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그것과 그리고 전부
스미노 요루 지음, 이소담 옮김 / ㈜소미미디어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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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소미미디어로부터 서포터즈활동을 위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나이가 든 지금은 잘 모르겠는데 학창 시절에는 유난히

세상을 돋보기를 쓴 것처럼 바라보곤 했다.

무엇이든 과장되고 크게, 그리고 감정적으로 바라보고

조그마한 일에도 요동치게 되었으니 말이다.


집과 학교라는 한정된 공간을 오가며

반복되는 비슷한 하루들을 보내다 보니

작은 사건, 작은 마음 하나에도 요동치게 되는 것이다.

그때의 시간을 하루로 표현하자면

감정의 일교차가 컸던 그런 시기였다.


그때는 매 순간순간이 다르게 다가왔다.

나이에 따라 인생의 시차가 다르게 느껴지듯

지금은 하루를 몇 등분으로 나누고 있다면

한참 예민했던 그때에는 하루를 수십, 수만 가지의

순간으로 나뉘며 초 단위의 시간을 보내는 것만 같았다.


매일 마주하는 가족들이나 친구들,

마주하게 되는 타인의 얼굴들을 비롯해

연예인, 운동선수 등 타인을 좋아하는 감정을 품게 되면

더욱이 그 감정의 조각이

더욱 세밀한 갈래를 가지게 됐다.

그런 감정이 마치 그때에만 주어지는 특권처럼

혼자서 이런저런 고민을 하며 사랑에 빠져

'삶'이라는 시간과 '타인'이라는 존재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가지게 됐다.


청춘 소설의 대가라 불리고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로 잘 알려진

스미노 요루의 10번째 작품이 나왔다.

인물의 감성을 효과적으로 묘사해서

공감과 위로를 이끌어내는 스토리로

모든 연령층의 사랑을 받고 특히나

10~20대의 많은 지지를 받고 있는 작가의 신작인데,

여름방학을 맞은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짝사랑하는 여학생과 함께 그녀의 할아버지가 있는

고향으로 함께 나흘간의 여행을 떠나며

특별한 시간을 보낸 메메의 이야기를 통해

오롯이 이 순간 '사랑하는 감정'으로 꽉 채운

청춘의 청량한 감성을 담은 소설을 써냈다.


운동을 특기로 고등학교에 진학한 메메는

같은 학교에 다니는 사브레를

반년 전부터 짝사랑하고 있다.

겉으로는 평범한 친구처럼 그녀에게 더 다가가지도,

특별한 말이나 행동을 하지도 않지만

여름방학을 맞이하고 기숙사에 남은 두 사람이

우연히 식당 가는 길에 만나 대화를 나누다가

사브레의 할아버지가 있는 고향에 함께 가기로 하며

펼쳐지는 여정을 담았다.


야간버스와 기차, 도보를 이용해

한적한 시골마을로 향한 두 사람.

처음으로 단둘이 함께하는 여정 앞에

설레는 마음을 애써 감추고 자신의 마음은 숨긴 채

사브레와 함께 하는 순간을 만끽하는 메메.

다른 아이들과는 좀 다른 예민하면서도 섬세한 사브레를

나만큼은 이해할 수 있다는 생각이 있었던 메메는

나흘간의 시간을 보내며 몰랐던 사브레에 대한 모습과

그녀의 이런저런 생각들을 알게 되고

그녀의 친척들을 만나며 한결 가까워짐을 느낀다.


이렇다 할 진전이나 고백 없이

지나가 버리는 듯했던 나흘의 마지막 날 밤,

사브레의 할아버지가 갑자기 호흡 발작으로 쓰러지고

할아버지가 병원으로 옮겨진 사이

대화를 나누던 두 사람은 서로가 숨겨왔던,

그리고 스스로도 몰랐던 자신의 모습을 내보이며

서로에게 오롯이 '자유로운 나 자체'를 드러낸다.


이윽고 돌아온 현실 앞에서, 더 이상 물러날 수도 없고

가장 큰마음의 순간이라 생각한 메메는

사브레에게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는데,


운동을 하는 고등학생인 메메의 시선에서 펼쳐지는

여름방학의 특별한 나흘간의 이야기는

쉽게 짐작할 수 없는 사브레의 눈치를 함께 살피듯

두근두근 떨리며 읽게 되었다.

손에 잡히지 않을 것만 같은 사브레의 마음도,

그리고 그녀가 털어 넣은 자신의 이야기도

'이러다 친구 사이마저 망가지는 거 아냐'라는

초조함이 들기도 했고, 풋풋한 십 대만의 감성을 담은

이야기는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슬며시

순진한 그들의 모습에 미소를 짓게 되었다.


누군가를 좋아하고 사랑에 빠지게 되는 순간,

그 사소한 순간의 모습을 작가만의 필체로

감성적으로 묘사한 부분은 특히나 인상적이었다.

마치 어떤 사고처럼 다가온 사랑은

그 이후로는 모든 순간이 마치 전부 사랑인 것처럼

이십 대 소년의 일상을 전부 뒤흔들어 놓는데

줄곧 고백하지 않고 지켜만 보던 메메가

이윽고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는 과정에서는

그 엄청난 용기와 직진, 그리고 역시 사브레 답게

메메가 친 스매시를 받아치는 당당함에

'역시 십 대 답네'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서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이해하며,

각자의 자유를 존중하는 그들의 모습은

단순히 한창 어린 시절의 풋풋함보다는

훨씬 진지한 사랑으로 느껴지게 했다.


더욱이 그들을 이 여행으로 이끈

'죽음'에 대한 서로의 생각의 차이는

마치 서로 다른 두 사람이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면서 비로소 공감과 이해를 하고

하나의 마음을 가지는 과정을 미루어 보여주는 것 같은

하나의 클리셰 같다는 생각도 했다.


그때의 감정이 얼마나 지속될지는 모르겠지만,

순간의 감정에 최선을 다하는

'지금 이 순간'의 아름다운 그들에게

가장 큰 응원을 보내본다.


청춘 소설의 대가답게, 읽는 것만으로도

내리쬐는 햇빛이 뜨거운 여름으로 들어가는 것 같았다.

사랑하는 감정이 존재하는 이 세상의 모든 이들에게,

이토록 설레는 시작이 있노라고

한껏 사랑을 해보라고 작가는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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