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어질수록 행복해진다 - 관계 지옥에서 해방되는 개인주의 연습
쓰루미 와타루 지음, 배조운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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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동물의 차이는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사회적 동물이라는 사실이다.

우리는 홀로 태어났지만,

가족, 친구, 연인, 직장동료 등 다양한 사람들을

다양한 상황 속에서 만나 관계를 맺으며

그것을 당연한 삶의 과정인 양 여겨왔다.


코로나로 전 세계가 감염병 예방을 위해

이동이나 만남이 제한되었을 때도

이런 사람들 간의 '만남'이나 '관계'의 부재에서 오는

외로움을 토로하는 이들도 많았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가

모두에게 필요하고 원하는 것이 맞을까?

코로나 시대를 겪으면서 만남이 제한되고

다시 집합 제한이 풀렸지만

그 이후 싸움이나 어그러지는 사연이 없었음에도

자연스럽게 만남이 소원해진 사람들이 있다.

이는 반대로 사실은 이들과의 인연도

의식하고 만들어서 엮였던 게 아닌가 싶어서

조금은 허탈하기도 하고

코로나라는 격리 상황이 오히려 인간과 인간 사이

'관계'라는 것에 있어서 우선순위와 옥석을 가리는

어떤 조건이 되어버린 건 아닌가 싶었다.


친구나 아는 사람이 많을수록

마치 '성공한 인간관계'로 평가받고 있는

지금의 분위기 속에서

'인간의 불행은 홀로 있지 못하는데서 온다'라고

말하며 개인주의를 말하는 작가가 있다.


1993년에 발표한 《완전 자살 매뉴얼》로

사회적인 붐을 일으키며 100만 부 이상 판매되고,

10~20대의 폭발적인 지지를 받으며

스타작가로 발돋움한 쓰루미 와타루이다.


학창 시절 및 직장 생활을 하며,

또 가정 내에서도 보호받지 못한 채

형에게 폭력을 당했던 작가는

10대 때부터 사회불안장애를 겪었다.

타인과 어울리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고

또 이로 인해 정신과 치료를 받기도 했었는데,

자신이 느껴온 괴로움을 바탕으로

비슷한 괴로움을 가진 사람들과

'사회 부적응자들의 모임'을 운영하며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어려워하는 이들에게

문제의 원인이 개인이 아닌 현대사회가

불러일으키는 불안과 스트레스,

또 관계를 강요하는 분위기라는 점을 강조하며

이러한 스트레스로부터 확실하게 거리를 두고

현명한 개인주의자가 될 수 있도록 얘기하고 있었다.


꼭 사회불안장애를 가진 사람이 아니더라도

인간관계에서 상처를 많이 받거나

관계 맺기에 중독되어, 맞지 않는 타인을

끊어내지 못해서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들,

번아웃이나 우울감 속에서 오롯이

'나'를 찾고 싶은 사람들에게도

담백한 위로가 될 것이다.


'한 사람을 불행하게 만드는 가장 큰 원인은

가까이 있는 다른 사람이 아닐까?'라며

이 질문을 진지하게 파고든 작가는

우리가 삶을 살아가면서 마주하는

가족을 포함한 모든 타인과의 관계에서

해방할 수 있고 벗어날 수 있는

편안한 내 마음을 위한 '개인주의자'가 되는

방법을 소개하고 있었다.


처음에 책을 읽으면서는

'작가가 너무 극단적인 거 아닌가?'

라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모든 이들의 가정이 우리가 생각하는

보편적인 단란한 가정의 형태가 아니고,

가족들과의 관계에서도 타인 그 이상의

어려움을 느끼는 이들도 있다고

마음을 바꾸는 계기도 되었다.


타인과의 관계에 있어서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사회적인 이목 때문에'

나와 맞지 않는 사람과 억지로 맞춰가며

자신의 마음은 뒷전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인생에 있어서 '나'를 챙기지 못하고

내 마음을 어루만지지 못하는 상황이

스스로를 그런 불안이나 스트레스로

몰아갈 수도 있다는 것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겠다.


