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는 채팅이고요, 남편은 일본사람이에요 - 제12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대상 수상작
김이람 지음 / 달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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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달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태어난 환경도 성격도 다른 두 사람이

부부가 되어 새로운 가족으로 탄생하는 과정은

인생에서 가장 큰 과업이라고 할 수 있다.

단순히 누군가를 만나고 연애는 할 수 있지만,

그를 넘어서 누구보다도 가까운 '가족'이 된다는 것은

엄청난 결심과 계기가 있어야 가능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문화도 언어도 다른

국제결혼 부부들을 볼 때면

'신기하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언어도 정서도 문화도 다른 두 사람이 가족이 된다니,

"과연 어떤 모습에서 '이 사람이다' 하는

확신이 들었을까? 하는 궁금증과

서로 다른 나라에서 태어났다는 것이

전혀 문제 되지 않았는지 하는 호기심이 생겼다.


국제결혼, 가깝지만 먼 나라인 앙숙과도 같은 일본.

그것도 상대와는 무려 채팅으로 만났고,

1년 만에 결혼까지 이르렀다니...

그들의 사랑은 어떤 모양을 하고

그들의 만남은 어떤 시작이었는지

호기심이 비눗방울처럼 떠올랐다.


각을 잡고 쓰는 작가의 글이 아닌,

이웃의 평범한 일상을 들여다보는 것 같으면서도

자신만의 맛깔난 글솜씨를 보이는 이들이 많은

브런치 서비스에는 정말 많은 브런치 작가들이 있다.

각자 가진 사연들은 또 얼마나 다양한지,

어지간한 소재와 글로는 명함조차 내밀 수 없을 것 같고

자신감이 떨어져서인지 나 역시도 호기롭게 도전했지만

몇 편 글을 작성하다가 멈춘 지가 몇 년이다.

하지만 이 바늘구멍 같은 브런치북의

종합 부문 대상작을 수상한 이가 있다.


채팅으로 만난 일본인 남편과의

연애부터 결혼, 그리고 J-시댁에서의

파란만장한 절연기까지 담아낸

김이람 작가의 연애 에세이

〈취미는 채팅이고요, 남편은 일본 사람이에요〉이다.


워킹홀리데이로 일본에 갔다가

지쳐서 다시 한국으로 복귀.

힘들었던 시간이었지만 도쿄의 향기를 잊을 수 없어

다시 일본으로 날아간 그녀는,

낯선 타국에서 외국인이자 여자로

외로우면서 쓸쓸한 생활을 이어나간다.


팍팍하던 일상 속에서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고 싶어

반사적으로 들어가던 채팅 앱에서도

이런저런 나만의 기준을 정할 정도로

데이는 경우도 많았는데,

그러던 어느 날 의무 휴가로 쉬게 된

3월의 마지막 금요일

약속도 없이 홀로 익숙한 곳을 돌아보며 시간을 때우다

벚꽃 사진을 채팅 앱의 프로필로 변경하게 된다.


그리고 그 벚꽃에 반응한 한 남자와

나만의 규칙을 깨고 라인으로, 전화로,

만남으로 이어지게 되고 어느덧 1년 만에

그 남자와 국제결혼이라는 마침표를 찍기에 이른다.


서로 다른 나라에서 자란 두 사람은

그만큼이나 기본적인 생각 방식이나

상대방을 대하는 방식에서도 차이가 있었다.

부딪치는 부분이 있을 때면 '일본인이라서 그런가'

하며 날선 반응을 보이던 자신의 모습에서

외국인이라 차별하던 주변인들의 못난 모습을

발견하기도 한다.


오로지 '나를 사랑하는' 이 남자는 언제나

묵묵하게 기다려줬고 이해해 줬으며,

그녀의 입장에서 헤아려줬다.

가장 힘든 시기 가장 어려운 결정을 내릴 수 있었던 건

'나에게 가장 큰 힘을 주는 존재'라는 확신과

'이 사람이 아니면 안 된다'는 둘의 믿음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둘이서 열을 올리며 보는 한일전이나,

'독도는 어느 나라 땅?',

'8월 15일이 무슨 날인지 알아?' 등

자칫 불편할 수 있는 이야기도

이들 부부는 유쾌하게

그리고 자세하게 이야기를 나눈다.


