하지만,

유럽에서 '낯선 타인'으로의 생활을 마치고

돌아온 그녀에게 한국에서 만난 외국 친구들의 모습은

여느 때와는 다르게 다가온다.

그저 '타인'이 아닌, 자신이 받았던

낯선 타국에서의 다정함을

우리나라에 온 그들에게 다시 전하고자 하는

작가의 마음은 끝없이 이어지는

천사들의 행렬과도 같았다.


그녀는 지금의 자신의 단단함의 원천을

타인에게서 받은 다정함으로부터 찾는다.

든든하게 행복을 전해주는 타인으로부터,

흔들리지 않는 중심을 잡을 수 있는 힘을 얻었다.

자신이 받은 그 다정함을 그저 품는 것이 아니라

타인에게로 다시 베풀고자 하는 마음은

"우리는 누군가와 함께할 때 더 빛이 나는 존재" 임을

깨닫게 해준다.


작가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의 삶을 지탱하는 작은 온기는 무엇인지 떠올려본다.

나 역시 대단한 큰 행복이나 기회보다는

사소한 일상의 조각들이

오히려 큰 풍파를 이겨낼 수 있게 하는 힘이 되었음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낯선 누군가의 인사 앞에서

'진짜 나'를 찾았던 경험,

작가의 이야기를 통해 잊고 있던

'다정함이 가진 힘'을 깨달을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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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길 것 버릴 것 간직할 것 - 공간의 가치를 되살리는 라이프 시프트 정리법
정희숙 지음 / 큰숲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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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오팬하우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한 집에서 20년 이상을 거주하다 보니

어느새 구석구석 짐이 잔뜩 쌓였다.

밖으로 나와있는 물건이 하나도 없었던 집이었는데,

수납공간은 왜 이렇게 부족하기만 한지

'치워야지' 하는 결심을 하고 들여다보면

막상 '그래도 다 필요한 것들인데'

'이게 어떤 추억이 있는 물건인데'

'얼마 주고 산 물건이었는데' 하면서

의미 부여를 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정리는커녕 물건을 꺼냈다가

추억여행만 하고 도로 쑤셔 넣어

감추는 꼴이 돼버리고 만다.


고등학생 시절부터 성인이 된 지금까지

쭈욱 같은 방을 쓰고 있다.

학교를 졸업하며 자연스럽게 치워버린

교과서나 문제집 등을 제외하고

도배를 핑계로 방 구조를 바꾸며

겨우 줄여버린 물건들은

연차가 지나다 보니 어느덧 수북해졌다.


정리를 해야지 하고 물건을 꺼내서

필요에 따라 분류를 하고

남기고 버릴 것을 구분하긴 했지만

그렇게 정리한 물건들도 다시 열면

또 정리할 것이 나오는 걸 보면

정리에는 정말 끝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한때 '집 정리'가 굉장한 화두에 오른적이 있었다.

정리에 관련된 TV 프로그램이 생기기도 했고,

정리와 맞물려 미니멀라이프도 주목을 받으며

가진 것을 정리하고 버리는 챌린지를

이어가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정리의 중심에

이른바 '정리 컨설턴트'라는 개념을 모두에게 인식시킨

정희숙 컨설턴트의 정리론은

많은 이들에게 깨달음과 정보로 다가왔고

이런 정리일을 하며 쌓은 자신만의 생각을 담은

책도 출간하며 작가로도 활발히 활동을 하고 있다.


사실 정리의 핵심은

물건을 잘 구분하는 데 있다.

우리가 흔히 '수납'이나 '청소'란 개념과

혼동해서 사용할 수 있는 정리에 대해서

〈남길 것 버릴 것 간직할 것〉은

삶의 주기에 따라 공간의 목적을 인식하고

변화시키는 정리 시스템의 원칙을 통해

큰 자산이자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집이라는 공간의 가치를

온전히 누리는 지혜를 전하고자 한다.


1장에서는 정리 컨설턴트로 일하며

그리고 현재까지도 현장에 직접 나가며 만났던

수많은 케이스들을 바탕으로

정리를 통해 '나를 위한 공간'을 설계해야 하는

필요성을 얘기한다.

다양한 케이스 속에서 등장하는 인물들은

우리가 직접 겪거나 혹은 가까이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상태의 집을 가지고 있다.

타인의 케이스를 통해 내가 외면하고 있던

혹은 내가 사실을 잘 몰랐던 집의 현실을 파악하고,

쉬고 기대며 자유롭게 보낼 수 있는

집이라는 공간의 가치를 찾을 수 있도록 해준다.


2장에서는 본격적인 정리에 대한 이야기로 들어간다.

