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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한 미식가 - 나를 돌보고 남을 살리는 초식마녀 식탁 에세이
초식마녀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6월
평점 :

건강 상의 이유나 환경적인 측면에서
채식을 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가고 있다.
'채식을 하면 염증이 줄어든다'라는 얘기에
운동선수들 중에서도 채식을 시도하는 이들도
있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도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채식을 전문으로 하는 식당들도
등장하는 등 '채식' '비건'이라는 키워드가
이만큼 우리의 곁에서 있음을 새삼 느낄 수 있다.
먼 과거가 아니더라도
우리의 부모님 세대나 우리가 어렸을 때만 해도
자의가 아니어도 충분히 채식 혹은
채식 지향주의 식탁이 가능했었다.
풍요로웠던 것이 아니었고, 농업 위주의 환경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농작물로 끼니를 채우고
육류 섭취, 꼭 덩어리 고기가 아니라도 해도
생선이나 계란 등도 그리 쉽게 먹을 수 있었던 것은
아니라는 얘기는 부모님께도 들었으니 말이다.
이제는 말 그대로 물질 풍요 주의 환경이 되면서
고기는 특별한 날이 아니어도 언제나 쉽게
구하거나 먹을 수 있고,
아이들의 성장을 위해서는 필수 요소로
단백질 = 고기라는 인식이 더해졌으며,
닭, 돼지, 소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종류의
육류를 소비하는 환경이 조성이 되며
채식이라는 것이 뭔가 낯설고 특이한 것,
유난스럽거나 비정상적이라는 극과 극의
평가로 몰리게 되었다.
'풀만 먹어서 힘이 나겠냐'
'영양 부족이나 결핍으로 문제가 되지 않겠냐'라는
염려가 담긴 말들은 정말 걱정이라기보다는
일반적이지 않다는 것에 대한 불편함이 담긴
시선이 더욱 강하고 말이다.
(이 일반적이라는 것도 다수의 의견으로,
다수가 채식을 하는 환경이 되었을 때
육식을 하는 모습을 어떻게 바라볼지
궁금해지기도 한다.)
특히나 채식은 맛이 없는 것,
그냥 나물 반찬에 밥, 두부 정도로만 생각하고
다채로운 식사가 불가능하다는 편견에
맛있고 즐거워야 할 식사라는 것을
인내나 그저 채우는 음식으로만 생각하면서
더욱 어렵고 멀게 생각하는 이들도 많은 것 같다.
이번에 만나본 책은 초식마녀라는 닉네임을 가진
유튜버이자 만화와 글을 쓰는 작가의
채식 레시피를 담은 음식 에세이인
《비건한 미식가》이다.
냉장고에 있는 재료들 만으로도
간단히 쉽게, 그러면서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채식 레시피를 소개하면서
"이 정도면 나도 할 수 있겠는데?"
라는 생각을 가질 수 있도록
채식에 대한 장벽을 낮추고자 한
저자의 노력이 가득 담긴 책이라고 할 수 있다.
비건에 관련된 여러 책을 쓰기도 했고,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면서
채식 요리를 만드는 방법이나
그것을 먹는 모습, 자신의 일상 등을 전하고 있는데
'고기를 좋아한다'라고 할 수는 없지만
여전히 채식은 도전하기에 먼
마음만은 채식 지향이지만
'고기 없는 하루'가 썩 쉽지만은 않은 나에게
그런 내가 가지고 있던 '채식'이나 '채식하는 사람'에
대해 가지고 있던 이미지를 무너뜨리는 계기가 되었다.
채식에 대한 공감이나 필요성은 느끼고 있지만
'입'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즐거움을 원하기에
채식 지향 식탁이 여전히 어려운 나였다.
작가는 자신이 즐겨 해 먹고 많은 이들에게
맛있다는 평을 받은 자신의 채식 레시피를
전할 뿐 아니라, 채식을 하고자 하는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털어놓음으로써
어렵고 멀게만 생각했던 채식이라는 한 과정에 대해서
공감할 수 있는 시간을 주고 있었다.
만만한 실천용 비건 레시피 공유라는
작가 스스로의 목표를 충분히 달성할뿐더러
채식이 어렵거나 어떻게 맛있는 채식을 할 수 있을지
고민스러웠던 사람들에게 좋은 도움이 될 것이다.
익숙했던 메뉴들도 있고, 처음 보는 색다른 조합의
메뉴들도 있는 데다가 만화로 그려진 레시피가
너무 쉽고 재미있어 보여서
작가의 레시피를 시도하고 싶다는 생각이 가득해졌다.
꼭 어떤 원대한 목표가 아니더라도
가볍고 쉽게 '비건'을 체험해 보거나
시도해 보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채식이라는 장벽을 낮춰주는 도우미로써
작가의 노력이 와닿을 수 있었던 그런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