다른 문화에서 오는 차이도 기꺼이 사랑으로 녹여내고

상대방의 입장에서 고려하며

그들은 누구보다도 가깝고 잘 아는

서로에게 완벽한 '가족'이 되어주고 있었다.


타국에서의 신혼생활 속

삐걱거리는 시댁 식구와의 관계는

떨어져 있는 친정 부모님에 대한 애틋함과 견주어

더욱 그녀를 혼란스럽게 한다.

사랑받지 못하던 남편에 대한 안타까움과

자신에 대한 무시까지 더해지며

과감하게 시댁과의 절연을 선언한

당찬 외국인 며느리의 모습에서는

마치 한일전을 응원하듯 주먹을 불끈 쥐게 되기도 했다.


직장을 그만두고, 터전을 남편이 살던 시골로 옮기며

무력감을 느낄 때 그녀에게 찾아온 '글쓰기'의 시간.

그녀는 자신의 이야기를 누구보다 솔직하고 예쁘게

담아내며, 하고 싶었던 작가와 책 출간이라는

목표에도 도달하게 된다.

사랑과 꿈을 모두 잡은 작가는

진정한 위너가 아닌가 싶다.


일본 생활에 대한 외국인으로서의 시선과

일본 남자와 채팅으로 사랑에 빠지게 된

조금은 평범하지 않은 사건,

그리고 그와 결혼을 결정하고

신혼집을 준비하며 느낀 따스한 '가족'이라는 의미 등

작가는 자신을 채운 연애와 결혼의 기억을

차근차근 독자들에게 들려준다.


유튜브나 SNS 등을 통해서

외국에서 생활하는 한국인들의 모습을 보며

색다른 환경에서 지내서 좋겠다는 생각과 함께

외롭겠다는 마음에 안쓰럽기도 했다.

하지만 이렇게 나의 가장 든든한 지원군이 있다면,

그 어떤 어려움도 헤쳐나갈 수 있는 힘이 되지 않을까

충분히 그럴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아직도 현재진행형인 그리고 앞으로도 이어질

김이람 작가의 내일이 기대된다.

일본에서의 시간들이 이어질수록

'우리 집 일본인'의 후속편은 점점 더해지지 않을까,

또 그 이야기를 통해서 우리는 다른 문화에서 오는

차이를 이해하고 색다른 즐거움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게 된다.


아직 미혼인 나에게 결혼이나 혹은 외국인 배우자를

만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카테고리였는데,

작가의 이야기를 읽다 보니

'인생은 어떻게 흘러갈지 모른다'는 생각과 함께

나에게 다가올 인연을 놓치지 않기 위해

안테나를 바짝 세워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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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극한기 - 영화 [바이러스] 원작 네오픽션 ON시리즈 35
이지민 지음 / 네오픽션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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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자음과모음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전 세계를 흔들어 놓았던 감염병인

코로나 바이러스를 겪으면서

우리는 일상의 많은 것들이 바뀌었다.

바이러스로 인해 아무렇지 않게 누리던

타인과의 만남이나 접촉이 차단된 것은 물론,

집합 제한이나 감염자가 발생했을 때

그의 동선과 접촉자를 파악하여 이것을 알리는 등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일들이 발생했으니 말이다.


한창 바이러스가 발발했을 때는

마스크를 하고 표정을 볼 수 없는

현실이 너무나 답답했다.

언제까지 이렇게 마스크를 하고

지내야 할지 두렵기도 했다.

늘어나는 확진자들 사이에서

제대로 알려지는 것이 없는 정보는

혼란을 더해주기도 했다.


이런 바이러스가 다시 퍼진다면,

우리는 그때처럼 다시 잘 이겨낼 수 있을까?


국가재난에 버금가는 원인불명의 바이러스를

소재로 한 엉뚱하면서도 재미있는 소설을 만났다.

배두나 김윤석 장기하 손석구 등이 출연한

영화 '바이러스'의 원작이자,

시나리오 작가인 이지민이 쓴 소설

〈청춘극한기〉이다.


저자는 코로나가 발생하기 전에 이 작품을 썼다.

