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하이드어웨이
후루우치 가즈에 지음, 민경욱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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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인플루엔셜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회색 도시의 빌딩 숲,

푸르름이나 햇빛의 따사로움을 느낄 새도 없이

더 빠르게 더 정확하게

효율성만을 추구해야 하는 현대인들에게는

마음속에 하나씩 답답함이 쌓여간다.


나답게 다른 사람의 눈치와 평가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하루를 보내고 싶지만,

사회와 타인의 시선 아래서 보이는 모습은

지극히 가공되고 숨겨진, 보기 좋은 모습일 뿐이다.


그러다 보니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는

나만의 쉼터이자 은신처, 한숨을 돌릴 수 있는

비밀스러운 공간이 하나씩 생기기 마련인데,

도쿄에 숨겨둔 자신만의 은신처와

'나만의 은신처'라는 앙케이트를 통해 영감을 받은

작가가 그려낸 휴식 같은 옴니버스 소설을 만났다.


일본 최대 서평 사이트인

독서미터에서 2024년 '가장 읽고 싶은 책 1위'로

선정된 〈도쿄 하이드어웨이〉는

각자의 고민을 안고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자기만의 '은신처'를 찾는 과정을 그린 소설이다.


도쿄에 있는 인터넷 종합 쇼핑몰을 운영하는

중견 전자상거래 기업 파라웨이를 중심으로

이곳에서 일하는 직원들, 그리고 그들과 얽힌

주변인들까지 여섯 명의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도심 속에서 각자만의 포인트로 지쳐있는 주인공들이

자신을 위로하고 힘을 북돋아 주는 '은신처'를 찾아내며

자신에게 다가오는 문제로부터 씩씩하게

맞서 일어나는 과정들을 담고 있는 작품인데,

영화사에서 오랜 시간 근무한 저자답게

옴니버스식으로 구성된 소설은

각 등장인물들이 각 편에서 주인공과 등장인물로

겹쳐지며 마치 바통터치하듯이 이야기를 이어

크게 소설 전체적으로는 하나의 주제를 그려내고 있었다.


빠르게 변하는 사회,

특히나 IT 업계에서는

남들보다 더 빠르고 정확하게

보다 효율을 내야 하기 때문에

한 명의 '사람'이라기보다는

퍼포먼스를 내는 하나의 구성으로

회사를 이루는 퍼즐 조각의 하나같이

취급되는 경향이 있다.


그러다 보니 마음으로 공감을 하고 이해하기보다는

일의 능률이나 성과, 겉으로 보이는 모습만으로

평가를 하기 마련인데

사람이기 때문에 겉으로 보이는 것만으로

그 사람에 대해 100% 안다고 할 수 없고,

그 사이에서 오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갈등은

때로는 누군가에게 인생을 뒤흔드는 것 같은

충격을 주기도 한다.


주인공들은 각자 자신이 매일 만나는

도심 속 공간에서 모두에게 특별하진 않지만

나에겐 의미 있는 휴식과 안도를 주는

은신처를 만난다.


회사에서 점심시간을 이용해 방문한

과학관의 플라네타륨, 쓰레기 매립장에 만든 공원,

다양한 작품을 만날 수 있는 미술관,

공원 속에 있는 복싱 클래스,

둥둥 떠다니는 해파리가 있는 수족관 등

자신만의 은신처를 찾아 한숨을 돌리며

주인공들은 자신 앞에 주어진 문제에 맞설

힘을 얻는다.


타인의 시선과 평가에서 지친 그들이

오롯이 자신만을 위해 낸 시간,

자신만이 찾는 그 공간에서 안도를 맞이하는 것이다.


빡빡하게 채워진 닭장 같은 사무실에서
이쪽 저쪽으로 고개를 돌려도
결국은 누군가에게 보이고만 마는 장소에서
흔들리는 감정을 어떻게 추슬러야 할지
고민이 많았던 때가 많았다.
그럴 때 내가 은신처로 삼았던 건
당장의 눈앞에 있는 초록.
작은 화분에 있는 식물이 꽉 막힌 사무실 안에서도
조용히 새싹을 틔우는 모습을 보며
나도 이렇게 힘을 내봐야지 싶었다.

그런 점에서 소설 속의
'요네가와 에리코'에게 가장 많은 공감이 갔는데,
결혼한 워킹맘이라는 점에서
나와는 차이가 있었지만
여성으로서 직장 생활을 하면서 겪었던
불편한 진실을 그녀의 모습에서 발견하며,
그때의 내 모습을 본 듯 절로 응원을 하게 됐다.

누구나 자기만의 무게와 문제가 있다.
남들의 시선에 드러나지 않을 뿐,
우리 모두는 각자의 문제와 씨름하고
사회의 시선 아래 평가받으며
다들 매일의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이 현실인데,
소설을 통해 작가는 지친 현대의 우리들에게
한 템포 쉬어갈 수 있는 나만의 은신처를 마련함으로써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얻기를
그런 마음을 전하고 있다.
기꺼이 자신이 발견 도쿄의 장소들을
작품 속에 털어놓으며 아끼고 싶었던
휴식을 선물하고야 마는 작가의 진심이
책을 읽는 모두에게 전해지리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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