특히나 책 속에서 저자가 말하는

개인주의에 대한 정의가 마음에 들어왔는데,

자신과 타인을 명확하게 분리하는 태도로,

제멋대로 군다는 의미가 아니며

진정한 개인주의란 모든 개인을

존중하는 마음에서 비롯된다고 했다.

남을 배려하고, 동시에 자신을 존중하는

마음이 굳건할 때, 건강하고 대등한 관계 맺기가

가능하다는 작가의 말이 지극히 자신에게만 쏠린

이기주의와는 차이가 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었다.


현명한 개인주의자로 나 자신을 존중하고

타인을 배려하는 그런 건강한 관계,

'관계 맺기'에만 집중된 오늘날의 우리에게

필요한 자세가 아닌가 싶다.


"이 글은 위즈덤하우스로 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저의 솔직한 후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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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자의 사전
구구.서해인 지음 / 유유히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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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다니던 회사를 박차고 나와

조직에 속하지 않은 일을 하게 되면서

스스로 나를 다른 사람 앞에서

'무엇'이라고 소개해야 할지,

내가 하는 일이 무엇인지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지 고민이 많았다.

이렇게 정의되지 않는 나의 일 만큼이나

일에 있어서도 공식적인 표현이나

사전적 정의가 내려진 것은 아니지만

나만의 의미를 가진 단어가 하나둘씩

생겨나기 시작했다.


어떤 때는 명사이기도 했고,

어떤 때는 형용사이거나 동사이기도 했다.


홀로 혹은 소인원으로 일하는

(단체나 소속이라고 말하기 애매한)

작업을 하는 작업자들에게는

이런 은어 같은 표현들이 쌓이기 마련인 것 같다.


1인 작업자로써 자신을 먹여살리고 있는

30대 여성 두 명이 합심하여

자신들이 일을 하면서 만났던 단어들에 대해서

나름대로의 정의를 내린

《작업자의 사전》 이 나왔다.

기존에 2023년 언리밋 작업물의 확장판으로,

새로이 단행본으로 출간하면서

기존에 나왔던 단어에서 단어 50개를 추가하고

두 명의 작가가 자신의 이야기까지도 담았다.


이들은 100개의 단어들을

4개의 큰 주제로 나누었다.

일을 하는 '과정'과 '결과',

또 일을 하면서 만나게 되는 '관계'와

일을 하면서 사용하게 되는 '표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단어들에 얽힌 자신들만의 정의와

이야기를 덧붙임으로써 작업자들을 위한

하나의 사전을 완성해 내고야 만다.


어떤 것에 대한 의미는 그것은 정의하고

명명하고 부르면서부터 생기기 시작한다.

이름이라는 것이 가장 대표적인 그 예가 아닐까?


일을 하면서 숱하게 마주했던 업무 관련 용어들이

사회 초년생 때에는 왜 그렇게 어렵고

무슨 말인지 모르겠던지,

다들 너무 익숙히 사용하고 있어서

물어볼 용기는 내지 못하고

조용히 노트 구석에 적어두었다가

회의가 끝나고 검색하고 정리해두며

나만의 사전을 소리 없이 펼쳐보았던 기억이

새삼 책을 읽으며 새록새록 떠올랐다.


이들이 전하는 단어의 의미는

조직에 속하지 않고 홀로 일하는 1인 작업자의 입장에서

같은 길을 걸어갈 다른 이들을 위해 펼쳐주는

따스한 꽃길일 수도 있고,

작업자로서의 입장을 전하고 싶은

이들의 호소력 짙은 목소리일 수도 있겠다.