최근에 나온 책은 그 개정판으로,

코로나는 겪은 이후에 다시 보고 나니

바이러스라는 소재가 더욱 각별하게 다가왔다고 한다.

'청춘'을 소재로 한 작품을 쓰다가

'바이러스' 앞에서 누군가는 아프고, 누군가는

아프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웠고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가 심어놓은

두려움과 싸우는 일이 누군가에겐 들

쉽지 않은 일이기에

이 아픔을 청춘의 아픈 날과 겹쳐 그리게 됐다.


소설은 연봉 삼백만 원의 시나리오 작가 택선이

친구의 소개로 삼 년 만에 나간 소개팅에서

국립면역연구소에서 일하는

분자바이러스학 박사 과학자인 남수필을

만나면서 시작된다.


그저 스쳐 지나가는 인연이라 생각했던 남수필은

소개팅 내내 자신의 이야기만을 늘어놓더니,

연구소에 일이 생겼다면서 황급히 자리를 떠나고

또 갑자기 연락을 해서 그녀의 집을 찾아와서는

밤새워 떠들고 함께 술을 마시며 하룻밤을 보낸다.

다음날 동생이 가져다준 명절 음식을 나눠먹고,

그렇게 수다만 떨다가 헤어지는구나 싶었던

그들의 인연은 처음 본 번호로 걸려 온 전화가 전한

'남수필의 사망 소식'으로부터 급변하기 시작한다.


연구 중인 신종 악성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으로

그가 사망했고, 사망 전 그와 접촉했던 이들을

조사하고 있다는 얘기였다.


자신을 데리러 온 공무원들을 따라 이동하던 택선은

지난밤사이 도착한 휴대폰의 메시지 사이에서

'치료제를 먹으면 안 되고, 그들을 믿지 말라'는

남수필의 마지막 메시지를 발견하고,

자신과 함께 격리될 뻔한 첫사랑 연우와 함께

도망을 치기 시작한다.

남수필이 남긴 메시지를 따라

'이균'과의 만남을 준비하고,

그가 남긴 자료들을 그에게 전달하면

이 바이러스도 해결이 될 것 만 같았다.


그랬다. 하지만, 택선은 하필 수필과 나눠 먹었던

명절 음식을 통해 바이러스에 감염이 되었고,

바이러스의 증상은 점점 그녀를 잠식하고 마는데...


바이러스에 걸린 사람들에게는

알 수 없는 용기와 사랑의 감정이 시작된다.

미열이 나고 몽롱한 느낌이 들기 시작하면,

그들은 앞에 마주한 사람에게 사랑에 빠지게 된다.

이게 진짜 사랑인 건지, 아니면 바이러스에 감염돼

느끼는 가짜 감정인 건지

이균과 함께 바이러스를 퇴치하기 위해

여정을 펼치던 택선에게는 혼란함이 지속되는 것이다.


그녀는 이 바이러스를 치료할 수 있을까?

그리고 남수필은 왜 마지막까지

그녀에게 메시지를 남겼을까?


아프니까 사랑이고, 아프니까 청춘이라는 말이 있는데

이 OTS 바이러스가 점점 퍼지게 된다면

진짜 사랑과 가짜 사랑을 어떻게 구분해야 할까?


옥택선과 남수필, 이균, 그리고 여기에 휘말리게 된

첫사랑 연우까지 등장인물들을 따라가는

바이러스의 여정기는 진정한 '사랑'의 의미에 대해서도

아픈 '청춘'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었던

유쾌하면서도 진지한 작품이었다.


시나리오 작가인 택선의 시선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는

투 머치 토커인 그녀의 쏟아지는 말들을 따라

정신없이 움직이게 했다.

전대미문의 바이러스 이야기가

이토록 유쾌할 수 있다니,

그저 '용기가 생기고 사랑에 빠지는' 바이러스가

무슨 문제가 되는 건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메마른 감정을 가진 이들이나,

사랑에 빠지는 순간의 마법이 필요한 이들에게

과연 이것이 없애야 할 바이러스라고 할 수 있을지

어쩌면 이 힘든 세상 우리 모두 앞에 있는 타인을

그저 아무 이유 없이 '사랑해 보자'는 작가의

진심 어린 충고가 담긴 작품이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에 이르기도 했다.


