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는 망자, ‘괴민연’에서의 기록과 추리
미쓰다 신조 지음, 김은모 옮김 / 리드비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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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면 반사적으로 찾게 되는 무서운 이야기.

듣고 나면 자꾸 생각나고

무서워서 아무것도 못하겠다 하면서도

눈을 감고 귀를 막으면서도 자꾸만

듣고 싶어지는 마음은 미스터리한 존재에 대한

궁금증이 더 큰 욕구로 다가와서 인 것 같다.

한국에서의 공포의 소재로 삼아지는 이야기는

'한'이라는 정서를 기반으로 한

망자들의 슬픔이나 억울함이 맺혀있는데

문화가 달라서인지 나라마다 공포의 소재로

다뤄지는 주제는 각기 다르게 묘사되곤 한다.


미스터리 작가이자 호러 작가로

잘 알려진 미쓰다 신조는

본격 미스터리와 민속학의 괴담을 결합한

독특한 작풍으로 호평을 받고 있다.

다양한 시리즈를 통해서 마니아층을

가지고 있으며, 이번에 출간된 《걷는 망자》 역시

작가의 이름만으로도 기대하고 기다리는

팬들의 열광적인 반응에 호러 소설을 무서워하는 나도

절로 궁금한 마음을 들게 했다.

큰 용기를 내어 읽어본 《걷는 망자》는

원초적인 두려움보다도 이야기에 대한

추리를 함께 따라가게 되면서

'두려움'보다는 '호기심'과 '궁금증'이 더욱 크고

단편마다의 반전이 이어지면서

다들 극찬하는 작가의 매력을 느낄 수 있었던

기회가 되었다.


민속학이라고 하면

우리 인간 사회에서 구전으로 전혀 내려오는

문학, 음악, 미술 등의 민속문화나

신화, 전설 또는 관습 들을 연구해서

민족문화를 밝히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는데

이런 구전을 통해서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 중에는

괴담도 있기 마련이다.

가장 쉬운 예로는 우리가 초등학교에 다닐 때

학교에 있는 동상이 밤 12시가 넘으면 움직인다던가

한때 유행했던 빨간 마스크 괴담이 여기에 해당하겠다.


일본에서 미스터리나 호러를 다루는

소설, 만화 등에서는 그래서인지

이 '민속학'을 연구하는 이들에게 펼쳐지는 이야기가

많은데 이번에 읽어보게 된 《걷는 망자》 역시

괴이 민속학 연구실 일명 '괴민연'을 바탕으로 진행된다.


대학생 도쇼 아이가 자신이 겪었던 일이나

도조 겐야 교수를 통해 전해 받은 괴담을

조교인 덴큐 마히토에게 전하고

이를 정리하는 역할을 맡은 덴큐는

괴민연에서 일하는 것과 달리

너무 겁이 많아서 ‘괴이’를

‘유령이 아니라도 가능한 현실적 사건’으로

해석하려 필사적으로 애쓰며 논리적으로 해결책을

설명하는 과정을 반복한다.


둘의 대화 속에서만 등장하는 도조 겐야 교수.

그리고 기이한 사건을 직접 겪고

그것을 보고 느낄 수 있는 도쇼 아이와

괴이를 믿지 않는 덴큐의 대조적인 모습까지

기이한 소품들이 있는 괴민연에서

이야기를 듣고 해석하는 둘의 티키타카를

보는 과정은 으스스 한 이야기를

조금은 가볍게 풀어주는 역할을 함으로써

미쓰다 신조의 작품을 처음 만나는 이들에게

좋은 입문서로 다가갈 것 같다.


소설은 5가지 단편으로 이루어진다.

첫 번째 편인 걷는 망자는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도쇼 아이가

어렸을 때 직접 보았던 망자에 대한 이야기와

갑자기 사라진 마을의 남자,

이윽고 발견된 머리 없는 시신에 대하여

덴큐에게 털어놓으며 사건의 진실을 파헤쳐 가는

과정을 담았다.