나를 향한 단어이기도

또 함께 일을 하는 다른 이들을 향한

단어이기도 한 사전 속의 말들은

하나둘씩 의미를 찾아가면서

그들에게 노하우라는 속된 말로

짬 바이브를 만들어 주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 이 단어들이 가지는

의미나 쓰임이 달라질 수도 있고

또 새로운 단어들이 계속해서 쌓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렇게 스스로 일하는 단어들에 대해

의미를 부여하면서 자신과 일에 대한

정의를 해나가는 과정 자체가

그들을 이만큼 나아가게 하는

의미 있는 몸짓이라는 걸 느낄 수 있었고,

꼭 어떤 기획자나 마케터, 프리랜서나

1인 사업자, 크리에이터가 아니더라도

어떤 형태의 일을 하는 '작업자'들에게

자신만의 의미 있는 이야기를 정의함으로써

스스로 일에 대한 방향을 찾아가는 것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에게 쌓이고 있는 단어들은 무엇이 있을까?

내가 뭉뚱그려 품고 있던 단어들을 꺼내어

제대로 정의하고 의미를 빛나게 하는

시간을 꼭 만들어야겠다.


"이 글은 유유히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저의 솔직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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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그러져도 동그라미입니다 - 김창완 에세이
김창완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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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로 오도바이(?)를 타는 아저씨'로

내 기억 속에 있는 김창완 아저씨.

가수이자 연기자로 오랜 시간 활동을 해 온 그가

지난 23년간 해온 아침 라디오를 마무리하고

방송에서 오프닝으로 작성했던 글들과

청취자들이 보냈던 고민 사연에 대한 답을

담은 글들을 모아 책으로 냈다.


꾸준히 무언가를 한다는 것이 쉽지가 않은데

하물며 23년이라는 시간은 한 사람이 태어나

성인이 되기까지의 시간일 수도 있기에

그 시간의 꾸준함이 더욱 깊게 느껴진다.


'아름다운 이 아침, 김창완입니다'이라는

라디오 프로그램은 오래 진행한 시간만큼이나

청취자들이 보낸 고민에

직접 손글씨로 엽서에 답을 써서 보낸

아저씨의 엽서가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

라디오를 청취하지 않는 나도 아래의 사연은

sns를 통해서 많이 봤었다.


세상살이라는 게 그렇게 자로 잰 듯 떨어지지 않는다며

가득 그린 동그라미 속 그럴듯한 동그라미는

몇 개 되지 않고 찌그러진 동그라미도 동그라미라며

우리의 일상도 그렇지 않겠냐는 아저씨의 답은

평범한 일상 속에서 의미를 찾아가라는 울림을 주었다.


우리는 삶 속에서 모두가 완벽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를 향한 잣대와 기준을 상당히 높게 잡아

스스로 실망하고 자책하는 경우가 많다.

완벽한 인생만이 아름다운 인생이 아닌데,

굴곡이 있을 수밖에 없는 인생에서 '완벽' '성공'만을

아름답다는 기준으로 잡지 않았나 싶다.


책 속에서 등장하는 글들은

라디오 방송을 위해 자전거로 출근을 하면서,

또 방송을 준비하며 오프닝 멘트를 쓰면서

쌓아온 계절과 일상의 조각들을 담았다.

아침방송을 하면서 오히려 청취자들을 통해

수많은 아침을 선물로 받았다는 거의 소회처럼

그 순간순간의 조각들은

대단한 사건이나 기록은 아니지만

마음속에 따뜻함을 심어주는 좋은 추억이 되었다.


먼저 세상을 떠난 동생에 대한 이야기,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마주하는 감사한 순간들은

어떤 때는 인생 선배의 조언으로

어떤 때는 부모님의 걱정처럼

청취자들과 독자들에게

진심으로 다가가지 않을까 싶다.


사실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연예인이라는

직업을 가진 이들이 쓴 책에 대해서는

뭐라 설명할 수 없는 편견이 있었다.

'정말 본인이 쓴 게 맞을까?'

'있어 보이게 포장한 이야기가 아닐까?' 하고 말이다.