소설을 읽고 나니, 소설을 바탕으로 한 영화에서

이 이야기를 어떻게 영상으로 담아냈을지도

너무 궁금해졌다.

붕 뜬 사랑 같은 뜨거운 바이러스

너무나 귀여운 이 바이러스 이야기가 참 유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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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하이드어웨이
후루우치 가즈에 지음, 민경욱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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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인플루엔셜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회색 도시의 빌딩 숲,

푸르름이나 햇빛의 따사로움을 느낄 새도 없이

더 빠르게 더 정확하게

효율성만을 추구해야 하는 현대인들에게는

마음속에 하나씩 답답함이 쌓여간다.


나답게 다른 사람의 눈치와 평가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하루를 보내고 싶지만,

사회와 타인의 시선 아래서 보이는 모습은

지극히 가공되고 숨겨진, 보기 좋은 모습일 뿐이다.


그러다 보니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는

나만의 쉼터이자 은신처, 한숨을 돌릴 수 있는

비밀스러운 공간이 하나씩 생기기 마련인데,

도쿄에 숨겨둔 자신만의 은신처와

'나만의 은신처'라는 앙케이트를 통해 영감을 받은

작가가 그려낸 휴식 같은 옴니버스 소설을 만났다.


일본 최대 서평 사이트인

독서미터에서 2024년 '가장 읽고 싶은 책 1위'로

선정된 〈도쿄 하이드어웨이〉는

각자의 고민을 안고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자기만의 '은신처'를 찾는 과정을 그린 소설이다.


도쿄에 있는 인터넷 종합 쇼핑몰을 운영하는

중견 전자상거래 기업 파라웨이를 중심으로

이곳에서 일하는 직원들, 그리고 그들과 얽힌

주변인들까지 여섯 명의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도심 속에서 각자만의 포인트로 지쳐있는 주인공들이

자신을 위로하고 힘을 북돋아 주는 '은신처'를 찾아내며

자신에게 다가오는 문제로부터 씩씩하게

맞서 일어나는 과정들을 담고 있는 작품인데,

영화사에서 오랜 시간 근무한 저자답게

옴니버스식으로 구성된 소설은

각 등장인물들이 각 편에서 주인공과 등장인물로

겹쳐지며 마치 바통터치하듯이 이야기를 이어

크게 소설 전체적으로는 하나의 주제를 그려내고 있었다.


빠르게 변하는 사회,

특히나 IT 업계에서는

남들보다 더 빠르고 정확하게

보다 효율을 내야 하기 때문에

한 명의 '사람'이라기보다는

퍼포먼스를 내는 하나의 구성으로

회사를 이루는 퍼즐 조각의 하나같이

취급되는 경향이 있다.


그러다 보니 마음으로 공감을 하고 이해하기보다는

일의 능률이나 성과, 겉으로 보이는 모습만으로

평가를 하기 마련인데

사람이기 때문에 겉으로 보이는 것만으로

그 사람에 대해 100% 안다고 할 수 없고,

그 사이에서 오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갈등은

때로는 누군가에게 인생을 뒤흔드는 것 같은

충격을 주기도 한다.


주인공들은 각자 자신이 매일 만나는

도심 속 공간에서 모두에게 특별하진 않지만

나에겐 의미 있는 휴식과 안도를 주는

은신처를 만난다.


회사에서 점심시간을 이용해 방문한

과학관의 플라네타륨, 쓰레기 매립장에 만든 공원,

다양한 작품을 만날 수 있는 미술관,

공원 속에 있는 복싱 클래스,

둥둥 떠다니는 해파리가 있는 수족관 등

자신만의 은신처를 찾아 한숨을 돌리며

주인공들은 자신 앞에 주어진 문제에 맞설

힘을 얻는다.


타인의 시선과 평가에서 지친 그들이

오롯이 자신만을 위해 낸 시간,

자신만이 찾는 그 공간에서 안도를 맞이하는 것이다.