'괴이'와 '현실적 사건'이라는 양측의 입장에서

첨예하게 의견을 주고받으며

사건에 대한 해석을 이어가는 과정이 굉장히 신선했다.


2화와 4화에서는 내려져오는 괴담을 접하고

벌어지는 사건에 대해서 추리하는 과정이 이어졌는데

개인적으로는 2화의 내용이 가장

으스스하게 느껴졌던 것 같다.

5화에 다다라서야 직접 자신이 겪은

이야기를 전하는 도조 겐야 교수!

여느 화와 다르게 도쇼 아이가 덴큐가 했던 것처럼

반대로 추리를 이어가는 과정이 굉장히

신선했던 5화였다.


5화가 각기 연결성이 없고,

일정한 패턴을 가지고 이야기를 풀어가는 과정이

반복되었지만 이 반복 속에서

각기 다른 으스스함을 전하는 이야기의 힘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미쓰다 신조의 시리즈를 즐기는 이들에게도

또 그의 작품을 처음 만나는 이들에게도

새로운 즐거움으로 다가갈 수 있겠다.

무더운 여름 더위를 잊고 빠져들 수 있는

호러소설을 찾는다면 강추한다.


"이 글은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저의 솔직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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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빌론 부자들의 돈 버는 지혜 - 부의 본질을 꿰뚫는 7가지 비결과 통찰 질문 152
조지 S. 클레이슨 지음, 이선주 옮김 / 현대지성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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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 년 전, 세계 금융의 기본 원칙이

태동한 곳이라는 평가를 받는 곳이 있다.

바로 바빌론이 그 주인공으로,

그 옛날 바빌론 사람들의 지혜는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통용될 만큼 여전히 유효하다.


고대 바빌론이 가장 부유한 도시가 된 이유는

그 시대 그곳 백성들이 가장 부유했기 때문인데

그들은 돈의 가치와 힘을 누구보다 잘 이해했고,

부를 불리기 위해 필요한 원칙들을 일상에서 실천했다.

안정적인 수입원 마련, 현명한 재정관리 등

현재에도 많은 부에 대한 가르침을 전하는 이들이

하는 얘기들은 바빌론에서도 이미 전해져 있었는데

시대를 뛰어넘는 부의 본질을 담은 이 책을 통해

바빌론 부자들의 지혜를 제대로 알고,

우리가 원하는 부로 나아가는

지름길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나 1937년 판 추천 서문을 비롯해

국내 유일 1·2부 합본 완역본으로 구성된

이번 책에는 저자가 직접 정리한

152개의 질문이 포함되어 있어

저자가 던지는 질문에 답하면서

책을 통해 배우게 된 바빌론 부자들의 지혜를

다시 한번 정리할 수 있었다.


부나 돈 버는 방법에 대한 책들의 경우

원론적인 이야기로 어렵다고 느낄 때가 많았는데,

마치 소설을 읽는 듯 바빌론 최고 부자인 '아카드'를

따라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쉽게 부의 법칙,

원리를 차분하게 깨달을 수 있었다.


책에서 등장하는 아카드 역시 우리들처럼

처음부터 부자였던 사람은 아니었다.

동료들과 같은 선생님 밑에서 공부하고

같은 놀이를 하며, 남들보다 특출난 것이 없었던 그가

시간이 지난 후 동료들과 전혀 다른 삶을 살게 되었다.

그의 오랜 친구들은 같은 출발점에서 시작한 그가

어떻게 지금은 이렇게 다른 모습의 삶을 살게 되었는지

재물을 얻게 된 방법에 대해서 배우게 된다.


그는 가장 단순하면서도 기본이 되는

7가지 비결을 반복해서 얘기하고 있는데

그것은 다음과 같다.


