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덤 파워 - 팬덤이 흔드는 시장과 진정성 마케팅
최원준 지음 / 파지트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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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좋아하고 응원하는 마음이 어디까지 이어질 수 있을까?

'오빠!'를 외치며 열광하던 오빠부대를 지나 본격적인 '팬클럽'이 활성화되기 시작한 것은

문화를 따르는 것을 넘어 소비하는 이들이 생긴 90년대부터가 아닐까 싶다.

팬클럽, 팬덤이라 불리는 이들은 처음에는 특정하게 규정지을 수 없는 '팬'이라는 이름으로 있었지만 '팬클럽'이라는 제도가 생기고 본격적으로 이들을 관리하는 주체가 생기기 시작하며 이들을 통해 다양한 상품이나 서비스를 판매하고자 하는 스타의 담당 매니지먼트사에서 팬클럽을 모집하고 유료 서비스를 제공하며 본격적으로 '소비자'로서의 팬덤의 역할이 커지기 시작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위해서는 지갑을 아낌없이 열고 투자하는' 이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마케팅이 도입되면서 팬덤이 가진 힘은 점점 커지게 되었고 이 막강한 힘을 가진 '팬덤'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을 어떻게 해야 할지? 팬덤은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에 대한 회사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누구나 한 번쯤은 누군가의 팬이었을 것이고 현재도 누군가의 팬으로 ing 중인 사람들도 있다.
다양한 마케팅 전략이 쏟아지고 있는 시점에서 이 팬덤이라는 집단이 가진 가치에 집중해 어떤 마케팅 전략을 펼쳐야 할지, 그리고 도대체 이 팬덤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하는 《팬덤파워》 이다.

충성 고객과는 또 다른 팬덤, 팬덤의 시대라 불리는 지금 왜 팬덤이어야 하는지 팬덤의 종류는 무엇이고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팬덤에 대한 개념을 익히고 팬덤이라는 것이 형성되고 이들이 어떤 단계를 밟아가는지 팬덤 프레임워크를 이해하며 이것을 이용해 팬덤 프로세스를 운영하는 방법까지도 다루고 있었다.

책을 통해서 저자가 지속적으로 강조한 팬덤 마케팅의 포인트는 '진정성' 이었는데 결국은 수익을 내기 위함이라 하더라도 '사람들이 모이는' 것이기에 진심을 담은 마음이 기본이 되어야 한다는 것은 너무나도 공감이 가는 포인트였다.

모든 사업과 상품, 서비스 등에 같은 방법으로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어느 정도 차이가 있을 수는 있지만 '누군가 혹은 무엇인가를 팬아이콘으로 정하고, 그 팬아이콘이 큰 성공을 이룰 수 있도록 바라고 돕고자 하는 마음'을 바탕으로 한 팬덤의 심리를 이해할 수 있다면 이들 팬덤의 파워와 가치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팬덤이 가진 가치에 대해서 잘 몰랐다면, 혹은 팬덤의 가치는 알고 있지만 이를 어떻게 키워나가고 활용해야 할지 몰랐다면 《팬덤파워》를 통해 새로운 원동력을 얻기를 바란다.

"이 글은 파지트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저의 솔직한 후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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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 산책 - 사유하는 방랑자 헤르만 헤세의 여행 철학
헤르만 헤세 지음, 김원형 편역 / 지콜론북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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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살아보는 거야~"라는

한 숙박 서비스의 광고 카피에

가슴이 동한 경험은 누구나 있을 것이다.


바쁜 현대사회, 쳇바퀴 돌듯 밥벌이를 하며

잠시 낼 수 있는 며칠간의 연차를 그러모아

'여행'이라는 이름의 휴가를 떠날 때

과연 현지인처럼 '제대로 살아볼 수 있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싶다.


원하는 날짜가 아닌 연차를 쓸 수 있는 날짜에

내가 사용할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비용의

항공권과 숙소를 가진 곳으로 떠나

이왕이면 최대한 긴 일정을 소화하며

중요하다는 스팟을 찍고 유명하다는 음식을 먹으며,

필수품이라는 기념품을 그득하게 가지고 돌아오면

여행인지 극기훈련인지 알 수 없는 기분에

돌아오고 나서도 '정말 휴가를 다녀온 게 맞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니 말이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여행지에서 만난

다른 나라 사람들은 하루 이틀의 기간이 아닌

오래도록 머물며 제대로 여행을 만끽하는 모습을 보며

'언제쯤 나도 그런 여행을 할 수 있을까'

하며 부러움에 가득 찬 적이 있었다.


당장 향하지 못하는 여행에 대한 아쉬움은

누군가의 여행기록이자 후기인 사진과 영상을 통해

달래고 있었고, 그를 통해 내가 다음으로 향할

목적지를 정하기도 하고 말이다.