빡빡하게 채워진 닭장 같은 사무실에서
이쪽 저쪽으로 고개를 돌려도
결국은 누군가에게 보이고만 마는 장소에서
흔들리는 감정을 어떻게 추슬러야 할지
고민이 많았던 때가 많았다.
그럴 때 내가 은신처로 삼았던 건
당장의 눈앞에 있는 초록.
작은 화분에 있는 식물이 꽉 막힌 사무실 안에서도
조용히 새싹을 틔우는 모습을 보며
나도 이렇게 힘을 내봐야지 싶었다.

그런 점에서 소설 속의
'요네가와 에리코'에게 가장 많은 공감이 갔는데,
결혼한 워킹맘이라는 점에서
나와는 차이가 있었지만
여성으로서 직장 생활을 하면서 겪었던
불편한 진실을 그녀의 모습에서 발견하며,
그때의 내 모습을 본 듯 절로 응원을 하게 됐다.

누구나 자기만의 무게와 문제가 있다.
남들의 시선에 드러나지 않을 뿐,
우리 모두는 각자의 문제와 씨름하고
사회의 시선 아래 평가받으며
다들 매일의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이 현실인데,
소설을 통해 작가는 지친 현대의 우리들에게
한 템포 쉬어갈 수 있는 나만의 은신처를 마련함으로써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얻기를
그런 마음을 전하고 있다.
기꺼이 자신이 발견 도쿄의 장소들을
작품 속에 털어놓으며 아끼고 싶었던
휴식을 선물하고야 마는 작가의 진심이
책을 읽는 모두에게 전해지리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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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그것과 그리고 전부
스미노 요루 지음, 이소담 옮김 / ㈜소미미디어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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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소미미디어로부터 서포터즈활동을 위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나이가 든 지금은 잘 모르겠는데 학창 시절에는 유난히

세상을 돋보기를 쓴 것처럼 바라보곤 했다.

무엇이든 과장되고 크게, 그리고 감정적으로 바라보고

조그마한 일에도 요동치게 되었으니 말이다.


집과 학교라는 한정된 공간을 오가며

반복되는 비슷한 하루들을 보내다 보니

작은 사건, 작은 마음 하나에도 요동치게 되는 것이다.

그때의 시간을 하루로 표현하자면

감정의 일교차가 컸던 그런 시기였다.


그때는 매 순간순간이 다르게 다가왔다.

나이에 따라 인생의 시차가 다르게 느껴지듯

지금은 하루를 몇 등분으로 나누고 있다면

한참 예민했던 그때에는 하루를 수십, 수만 가지의

순간으로 나뉘며 초 단위의 시간을 보내는 것만 같았다.


매일 마주하는 가족들이나 친구들,

마주하게 되는 타인의 얼굴들을 비롯해

연예인, 운동선수 등 타인을 좋아하는 감정을 품게 되면

더욱이 그 감정의 조각이

더욱 세밀한 갈래를 가지게 됐다.

그런 감정이 마치 그때에만 주어지는 특권처럼

혼자서 이런저런 고민을 하며 사랑에 빠져

'삶'이라는 시간과 '타인'이라는 존재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가지게 됐다.


청춘 소설의 대가라 불리고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로 잘 알려진

스미노 요루의 10번째 작품이 나왔다.

인물의 감성을 효과적으로 묘사해서

공감과 위로를 이끌어내는 스토리로

모든 연령층의 사랑을 받고 특히나

10~20대의 많은 지지를 받고 있는 작가의 신작인데,

여름방학을 맞은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짝사랑하는 여학생과 함께 그녀의 할아버지가 있는

고향으로 함께 나흘간의 여행을 떠나며

특별한 시간을 보낸 메메의 이야기를 통해

오롯이 이 순간 '사랑하는 감정'으로 꽉 채운

청춘의 청량한 감성을 담은 소설을 써냈다.


운동을 특기로 고등학교에 진학한 메메는

같은 학교에 다니는 사브레를

반년 전부터 짝사랑하고 있다.

겉으로는 평범한 친구처럼 그녀에게 더 다가가지도,

특별한 말이나 행동을 하지도 않지만

여름방학을 맞이하고 기숙사에 남은 두 사람이

우연히 식당 가는 길에 만나 대화를 나누다가

사브레의 할아버지가 있는 고향에 함께 가기로 하며

펼쳐지는 여정을 담았다.