어떻게 정리하고 어디에 가치를 두며

나의 삶을 채울 것인지, 정리를 넘어서

삶의 균형까지 찾을 수 있도록 돕는다.


3장은 그런 삶의 균형을 위한 5단계 정리 원칙을 통해

실질적인 정리의 방법에 대해서 배울 수 있다.


4장은 인생주기에 맞춘 정리의 필요성을 얘기하는데

독립, 결혼, 출산, 퇴직 및 자녀의 독립, 시니어 등

각 인생주기에 맞추어 달라질 수 있는

집과 물건들의 배치, 정리에 대해서 다룬다.

아직 독립하지 않은 성인 상태의 자녀로

퇴직을 맞이한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는 나는

마지막 두 단계 내용을 읽고 나니

이 책을 부모님께도 권해드리고 싶었다.


사람들이 정리가 필요하다고 느끼는 순간은

'변화가 필요하다'라고 생각하거나

나를 위한 공간을 찾고 싶을 때인 것 같다.

인간생활의 기본 요소라 할 수 있는

의식주에서 집이 차지하는 의미는

코로나 시대를 지나며 더욱 짙어졌는데,

나라는 사람을 가장 잘 드러내면서도

또 하루의 시작과 끝에 머무르게 되는

가장 원초적인 공간인데


이 집이라는 공간을 제대로 정리하는 것만으로도

인생의 방향을 세울 수 있고,

인생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으며

나를 위한 장소를 만듦과 동시에

심리적인 안정감을 통해

다른 활동을 해낼 수 있는

근본적인 힘까지 얻을 수 있다.


책을 읽다 보니 내가 생각한 '정리'라는 개념이

사실은 '수납'에 가깝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물건을 단순히 어디에 넣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정말 필요한 물건인지

또 내 삶의 방향에 맞는지를 파악하고

그를 바탕으로 정말 필요한 것만

내 옆에 남긴다는 점에서

어떤 의미로는 '인생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가장 기본적인 행위인지도 모르겠다.


아깝다는 이유로, 가지고 싶다는 이유로 소유했던

물건들에 대한 욕심을 내려놓고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가치에 맞춰

필요한 물건들만 손이 닿는 가까운 곳에

동선을 고려하여 최적의 배치를 하는 것,

그런 정리를 이제부터 실천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한번 정리를 했다고 해서 끝이 아니라

주기적으로 점검을 하며 물건이 쌓이지 않도록

주의를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 같다.


물질이 부족했던 어린 시절을 보냈던 부모님 세대에게는

어쩌면 멀쩡한 물건을 정리한다는 것이

물자 낭비이자 욕먹을 만한 일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꼭 '버리는 것'이 아니라 나누거나 재활용함으로써

그것을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향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물건의 쓰임을 다하게 하는 가장 좋은 방법임을

나도 부모님께 알려드려야겠다.


정리로 시작한 이야기는 물건에 멈춰있지 않고

삶의 균형, 인생의 변화까지 이야기한다.

정리를 통해 집만 달라지는 게 아니라

인생까지 확 바뀔 수 있음을,

그런 운명을 바꾸는 공간 정리의 마법을 배우고 싶다면

〈남길 것 버릴 것 간직할 것〉을 통해

공간의 가치를 되살리는 라이프 시프트 정리법을

얻어 가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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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 하나, 내 멋대로 산다
우치다테 마키코 지음, 이지수 옮김 / 서교책방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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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서교책방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어떻게 나이들 것인가?라는 질문 앞에서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모습이 있다.

'나이답게' 그러면서도 돌봄을 받는 것이 익숙한 노인.

둔해지고 허술해지며 칙칙해지고 외로움이 다가오는

노년이라는 시기 앞에서

어쩌면 다가오는 퇴화까지도 받아들이는

내려놓는 그런 마음가짐을 가져야겠다고 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마음 한편에는

'나이보다 젊어 보이고 싶다' 하고

자식 자랑, 손주 자랑, 그러다가 하다 하다

내가 이렇게 힘들고 아프다는 병 자랑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아는 평범한 할머니, 할아버지의 모습은 이렇다.


일찌감치 세상을 떠나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백세 시대'라 불릴 만큼

기대 수명이 늘어난 데다가

늦게까지 사회생활을 지속하면서

나이보다 젊게 사는 노인들이 있다.

65세 부터를 흔히 '노인'으로 분류하곤 하는데,

그럼 그때부터 죽을 날 까지를 '기다리며'

내려놓는 연습만을 해야 할까?


여기 "곧 죽을 거니까"라는 면죄부로

자신을 꾸미지 않고 방치하는 '자기 방치'라는

평범한 노인의 모습을 거부하며

앞으로 남은 시간이 얼마든 간에

남이 아닌 자신의 신념으로 살아가는

유쾌한 할머니가 있다.

