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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고 싶은 날의 인생 상담 - 사는 게 내 마음 같지 않아 힘든 당신에게
기시미 이치로 지음, 심지애 옮김 / 티라미수 더북 / 2024년 5월
평점 :

어른이라고는 하지만
살아가면서 마주하게 되는
더 많은 역할과 관계들 사이에서
어렸을 때보다도 도움이 필요할 때가 많다.
우리가 마주하는 매일은 한 번도
겪어보지 않은 새로운 하루이기에
살아가면서 당면하는 문제들 앞에서
의연하게 대처하기란 쉽지 않은데,
그래서인지 이런 어려움을
누군가는 인생을 뒤흔들만한 사건으로 보기도 하고
누군가는 툭 털고 일어날 정도의
해프닝으로 느끼기도 한다.
수많은 고민들 중에는
나 자신과의 문제도 있고
인생의 고뇌(현재의 행복이나 미래에 대한 불안 등),
인간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 사랑의 어려움 등
다양한 문제들이 많은데
철학자인 기시미 이치로는 온라인 매체에 연재했던
「25세부터 철학 입문하기」에서 다루었던
30가지 고민들에 대한 답을 책으로 엮었다.
여느 상담서와 다르게
철학을 근본에 두었다는 점이 차이가 있는데
특히나 오스트리아의 정신의학자
알프레드 아들러의 이론을 바탕으로 한
작가의 답변은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면서
한 번쯤 마주할 수 있는
다양한 고민들이 포함되어 있어서
사는 게 내 맘 같지 않아 힘든 어른들에게
마음을 따스히 어루만져 주는 해답이 되어주고 있다.
실제 상담을 고스란히 옮긴 상담서를 보는 것처럼
1장~4장까지 주제별로 나누어
총 30가지의 질문과 답이 제공되고 있는데
순서대로 읽어도 좋고,
질문의 내용을 보면서 그때그때
나에게 필요한 해답을 찾아 읽는 것도
도움이 될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2장인
'인생의 고뇌와 마주하기'의
질문들이 많이 와닿았는데
인생의 목표나 미래에 대한 불안,
돈을 모아야 하는데 사는 재미는 놓지 않고 싶은 마음,
노후 준비, 연휴 끝 일하기 싫은 마음,
마음에 여유가 없을 때 등
30~50대의 중장년층이
노년을 앞두고 할 수 있는 생각들에서
공감이 많이 되었다.
특히나 Q8인 '더 행복하게 살고 싶습니다'의
답변은 '행복'이라는 개념에 대해서
시각을 돌리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책 속에서 저자는
행복은 양으로 따질 수 있는 것이 아니고,
'더' 행복해질 수 있는데 그렇게 못 되는 게 아니라
지금도, 앞으로도 행복은 변하지 않는다며
'앞으로 변하지 않는다'라는 말은
이미 행복한 상태이며 그 외에 다른 행복은 없다는 뜻이고
단적으로 말해 사는 자체가 행복이라
이 사실을 아는데서부터 행복이 시작된다고
'행복'이 '더 얻는 것'이라는 생각을 가졌던
오늘날의 우리들에게 '이미 다 가진 행복을 알자'라는
깨달음을 주었다.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 일도 하고 돈도 벌고
또 고민을 하기도 하는 우리들에게
근본적인 행복에 대해서 다른 시각으로
접근한 저자의 말은 그 어떤 말보다도
와닿게 되었다.
이 밖에도 사람들 간의 관계나
연인 간의 사랑 사이에 대해서도
아들러 이론을 바탕으로 한 저자의 답변은
굉장히 시원시원하게 다가왔다.
내 인생인데도 뜻대로 되지 않아 답답할 때,
고민 앞에서 누군가의 명확한 해답이 필요할 때
꼭 저자의 답이 정답은 아니지만
조언 앞에서 생각의 전환을 할 수 있다면
참 좋을 것 같다.
심리학 적인 측면을 초월해서
철학적인 원론에서 접근한 이 책은
그 어떤 상담서보다도 실용적이지 않나 싶다.
"이 글은 티라미수 더북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저의 솔직한 후기입니다."
저는 인생을 어떻게 살아갈지, 대인관계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를 고민하는 것이 철학이라고 생각합니다. 행복을 마다하는 사람은 없겠지요. 우리는 행복이 무엇인지 생각하는 것에 그치지 말고 행복하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고 실제로 행복하게 살아가야 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철학은 실천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이 다른 유사 상담서와 다른 점은 철학이 근본에 있다는 점입니다. 저는 전공으로 철학을 공부하다 30대 초반에 오스트리아의 정신의학자 알프레드 아들러 Alfred Adler의 사상을 처음 접했습니다. 이때 지금 언급한 인생에서 피할 수 없는 문제, 특히 대인관계 문제는 철학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나‘라는 도구는 다른 것으로 교체할 수 없습니다. 나에게는 나만의 특징이 있습니다. 그것을 어떻게 활용하냐가 중요합니다. 스스로 단점이나 약점이라 여겼던 부분들을 장점으로 바꿔보는 건 어떨까요?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는 데에는 ‘이유‘가 아닌 ‘목적‘이 있습니다. ‘나는 가치가 없는 사람이다. 그래서 나를 사랑할 수 없다. 그 결과 용기를 낼 수 없다.‘ 자신을 사랑할 수 없는 사람의 사고 회로가 이럴 것 같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이들은 애초에 용기를 내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용기를 내고 싶지 않기에 나를 ‘가치가 없는 존재‘로 만들어 버립니다.
왜 용기를 내고 싶지 않은 걸까요? 결과가 나오는 게 두렵기 때문입니다. 일이나 공부할 때 나는 능력이 없는 사람(즉 가치가 없는 사람이다)이라고 생각하고 도전하지 않으면, 결과가 나올 일도 없습니다. 실패라는 현실을 마주하지 않아도 됩니다.
