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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그러져도 동그라미입니다 - 김창완 에세이
김창완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4년 3월
평점 :

'기타로 오도바이(?)를 타는 아저씨'로
내 기억 속에 있는 김창완 아저씨.
가수이자 연기자로 오랜 시간 활동을 해 온 그가
지난 23년간 해온 아침 라디오를 마무리하고
방송에서 오프닝으로 작성했던 글들과
청취자들이 보냈던 고민 사연에 대한 답을
담은 글들을 모아 책으로 냈다.
꾸준히 무언가를 한다는 것이 쉽지가 않은데
하물며 23년이라는 시간은 한 사람이 태어나
성인이 되기까지의 시간일 수도 있기에
그 시간의 꾸준함이 더욱 깊게 느껴진다.
'아름다운 이 아침, 김창완입니다'이라는
라디오 프로그램은 오래 진행한 시간만큼이나
청취자들이 보낸 고민에
직접 손글씨로 엽서에 답을 써서 보낸
아저씨의 엽서가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
라디오를 청취하지 않는 나도 아래의 사연은
sns를 통해서 많이 봤었다.
세상살이라는 게 그렇게 자로 잰 듯 떨어지지 않는다며
가득 그린 동그라미 속 그럴듯한 동그라미는
몇 개 되지 않고 찌그러진 동그라미도 동그라미라며
우리의 일상도 그렇지 않겠냐는 아저씨의 답은
평범한 일상 속에서 의미를 찾아가라는 울림을 주었다.
우리는 삶 속에서 모두가 완벽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를 향한 잣대와 기준을 상당히 높게 잡아
스스로 실망하고 자책하는 경우가 많다.
완벽한 인생만이 아름다운 인생이 아닌데,
굴곡이 있을 수밖에 없는 인생에서 '완벽' '성공'만을
아름답다는 기준으로 잡지 않았나 싶다.
책 속에서 등장하는 글들은
라디오 방송을 위해 자전거로 출근을 하면서,
또 방송을 준비하며 오프닝 멘트를 쓰면서
쌓아온 계절과 일상의 조각들을 담았다.
아침방송을 하면서 오히려 청취자들을 통해
수많은 아침을 선물로 받았다는 거의 소회처럼
그 순간순간의 조각들은
대단한 사건이나 기록은 아니지만
마음속에 따뜻함을 심어주는 좋은 추억이 되었다.
먼저 세상을 떠난 동생에 대한 이야기,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마주하는 감사한 순간들은
어떤 때는 인생 선배의 조언으로
어떤 때는 부모님의 걱정처럼
청취자들과 독자들에게
진심으로 다가가지 않을까 싶다.
사실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연예인이라는
직업을 가진 이들이 쓴 책에 대해서는
뭐라 설명할 수 없는 편견이 있었다.
'정말 본인이 쓴 게 맞을까?'
'있어 보이게 포장한 이야기가 아닐까?' 하고 말이다.
하지만 김창완 아저씨의 글들은
소박하면서도 또 평범한 우리 이웃과 다를 바 없는
담백한 이야기여서 좋았고,
인생을 먼저 살아간 선배가 묵묵히 이야기를 듣고
한마디 툭 건네주는 위로 같아서
이런 나의 편견이 무색하게 느껴졌다.
23년간 진행해온 라디오 방송은 종방했지만,
하반기에는 저녁 방송으로 다시 돌아오신다고 한다.
23년간 나눈 아침의 이야기가 새벽빛을 머금은
조용한 위로였다면,
앞으로 쌓아갈 저녁의 시간은 또 어떤 이야기를 담을지
너무나 기회가 된다.
듣는 방송, 라디오라는 매체 자체가
낯설어지는 요즘. 어쩐지 그 저녁 방송은
지는 노을을 바라보며 나도 듣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