1️⃣ 돈을 모으기 시작하라

2️⃣ 지출을 조절하라

3️⃣ 돈을 불려라

4️⃣ 원금을 잃지 않고 지켜라

5️⃣ 집을 장만하라

6️⃣ 노년이나 가장이 사망할 때를 대비하라

7️⃣ 돈 버는 능력을 키우라


재산을 모으는 방법을 터득한 뒤,

그것을 자신의 과제로 삼아 성실히 실천하며

그는 재물에 대한 법칙 또한 깨닫게 된다.

이는 현재를 사는 우리들도

돈을 어느 정도 모으고 투자나 부를 일구는 과정에서

누구나 겪을 수 있는 포인트들이기 때문에

이 기초적인 부분들을 간과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겠다.


아카드가 얘기한 7가지 비결에서

몇 가지나 내가 실천하고 있는지

살펴보니 '부를 얻고 싶다'라는 그의 동료들처럼

부에 대한 욕망은 있지만

실제로 그것을 얻기 위해 얼마만큼의

노력과 실천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냉철하게 재 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아카드는 자신이 경험한 이 부의 비결을

자신의 동료들과 아들을 비롯해,

왕이 그를 통해 백성들에게까지 전하고자 했다.

나 혼자만이 가진 부의 비결이 아닌

모두에게 나눔으로써

바빌론을 가장 부유한 도시로 만들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이 되지 않았나 싶다.


돈을 모으는 데 있어서는

어느 정도 방법을 익히고 습관이 되었다면

다음 단계로 돈을 불리는데 있어서

무엇보다 어려움을 느꼈던 나인데,

근본적인 이야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투자에 있어서 갖추어야 할 마음까지도

배울 수 있어서 더욱 실용적이라 느꼈던 책이었다.


수천 년 전 시간의 지혜가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고

여전히 많은 부를 가진 이들은

역사를 통해, 과거를 통해 배우고

그들을 점점 키워나가고 있다.

'다 들어본 고만고만한 얘기로군' 하면서

실천을 미루고 아는 얘기라 치부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적으로 실천을 하며 효과를 얻어 가는 게

이 책이 전하고자 하는 가장 큰 지혜를

제대로 이해했음을 증명하는 게 되지 않을까 싶다.


저자가 직접 정리한 질문에 답을 하며

바빌론의 지혜를 다시 한번 이해할 수 있고

어렵지 않으면서도 쉽게 배울 수 있는

재테크 바이블을 찾는다면

감히 이 책이 그것이 될 거라고 추천하고 싶다.


더 이상 개천에서 용이 나오지 않는 다며

가진 출발점의 차이에서 일찌감치 포기를 하거나

제대로 된 공부가 아닌 남들이 하니까

시작하고 빠지는 투자의 하수들에게

제대로 된 부의 원리를 배울 수 있는 책으로

다가갈 것 같다.


아카드의 비결을 통해

모두가 단단하게 돈을 벌고 지키며,

불릴 수 있기를 그래서 고대 가장

부유했던 도시인 바빌론이

지금 바로 우리가 사는 도시가 될 수 있도록

만들어가는 단단한 실천력이 필요하겠다.


"이 글은 레뷰를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저의 솔직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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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에즈리 도서관의 와루츠 씨
코교쿠 이즈키 지음, 김진환 옮김 / 알토북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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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과 책, 기록물을 다루는 학문인

문헌정보학과를 나온 나이지만

도서관의 미래에 대해서 생각하면

'과연 어떠려나....'라는 마음이 먼저 떠오른다.


사진이나 영상 등의 매체에 점점 익숙해지기도 하고

활자를 읽어도 컴퓨터나 핸드폰,

태블릿 PC를 비롯해 전자기를 이용한

콘텐츠를 소화하고 있기에 종이책이 과연

얼마나의 가치를 가질까? 얼마나 유지될 수 있을까?

에 대한 생각은 계속 드는 것 같다.