야간버스와 기차, 도보를 이용해

한적한 시골마을로 향한 두 사람.

처음으로 단둘이 함께하는 여정 앞에

설레는 마음을 애써 감추고 자신의 마음은 숨긴 채

사브레와 함께 하는 순간을 만끽하는 메메.

다른 아이들과는 좀 다른 예민하면서도 섬세한 사브레를

나만큼은 이해할 수 있다는 생각이 있었던 메메는

나흘간의 시간을 보내며 몰랐던 사브레에 대한 모습과

그녀의 이런저런 생각들을 알게 되고

그녀의 친척들을 만나며 한결 가까워짐을 느낀다.


이렇다 할 진전이나 고백 없이

지나가 버리는 듯했던 나흘의 마지막 날 밤,

사브레의 할아버지가 갑자기 호흡 발작으로 쓰러지고

할아버지가 병원으로 옮겨진 사이

대화를 나누던 두 사람은 서로가 숨겨왔던,

그리고 스스로도 몰랐던 자신의 모습을 내보이며

서로에게 오롯이 '자유로운 나 자체'를 드러낸다.


이윽고 돌아온 현실 앞에서, 더 이상 물러날 수도 없고

가장 큰마음의 순간이라 생각한 메메는

사브레에게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는데,


운동을 하는 고등학생인 메메의 시선에서 펼쳐지는

여름방학의 특별한 나흘간의 이야기는

쉽게 짐작할 수 없는 사브레의 눈치를 함께 살피듯

두근두근 떨리며 읽게 되었다.

손에 잡히지 않을 것만 같은 사브레의 마음도,

그리고 그녀가 털어 넣은 자신의 이야기도

'이러다 친구 사이마저 망가지는 거 아냐'라는

초조함이 들기도 했고, 풋풋한 십 대만의 감성을 담은

이야기는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슬며시

순진한 그들의 모습에 미소를 짓게 되었다.


누군가를 좋아하고 사랑에 빠지게 되는 순간,

그 사소한 순간의 모습을 작가만의 필체로

감성적으로 묘사한 부분은 특히나 인상적이었다.

마치 어떤 사고처럼 다가온 사랑은

그 이후로는 모든 순간이 마치 전부 사랑인 것처럼

이십 대 소년의 일상을 전부 뒤흔들어 놓는데

줄곧 고백하지 않고 지켜만 보던 메메가

이윽고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는 과정에서는

그 엄청난 용기와 직진, 그리고 역시 사브레 답게

메메가 친 스매시를 받아치는 당당함에

'역시 십 대 답네'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서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이해하며,

각자의 자유를 존중하는 그들의 모습은

단순히 한창 어린 시절의 풋풋함보다는

훨씬 진지한 사랑으로 느껴지게 했다.


더욱이 그들을 이 여행으로 이끈

'죽음'에 대한 서로의 생각의 차이는

마치 서로 다른 두 사람이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면서 비로소 공감과 이해를 하고

하나의 마음을 가지는 과정을 미루어 보여주는 것 같은

하나의 클리셰 같다는 생각도 했다.


그때의 감정이 얼마나 지속될지는 모르겠지만,

순간의 감정에 최선을 다하는

'지금 이 순간'의 아름다운 그들에게

가장 큰 응원을 보내본다.


청춘 소설의 대가답게, 읽는 것만으로도

내리쬐는 햇빛이 뜨거운 여름으로 들어가는 것 같았다.

사랑하는 감정이 존재하는 이 세상의 모든 이들에게,

이토록 설레는 시작이 있노라고

한껏 사랑을 해보라고 작가는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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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도약 - 평범함을 뛰어넘는 초효율 사고법
도야마 시게히코 지음, 전경아 옮김 / 페이지2(page2)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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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평소에 생각한다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한다.

진지하게 생각해 봐야겠다 싶은 일이 일어나기도 하고,

생각이 잘 정리되지 않아서

조바심을 내거나 비관할 때도 있지만

정작 생각이 무엇인지는 생각하지 않는다.


생각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일까?

