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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딸이 되려고 몇 생을 넘어 여기에 왔어
이순하 지음 / 이야기장수 / 2024년 4월
평점 :

생각만 해도 울컥 눈물을 차오르게 하는 이름.
엄마라는 사람의 여자이다.
사랑하면서도 때로는 미워하고
그 강한 생활력을 닮아야지 하면서도,
당신처럼은 살지 않겠다는 생각을 하게 하는
엄마의 딸로 태어나 엄마가 되어 딸을 키우는
가족사 한가운데서 엄마의 속마음을
막연히 생각해 본다.
가족의 이야기를 다룬 에세이는 많지만
대부분 나와 비슷한 또래가 이야기하는
엄마의 이야기가 많았다.
책 속에서 등장하는 가족들은 평범한 듯
특별한 그들만의 사연이 있었고
공감이 가는 부분들도 있지만
각자에게는 자신들만의 사연이 있기 때문에
에세이를 읽으며 어떤 특별한 생각을 하지는 않았다.
'아, 이런 가족이 있구나' ' 아, 이런 사연이 있구나'
그런데 이번에 읽은 이 에세이는
제목부터 '엄마'가 들어가서였을까,
아니면 작품을 쓴 작가가
무려 우리 엄마보다도 한 살은 더 많은
60대의 신예 작가라는 점이 눈에 들어와서 였을까?
유난히 끌리는 마음을 주체할 수 없었다.
'엄마' 치트키 앞에서는 이제는 보기만 해도
울컥하며 촉촉해지는 눈가를 만날 수 있는
나이가 되기도 했지만,
우리 엄마 또래가 말하는 엄마와 가족의 이야기는
내 엄마의 어린 시절을 돌아보게 하기도 했고
또 엄마의 엄마, 즉 할머니를 떠올리는
새로운 구실이 되어주기도 했다.
1958년에 태어나 딸 셋이 있는 집의 둘째 딸로 자란
작가는 60대에 첫 작품으로
《엄마의 딸이 되려고 몇 생을 넘어 여기에 왔어》를 썼다.
인터넷 매체에서 고요히 연재되다가
젊은이들이 단문을 공유하는 SNS에서
수많은 유저들에게 폭발적으로 공유되며
입소문을 타며, ‘눈물 나는 글맛’이라는 호평을 받으며
비슷한 시대를 살아오며 가난을 겪어온
어른 세대뿐 아니라 퍽퍽한 삶에 지쳐 다정한
진심을 그리워하는 젊은 세대들에게도
큰 사랑을 받게 된다.
전쟁 이후 태어난 베이비붐세대인 60대라면
대부분 그러했듯이 늘 배고프고 가난이 익숙했던
작가의 어린 시절은 비록 넉넉하지는 않았지만
언제나 따스한 밥상과 품으로 자식들을 안아주는 엄마와
엄마처럼 돌봐주는 어른들이 있었기에
살만한 세상이었다.
경제활동을 하며 '나'로 살 수 있는
지금의 엄마들과는 조금 다르게
그때의 엄마들은 집안일을 하랴, 자녀를 돌보랴,
없는 살림을 쪼개서 돈 모을 궁리를 하랴
정말 자신의 모든 것을 탈탈 털어 희생을 했다.
작가의 엄마 역시 남북전쟁 이후 홀로 남한에
정착한 남편을 만나 아이를 낳고 키우며
또 숱한 남편의 바람과 여자문제,
경제적인 어려움 속에서도
가족들을 위해서 변함없이 노력하는
우직한 모습을 보이곤 한다.
모성애란 무릇 그런 것일까?
아직 결혼도 하지 않고 아이를 낳지 않은 나는
그 무한으로 뿜어져 나오는 엄마들의 '희생' 앞에
때로는 미안함이, 때로는 답답함이,
때로는 안쓰러움이, 때로는 고마움이
솟아오르며 나는 언제쯤 그 감정을
오롯이 이해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한다.
지극히 개인적일 수 있는 한 가족의 가정사 앞에서
이토록 함께 가슴을 치며, 어떤 페이지에서는 웃으며,
어떤 페이지에서는 겹쳐지는 내 엄마의 모습에
속상해서 눈물을 글썽이기도 하며
잔뜩 몰입해서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나라가 다르고, 시대가 달라도 '엄마'라는 존재의
무한한 사랑 앞에서 그저 엄마의 아기인 우리는
그 사랑을 평생 갚지 못하고 받기만 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순리인지도 모르겠다.
'신은 모든 곳에 있을 수 없기에
엄마를 만들었다'라는 말이 있다.
아이로 태어나 엄마의 사랑을 받고 자라,
여자가 되고 또다시 엄마가 되는
그 연결되는 고리들은 지금의 우리가
존재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이자
무엇보다 강인한 힘인 것 같다.
배우지 않았는데도 엄마는
누구보다 엄마다운 엄마가 되었고,
그런 엄마에게서 나온 우리들 역시
언젠가는 엄마가 되어 그 고리를 이어갈 것이다.
엄마의 손맛이 가득 담긴 추억의 맛
음식들도 함께 소개되었고,
엄마뿐 아니라 엄마 같은 역할을 해주었던
이모, 할머니를 비롯해 이웃들의 이야기는
가슴한켠을 아랫목처럼 따끈하게 데워주었다.
고만고만한 삶을 살아간 내 엄마의 그 시간들은
얼마나 더 깊은 마음을 품고 있을까?
가족들을 위해 맏딸로 태어나 많은 것을
양보하고 희생했던 엄마가
최근에 새로운 도전을 하며 즐거워하고
누구보다 열심히 하는 모습에
'이게 뭐라고 이렇게 늦게 해줬는지'라는 후회를 한다.
요즘은 복리로 모아 나중에 잘해야지 보다
순간순간 꾸준히 잘해야지 싶다.
양보와 눈물, 인내로 점쳐졌던 엄마의 인생을
매일매일 꽃으로 수놓아 주겠다는 다짐을 하며,
할머니를 한창 그리워하는 엄마에게도
이 책을 선물해 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저의 솔직한 후기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