지구에 빙하기가 다시 찾아온다는 소재를 다룬 영화

〈투모로우〉에서는 갑자기 밀려오는 눈보라를 피해

도서관으로 대피한 사람들의 모습이 보인다.


빙하기를 다시 맞이한 지구의 도시 한가운데서

이 지구 역사의 기록이 되고

앞으로의 희망이 될 수 있는 장서를 가진

도서관이라는 공간이 가지는 의미는

단순히 책이라는 의미를 넘어서 그 이상의 가치를

보여주는 장면이 아니었나 싶다.

마지막에 도서관을 벗어나 탈출을 하면서도

책을 꼭 끌어안고 나가는 사람들의 모습은

'기록처럼 중요한 것은 없다'를 보여주는 것 같았다.


36시간의 전쟁이라 불리는 3차 세계대전 이후

폐허가 된 도시부를 벗어나 한적한 평온한

사에즈리 초라는 도시에는

누구나 회원 등록 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사립 도서관이 있다.


모든 것이 전자화된 데이터로 저장되며

종이책이라는 것이 낯선,

종이라는 것이 보기 힘든 근시대의 미래

여전히 책을 읽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위해

오픈되어 있는 도서관 '사에즈리 도서관'이다.


이곳에는 도서관의 대표이자

특별보호사서관인 와루츠씨가 있다.

그녀의 아버지가 소장했던 많은 장서들로 꾸려진

도서관을 운영하는 그녀는

책에 대한 사랑과 애정, 그리고 사서로써

도서관을 방문한 손님들을 마주하는 마음까지 헤아리며

늘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요즘 누가 종이책을 읽어?'

'책을 넘기며 읽고 책을 통해 맡는 나무의 냄새가

낯설고 어색할 정도'인 세상에서

여전히 책을 사랑하고 책을 읽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위해 책을 추천해 주고 도서관을 관리하며

그들의 고민까지도 들어주는 사서라니!


책을 전혀 읽지 않았던 등장인물이

최악의 하루를 맞이하고 어떤 사건으로

우연히 방문하며 알게 된 이곳에서 만난

와루츠 씨는 기꺼이 도움을 주고 책을 추천해 주며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며 마음을 어루만져 준다.


힘든 날에도 기쁜 날에도 책을 읽으며

위로를 받고 기쁨을 나누는 사람들처럼

우직하게 그 자리를 지키는 책은

기록이라는 역할에 시간이라는 가치까지 더해져

더욱 그 진가를 발휘하고 있었다.


전자책이 익숙해져가는 요즘,

국내 성인 10명 가운데 6명이

지난해 1년간 책을 한 권도 읽지 않았다고 한다.

연간 독서율은 점점 떨어지고 있고,

영상 콘텐츠 이용 비중의 상대적 증가,

스마트폰 등을 통한 정보 습득 경로의 다양화,

난독 인구 증가와 집중력 부족 현상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일하느라 바빠서, 시간이 부족해서'라는 이유로

책을 이만큼 멀리하고 있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사실은 참 출판시장을 떠나 정서적인 측면이나

문해력 측면에서도 먹구름이 끼고 있는 것 같다.


전자책으로 읽을 수 있다고는 하지만

종이책만이 주는 의미가 따로 있다고 생각한다.

책을 넘기며 활자를 하나씩 읽어가며

상상하며 읽는 이야기가 내 마음속에서

영상처럼 펼쳐지는 과정은 그 어떤 화려한

영상보다도 자극적이고 즐거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은

직접 겪어본 이들만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책을 읽고 내용을 이해하면서 상상하고 머릿속으로

장면을 그리고 다시 또 생각하고,

그 생각들을 이야기하다 보면 커지는 즐거움을

요즘은 다들 놓치고 있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


시간의 변화에 따른 공상의 이야기가 아닌,

다가올 미래의 이야기일 수도 있어서

더욱 현실감 있게 다가왔던 이 소설.