하지만 김창완 아저씨의 글들은

소박하면서도 또 평범한 우리 이웃과 다를 바 없는

담백한 이야기여서 좋았고,

인생을 먼저 살아간 선배가 묵묵히 이야기를 듣고

한마디 툭 건네주는 위로 같아서

이런 나의 편견이 무색하게 느껴졌다.


23년간 진행해온 라디오 방송은 종방했지만,

하반기에는 저녁 방송으로 다시 돌아오신다고 한다.

23년간 나눈 아침의 이야기가 새벽빛을 머금은

조용한 위로였다면,

앞으로 쌓아갈 저녁의 시간은 또 어떤 이야기를 담을지

너무나 기회가 된다.


듣는 방송, 라디오라는 매체 자체가

낯설어지는 요즘. 어쩐지 그 저녁 방송은

지는 노을을 바라보며 나도 듣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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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한 미식가 - 나를 돌보고 남을 살리는 초식마녀 식탁 에세이
초식마녀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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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상의 이유나 환경적인 측면에서

채식을 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가고 있다.

'채식을 하면 염증이 줄어든다'라는 얘기에

운동선수들 중에서도 채식을 시도하는 이들도

있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도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채식을 전문으로 하는 식당들도

등장하는 등 '채식' '비건'이라는 키워드가

이만큼 우리의 곁에서 있음을 새삼 느낄 수 있다.


먼 과거가 아니더라도

우리의 부모님 세대나 우리가 어렸을 때만 해도

자의가 아니어도 충분히 채식 혹은

채식 지향주의 식탁이 가능했었다.

풍요로웠던 것이 아니었고, 농업 위주의 환경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농작물로 끼니를 채우고

육류 섭취, 꼭 덩어리 고기가 아니라도 해도

생선이나 계란 등도 그리 쉽게 먹을 수 있었던 것은

아니라는 얘기는 부모님께도 들었으니 말이다.


이제는 말 그대로 물질 풍요 주의 환경이 되면서

고기는 특별한 날이 아니어도 언제나 쉽게

구하거나 먹을 수 있고,

아이들의 성장을 위해서는 필수 요소로

단백질 = 고기라는 인식이 더해졌으며,

닭, 돼지, 소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종류의

육류를 소비하는 환경이 조성이 되며

채식이라는 것이 뭔가 낯설고 특이한 것,

유난스럽거나 비정상적이라는 극과 극의

평가로 몰리게 되었다.


'풀만 먹어서 힘이 나겠냐'

'영양 부족이나 결핍으로 문제가 되지 않겠냐'라는

염려가 담긴 말들은 정말 걱정이라기보다는

일반적이지 않다는 것에 대한 불편함이 담긴

시선이 더욱 강하고 말이다.

(이 일반적이라는 것도 다수의 의견으로,

다수가 채식을 하는 환경이 되었을 때

육식을 하는 모습을 어떻게 바라볼지

궁금해지기도 한다.)


특히나 채식은 맛이 없는 것,

그냥 나물 반찬에 밥, 두부 정도로만 생각하고

다채로운 식사가 불가능하다는 편견에

맛있고 즐거워야 할 식사라는 것을

인내나 그저 채우는 음식으로만 생각하면서

더욱 어렵고 멀게 생각하는 이들도 많은 것 같다.


이번에 만나본 책은 초식마녀라는 닉네임을 가진

유튜버이자 만화와 글을 쓰는 작가의

채식 레시피를 담은 음식 에세이인

《비건한 미식가》이다.


냉장고에 있는 재료들 만으로도

간단히 쉽게, 그러면서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채식 레시피를 소개하면서

"이 정도면 나도 할 수 있겠는데?"

라는 생각을 가질 수 있도록

채식에 대한 장벽을 낮추고자 한

저자의 노력이 가득 담긴 책이라고 할 수 있다.