〈오시 하나, 내 멋대로 산다〉의 주인공이다.


드라마 작가이자 소설을 쓰는 작가는

주인공과 비슷한 70대 중후반의 노인이다.

소설을 통해 '나이 듦'에 대한

자신의 철학을 드러내고 있는데,

그런 그의 생각을 가장 잘 나타내는 캐릭터가

바로 주인공인 '오시 하나'이다.


장성한 50대의 자식들과, 손주들을 둔 78세의 하나.

80세를 목전에 두고 있지만

언제나 항상 허리는 꼿꼿하게

가슴은 쫙 펴고 걷는다.

그뿐만이 아니라 차림새에도 신경을 쓰는데,

언제나 항상 어울리는 가발을 쓰고

곱게 화장을 하며 세련된 옷을 입는다.

잡지사의 섭외로 사진촬영과 인터뷰를 할 만큼

그녀의 모습은 동창들과는 달리 반짝반짝 빛난다.


보편적인 노인의 모습에서 벗어나

자신이 하고 싶은 삶을 그대로 살고 있는 하나에게도

남편과 어렵게 일용품점을 운영하며

힘들고 자신을 돌보지 못하던 시기도 있었다.

하지만, 그때의 시간들을 함께 이겨낸 부부는

그 어떤 사이보다 끈끈한 '동반자'로서의 안정감,

서로를 위하는 애정이 있었기에

하나는 그와의 시간에서 노년의 행복을 느끼기도 한다.


여느 때와 달리 남편과 함께 맥주 한 잔을 하며

이야기를 나누던 하나는,

갑자기 쓰러진 남편을 그렇게 허망하게 보내고 만다.

늘 보편적인 노인의 모습이 아닌

하고 싶은 데로 젊게 살겠다던 하나가

'언제 죽어도 관계없다'라고 생각할 만큼

남편의 죽음은 충격적이었는데,

남편의 죽음 이후 발견하게 된 유언장은

오시 하나와 가족들을 충격에 빠뜨리고 만다.


평소 유언장 같은 건 쓰지 않겠다던 남편이

유언장을 남겼다는 사실 자체로도 놀랍거니와

검인 수속을 밟아 열어 본 그 속에는

지난 사십 년간 가족들 모르게

나이차가 나는 내연녀를 두고 있었고

그 사이에 장성한 아들도 있다는 것.


지난 시간 감쪽같이 자신을 속인 남편에 대한 분노와

뻔뻔하게 그 원죄를 함께 저지른 내연녀와 그 아들.

부부에게 의미 있던 족자를 그 아들에게 상속한다는

남편의 유언장에 그들은 상대를 만나기로 한다.

그리고 벌어지는 앞으로의 인생에 대한

오시 하나의 자세까지,

이 소설은 어쩌면 뻔한 치정 극일 수 있는

불륜이나 혼외자의 이야기에서 한 발자국 떨어져

그 사건을 마주하고 바라보는 주인공의 시선을 통해

근본적으로는 '어떻게 나이 듦을 받아들일 것인가?'

'내 인생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준다.


모르고 살아온 시간을 포함해

이미 나이를 지긋하게 먹어서

자기 방치식으로 포기하고 넘기는 것이 아니라,

떠나는 날까지 자신만의 식으로

자기의 인생을 살고자 하는 오시 하나의 이야기는

그 어떤 말보다도 삶에 대한 의지를

강하게 느낄 수 있게 해준다.


누구의 아내나 엄마가 아닌

'나'로서 온전히 행복하고 자신의 멋으로 살아가는

오시 하나의 모습은 '희생'이라는 키워드로만

소비되는 여성의 인생에 있어서도

진정한 행복을 위해 스스로 노력해야 함을

깨달을 수 있었다.


같은 상황에 마주했다면,

과연 하나처럼 이겨낼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상대에 대한 분노만으로 꽉 차서

자신의 인생을 허비하는 것이 아깝기도 하지만

사람은 감정을 가진 동물이기도 하기에

나의 인생의 기준을 어디에 둘지

그 단단함을 먼저 세우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유쾌한 할머니의 이야기로 출발했던

오시 하나의 이야기는 가족과 타인을 거쳐

다시 자신에게로 돌아온다.

이토록 화통하고 멋진 할머니라니,

이런 인생이라면 나이 드는 것도

제법 멋진 일이라는 생각에 기대감이 커진다.


드라마로도 제작된다고 하는데,

영상으로 볼 하나의 모습이 너무나 궁금해진다.

드라마 작가이기도 한 작가 쓴 이 소설이 가진

방향이 어디까지 진행될지 지켜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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