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이, 그녀
왕딩궈 지음, 김소희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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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화권의 문학작품은 가까운 지리적 거리와는

상대적으로 많이 접할 기회가 없었다.

비슷한 정서와 문화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미처 읽지 못하다가 최근에 들어

한 두작품씩을 만나보고 있다.


이번에 읽게 된 《가까이, 그녀》는

대만 작가 왕딩궈의 작품으로

그는 열일곱에 글쓰기를 시작해 다수의 문학상을

휩쓸며 대만 문단의 총아로 떠오른 작가이다.


서른에 절필을 선언한 후에

2004년 다시 문단에 복귀를 하였는데,

복귀 이후 출간된 작품 들 역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가까이, 그녀》는 57세의 류량허우라는

남자의 시선에서 그의 인생과 사랑,

만났던 두 명의 여인과의 이야기를 통해

진정한 사랑의 의미에 대해서 전하고 있다.


류량허우의 1인칭 시점으로 진행되는 이 이야기는

그가 감방에 있다가 가석방에서 풀려나며 시작된다.

아내인 쑤의 죽음과 관련된 그의 감방생활,

그는 가석방 이후에도 냉랭한 아들과의 관계에서

어떤 해명이나 대화를 하기보다는 적당한 거리와

'치매'라는 적당한 핑곗거리 속에서

그만의 형벌을 평생토록 받으며 나머지 인생을

살아가려고 한다.


감방에서 함께 있었던 라이쌍과의 재회에서

거리를 두고 있었던 종잉에 대한 기억과

감정들을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고민하게 되는데,


가난한 가정에서 자라 출세를 열망했던 그는

또래 아이들이 학업에 열중하는 동안

경제활동을 택하게 된다.


뒤늦은 학구열에 대한 아쉬움은

10살 차이가 나는 대학 동기들 사이

표현조차 하지 못하고 바라보기만 했던

어색했던 첫사랑의 기억으로도 남아있는데


생계를 위해 벌어야 했던 시계 가게에서

우연히 만났던 쑤와 대학교에서 그의 마음을

설레게 했던 종잉 두 여자는

그의 인생을 채우고 뒤흔드는 역할을 한다.



가부장적인 분위기에 가로막혀,

민주주의를 지향하고 독재에 반대하는

두 여인의 분투는 다른 듯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일찍이 어린 누이를 떠나보냈던 류량허우는

누이에 대한 미안함과 죄책감을 품고 있는데

그에게 쑤와 종잉은 그런 그가 품고 있던

미안함과 죄책감을 바탕으로 지켜주고 싶고

바라보고 싶게 해주는 여성들이었다.


체제와 타고난 환경에 순응하지 않고

다치면서도 스스로의 목소리를 내려는 그녀들의

이야기를 묵묵히 들어주는 류량허우는

그 시대의 여느 남성들과는 다른 모습으로 존재했다.


그만의 사랑은, 쑤의 마지막 선택에 있어서도

끝끝내 그녀의 명예를 지키고자,

자신의 삶의 방향이 흔들리는 것도 감내하게 했고

감방에서 편지를 통해 종잉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털어놓으면서

그녀를 돕고자 하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사랑이 무엇인지, 여성으로 살아가는

그들의 목소리가 무엇인지

류량허우라는 한 사람의 인생을 통해서

시대에 갇힌 여성들을 만나볼 수 있는 시간이었고

누구보다도 순진하고 솔직했던 쑤와 종잉뿐 아니라

사랑 앞에서 최선을 다했던 류량허우의 모습은

진정한 사랑의 의미 또한 깨달을 수 있도록 해주었다.


한 사람의 시선을 통해

시간을 오가며 건네는 인생의 이야기는

들쭉날쭉한 진행을 보였지만

그래서 그 이야기들을 퍼즐처럼 맞춰가는

과정이 더욱 흥미진진한 소설이었다.


지독히도 힘들었던 시대,

그 속에서 목소리를 더욱 내기 힘들었던

여성들의 이야기를 남성인 주인공의 시점에서

들을 수 있어서 더욱 의미가 있었던 것 같다.


절필한 시간 동안 더욱 깊은 내공을 쌓아

돌아온 그의 매력을 느낄 수 있었던

그런 소설이었다.


