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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꼭 안아줄 것 - 영원한 이별을 가르쳐야 했던 한 아버지의 이야기
강남구 지음 / 클 / 2024년 5월
평점 :

예상치 못한 이별 앞에 상실감은 크게 다가온다.
그것이 사랑하는 가족이라면 그 상실감은
사랑의 깊이만큼 배로 찾아오게 된다.
사랑하는 아내를 떠나보내고 남은 아이와 보내는
아빠의 일상은 어떤 시간이었을지,
가족을 떠나보냈다는 공통점은 있지만
아픔은 상대적인 것이 아니기에
그와 아이의 아픔을 미루어 짐작조차 할 수 없다.
KBS 인간극장 '사랑은 아직도' 편을 통해서
소개되었던 기자 출신 강남구 씨가
아내와 아들 민호의 이야기를 썼던 것이
10년 만에 개정판으로 다시 출간되었다.
갑작스러운 아내와의 사별 이후,
홀로 아이를 돌보며 슬픔을 이겨내는 가족의 이야기는
1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어제의 이야기처럼 생생하고
생채기 난 마음을 그대로 담고 있었다.
때마침이라고 해야 할지 우리 가족에게 있었던
'그 일'도 올해로 10년 차를 맞이했다.
더 이상 자라지 않고 10년 전의 시간에 머물러 있는
과거의 사진을 들여다보며 여전히 아프고 슬프지만
예전처럼 그만큼 울지는 않고 때로는 웃기도 하며
다시 일상을 찾은 우리 가족을 바라보듯
사연은 다르지만 비슷한 그의 모습을 통해
10년 전 우리의 모습을 바라보는 것만 같았다.
재생불량성빈혈을 앓았던 아내는
병 앞에서도 늘 씩씩한 모습을 보였다.
힘들어하거나 지친 내색 없이
아이와 남편을 위해 매일의 행복에 최선을 다했고,
혈액 이식을 해야만 하는 상황 앞에서도
자신보다도 자신을 걱정할 가족들,
엄마와 떨어져 지내는 아이를 걱정했다.
급격히 안 좋아지는 몸 상태에서도 스스로를 붙잡듯
아이와 남편, 자신의 이름을 부르며
버텨야 할 이유를 찾고 있던 그녀는
"민호야, 엄마 병원 금방 다녀올게"라는
약속을 끝끝내 지키지 못하고 먼 하늘나라로 떠난다.
방송국 기자 출신으로 늘 일을 최우선으로
남편, 아빠보다는 기자로서의 삶을
우선으로 살았던 작가는
아내의 투병과 입원, 그리고 갑작스러운 이별,
남겨진 아이를 마주하며 슬픔 앞에서
그걸 이겨내고 다시 살아가는 방법을 찾았던 과정들을
자신만의 치료법인 '하얀 종이'에 옮기는 것으로부터
이 책은 시작하게 되었다.
지독히 바빴던 남편은 아픈 아내와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줄도 모르고 그 미안함을
앞으로는 다 갚아야지, 표현해야지 하며
뒤로 또 미뤘던 것 같다.
갑작스러운 아내와의 이별 과정을 담은 1부
2부에서는 결혼 전부터 결혼 후
아이를 갖게 될 때까지의 이야기로
지난 추억들을 회상하며 그의 아내가 어떤 사람이고
얼마나 훌륭한 엄마였는지를 담았다.
3부에서는 엄마의 부재를 깨닫게 된 아이와
아이의 심리치료 과정과 더불어
제대로 슬퍼하고 그 슬픔으로부터 다시
일어나는 부자의 모습이 담겼다.
마지막 4부에서는 인간극장에도 나왔던
본격 육아휴직을 선언하며 아이와의 시간을
선택하게 된 작가와 아이의 이야기,
아내/엄마 없이 살아가는 그들의 일상이 담겼다.
책 속에 담긴 10년 전의 이야기들을 읽으며
현재 그들의 모습이 너무 궁금해졌고,
때로는 그 아픔의 순간들이 우리 가족의 아픔을
떠올리게 해 힘들기도 하고 책을 읽으며
수시로 멈춰지게 했다.
떠난 사람은 떠난 사람 나름대로의 고통이 있겠지만
남겨진 이들은 떠난 이의 마음을 알 수 없기에
막연한 자신만의 죄책감이 남곤 하는 것 같다.
잘 해주지 못한 미안함,
놓쳐버린 사소한 행복에 대한 그리움,
바뀌지 않는 현실이라는 슬픔 앞에서
건강하게 이겨낸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이고
용기가 필요한지를 너무나도 잘 알기에
작가가 마주한 현실의 이야기가 더욱 와닿았다.
남은 사람은 떠난 이의 몫까지 행복해야 한다는
의무를 스스로에게 심어놓는다.
그가 누리지 못한 시간, 그가 누리지 못한 행복을
대신 살아주지는 못하지만 우리의 행복으로
그의 아쉬움을 채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자기 위로 인지도 모르겠다.
떠난 이가 남겨놓은 추억의 조각들은
마치 갑자기 튀어나오는 퍼즐 조각처럼
우리의 인생 곳곳에서 떠오른다.
그 퍼즐 조각들을 찾아 모으며 맞추며 완성된 그 그림을
다시 만나게 되는 날 우리 모두에게 선물로 선사하고 싶다.
작가의 매일은 그런 퍼즐의 한 조각이지 않을까 싶다.
단단히 뭉쳐진 가족과 사랑이라는 힘은
그와 그의 아들 민호가 다시 일어서서 삶의 길을
걸어가는 원동력이 되어줄 테니 말이다.
10년 만의 개정판이 나오며, 시간의 흐름 앞에 변한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매일의 사소한 행복과 함께하는 기쁨의 가치를 아는
그들에게 10년이라는 시간은 다른 이들의 10년과는
달랐을 테니 말이다.
여전히 떠오르면 아프고 슬픈 기억이기도 하지만
울어주기보다는 웃어주고 싶은 나의 마음도
그의 마음과 상통하는 부분이겠지.
지금의 서로를 꽉 끌어안은 오늘의 가족들처럼
모두가 사소한 행복과 함께하는 오늘의 소중함을
깨달을 수 있기를
"이 글은 출판사 클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저의 솔직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