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는 망자, ‘괴민연’에서의 기록과 추리
미쓰다 신조 지음, 김은모 옮김 / 리드비 / 2024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여름이면 반사적으로 찾게 되는 무서운 이야기.

듣고 나면 자꾸 생각나고

무서워서 아무것도 못하겠다 하면서도

눈을 감고 귀를 막으면서도 자꾸만

듣고 싶어지는 마음은 미스터리한 존재에 대한

궁금증이 더 큰 욕구로 다가와서 인 것 같다.

한국에서의 공포의 소재로 삼아지는 이야기는

'한'이라는 정서를 기반으로 한

망자들의 슬픔이나 억울함이 맺혀있는데

문화가 달라서인지 나라마다 공포의 소재로

다뤄지는 주제는 각기 다르게 묘사되곤 한다.


미스터리 작가이자 호러 작가로

잘 알려진 미쓰다 신조는

본격 미스터리와 민속학의 괴담을 결합한

독특한 작풍으로 호평을 받고 있다.

다양한 시리즈를 통해서 마니아층을

가지고 있으며, 이번에 출간된 《걷는 망자》 역시

작가의 이름만으로도 기대하고 기다리는

팬들의 열광적인 반응에 호러 소설을 무서워하는 나도

절로 궁금한 마음을 들게 했다.

큰 용기를 내어 읽어본 《걷는 망자》는

원초적인 두려움보다도 이야기에 대한

추리를 함께 따라가게 되면서

'두려움'보다는 '호기심'과 '궁금증'이 더욱 크고

단편마다의 반전이 이어지면서

다들 극찬하는 작가의 매력을 느낄 수 있었던

기회가 되었다.


민속학이라고 하면

우리 인간 사회에서 구전으로 전혀 내려오는

문학, 음악, 미술 등의 민속문화나

신화, 전설 또는 관습 들을 연구해서

민족문화를 밝히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는데

이런 구전을 통해서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 중에는

괴담도 있기 마련이다.

가장 쉬운 예로는 우리가 초등학교에 다닐 때

학교에 있는 동상이 밤 12시가 넘으면 움직인다던가

한때 유행했던 빨간 마스크 괴담이 여기에 해당하겠다.


일본에서 미스터리나 호러를 다루는

소설, 만화 등에서는 그래서인지

이 '민속학'을 연구하는 이들에게 펼쳐지는 이야기가

많은데 이번에 읽어보게 된 《걷는 망자》 역시

괴이 민속학 연구실 일명 '괴민연'을 바탕으로 진행된다.


대학생 도쇼 아이가 자신이 겪었던 일이나

도조 겐야 교수를 통해 전해 받은 괴담을

조교인 덴큐 마히토에게 전하고

이를 정리하는 역할을 맡은 덴큐는

괴민연에서 일하는 것과 달리

너무 겁이 많아서 ‘괴이’를

‘유령이 아니라도 가능한 현실적 사건’으로

해석하려 필사적으로 애쓰며 논리적으로 해결책을

설명하는 과정을 반복한다.


둘의 대화 속에서만 등장하는 도조 겐야 교수.

그리고 기이한 사건을 직접 겪고

그것을 보고 느낄 수 있는 도쇼 아이와

괴이를 믿지 않는 덴큐의 대조적인 모습까지

기이한 소품들이 있는 괴민연에서

이야기를 듣고 해석하는 둘의 티키타카를

보는 과정은 으스스 한 이야기를

조금은 가볍게 풀어주는 역할을 함으로써

미쓰다 신조의 작품을 처음 만나는 이들에게

좋은 입문서로 다가갈 것 같다.


소설은 5가지 단편으로 이루어진다.

첫 번째 편인 걷는 망자는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도쇼 아이가

어렸을 때 직접 보았던 망자에 대한 이야기와

갑자기 사라진 마을의 남자,

이윽고 발견된 머리 없는 시신에 대하여

덴큐에게 털어놓으며 사건의 진실을 파헤쳐 가는

과정을 담았다.

'괴이'와 '현실적 사건'이라는 양측의 입장에서

첨예하게 의견을 주고받으며

사건에 대한 해석을 이어가는 과정이 굉장히 신선했다.


2화와 4화에서는 내려져오는 괴담을 접하고

벌어지는 사건에 대해서 추리하는 과정이 이어졌는데

개인적으로는 2화의 내용이 가장

으스스하게 느껴졌던 것 같다.

5화에 다다라서야 직접 자신이 겪은

이야기를 전하는 도조 겐야 교수!

여느 화와 다르게 도쇼 아이가 덴큐가 했던 것처럼

반대로 추리를 이어가는 과정이 굉장히

신선했던 5화였다.


5화가 각기 연결성이 없고,

일정한 패턴을 가지고 이야기를 풀어가는 과정이

반복되었지만 이 반복 속에서

각기 다른 으스스함을 전하는 이야기의 힘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미쓰다 신조의 시리즈를 즐기는 이들에게도

또 그의 작품을 처음 만나는 이들에게도

새로운 즐거움으로 다가갈 수 있겠다.

무더운 여름 더위를 잊고 빠져들 수 있는

호러소설을 찾는다면 강추한다.


"이 글은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저의 솔직한 후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