"이 글은 알에이치코리아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저의 솔직한 후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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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클린의 소녀
기욤 뮈소 지음, 양영란 옮김 / 밝은세상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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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해줘》 《당신, 거기 있어 줄래요?》

《사랑하기 때문에》를 비롯해

다양한 작품으로 프랑스를 넘어

한국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기욤뮈소.

"한국 여성이 주인공인 소설을 쓰고 싶다"라고

인터뷰할 만큼 작가 본인도 한국에 대한

애정을 듬뿍 드러낼뿐더러

작품 속에서도 한국인이나 한국이 등장하기도 한다.


《당신, 거기 있어 줄래요?》는 국내에서

영화로도 제작이 되어서 많은 사랑을 받기도 했고

우리나라 정서에도 잘 맞는 그의 소설은

지금까지도 그 인기를 이어지고 있다.


이번에 만나보게 된 《브루클린의 소녀》는

그가 2016년에 쓴 13번째 소설로

사라진 약혼녀를 찾다가 마주한

충격적인 사건들을 풀어가는 과정을 담은

스릴러 소설이다.


기욤뮈소의 경우 데뷔 후 20년 가까이

작가로 활동하면서 거의 매해 한 권씩

소설을 내면서 꾸준히 작품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초기에는 로맨스와 판타지가 결합된

작품들이 주를 이루었다면 최근에는

스릴러의 비중이 커지고 있는데,

《브루클린의 소녀》는 2016년 출간된 이후

이번에 리커버 판으로 재출간 되면서

새로운 스타일의 작품을 선보이는

기욤뮈소의 노력을 엿볼 수 있는 그런 작품이다.


한번 결혼의 실패를 겪은 소설가 라파엘은

3주 후 결혼을 하기로 한 안나에게

부부가 되기 전 서로에게 비밀은 없어야 한다며,

서로 가진 비밀을 모두 털어놓자고 제안을 한다.

라파엘의 설득에 안나는 고민을 하다

자신의 비밀을 알아도

변함없이 자신을 사랑해달라며 당부를 하는데,


어떤 얘기라도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았던 라파엘은

그녀가 보여준 휴대폰의 사진을 보고는

충격적인 과거에 그녀의 어떤 설명이나 얘기를

들어볼 생각조차 하지 못한 채 그 자리를 벗어난다.


정신없이 차를 몰아 달리던 그는

문득 '이렇게 떠나서는 안된다'라는 생각과

이대로 떠나는 건 무책임하고 유치한 짓인지

깨닫고는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가지만

안나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 상태.


연락도 되지 않고 흔적조차 없이 사라진

그녀의 아파트에서 그녀의 짐들을 살펴보다

우연히 엄청난 금액의 현금이 든 가방,

그리고 그녀의 사진이 있는

위조된 신분증 두 장을 발견한다.

과거 열여덟 살 즈음 발급받은 것으로 추측되는

각기 다른 이름의 위조 신분증을 보니

더욱 그녀와 그녀의 과거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는데


이웃사촌이자 전직 형사인 마르크와 함께

그녀의 행적을 찾아 나선 라파엘은

생각지 못하게 꼬리에 꼬리를 물듯 펼쳐지는

사건의 진실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게 된다.


과연 그는 그녀를 찾을 수 있을까?

그녀가 숨기고자 했던 과거에는 어떤 비밀이 있을까?


소설의 줄거리와 초반 부를 읽으며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화차》 가 생각이 났다.

갑작스럽게 사라져버린 약혼녀,

위조된 신분으로 살고 있었던 그녀의

과거를 찾아 전직 형사와 함께 한다는

설정이 굉장히 비슷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히려 비슷한 구조를 가진 이야기는

허를 찌르듯 다른 방향으로 점차 범위를 넓혀 나간다.

어울리는 친구나 주변인도 없고

부모님도 없다고 했던 안나와 관련된 인물들이

하나둘씩 늘어가면서

연관되는 사건의 규모는 커지고

라파엘은 소설가만의 시선에서

그녀의 이야기를 여러 단서를 바탕으로 재조립해간다.


숨겨진 사건의 진실,

그리고 끝난 줄 알았던 마지막에 다시 한번

허를 찌르는 이야기는 기욤뮈소라는 작가를

로맨스 장르로 익숙했던 독자들에게

반전을 느끼게 해줄 수 있었던 작품으로 다가간다.