늘 나를 좋게 포장하려고 하는 사람에게 부족한 것은 ‘신뢰‘입니다. 내가 솔직하게 털어놓았다고, 본 모습을 보였다고 해서 사람들이 나를 멀리하지 않습니다. 나를 좋게 포장해야만 사람들이 내 곁을 떠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 다른 사람을 믿지 못해서입니다.
우리는 내일 일어날 일은 제어할 수 없습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무슨 일이 일어나면 내가 누군가에게 힘을 주고, 내게 힘이 되어주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잘 유지하는 일입니다. 그러기 위하여 지금을 소중히 여기고 최대한 평온한 하루를 보내며 남과 싸우지 않도록 노력해 보면 어떨까요?
불안한 사람은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먼저 자신이 처한 현실은 손쓸 방법이 없을 정도로 힘들지는 않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인생에는 직접 뛰어들어봐야 결말을 알 수 있는 과제가 많습니다. 반드시 성공할 거라 믿었던 일이 직접 해보니 생각 외로 어려워서 실패할 때도 있고, 그 반대일 때도 있습니다. 일단 가능한 것부터 해보는 수밖에 없습니다.
사람은 행복해지면 다른 이의 관심에서 멀어집니다. 어릴 때부터 공동체의 중심에 있으며 언제나 관심을 갈구하며 살아온 사람은 이 사실을 받아들이려면 용기가 필요합니다. 우리는 계속 행복‘해지는‘이라고 썼는데, ‘지금은 행복하지 않지만 언젠가는 행복해지는 건‘ 없습니다. 또 무슨 일이 일어나 갑자기 불행해지거나 행복해지는 것도 아닙니다. 행복해지기 위해 무슨 일이든 일어나길 기대하는 듯 보이나, 지금 존재하는 행복 외에 다른 행복은 없습니다.
‘더 행복해지고 싶다‘라는 생각도 잘못된 것입니다. 행복은 양으로 따질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더‘ 행복해질 수 있는데 그렇게 못 되는 게 아니라 지금도, 앞으로도 행복은 변하지 않습니다. ‘앞으로도 변하지 않는다‘라는 말은 이미 행복한 상태이며 그 외에 다른 행복은 없다는 뜻입니다. 단적으로 말해 사는 자체가 행복입니다. 이 사실을 아는 게 행복해지는 길입니다.
미키 기요시는 성공과 행복을 비교했습니다. 그의 말에 따르면 행복은 인생에서 상위에 있는 목표라면, 성공은 행복하기 위한 수단입니다. 단, 성공한다고 반드시 행복해지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성공과 행복은 전혀 다르며 성공해도 행복하지 않다고 느끼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는 성공이 ‘과정‘인데 반해 행복은 ‘존재‘라고 말합니다. 성공은 무언가를 달성해야 하지만 행복은 아무것도 이루지 못해도 ‘그 자체‘로 행복하다는 의미입니다. ‘이대로 나이만 먹어가는 인생‘일지언정 충분히 행복할 수 있습니다.
사실 인생의 힘듦은 나이와 상관없이 삶의 모든 시기에 경험합니다. 나이를 먹었다고 특별히 더 힘든 것은 아닙니다. 당장 노후를 생각하면 불안하겠지만 일어날 일은 일어나고 일어나지 않을 일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아직 오지 않은 미래 때문에 불안해한들 소용없습니다. 모든 일은 그때 가서 생각하면 됩니다.
더 이상 일을 못 한다고 해서 나의 가치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일‘의 의미를 넓게 생각하여 다른 사람이 봤을 때는 아무것도 안 하는 듯 보여도 ‘일하는 중‘이라고 생각하거나 ‘살아 있는 것‘ 자체에 의미가 있다고 여기면 어떤 상황에 있는 사람이라도 이 세상에서 공존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더는 노후를 불안해하지 않게 될 것입니다.
인생에 익숙해지지 못한 사람이야말로 영원히 젊게 있을 수 있습니다. 그와 동시에 나이가 들면서 알게 되는 것도 있습니다. 비록 삶은 고통스럽고 나이가 들수록 점점 더 그렇게 느껴지는 일이 많아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나이가 들어야 경험할 수 있는 일이 있습니다.
‘운이 없어서 손님이 적었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손님을 늘리기 위해 고민하거나 대책을 마련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면 계속 빈 차를 운전하게 될 터이고 일 자체가 재미없어질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리저리 방법을 고민하다보면 ‘필요하지만 내키지 않는 일‘도 ‘하고 싶은 일‘로 바꿀 수 있습니다.
마음에 여유가 없는 이유가 원래 해야 할 일을 회피하기 위한 구실에 지나지 않는다면, 그런 이유로 인생의 결단을 뒤로 미루면 안 됩니다. 모든 일에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처음부터 잘 되는 일은 없습니다. 가능한 것부터 하나씩 해 나가야 합니다.
먹고살려면 어쩔 수 없다고 해서 건강을 해치면서까지 일 하는 건 안 됩니다. 업무량을 줄이지 못하더라도 일에 관한 의식을 바꾸면 ‘즐겁게‘ 살 수 있습니다. 일하지 않으면 먹고 사는데 지장이 생기는 건 맞지만 사람은 일하기 위해 사는 것은 아닙니다. 인생을 위해 일하는 것이며, 그 ‘인생‘은 ‘즐거운 인생‘을 말합니다. 아무리 수입이 좋아도 하는 일이 고통스럽다면 주객전도입니다. 일의 목적을 알면 필요 이상으로 무리해서 일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적어도 하고 싶지 않은 일은 되도록 피하려고 하고 일할 때의 마음가짐도 바꾸려고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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