책의 가치, 책만이 가지는 고유함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할 수 있는 시간으로 다가왔다.

우리는 책을 통해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책만이 주는 그 가르침을 무엇일까?

왜 책을 읽어야 할지,

쇠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무엇을 위해 책을 읽고 있는지

그 물음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도서관에서 벌어지는 사람들에 대한 단편적인

이야기라 선입견이 있었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다른 차원의 이야기로

'읽는 것'에 대한 근본적인 이야기라서

더욱 좋았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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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림지옥 해방일지 - 집안일에 인생을 다 쓰기 전에 시작하는 미니멀라이프
이나가키 에미코 지음, 박재현 옮김 / 21세기북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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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집안을 이루고 살아가는 살림이라는 것에는

먹고 입고 치우고 하는 모든 일들이 포함된다.

대부분의 이들이 '독립'을 하기 전까지

청소나 빨래, 식사 등을 전담하는

살림에 대해서 나의 몫이 아닌

부모님의 역할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어린아이를 제외하고

혼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어쩐지 살림의 몫을 (가족이지만 내가 아닌)

당연하게 타인에게로 돌리고 의지했던 것 같다.


가부장적 사회 분위기 때문인지

많은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맞벌이를 하는 가정에서도 '집안일'이

여성에게 많이 치우쳐져 있다.


최근 들어서는 집안일도 정해서 나누어 하는

가정도 많아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집안일의 빈도와 관여도에서

여성, 엄마에게만 몰려있는 것을

바꾸어야 할 필요가 있다.


성인 4인으로만 구성된 우리 집의 경우

대놓고 역할을 나누지는 않았지만

각자의 몫으로 어느 정도씩 가져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집안일을

생각하면 '이 살림 지옥에서 모두가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라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


1인 독신가정이라는 차이가 있지만

이런 집안일에 쏠린 힘을 다른 곳에 사용할 수 있도록

살림지옥에서 해방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

미니멀라이프 에세이가 있다.

아프로켄(폭탄머리)로 SBS 스페셜

'퇴사하겠습니다'에 출연하며 한국에도 잘 알려진

이나가키 에미코의 책 《살림지옥 해방일지》를 만났다.


일본을 대표하는 언론사인 아사이신문사를

50살의 나이에 그만두고 나서

'나오지 않는 월급'을 이유로 큰 맨션에서 벗어나

작은 집으로 옮기게 된 저자가

이사와 더불어 극단적인 정리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마주한 살림과의 전쟁이 이곳에 펼쳐진다.


퇴사와 함께 '수익이 줄었다면 덜 쓰면 되지'라는

생각으로 시작된 그녀의 미니멀라이프는

가진 물건들을 정리하는 것뿐만 아니라

삶의 방식까지도 단순화하여 에너지를

최대한 절약하는 방식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덜 소유한다'라는 미니멀라이프가 아닌

'가장 중요한 것만 남긴다'라는 의미의 미니멀라이프로

가장 중요하고 좋은 선택을 남김으로써

그동안 입고 먹고 쓰고 치우느라 사용했던

에너지들을 다른 곳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글쓰기를 하며 프리랜서 생활을 하고 있는 작가는

2011년 도쿄에서 일어났던 대지진을 겪으며

더욱이 미니멀라이프에 대한 생각이 커졌다고 한다.


전작인 《그리고 생활은 계속된다》에서 언급했듯이

대지진을 겪으며 원전의 위험성에 대해 인식하게 됐고,

이로 인해 절전을 시작하게 된 얘기도 책으로 남겼는데

자원에 대한 절약과 자원 없이도 사는 삶에 대한

얘기를 주로 다루었던 지난 책이라면

이번 책에서는 절약과 절전에서 나아가

보다 심플한 삶으로 자리 잡은

자신의 미니멀라이프를 소개하면서

시간을 내어 치우고 먹고 청소하며 받은

스트레스를 없앨 수 있는 '나를 돌보는 집안일'에

대한 새로운 정의를 하고 있었다.