기욤뮈소는 어머니가 사서였지만

본인은 책을 멀리하다가

애거서 크리스티와 에밀리 브론테에

빠지게 되었고 본격적인 소설가로

활동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의 그 애정의 뿌리가 있어서인지

로맨스와 스릴러, 추리하는 과정이

굉장히 맛있게 버무려진 한 편의

엄청난 작품을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숨기고 싶은 과거는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완전히 감출 수 있는 과거,

사건은 어디에도 없는 것 같다.


힘 있는 자들이 저지른 과거의 문제들을

그 힘을 이용해 무마시키고, 은폐되는

모습을 너무나도 많이 봐왔다.


시간이 지나고 떠오르는 진실들의 씁쓸함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다친 이후에야

비로소 드러나는 건지

소설보다도 더 극적인 현실의 모습이

씁쓸해질 뿐이다.


최근에도 많은 이들에 의해 관심을 받고 있는

어떤 사건의 제대로 처벌받지 않는 가해자들의

뻔뻔함에 치를 떨었다.

소설 속에서도 현실에서도 이어지고 있는

그 씁쓸함은 여전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밝혀지는 진실과

진심이 전하는 힘은 우리에게는 언제나

환한 빛으로 남아있을 것이다.


리커버로 새로운 표지로 찾아온 이 소설을

과거에는 읽지 못하고 이번에 비로소

다시 만나게 되었다.


시간이 한참 지났음에도 여전히 엄청난

흡입력으로 지금의 독자들에게도

힘을 미치고 있는 기욤뮈소의 저력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던 소설이었다.


"이 글은 밝은세상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저의 솔직한 후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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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딸이 되려고 몇 생을 넘어 여기에 왔어
이순하 지음 / 이야기장수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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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만 해도 울컥 눈물을 차오르게 하는 이름.

엄마라는 사람의 여자이다.

사랑하면서도 때로는 미워하고

그 강한 생활력을 닮아야지 하면서도,

당신처럼은 살지 않겠다는 생각을 하게 하는

엄마의 딸로 태어나 엄마가 되어 딸을 키우는

가족사 한가운데서 엄마의 속마음을

막연히 생각해 본다.


가족의 이야기를 다룬 에세이는 많지만

대부분 나와 비슷한 또래가 이야기하는

엄마의 이야기가 많았다.

책 속에서 등장하는 가족들은 평범한 듯

특별한 그들만의 사연이 있었고

공감이 가는 부분들도 있지만

각자에게는 자신들만의 사연이 있기 때문에

에세이를 읽으며 어떤 특별한 생각을 하지는 않았다.

'아, 이런 가족이 있구나' ' 아, 이런 사연이 있구나'


그런데 이번에 읽은 이 에세이는

제목부터 '엄마'가 들어가서였을까,

아니면 작품을 쓴 작가가

무려 우리 엄마보다도 한 살은 더 많은

60대의 신예 작가라는 점이 눈에 들어와서 였을까?

유난히 끌리는 마음을 주체할 수 없었다.


'엄마' 치트키 앞에서는 이제는 보기만 해도

울컥하며 촉촉해지는 눈가를 만날 수 있는

나이가 되기도 했지만,

우리 엄마 또래가 말하는 엄마와 가족의 이야기는

내 엄마의 어린 시절을 돌아보게 하기도 했고

또 엄마의 엄마, 즉 할머니를 떠올리는

새로운 구실이 되어주기도 했다.


1958년에 태어나 딸 셋이 있는 집의 둘째 딸로 자란

작가는 60대에 첫 작품으로

《엄마의 딸이 되려고 몇 생을 넘어 여기에 왔어》를 썼다.


인터넷 매체에서 고요히 연재되다가

젊은이들이 단문을 공유하는 SNS에서

수많은 유저들에게 폭발적으로 공유되며

입소문을 타며, ‘눈물 나는 글맛’이라는 호평을 받으며

비슷한 시대를 살아오며 가난을 겪어온

어른 세대뿐 아니라 퍽퍽한 삶에 지쳐 다정한

진심을 그리워하는 젊은 세대들에게도

큰 사랑을 받게 된다.