어떤 '목적'이 아닌 방향만을 가진 '목적지'였고

"휴가에 목표랄 게 뭐가 있어? 그냥 쉬는 거지?"라는

생각에 여행책자나 인터넷에서 떠도는 후기 속에서

다들 고만고만하게 보는 것을 보고

남들이 먹었던 것을 먹으며

남들이 사 온다는 것을 사는 평범한 여행을 하며

조금은 루즈한 여행을 했었던 나는 그런 여행자였다.


자신을 스스로 방랑자라 여기며,

1901년 이탈리아 여행을 시작으로

스위스, 남독일, 아시아 등 여러 곳을 방문하며

여행지에서 남긴 기록을 남기기도 하고

다른 이들처럼 여행상품이나 안내서의 전형적인

관광 대신에 알려지지 않은 소도시를 방문하거나

풍경을 감사하는 등 독립적인 여행을 추구한 이가 있다.


바로 수많은 저서로 많은 이들에게 울림을 주고,

가르침을 주었던 시인이자 소설가, 화가인

헤르만 헤세의 《무해한 산책》이다.


내가 생각하는 헤세의 이미지는 학자의 이미지였다.

무언가 고뇌하고 연구하는 사람,

글을 쓰면서 방안에만 박혀 있을 것 같은 그런 이미지.

그가 써 내려간 작품들의 울림은 그런 차분함 속에서

터져 나오는 것이 아닐까라고 막연하게 생각했다.


그런데 이번에 만나보게 된 《무해한 산책》

속에 드러난 헤세의 모습은

평범하면서도 남들과는 다른 여행을 즐기는

사유하는 방랑자 그 자체로

때로는 엉뚱하고 때로는 유쾌하며

특이하다 싶으면서도

좋은 것을 좋게 바라볼 수 있는

시선을 가진 요즘으로 치면

'흔치 않은 여행 브이로그'를

보는 듯한 기분이었다.


이탈리아를 방문한 여행자를 위해

안내서를 작성하는 헤세의 모습을 상상해 봤다.

자신이 다녀온 도시들의 모습과 풍경,

마음에 남았던 장소와 음식들을 음미하며

고르고 골라 추천하는 멋쟁이 작가.


1901년부터 1913년까지

헤르만 헤세가 방문한 도시들의 추억은

기록과 감상으로 오늘날의 우리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지고 있었다.


여행책자를 바쁘게 넘겨가며

비슷한 코스를 돌고 있는 여행자들을 뒤로하고

실제 그곳에서 주머니를 털어가며 생활을 하고,

때로는 숙소에서 쫓겨나기도

갑작스레 쏟아진 비를 피하기도 하고

잘못 먹은 음식에 배탈이 나서 고생을 하다가

어느 숙소의 푹신한 이불 덕분에

컨디션이 급상승하기도 한다.


구걸하는 아이들이나 동네에서 만난 사람들,

배를 얻어타며 만난 사람들과 대화하고

정원에서 만난 작은 금붕어 연못을

15분이나 들여다보며 관찰하는 등

여행지에서의 소소한 일상을 보내는 헤세의 모습은

정말 유유자적하면서도 그리움으로 남을 수밖에 없는

아름다운 추억으로 아로새겨지고 있었다.


여행은 무릇 그런 게 아닐까?

어떤 정해진 무언가를 도장 찍듯 보고 지나는 게 아니라

마음속에서 스스로 '여행의 목적'을 찾을 수 있는

그런 여유와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것.

우리가 여행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은

경험이라는 값진 가치이자, 앞으로 많은 시간이

흐른 뒤에도 변치 않을 진심일 것이다.


한정된 시간 안에서 더 많이 보고

더 많이 담으려고만 하다 보니

진짜 여행에서 얻어야 할 가장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었다.


여행을 통해서 내 마음속에서 가장 그리워하던 낙원,

내 마음의 여유, 혹은 삶에 대한 고찰까지도 할 수 있고

그곳에서 살아봄으로써 다시 돌아간 후에도

되찾고 싶은 마음을 발견하는 것.

바로 헤세가 진정으로 말하고픈 여행의 매력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싶다.


오랜 시간 전의 이탈리아로

헤르만 헤세와 함께 떠나 작은 소도시,

구석진 골목들을 돌아보며

조용히 함께 아름다운 풍경을 바라보는 것만 같았다.

여행은 대단한 것을 남기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사소한 기쁨이 곁드는 시간을 만드는 것임을

늘 잊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다.