자신을 돌보는 일 = 집안일이라고 정의한 작가는

집을 치우고 청소하는 일,

빨래와 밥 차리기 등

최대한으로 간소화한 자신의 일상을 통해

이것이 주는 편리함과 만족감을 한껏 드러낸다.

'이렇게 극단적으로까지 할 필요가 있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삶을 바라보는 시선을 바꾸는데

참고하는 용으로는 좋지 않을까 싶다.


이름있는 회사에 다니며 많은 월급을 받고

남부럽지 않은 고급 맨션에서

여러 벌의 옷을 입고 다채로운 이국의 음식을

해먹으며 '화려한' 생활을 했던 그녀가

작고 단출한 집에서 한두 가지의 살림으로

최대한 간단한 음식으로 스스로를 대접하며

집안일에 대한 스트레스를 벗어나

진정한 즐거움을 깨닫는 과정은

담백하면서도 은은한 어떤 향 같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


나 역시도 최근 들어 '최대한 간단히'를 목표로

집과 방, 소유하는 물건을 정리하고 있는데,

치우면 치울수록 계속해서 나오는 짐들을 보며

도리어 지치고 추리는 것조차 많은 에너지를

들여야 한다는 사실에 많은 후회를 했었다.


선택지가 한 가지라면 고민할 필요 없는데,

선택지를 10개, 20개씩 가져가며

선택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받고 있지는 않은지..

너무 많은 물건을 소유하며 다 쓰지 못할

그 물건을 정리하기 위해 수납장이나 용품을 마련하고

집을 넓히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볼 수 있었다.


100에서 한순간에 1로 만들 수는 없지만

줄여가는 과정을 통해 얻게 되는 자유로움과

살림에 대한 즐거움만으로도

이 책이 주는 가치는 충분하다고 본다.

나아가 단출하고 간단해진 살림을 운영함으로써

나이 들어서까지도 스스로 자신을 돌볼 수 있는

힘을 비축할 수 있다면 그것보다 좋을 것은 없겠다.


어떤 유행이나 스타일로 '미니멀라이프'를

실천하는 것이 아닌 주어진 환경 내에서

빠른 결정과 실현을 하고 있는 작가의 대범함이

이토록 안정적인 지금을 만들어 온 것 같다.

작가가 추천한 곤도 마리에의 《정리의 힘》도

함께 읽어보며 미니멀라이프에 대하여

더욱 단단한 근육을 키워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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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름 방학의 꿈 - 계절 앤솔러지 : 여름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118
남세오 외 지음 / 자음과모음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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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게는 2~3주 남짓, 길게는 한 달여 정도

뜨거운 계절을 한껏 소화하는

여름방학을 지나고 학교에 돌아오면

뜨거웠던 계절만큼이나 탄 얼굴과 함께

갑자기 키가 자라서 전과 같은 얼굴이지만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은 모습으로 등장한

반 아이의 모습에 흐른 시간을 체감하곤 한다.


학교에 나가지 않으니 지루하고 심심하기도 했고,

휴가를 다녀와 색다른 경험에 즐겁기도 했다.

어느 날은 괜찮았고 어느 날은 안 괜찮았던

일기장에 체크하는 날씨만큼이나 변덕스러웠던

추억들을 삼킨 방학.

아련하면서도 까무룩 해지는 그 기억을

다시 찾아오는 뜨거운 열기 속에서 떠올린다.


지난봄에 읽었던 자음과모음의 계절 앤솔러지

시리즈의 여름 편이 나왔다.

시작과 새 학기를 다룬 봄의 설렘을 다룬

봄 시리즈를 시작으로

두 번째 시리즈인 '여름'에서는 방학을 맞이해

꿈처럼 신비롭고 재미있었던 이야기의

조각을 다섯 명의 작가가 모았다.