전쟁 이후 태어난 베이비붐세대인 60대라면

대부분 그러했듯이 늘 배고프고 가난이 익숙했던

작가의 어린 시절은 비록 넉넉하지는 않았지만

언제나 따스한 밥상과 품으로 자식들을 안아주는 엄마와

엄마처럼 돌봐주는 어른들이 있었기에

살만한 세상이었다.


경제활동을 하며 '나'로 살 수 있는

지금의 엄마들과는 조금 다르게

그때의 엄마들은 집안일을 하랴, 자녀를 돌보랴,

없는 살림을 쪼개서 돈 모을 궁리를 하랴

정말 자신의 모든 것을 탈탈 털어 희생을 했다.

작가의 엄마 역시 남북전쟁 이후 홀로 남한에

정착한 남편을 만나 아이를 낳고 키우며

또 숱한 남편의 바람과 여자문제,

경제적인 어려움 속에서도

가족들을 위해서 변함없이 노력하는

우직한 모습을 보이곤 한다.


모성애란 무릇 그런 것일까?

아직 결혼도 하지 않고 아이를 낳지 않은 나는

그 무한으로 뿜어져 나오는 엄마들의 '희생' 앞에

때로는 미안함이, 때로는 답답함이,

때로는 안쓰러움이, 때로는 고마움이

솟아오르며 나는 언제쯤 그 감정을

오롯이 이해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한다.


지극히 개인적일 수 있는 한 가족의 가정사 앞에서

이토록 함께 가슴을 치며, 어떤 페이지에서는 웃으며,

어떤 페이지에서는 겹쳐지는 내 엄마의 모습에

속상해서 눈물을 글썽이기도 하며

잔뜩 몰입해서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나라가 다르고, 시대가 달라도 '엄마'라는 존재의

무한한 사랑 앞에서 그저 엄마의 아기인 우리는

그 사랑을 평생 갚지 못하고 받기만 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순리인지도 모르겠다.


'신은 모든 곳에 있을 수 없기에

엄마를 만들었다'라는 말이 있다.

아이로 태어나 엄마의 사랑을 받고 자라,

여자가 되고 또다시 엄마가 되는

그 연결되는 고리들은 지금의 우리가

존재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이자

무엇보다 강인한 힘인 것 같다.


배우지 않았는데도 엄마는

누구보다 엄마다운 엄마가 되었고,

그런 엄마에게서 나온 우리들 역시

언젠가는 엄마가 되어 그 고리를 이어갈 것이다.


엄마의 손맛이 가득 담긴 추억의 맛

음식들도 함께 소개되었고,

엄마뿐 아니라 엄마 같은 역할을 해주었던

이모, 할머니를 비롯해 이웃들의 이야기는

가슴한켠을 아랫목처럼 따끈하게 데워주었다.


고만고만한 삶을 살아간 내 엄마의 그 시간들은

얼마나 더 깊은 마음을 품고 있을까?

가족들을 위해 맏딸로 태어나 많은 것을

양보하고 희생했던 엄마가

최근에 새로운 도전을 하며 즐거워하고

누구보다 열심히 하는 모습에

'이게 뭐라고 이렇게 늦게 해줬는지'라는 후회를 한다.


요즘은 복리로 모아 나중에 잘해야지 보다

순간순간 꾸준히 잘해야지 싶다.

양보와 눈물, 인내로 점쳐졌던 엄마의 인생을

매일매일 꽃으로 수놓아 주겠다는 다짐을 하며,

할머니를 한창 그리워하는 엄마에게도

이 책을 선물해 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저의 솔직한 후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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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고 싶은 날의 인생 상담 - 사는 게 내 마음 같지 않아 힘든 당신에게
기시미 이치로 지음, 심지애 옮김 / 티라미수 더북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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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라고는 하지만

살아가면서 마주하게 되는

더 많은 역할과 관계들 사이에서

어렸을 때보다도 도움이 필요할 때가 많다.


우리가 마주하는 매일은 한 번도

겪어보지 않은 새로운 하루이기에

살아가면서 당면하는 문제들 앞에서

의연하게 대처하기란 쉽지 않은데,

그래서인지 이런 어려움을

누군가는 인생을 뒤흔들만한 사건으로 보기도 하고

누군가는 툭 털고 일어날 정도의

해프닝으로 느끼기도 한다.