여행을 다녀올 때면 사진이나 물건으로

그 순간을 남겨놓으려고 했는데,

나도 헤세처럼 느꼈던 감정이나

보았던 사소한 아름다움,

기록을 통해 마음속의 조각까지 털어놓을 수 있는

여행자로 거듭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이 글은 지콜론북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저의 솔직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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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운동을 너무 진지하게 생각하지 - 10년 차 망원동 트레이너의 운동과 함께 사는 법
박정은 지음 / 샘터사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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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이 어렵다고만 생각했는데 작은 습관을 만드는 것만으로도 운동을 쉽게 하고 건강한 몸을 만들 수 있다는걸 알게 해주는 책이에요 몸에 대한 올바른 시선도 가질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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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운동을 너무 진지하게 생각하지 - 10년 차 망원동 트레이너의 운동과 함께 사는 법
박정은 지음 / 샘터사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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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를 겪으며 건강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고

'바디프로필' 유행이 그다음을 이었으며

이제는 비만을 치료할 수 있는

삭센다 위고비 등에 대한 인기가

SNS를 뜨겁게 하고 있다.


덜먹고 더 움직이면 자연스레 살이 빠지고

건강과 보기에도 좋은 모습이 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지만 '건강'보다는 보이는 '미'에 대한

초점이 점점 강해져서 인지

몇 kg이고 하는 미용 몸무게나 치수,

보이는 근육이나 마름에 대해서만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


건강이라는 것이 겉으로 보이는 모든 것을

대변하지는 않는데, 우리는 건강의 기준을

수치나 보이는 어떤 일정한 형태로 인식하고

정작 건강을 위한 운동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어렵고 힘든 것' '귀찮고 잘하기 힘든 것'으로 생각하며

시작하기조차 어려운 높은 진입장벽으로

여기곤 한다.


나 역시 앓고 있는 질환의 치료로

(보다 건강해지기 위해)

약을 먹게 되면서, 그 약을 먹으면서

주요하게 발생하는 부작용 중 하나인

'살이 찌는' 것을 맞이하고 있다.

처음 1~2kg은 그럴 수 있다고 넘겼는데

한 해 두 해가 갈수록

꾸준하게 1~1.5kg씩 살이 찌다 보니

어느새 약을 먹기 전에 비해

6~7kg 정도 살이 쪄버리고 말았다.


투약 초반에는 살이 찔 수 있다는 얘기에도

'건강이 최우선이지, 살찌는 게 대수야' 했었는데

시간이 갈수록 달라지는 옷 태나 겉으로 보이는

울퉁불퉁하게 붙는 살을 보고 있자니

어떤 날은 '그래도 건강은 찾고 있으니 다행이야' 싶다가

어떤 날은 붙어버린 살로 자신감이나 자존감이

떨어지기도 했다.


이처럼 나뿐만 아니라 우리는

몸에 대한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타인뿐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도)

좋아 보이는 몸에 대한 편견이 가득한 것 같다.


특히나 건강한 몸을 위해서 하는 운동보다도

'먹는 걸 줄인다'던가 '보조제 등의 도움을 받는' 등

쉬운 방법을 선택하면서 오히려 비뚤어진

몸이 균형을 자초하곤 하는데,

한창 붙어버린 몸에 자신감이 떨어져갈 무렵

10년 차 망원동 트레이너이자

운동하는 사람인 박정은 작가의

《우리는 운동을 너무 진지하게 생각하지》를

만나보게 되었다.


구기 종목 위주의 운동을 하다가

대학교에 오면서 본격적으로 다양한 운동이나

신체 관련된 이론들을 배우면서

트레이너로 활동하게 된 작가는

자신이 운동을 하고 지도하면서 느낀

몸에 대한 올바른 시선이나

좋은 몸을 만드는 방법,

시작이 어렵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운동을 주저하는 이들에게

운동을 가볍고 쉽게 생각할 수 있도록

자신의 경험을 담아 이야기하고 있다.


작가 역시도 운동한다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찍어봤다는 바디프로필을

찍어본 경험이 있고,

다양한 센터에서 근무하며 회원들과 마주하며

느꼈던 다양한 운동 관련된 생각들을

차분하게 그리고 일관되게 전하고 있었다.


저자가 말하는 건강이나 운동은

어렵고 거창한 것이 아니다.

할 수 있는 만큼 하는 것,

무리하지 않고 회복할 수 있는 선에서 하는 것,

또 좋아 보이는 몸과 달리 비뚤어진 방법보다는

기본적으로 가져야 할 태도,

지금 내가 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믿고 넘어가는

조금은 '힘을 빼는 방법' 등

어렵고 힘들어서 운동을 쉽게 포기하고

시작이 어려웠던 이들에게

운동에게 다가가는 진입장벽을 낮추고

오해했던 몸에 대한 시선을

다듬는 방법을 전하고 있었다.