이유리 작가의 《선물은 비밀》은

지구에서 멀리 떨어진 행성에 사는 '내'가

월드 오브 에브리싱이라는 게임에서 만난

지구의 소녀 서윤을 만나기 위해

지구로 짧은 여행을 떠나며 시작된다.

지구 아닌 행성에 산다는 사실을 숨긴 채

평범한 지구, 서울에 사는 소녀인 것처럼

자신을 예은이라는 이름으로 속이고

서윤과 만나게 되는데

항공 우주연구소에서 일하기를 꿈꾸는 서윤은

'우주를 좋아한다'라는 공통점 하나로

순수히 마음을 주고받으며 가까워진다.

왜 그랬는지 모르게 자신이 지구인이 아니라는

사실을 밝히는 나, 그리고 그걸 덤덤하게

받아들이고 믿어주는 서윤은 행성을 넘어선

우정을 나눈 친구로 거듭나게 되는데...

서로를 위해 준비한 선물을 뒤로

첫 만남 이후 끊어진 연락,

다시 만나게 될 날을 기다리며

아련한 추억을 곱씹는다.


'좋아하는 것을 공유하는 사이'로부터 시작되는

친구라는 관계. 사소한 약속을 잡고 어울리며

평범한 일상의 대화를 나누며 그렇게 친구가 되면

서로의 존재 자체가 무엇보다 큰 힘이 된다.

'친구'라는 의미에 대해서

'그래, 이게 바로 친구였어'

라는 생각을 하게 한 작품이었다.


전앤 작가의 《여름밤의 초대장》은

갑작스럽게 기운 집안 사정으로 인해

홀로 자취를 하며 원룸에서 지내게 된 보리가

낯선 풍경의 집에 적응해 나가는 과정과

홀로 외로움을 견디는 시간 사이,

이 집에 예전에 살았었던 김소민이라는 여자가

술에 취해 집에 들어오며 얽히게 된 이야기가 담긴다.

산후조리원에서부터 함께한 율무와 콩이라는 친구,

늘 같은 길을 걷고 함께할 것만 같았는데

집안 사정에 따라 사는 곳도 멀어지고

학원도 그만두게 되며 외로움과 고립감을

더욱 크게 느끼게 된다.

까무룩 잠에 들었다가 옆에서 느껴진

낯선 사람의 체온에 잠에서 깬 보리는

화장실에 다녀온 사이 사라진 낯선 사람의 흔적이자

그에 대한 정보가 있는 지갑을 줍게 되는데,

지갑의 주인이자 침입자인 김소민의 흔적을 따라

그녀에 대한 추적을 하던 중

집 바로 근처 편의점에서 일하는 직원이

그녀임을 알게 된다.

그녀를 엿보다 대화를 나누게 되고,

마치 초대장처럼 문제집 한편에

자신이 현재 살고 있는 집을 알려주는 그녀.

과거에 대한 미련 때문인지

과거를 다시 사는 기분이 들어서

자꾸 보리의 집을 찾게 된다고 했다.

알지 못하는 사이인데 자신의 이야기를 툭 털어놓는

그녀에게 자신의 이야기 또한 하고 싶은 보리.

힘든 이 상황에서 벗어나고 이겨내고픈

의지와 용기까지 느낄 수 있었다.


남세오 작가의 《비와 번개의 이야기》는

조금 색다른 접근으로 다가온다.

반항이 가득한 시기, 하지 말라면 더 하고 싶어지는

청개구리 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 유진은

미리 계획했던 부산 여행이 폭우 소식으로

취소될 위기에 처하자 조용히 짐을 싸고 집을 나와

빗속에서의 여행을 강행한다.

언제나 계획을 세우고 뭉그적거리는 주혁이

여행 동반자로 나서게 되는데,

우비까지 챙겨 입고 쏟아지는 빗속의 기차

부산이 아닌 대전에서 하차한 그들이

섬광을 따라 이동하던 중 날개가 있는

낯선 존재를 만나고 그와 미스터리한 대화를 나눈다.