수많은 고민들 중에는

나 자신과의 문제도 있고

인생의 고뇌(현재의 행복이나 미래에 대한 불안 등),

인간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 사랑의 어려움 등

다양한 문제들이 많은데


철학자인 기시미 이치로는 온라인 매체에 연재했던

「25세부터 철학 입문하기」에서 다루었던

30가지 고민들에 대한 답을 책으로 엮었다.


여느 상담서와 다르게

철학을 근본에 두었다는 점이 차이가 있는데

특히나 오스트리아의 정신의학자

알프레드 아들러의 이론을 바탕으로 한

작가의 답변은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면서

한 번쯤 마주할 수 있는

다양한 고민들이 포함되어 있어서

사는 게 내 맘 같지 않아 힘든 어른들에게

마음을 따스히 어루만져 주는 해답이 되어주고 있다.


실제 상담을 고스란히 옮긴 상담서를 보는 것처럼

1장~4장까지 주제별로 나누어

총 30가지의 질문과 답이 제공되고 있는데

순서대로 읽어도 좋고,

질문의 내용을 보면서 그때그때

나에게 필요한 해답을 찾아 읽는 것도

도움이 될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2장인

'인생의 고뇌와 마주하기'의

질문들이 많이 와닿았는데

인생의 목표나 미래에 대한 불안,

돈을 모아야 하는데 사는 재미는 놓지 않고 싶은 마음,

노후 준비, 연휴 끝 일하기 싫은 마음,

마음에 여유가 없을 때 등

30~50대의 중장년층이

노년을 앞두고 할 수 있는 생각들에서

공감이 많이 되었다.


특히나 Q8인 '더 행복하게 살고 싶습니다'의

답변은 '행복'이라는 개념에 대해서

시각을 돌리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책 속에서 저자는

행복은 양으로 따질 수 있는 것이 아니고,

'더' 행복해질 수 있는데 그렇게 못 되는 게 아니라

지금도, 앞으로도 행복은 변하지 않는다며

'앞으로 변하지 않는다'라는 말은

이미 행복한 상태이며 그 외에 다른 행복은 없다는 뜻이고

단적으로 말해 사는 자체가 행복이라

이 사실을 아는데서부터 행복이 시작된다고

'행복'이 '더 얻는 것'이라는 생각을 가졌던

오늘날의 우리들에게 '이미 다 가진 행복을 알자'라는

깨달음을 주었다.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 일도 하고 돈도 벌고

또 고민을 하기도 하는 우리들에게

근본적인 행복에 대해서 다른 시각으로

접근한 저자의 말은 그 어떤 말보다도

와닿게 되었다.


이 밖에도 사람들 간의 관계나

연인 간의 사랑 사이에 대해서도

아들러 이론을 바탕으로 한 저자의 답변은

굉장히 시원시원하게 다가왔다.


내 인생인데도 뜻대로 되지 않아 답답할 때,

고민 앞에서 누군가의 명확한 해답이 필요할 때

꼭 저자의 답이 정답은 아니지만

조언 앞에서 생각의 전환을 할 수 있다면

참 좋을 것 같다.


심리학 적인 측면을 초월해서

철학적인 원론에서 접근한 이 책은

그 어떤 상담서보다도 실용적이지 않나 싶다.


"이 글은 티라미수 더북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저의 솔직한 후기입니다."



저는 인생을 어떻게 살아갈지, 대인관계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를 고민하는 것이 철학이라고 생각합니다. 행복을 마다하는 사람은 없겠지요. 우리는 행복이 무엇인지 생각하는 것에 그치지 말고 행복하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고 실제로 행복하게 살아가야 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철학은 실천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이 다른 유사 상담서와 다른 점은 철학이 근본에 있다는 점입니다. 저는 전공으로 철학을 공부하다 30대 초반에 오스트리아의 정신의학자 알프레드 아들러 Alfred Adler의 사상을 처음 접했습니다. 이때 지금 언급한 인생에서 피할 수 없는 문제, 특히 대인관계 문제는 철학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나‘라는 도구는 다른 것으로 교체할 수 없습니다. 나에게는 나만의 특징이 있습니다. 그것을 어떻게 활용하냐가 중요합니다. 스스로 단점이나 약점이라 여겼던 부분들을 장점으로 바꿔보는 건 어떨까요?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는 데에는 ‘이유‘가 아닌 ‘목적‘이 있습니다. ‘나는 가치가 없는 사람이다. 그래서 나를 사랑할 수 없다. 그 결과 용기를 낼 수 없다.‘ 자신을 사랑할 수 없는 사람의 사고 회로가 이럴 것 같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이들은 애초에 용기를 내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용기를 내고 싶지 않기에 나를 ‘가치가 없는 존재‘로 만들어 버립니다.

