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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클린의 소녀
기욤 뮈소 지음, 양영란 옮김 / 밝은세상 / 2024년 5월
평점 :

《구해줘》 《당신, 거기 있어 줄래요?》
《사랑하기 때문에》를 비롯해
다양한 작품으로 프랑스를 넘어
한국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기욤뮈소.
"한국 여성이 주인공인 소설을 쓰고 싶다"라고
인터뷰할 만큼 작가 본인도 한국에 대한
애정을 듬뿍 드러낼뿐더러
작품 속에서도 한국인이나 한국이 등장하기도 한다.
《당신, 거기 있어 줄래요?》는 국내에서
영화로도 제작이 되어서 많은 사랑을 받기도 했고
우리나라 정서에도 잘 맞는 그의 소설은
지금까지도 그 인기를 이어지고 있다.
이번에 만나보게 된 《브루클린의 소녀》는
그가 2016년에 쓴 13번째 소설로
사라진 약혼녀를 찾다가 마주한
충격적인 사건들을 풀어가는 과정을 담은
스릴러 소설이다.
기욤뮈소의 경우 데뷔 후 20년 가까이
작가로 활동하면서 거의 매해 한 권씩
소설을 내면서 꾸준히 작품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초기에는 로맨스와 판타지가 결합된
작품들이 주를 이루었다면 최근에는
스릴러의 비중이 커지고 있는데,
《브루클린의 소녀》는 2016년 출간된 이후
이번에 리커버 판으로 재출간 되면서
새로운 스타일의 작품을 선보이는
기욤뮈소의 노력을 엿볼 수 있는 그런 작품이다.
한번 결혼의 실패를 겪은 소설가 라파엘은
3주 후 결혼을 하기로 한 안나에게
부부가 되기 전 서로에게 비밀은 없어야 한다며,
서로 가진 비밀을 모두 털어놓자고 제안을 한다.
라파엘의 설득에 안나는 고민을 하다
자신의 비밀을 알아도
변함없이 자신을 사랑해달라며 당부를 하는데,
어떤 얘기라도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았던 라파엘은
그녀가 보여준 휴대폰의 사진을 보고는
충격적인 과거에 그녀의 어떤 설명이나 얘기를
들어볼 생각조차 하지 못한 채 그 자리를 벗어난다.
정신없이 차를 몰아 달리던 그는
문득 '이렇게 떠나서는 안된다'라는 생각과
이대로 떠나는 건 무책임하고 유치한 짓인지
깨닫고는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가지만
안나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 상태.
연락도 되지 않고 흔적조차 없이 사라진
그녀의 아파트에서 그녀의 짐들을 살펴보다
우연히 엄청난 금액의 현금이 든 가방,
그리고 그녀의 사진이 있는
위조된 신분증 두 장을 발견한다.
과거 열여덟 살 즈음 발급받은 것으로 추측되는
각기 다른 이름의 위조 신분증을 보니
더욱 그녀와 그녀의 과거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는데
이웃사촌이자 전직 형사인 마르크와 함께
그녀의 행적을 찾아 나선 라파엘은
생각지 못하게 꼬리에 꼬리를 물듯 펼쳐지는
사건의 진실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게 된다.
과연 그는 그녀를 찾을 수 있을까?
그녀가 숨기고자 했던 과거에는 어떤 비밀이 있을까?
소설의 줄거리와 초반 부를 읽으며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화차》 가 생각이 났다.
갑작스럽게 사라져버린 약혼녀,
위조된 신분으로 살고 있었던 그녀의
과거를 찾아 전직 형사와 함께 한다는
설정이 굉장히 비슷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히려 비슷한 구조를 가진 이야기는
허를 찌르듯 다른 방향으로 점차 범위를 넓혀 나간다.
어울리는 친구나 주변인도 없고
부모님도 없다고 했던 안나와 관련된 인물들이
하나둘씩 늘어가면서
연관되는 사건의 규모는 커지고
라파엘은 소설가만의 시선에서
그녀의 이야기를 여러 단서를 바탕으로 재조립해간다.
숨겨진 사건의 진실,
그리고 끝난 줄 알았던 마지막에 다시 한번
허를 찌르는 이야기는 기욤뮈소라는 작가를
로맨스 장르로 익숙했던 독자들에게
반전을 느끼게 해줄 수 있었던 작품으로 다가간다.
기욤뮈소는 어머니가 사서였지만
본인은 책을 멀리하다가
애거서 크리스티와 에밀리 브론테에
빠지게 되었고 본격적인 소설가로
활동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의 그 애정의 뿌리가 있어서인지
로맨스와 스릴러, 추리하는 과정이
굉장히 맛있게 버무려진 한 편의
엄청난 작품을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숨기고 싶은 과거는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완전히 감출 수 있는 과거,
사건은 어디에도 없는 것 같다.
힘 있는 자들이 저지른 과거의 문제들을
그 힘을 이용해 무마시키고, 은폐되는
모습을 너무나도 많이 봐왔다.
시간이 지나고 떠오르는 진실들의 씁쓸함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다친 이후에야
비로소 드러나는 건지
소설보다도 더 극적인 현실의 모습이
씁쓸해질 뿐이다.
최근에도 많은 이들에 의해 관심을 받고 있는
어떤 사건의 제대로 처벌받지 않는 가해자들의
뻔뻔함에 치를 떨었다.
소설 속에서도 현실에서도 이어지고 있는
그 씁쓸함은 여전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밝혀지는 진실과
진심이 전하는 힘은 우리에게는 언제나
환한 빛으로 남아있을 것이다.
리커버로 새로운 표지로 찾아온 이 소설을
과거에는 읽지 못하고 이번에 비로소
다시 만나게 되었다.
시간이 한참 지났음에도 여전히 엄청난
흡입력으로 지금의 독자들에게도
힘을 미치고 있는 기욤뮈소의 저력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던 소설이었다.
"이 글은 밝은세상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저의 솔직한 후기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