비건에 관련된 여러 책을 쓰기도 했고,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면서

채식 요리를 만드는 방법이나

그것을 먹는 모습, 자신의 일상 등을 전하고 있는데


'고기를 좋아한다'라고 할 수는 없지만

여전히 채식은 도전하기에 먼

마음만은 채식 지향이지만

'고기 없는 하루'가 썩 쉽지만은 않은 나에게

그런 내가 가지고 있던 '채식'이나 '채식하는 사람'에

대해 가지고 있던 이미지를 무너뜨리는 계기가 되었다.


채식에 대한 공감이나 필요성은 느끼고 있지만

'입'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즐거움을 원하기에

채식 지향 식탁이 여전히 어려운 나였다.

작가는 자신이 즐겨 해 먹고 많은 이들에게

맛있다는 평을 받은 자신의 채식 레시피를

전할 뿐 아니라, 채식을 하고자 하는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털어놓음으로써

어렵고 멀게만 생각했던 채식이라는 한 과정에 대해서

공감할 수 있는 시간을 주고 있었다.


만만한 실천용 비건 레시피 공유라는

작가 스스로의 목표를 충분히 달성할뿐더러

채식이 어렵거나 어떻게 맛있는 채식을 할 수 있을지

고민스러웠던 사람들에게 좋은 도움이 될 것이다.

익숙했던 메뉴들도 있고, 처음 보는 색다른 조합의

메뉴들도 있는 데다가 만화로 그려진 레시피가

너무 쉽고 재미있어 보여서

작가의 레시피를 시도하고 싶다는 생각이 가득해졌다.


꼭 어떤 원대한 목표가 아니더라도

가볍고 쉽게 '비건'을 체험해 보거나

시도해 보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채식이라는 장벽을 낮춰주는 도우미로써

작가의 노력이 와닿을 수 있었던 그런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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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나에게 단 한 번의 아침이 남아 있다면 - 오늘이 끝나기 전 반드시 깨달아야 할 것들
존 릴런드 지음, 최인하 옮김 / 북모먼트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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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지혜'라는 것은 어디에서 배울 수 있을까?

지식을 가르치는 공간이나 사람은 있지만

삶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가치나 지혜를

어떤 형태의 지식으로 가공한다는 것은

시대를 막론하고 어려운 것 같다.


우리는 태어나서 자라고 어른이 되며

마주하는 삶의 시간들 속에서 굳은살이 쌓이든

인생의 경험을 쌓고 지혜를 배우며

그것을 자연스럽게 물려주고 있다.


인생의 성장에 대하여

발전, 상승하는 것만을 포함하는 것이 아니라

나이가 들어 쇠퇴하는 모든 과정까지를

성장에 포함시킨다고 배웠다.

하지만 이런 내용과 별개로

우리가 실제로 삶을 살아가면서

귀를 기울이고 배우고자 하는 사람은

나보다 먼저 인생을 살아간 선배라기보다는

모두가 '성공'이라 말할 수 있는

어떤 지위나 물질적인 것을 얻은 사람들이

하는 말에 치우쳐 있다.


영화배우 박중훈이 어느 방송에 나와서

어머님이 해주셨던 말을 전했는데,

이 말이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샀다.

"어린 아이 너무 나무라지 마라, 네가 걸어온 길이다.

노인 너무 무시하지 마라, 네가 갈 길이다."

라는 말이었는데

세월의 지혜가 쌓인 노인들의 삶에 대해

우리가 지극히 단적으로 판단하던 것들에 대하여

새로운 시선을 갖게 하는 그런 말이었다.


나이가 들기 전에는 이해하지 못했는데,

나이가 들고나니 그제야 그때의 부모님이나

할머니 등 어른들이 하신 말씀의 의미를

비로소 깨닫게 될 때가 있다.


노인이라는 이름으로 뒤로 쳐진

인생 막바지의 이미지만을 생각하던 우리에게

그들의 '나이 듦이 가져온 변화와 삶'을 통해

배울 수 있는 인생 수업을 전하는 책이 있다.