왜 용기를 내고 싶지 않은 걸까요? 결과가 나오는 게 두렵기 때문입니다. 일이나 공부할 때 나는 능력이 없는 사람(즉 가치가 없는 사람이다)이라고 생각하고 도전하지 않으면, 결과가 나올 일도 없습니다. 실패라는 현실을 마주하지 않아도 됩니다.

늘 나를 좋게 포장하려고 하는 사람에게 부족한 것은 ‘신뢰‘입니다. 내가 솔직하게 털어놓았다고, 본 모습을 보였다고 해서 사람들이 나를 멀리하지 않습니다. 나를 좋게 포장해야만 사람들이 내 곁을 떠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 다른 사람을 믿지 못해서입니다.

우리는 내일 일어날 일은 제어할 수 없습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무슨 일이 일어나면 내가 누군가에게 힘을 주고, 내게 힘이 되어주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잘 유지하는 일입니다. 그러기 위하여 지금을 소중히 여기고 최대한 평온한 하루를 보내며 남과 싸우지 않도록 노력해 보면 어떨까요?

불안한 사람은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먼저 자신이 처한 현실은 손쓸 방법이 없을 정도로 힘들지는 않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인생에는 직접 뛰어들어봐야 결말을 알 수 있는 과제가 많습니다. 반드시 성공할 거라 믿었던 일이 직접 해보니 생각 외로 어려워서 실패할 때도 있고, 그 반대일 때도 있습니다. 일단 가능한 것부터 해보는 수밖에 없습니다.

사람은 행복해지면 다른 이의 관심에서 멀어집니다. 어릴 때부터 공동체의 중심에 있으며 언제나 관심을 갈구하며 살아온 사람은 이 사실을 받아들이려면 용기가 필요합니다.
우리는 계속 행복‘해지는‘이라고 썼는데, ‘지금은 행복하지 않지만 언젠가는 행복해지는 건‘ 없습니다. 또 무슨 일이 일어나 갑자기 불행해지거나 행복해지는 것도 아닙니다. 행복해지기 위해 무슨 일이든 일어나길 기대하는 듯 보이나, 지금 존재하는 행복 외에 다른 행복은 없습니다.

‘더 행복해지고 싶다‘라는 생각도 잘못된 것입니다. 행복은 양으로 따질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더‘ 행복해질 수 있는데 그렇게 못 되는 게 아니라 지금도, 앞으로도 행복은 변하지 않습니다. ‘앞으로도 변하지 않는다‘라는 말은 이미 행복한 상태이며 그 외에 다른 행복은 없다는 뜻입니다. 단적으로 말해 사는 자체가 행복입니다. 이 사실을 아는 게 행복해지는 길입니다.

미키 기요시는 성공과 행복을 비교했습니다. 그의 말에 따르면 행복은 인생에서 상위에 있는 목표라면, 성공은 행복하기 위한 수단입니다. 단, 성공한다고 반드시 행복해지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성공과 행복은 전혀 다르며 성공해도 행복하지 않다고 느끼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는 성공이 ‘과정‘인데 반해 행복은 ‘존재‘라고 말합니다. 성공은 무언가를 달성해야 하지만 행복은 아무것도 이루지 못해도 ‘그 자체‘로 행복하다는 의미입니다. ‘이대로 나이만 먹어가는 인생‘일지언정 충분히 행복할 수 있습니다.

사실 인생의 힘듦은 나이와 상관없이 삶의 모든 시기에 경험합니다. 나이를 먹었다고 특별히 더 힘든 것은 아닙니다.
당장 노후를 생각하면 불안하겠지만 일어날 일은 일어나고 일어나지 않을 일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아직 오지 않은 미래 때문에 불안해한들 소용없습니다. 모든 일은 그때 가서 생각하면 됩니다.

