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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는 채팅이고요, 남편은 일본사람이에요
김이람 지음 / 달 / 2025년 5월
평점 :

"이 글은 달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태어난 환경도 성격도 다른 두 사람이
부부가 되어 새로운 가족으로 탄생하는 과정은
인생에서 가장 큰 과업이라고 할 수 있다.
단순히 누군가를 만나고 연애는 할 수 있지만,
그를 넘어서 누구보다도 가까운 '가족'이 된다는 것은
엄청난 결심과 계기가 있어야 가능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문화도 언어도 다른
국제결혼 부부들을 볼 때면
'신기하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언어도 정서도 문화도 다른 두 사람이 가족이 된다니,
"과연 어떤 모습에서 '이 사람이다' 하는
확신이 들었을까? 하는 궁금증과
서로 다른 나라에서 태어났다는 것이
전혀 문제 되지 않았는지 하는 호기심이 생겼다.
국제결혼, 가깝지만 먼 나라인 앙숙과도 같은 일본.
그것도 상대와는 무려 채팅으로 만났고,
1년 만에 결혼까지 이르렀다니...
그들의 사랑은 어떤 모양을 하고
그들의 만남은 어떤 시작이었는지
호기심이 비눗방울처럼 떠올랐다.
각을 잡고 쓰는 작가의 글이 아닌,
이웃의 평범한 일상을 들여다보는 것 같으면서도
자신만의 맛깔난 글솜씨를 보이는 이들이 많은
브런치 서비스에는 정말 많은 브런치 작가들이 있다.
각자 가진 사연들은 또 얼마나 다양한지,
어지간한 소재와 글로는 명함조차 내밀 수 없을 것 같고
자신감이 떨어져서인지 나 역시도 호기롭게 도전했지만
몇 편 글을 작성하다가 멈춘 지가 몇 년이다.
하지만 이 바늘구멍 같은 브런치북의
종합 부문 대상작을 수상한 이가 있다.
채팅으로 만난 일본인 남편과의
연애부터 결혼, 그리고 J-시댁에서의
파란만장한 절연기까지 담아낸
김이람 작가의 연애 에세이
〈취미는 채팅이고요, 남편은 일본 사람이에요〉이다.
워킹홀리데이로 일본에 갔다가
지쳐서 다시 한국으로 복귀.
힘들었던 시간이었지만 도쿄의 향기를 잊을 수 없어
다시 일본으로 날아간 그녀는,
낯선 타국에서 외국인이자 여자로
외로우면서 쓸쓸한 생활을 이어나간다.
팍팍하던 일상 속에서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고 싶어
반사적으로 들어가던 채팅 앱에서도
이런저런 나만의 기준을 정할 정도로
데이는 경우도 많았는데,
그러던 어느 날 의무 휴가로 쉬게 된
3월의 마지막 금요일
약속도 없이 홀로 익숙한 곳을 돌아보며 시간을 때우다
벚꽃 사진을 채팅 앱의 프로필로 변경하게 된다.
그리고 그 벚꽃에 반응한 한 남자와
나만의 규칙을 깨고 라인으로, 전화로,
만남으로 이어지게 되고 어느덧 1년 만에
그 남자와 국제결혼이라는 마침표를 찍기에 이른다.
서로 다른 나라에서 자란 두 사람은
그만큼이나 기본적인 생각 방식이나
상대방을 대하는 방식에서도 차이가 있었다.
부딪치는 부분이 있을 때면 '일본인이라서 그런가'
하며 날선 반응을 보이던 자신의 모습에서
외국인이라 차별하던 주변인들의 못난 모습을
발견하기도 한다.
오로지 '나를 사랑하는' 이 남자는 언제나
묵묵하게 기다려줬고 이해해 줬으며,
그녀의 입장에서 헤아려줬다.
가장 힘든 시기 가장 어려운 결정을 내릴 수 있었던 건
'나에게 가장 큰 힘을 주는 존재'라는 확신과
'이 사람이 아니면 안 된다'는 둘의 믿음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둘이서 열을 올리며 보는 한일전이나,
'독도는 어느 나라 땅?',
'8월 15일이 무슨 날인지 알아?' 등
자칫 불편할 수 있는 이야기도
이들 부부는 유쾌하게
그리고 자세하게 이야기를 나눈다.
다른 문화에서 오는 차이도 기꺼이 사랑으로 녹여내고
상대방의 입장에서 고려하며
그들은 누구보다도 가깝고 잘 아는
서로에게 완벽한 '가족'이 되어주고 있었다.
타국에서의 신혼생활 속
삐걱거리는 시댁 식구와의 관계는
떨어져 있는 친정 부모님에 대한 애틋함과 견주어
더욱 그녀를 혼란스럽게 한다.
사랑받지 못하던 남편에 대한 안타까움과
자신에 대한 무시까지 더해지며
과감하게 시댁과의 절연을 선언한
당찬 외국인 며느리의 모습에서는
마치 한일전을 응원하듯 주먹을 불끈 쥐게 되기도 했다.
직장을 그만두고, 터전을 남편이 살던 시골로 옮기며
무력감을 느낄 때 그녀에게 찾아온 '글쓰기'의 시간.
그녀는 자신의 이야기를 누구보다 솔직하고 예쁘게
담아내며, 하고 싶었던 작가와 책 출간이라는
목표에도 도달하게 된다.
사랑과 꿈을 모두 잡은 작가는
진정한 위너가 아닌가 싶다.
일본 생활에 대한 외국인으로서의 시선과
일본 남자와 채팅으로 사랑에 빠지게 된
조금은 평범하지 않은 사건,
그리고 그와 결혼을 결정하고
신혼집을 준비하며 느낀 따스한 '가족'이라는 의미 등
작가는 자신을 채운 연애와 결혼의 기억을
차근차근 독자들에게 들려준다.
유튜브나 SNS 등을 통해서
외국에서 생활하는 한국인들의 모습을 보며
색다른 환경에서 지내서 좋겠다는 생각과 함께
외롭겠다는 마음에 안쓰럽기도 했다.
하지만 이렇게 나의 가장 든든한 지원군이 있다면,
그 어떤 어려움도 헤쳐나갈 수 있는 힘이 되지 않을까
충분히 그럴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아직도 현재진행형인 그리고 앞으로도 이어질
김이람 작가의 내일이 기대된다.
일본에서의 시간들이 이어질수록
'우리 집 일본인'의 후속편은 점점 더해지지 않을까,
또 그 이야기를 통해서 우리는 다른 문화에서 오는
차이를 이해하고 색다른 즐거움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게 된다.
아직 미혼인 나에게 결혼이나 혹은 외국인 배우자를
만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카테고리였는데,
작가의 이야기를 읽다 보니
'인생은 어떻게 흘러갈지 모른다'는 생각과 함께
나에게 다가올 인연을 놓치지 않기 위해
안테나를 바짝 세워야겠다는 다짐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