헤아린다는 것과는 어떻게 다르고,

아는 것과는 어떤 관계에 있는지

또 어떤 절차를 밟아서 생각하는 것인지

한 번쯤 고민해 봐야 한다.


사고학의 대가라고 할 수 있는 저자는

이런 '생각한다는 것은 어떤 것인가?'에 대해

생각하려는 사람에게 좋은 자극을 주기 위해

이 책을 작성하기 시작했다.


내가 어던 생각을 하는지 의식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의 틀에 비추어 보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말하는 저자는

생각하는 방법을 비롯해 스스로 주제를 파악하는 방법,

포괄적이면서도 독창적인 생각을 만들어 내는 방법,

보다 창조적인 재능을 위해 편집하는 방법을 소개하고

정보를 관리하고 기술하는 것을 통해

우리가 창조적인 인간이 되기 위한 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생각의 뿌리를 내리고 보다 다각도로

펼쳐져 나가는 것을 다루는 사고법을 떠올리면

더 많은 정보의 습득이나 그것을 체득하는

기술적인 방법에 대한 이야기 많을 거라 생각했는데,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바로, '망각'이었다.


잘 잊어야 오히려 기억하기 좋다는 저자는,

우리가 기록으로 남기지 않으면서 잊히는 것은

별로 가치가 없는 것이며,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도 흥미나 관심이 있는 것은

결코 잊어버리지 않기에 '잊는다는 것' 자체가

가치의 구별, 판단이 된다고 했다.


그래서 강의나 강연을 들으면서도

부지런히 메모를 하기보다

그저 멍하니 들으면 대부분 잊어버리지만,

정말로 관심이 있는 것은 잊지 않는다면서

중요한 것은 쓰지 않고 절대로 잊어서는 안된다고,

잊으면 돌이킬 수 없다는 생각을 가지고

마음에 남겨야 한다는 이야기를 전한다.


지금이야 컴퓨터나 AI 기술 등을 이용해

강의나 강연, 혹은 어떤 책의 내용에 대해서도

직접 읽거나 기록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요약하거나 남겨둘 수 있다.

하지만 기억하지 못하는

(그것을 보고도 떠올리지 못하는)

메모 같은 기록은 전혀 의미가 없다고,

작가는 진정한 의미의 체득과 그 정보를 바탕으로

창조적인 사람이 되고 싶다면

그것을 잊지 않고 기억하라는

원초적인 개념에서 접근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시간의 풍화 작용을 거친 '시간의 시련'을

이겨낸 고전화를 얘기하고 있으며,

이런 빠른 고전화를 위해서는 빨리 잊기를 통해

망각의 시간을 단축시키는 것이 효과적인데,

그 방법으로 메모를 통해 안심하고 빨리 잊기를 전한다.

그런 과정을 통해서 사고의 정리가 되게되고,

시간을 강화하여 머릿속에 만든 고전을 통해

쉽게 사라지지 않는 나만의 것을 만드는 것이다.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서 쓰는 방법에 대해서도

보다 자세히 소개하고,

이를 넘어선 발화하기, 담소 나누기 등

대화로 이어지는 발전까지 이르는

사고력에 대한 총체적인 주제를 다룬다.


사고와 지적 활동, 그리고 컴퓨터가 등장하면서

밀려지게 되는 기계적 인간의 모습까지

진정한 인간을 육성하기에 필요한 교육 자체가

창조적인 일임을 역설한다.

생각한다는 것의 정의에서부터

사고하는 사람이 되기까지

우리가 단순히 지식만을 얻는 단편적인 것에

한정 지어지지 않고 생각하는 사람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사고력'에 대한 시야를

더욱 넓혀주는 그런 계기가 되었다.


다치바나 다카시의 저서인

〈도쿄대생은 왜 바보가 되었나〉를 읽으면서도

비슷한 느낌의 생각을 가졌었는데,

이번에 만나 본 도야마 시게히코의

〈생각의 도약〉을 읽으면서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교육이란 어떤 교육인지,

그리고 대학에서 가르쳐야 할 방향에 대해서도

생각할 수 있었다.


스스로 생각하는 힘,

그리고 그 생각 한다는 것 자체에 대하여

새로운 시각을 가지고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울 수 있었던 값진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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