더 이상 일을 못 한다고 해서 나의 가치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일‘의 의미를 넓게 생각하여 다른 사람이 봤을 때는 아무것도 안 하는 듯 보여도 ‘일하는 중‘이라고 생각하거나 ‘살아 있는 것‘ 자체에 의미가 있다고 여기면 어떤 상황에 있는 사람이라도 이 세상에서 공존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더는 노후를 불안해하지 않게 될 것입니다.

인생에 익숙해지지 못한 사람이야말로 영원히 젊게 있을 수 있습니다. 그와 동시에 나이가 들면서 알게 되는 것도 있습니다. 비록 삶은 고통스럽고 나이가 들수록 점점 더 그렇게 느껴지는 일이 많아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나이가 들어야 경험할 수 있는 일이 있습니다.

‘운이 없어서 손님이 적었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손님을 늘리기 위해 고민하거나 대책을 마련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면 계속 빈 차를 운전하게 될 터이고 일 자체가 재미없어질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리저리 방법을 고민하다보면 ‘필요하지만 내키지 않는 일‘도 ‘하고 싶은 일‘로 바꿀 수 있습니다.

마음에 여유가 없는 이유가 원래 해야 할 일을 회피하기 위한 구실에 지나지 않는다면, 그런 이유로 인생의 결단을 뒤로 미루면 안 됩니다. 모든 일에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처음부터 잘 되는 일은 없습니다. 가능한 것부터 하나씩 해 나가야 합니다.

먹고살려면 어쩔 수 없다고 해서 건강을 해치면서까지 일 하는 건 안 됩니다. 업무량을 줄이지 못하더라도 일에 관한 의식을 바꾸면 ‘즐겁게‘ 살 수 있습니다. 일하지 않으면 먹고 사는데 지장이 생기는 건 맞지만 사람은 일하기 위해 사는 것은 아닙니다. 인생을 위해 일하는 것이며, 그 ‘인생‘은 ‘즐거운 인생‘을 말합니다. 아무리 수입이 좋아도 하는 일이 고통스럽다면 주객전도입니다. 일의 목적을 알면 필요 이상으로 무리해서 일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적어도 하고 싶지 않은 일은 되도록 피하려고 하고 일할 때의 마음가짐도 바꾸려고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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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꼭 안아줄 것 - 영원한 이별을 가르쳐야 했던 한 아버지의 이야기
강남구 지음 / 클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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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치 못한 이별 앞에 상실감은 크게 다가온다.

그것이 사랑하는 가족이라면 그 상실감은

사랑의 깊이만큼 배로 찾아오게 된다.

사랑하는 아내를 떠나보내고 남은 아이와 보내는

아빠의 일상은 어떤 시간이었을지,

가족을 떠나보냈다는 공통점은 있지만

아픔은 상대적인 것이 아니기에

그와 아이의 아픔을 미루어 짐작조차 할 수 없다.


KBS 인간극장 '사랑은 아직도' 편을 통해서

소개되었던 기자 출신 강남구 씨가

아내와 아들 민호의 이야기를 썼던 것이

10년 만에 개정판으로 다시 출간되었다.


갑작스러운 아내와의 사별 이후,

홀로 아이를 돌보며 슬픔을 이겨내는 가족의 이야기는

1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어제의 이야기처럼 생생하고

생채기 난 마음을 그대로 담고 있었다.


때마침이라고 해야 할지 우리 가족에게 있었던

'그 일'도 올해로 10년 차를 맞이했다.

더 이상 자라지 않고 10년 전의 시간에 머물러 있는

과거의 사진을 들여다보며 여전히 아프고 슬프지만

예전처럼 그만큼 울지는 않고 때로는 웃기도 하며

다시 일상을 찾은 우리 가족을 바라보듯

사연은 다르지만 비슷한 그의 모습을 통해

10년 전 우리의 모습을 바라보는 것만 같았다.


재생불량성빈혈을 앓았던 아내는

병 앞에서도 늘 씩씩한 모습을 보였다.

힘들어하거나 지친 내색 없이

아이와 남편을 위해 매일의 행복에 최선을 다했고,

혈액 이식을 해야만 하는 상황 앞에서도

자신보다도 자신을 걱정할 가족들,

엄마와 떨어져 지내는 아이를 걱정했다.