성심당의 도시라 불리는 대전에서

케일이라 불리는 존재와 가지 않은 길에 대한

후회화 미련, 용기에 대한 대화를 나눈다.

놓인 무수한 선택지에 앞길에 선

방황하는 이들에게 어떤 길을 가야 할지

방향 표시판이 되어줄 만한 그런 이야기였다.



유영민 작가의 《엘리자베스 칼라》는

보호 종료 아동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싶다는 데서 출발했다고 한다.

동남아 출신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아동인 P는 부모님의 사망으로

보육원에서 자라며, 어렸을 때부터

남들과 다른 모습에 많은 차별을 받으며 살아왔다.

힘든 시간을 이겨낼 수 있었던 건 여덟 살 생일

갔었던 놀이공원에서의 행복한 하루.

상처를 보호해 주는 엘리자베스 칼라처럼

놀이공원에서 들었던 멜로디는 P에게

그런 기억으로 남아있다.

유일하게 자신의 얘기를 들어주는 데릭과 만나

놀이공원에서 시간을 보내며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은 P.

새로운 친구 데릭과의 시간은 P에게

새로운 엘리자베스 칼라가 되어준다.

각자 가진 어둠에서 벗어서 만남을 통해

서로에게 빛이 되어주는 데릭과 P의 시간을 전하며

'함께한다는 것이 주는 힘'을 제대로 보여준다.


전건우 작가의 《그날 밤, 우리가 갔던 흉가》는

여름이면 세트처럼 다가오는 으스스한 체험,

모험을 즐기는 이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킬만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대학 진학을 앞둔 고3 수험생인 나와 경수, 대호는

귀신이 나타난다는 폐가에 가보게 된다.

그곳에 나오는 귀신을 보면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있다는 소문에 간절함 때문인지

모험감 때문인지, 함께한다는 무모한 용기 때문인지

그들은 자욱한 먼지와 냄새로 가득한 폐가를 둘러보며

'교복 입은 귀신'을 찾는다.

삐거덕 거리는 소리를 따라 올라간 2층에서

우연히 마주한 거대한 곰 같은 형상을 보고

도망치듯 내려오다 지하실까지 떨어져

고인 물에 빠지게 된 나.

물속에서 나를 끌어당기는 알 수 없는 존재에

공포를 느끼며, 친구들의 도움으로 그곳을 빠져나온다.

모험담 같은 그 일은 친구들 사이에서

'그날 우리들만의 비밀'이 되어버리고

그 뒤로 대학 진학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비밀로 붙이며

작가는 마지막까지 독자들과의 밀당을 하는데~

작가가 직접 겪지 못했던 고3 생활에 대한

로망에서 비롯된 이 소설은

무모하면서도 용감한 그때의 아이들만이

가질 수 있는 생각이라는 점에서 아련함을 더한다.


때로는 과장되고 편향된 시선에서 전하는

뻔하면서도 믿을 수 없는 이야기가

방학이 끝나면 아이들 입을 통해 옮겨진다.

'내가 방학 때 말이야, 이런 일이 있었는데...'

'내가 들은 얘기 중 무서운 얘기가 있는데..' 하면서

여름의 열기를 가득 담은 청량한 조각들은

그렇게 하나 둘 서로에게 옮겨지면서

여물고 계절의 향기를 가득 품는다.


각기 다른 이야기이지만 '여름방학'이라는

설렘과 추억, 기억을 담았다는 점에서

이렇게 하나의 큰 선을 그릴 수 있다는 게

앤솔러지 소설의 장점인 것 같다.


각 작가들이 그리는 여름의 조각들을

품고 있는 모두에게 좋은 추억으로

여름이 다시 떠올려지기를 바란다.


"이 글은 자음과모음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저의 솔직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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