《만일 나에게 단 한 번의 아침이 남아 있다면》이다.


편집자 겸 기자로 활동하고 있는 작가는

뉴욕타임스에 연재한

6부작 기사를 바탕으로 이 책을 집필했다.

1년 동안 서로 다른 삶의 경험과 배경을 가진

여섯 명의 노인을 인터뷰하면서

저자는 자신의 삶이 지금과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했음을 직감한다.

어떤 특별한 직업이나 대단한 배경이 아닌

요양원에서, 자식들 없이 홀로 집에서 사는

흔하게 볼 수 있는 노인들의 이야기가

작가의 인생을 어떻게 바꾸었는지,

여섯 명의 노인들이 전한 삶의 가치와 지혜는 무엇인지

책을 통해서 만나볼 수 있었다.


그가 만나본 노인들은 80대 후반~90대 초반으로

나이 듦에 따라 신체의 불편함, 넉넉하지 않은 경제력,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현실을 살고 있다.


미래를 바라보고 미래를 준비하며

살아가는 오늘날의 우리들에게

어쩌면 인생이라는 한 문장에서 마침표에

다다른 노인들의 삶은 아쉬움이나 불만,

아픔에 따른 고통만이 가득할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들은 우리의 생각과는 전혀 다른

마음가짐으로 인생을 보내고 있었다.

그날그날 주어지는 하루에 감사하고 만족하며,

죽음을 앞두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기에

더욱 주어지는 남은 인생에 최선을 다하고

후회 없이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하려는

그 모습은 여느 젊은이들보다도 인생에 대한

만족도가 높았으며, 행복이라는 것에 오히려

더욱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이 듦에서 오는 쓸쓸함이라는 이미지는

누가 그린 것일까?

다시 찾아오는 오늘에 감사하고,

기대치를 낮춰 현재를 행복으로 가득 채우며,

다른 이의 도움을 받고 또 누군가에게는

필요한 사람이 되어주기도 하며,

가족이나 친구 등 소중한 이들을 아껴주고,

끊임없이 목표를 가지고 살아가는 그들은

그 누구보다도 '인생'이라는 시간을 알차고

가치있게 보내는 방법을 알고 있는 멋진 선배의

모습 그 자체인데 말이다.


만약 인생에 단 하루만 남아있다면,

그 하루를 우리는 어떻게 보내고 있을까?

그 하루뿐인 미래를 위해서 지금 같은 온도로

하루를 보낼 수 있을까?

주어지는 시간에 감사하고, 오늘의 행복을 만끽하며

소중한 사람들과의 시간을 즐거워하고

할 수 있는 것을 최대한 하지 않을까?

책 속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전한

6명의 노인들처럼 말이다.


작가는 인터뷰하면서 만났던 노인들을 통해

더 많은 시간과 더 많은 가능성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가지지 못했던 생각과 여유, 마음을 깨닫게 된다.

그런 마음들은 그의 삶을 다른 방향으로 흐르게 했고,

이를 자신을 넘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도

전하고자 했다.


무엇이 가치 있는 삶인가?라는 질문보다는

내가 가치 있어 하는 삶은 무엇인가?

나는 어떻게 살고 싶은가? 하고

물음표는 우리에게 되돌아온다.

내가 생각하는 가치 있는 삶, 의미 있는 삶은 무엇인지

내가 살고 싶은 내 인생은 어떤 모습인지

그려보는 시간이 되었다.


인터뷰를 통해 만난 6명의 노인들은

마치 우리가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는 이웃처럼

평범해서 더 이야기가 와닿았는데,

생전에 할머니와도 이런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면

할머니의 인생 마침표 앞에 더 많은 기쁨과

행복을 드릴 수 있지 않았을까,

그 행복과 기쁨의 교집합을 함께

쌓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이런 후회의 마음과 함께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어지는 오늘에 최선을 다하자고 다짐해 본다.


"이 글은 북로망스(북모먼트)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저의 솔직한 후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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