급격히 안 좋아지는 몸 상태에서도 스스로를 붙잡듯

아이와 남편, 자신의 이름을 부르며

버텨야 할 이유를 찾고 있던 그녀는

"민호야, 엄마 병원 금방 다녀올게"라는

약속을 끝끝내 지키지 못하고 먼 하늘나라로 떠난다.


방송국 기자 출신으로 늘 일을 최우선으로

남편, 아빠보다는 기자로서의 삶을

우선으로 살았던 작가는

아내의 투병과 입원, 그리고 갑작스러운 이별,

남겨진 아이를 마주하며 슬픔 앞에서

그걸 이겨내고 다시 살아가는 방법을 찾았던 과정들을

자신만의 치료법인 '하얀 종이'에 옮기는 것으로부터

이 책은 시작하게 되었다.


지독히 바빴던 남편은 아픈 아내와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줄도 모르고 그 미안함을

앞으로는 다 갚아야지, 표현해야지 하며

뒤로 또 미뤘던 것 같다.


갑작스러운 아내와의 이별 과정을 담은 1부

2부에서는 결혼 전부터 결혼 후

아이를 갖게 될 때까지의 이야기로

지난 추억들을 회상하며 그의 아내가 어떤 사람이고

얼마나 훌륭한 엄마였는지를 담았다.

3부에서는 엄마의 부재를 깨닫게 된 아이와

아이의 심리치료 과정과 더불어

제대로 슬퍼하고 그 슬픔으로부터 다시

일어나는 부자의 모습이 담겼다.

마지막 4부에서는 인간극장에도 나왔던

본격 육아휴직을 선언하며 아이와의 시간을

선택하게 된 작가와 아이의 이야기,

아내/엄마 없이 살아가는 그들의 일상이 담겼다.


책 속에 담긴 10년 전의 이야기들을 읽으며

현재 그들의 모습이 너무 궁금해졌고,

때로는 그 아픔의 순간들이 우리 가족의 아픔을

떠올리게 해 힘들기도 하고 책을 읽으며

수시로 멈춰지게 했다.


떠난 사람은 떠난 사람 나름대로의 고통이 있겠지만

남겨진 이들은 떠난 이의 마음을 알 수 없기에

막연한 자신만의 죄책감이 남곤 하는 것 같다.

잘 해주지 못한 미안함,

놓쳐버린 사소한 행복에 대한 그리움,

바뀌지 않는 현실이라는 슬픔 앞에서

건강하게 이겨낸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이고

용기가 필요한지를 너무나도 잘 알기에

작가가 마주한 현실의 이야기가 더욱 와닿았다.


남은 사람은 떠난 이의 몫까지 행복해야 한다는

의무를 스스로에게 심어놓는다.

그가 누리지 못한 시간, 그가 누리지 못한 행복을

대신 살아주지는 못하지만 우리의 행복으로

그의 아쉬움을 채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자기 위로 인지도 모르겠다.


떠난 이가 남겨놓은 추억의 조각들은

마치 갑자기 튀어나오는 퍼즐 조각처럼

우리의 인생  곳곳에서 떠오른다.

그 퍼즐 조각들을 찾아 모으며 맞추며 완성된 그 그림을

다시 만나게 되는 날 우리 모두에게 선물로 선사하고 싶다.


작가의 매일은 그런 퍼즐의 한 조각이지 않을까 싶다.

단단히 뭉쳐진 가족과 사랑이라는 힘은

그와 그의 아들 민호가 다시 일어서서 삶의 길을

걸어가는 원동력이 되어줄 테니 말이다.


10년 만의 개정판이 나오며, 시간의 흐름 앞에 변한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매일의 사소한 행복과 함께하는 기쁨의 가치를 아는

그들에게 10년이라는 시간은 다른 이들의 10년과는

달랐을 테니 말이다.


여전히 떠오르면 아프고 슬픈 기억이기도 하지만

울어주기보다는 웃어주고 싶은 나의 마음도

그의 마음과 상통하는 부분이겠지.

지금의 서로를 꽉 끌어안은 오늘의 가족들처럼

모두가 사소한 행복과 함께하는 오늘의 소중함을

깨달을 수 있기를


"이 글은 출판사 클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저의 솔직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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