몸에 대한 이야기를 넘어 책의 후반부에서는

지금 일하는 센터의 공간을 마련하고 준비하기까지,

또 트레이너라는 직업으로 운동을 지도하면서

일과 휴식의 균형 사이에서 흔들렸던 경험까지

상세하게 담으며 '건강한 몸' '건강한 운동'이 무엇인지

제대로 일깨우는 기회를 제공했다.


'어떤 운동을 이렇게 해야 한다'라는

원론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내가 삶을 건강하게 살아가기 위해

또 무리하지 않고 즐겁게 지속하기 위해

저자는 쉽고 간단한 습관으로서의

운동을 강조하고 있었는데,

책의 각 챕터마다 한 가지씩

더 나은 삶을 위한 쉽고 간단한 운동 습관

만드는 방법을 소개함으로써

우리가 일반적으로 '운동'에

가볍게 다가갈 수 있게 해주었다.


작가가 소개한 운동습관 만드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 블루라이트를 벗어나 햇빛 샤워하기

✅ 휴대폰을 꺼 두는 질 좋은 휴식 시간 늘리기

✅ 나만의 초록 팔레트 만들기

✅ '흠흠~' 허밍하기

✅ 방 청소하며 스트레칭하기

✅ 무기력한 날엔 무작정 밖으로 나가 걷기

✅ 충분히 오래 씹으며 천천히 먹기

✅ 유난히 피곤한 날엔 16시간 단식해보기

✅ 지구를 위해 한 끼는 채식 밥상으로 먹기


운동을 꾸준히 하는 사람들은

어떤 날씨나 상황에 관계없이 정말 꾸준히 하고 있는데,

막상 그들에게 "어떻게 그렇게 운동을 하세요?"라고

물어보면 그들은 그리 어려운 게 아니라고 한다.

이들에게 쌓인 운동하는 습관은 사실 대단하거나

어려운 방법이 아니라 자신의 몸을 제대로 바라보고

또 건강을 생각해서 내딛는 한두 가지의

작은 움직임에서 비롯된 것인데,

그것이 자리 잡기까지의 과정을

너무 어렵게 생각한 나머지

시작조차 하지 못했던 이들에게

작가는 자신만의 섬세하면서도 따스한 말로

진지하고 어렵게 생각하지 말라고 설득한다.


한동안 보이는 외적인 포인트에 치우쳐

건강이라는 제일 중요한 것에 대한 생각을

이만큼 뒤로 미루었다.

내 몸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고 미워만 하면서

변화를 위한 노력은 하지 않았던 나에게

제일 중요한 것을 찾을 수 있는 시각을

다시 찾아준 그런 책이었다.


작가의 얘기들을 읽고 나니,

무리하지 않고 할 수 있는 선에서

조금씩 다시 움직여 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타인과의 비교나

겉으로 보이는 어떤 획일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하기보다는 스스로 나를 제대로 바라보는

올바른 시선을 가지는 게 제일 필요할 것 같다.


삶은 내 뜻대로 할 수 없지만,

내 인생에서 내 뜻대로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결심이자 움직임은 '운동'이라고 생각한다.

나에게 바로 나타나는 변화를 줄 수 있는

가장 작지만 큰 원동력인 운동,

오늘부터 다시 시작이다.


"이 글은 샘터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저의 솔직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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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루코와 루이
이노우에 아레노 지음, 윤은혜 옮김 / 필름(Feelm)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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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와줘"라는 한마디가 시작이었다.

내가 마주한 가장 난처하고 힘든 순간

친한 사이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나서주었던 친구를 위해

그 친구가 내민 구조요청을 기꺼이 받아들인

데루코와 루이의 새 출발은 바로 거기서부터였다.


일흔 살이라는 나이는 누가 봐도 노인.

인생의 정점을 지나 이제는 저물어가는 해처럼,

일상에 익숙하고 떨어져가는 체력에 순응하며

노-인이라 부르면 마치 두 팔을 허우적거리는

좀비를 떠올리곤 한다.


부인이라는 존재를 가정부처럼 생각하는

가부장적 남편을 둔 데루코.

노래를 부르는 일을 하고 있고

답답한 건 딱 질색인데

충동적으로 입소한 노인 아파트에서

어느 파벌에도 속하지 않아

따돌림을 받고 있던 루이.

그녀들은 같은 중학교를 나왔다는 공통점 외에는

외모도 성격도 정반대이지만,

비가 많이 오던 중학교 3학년의 어느 날

불어넘친 물 때문에 한 번의 스침이 있었고

오랜 시간이 지나고 성인이 되어 마주한 동창회에서

난처한 상황에 빠진 데루코를 루이가 구출해 내며

지금처럼 서로에게 둘도 없는 친구 사이가 되었다.


새로움이 설렘보다 두려움으로 다가올 수 있는 나이,

그동안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탈출을 감행한

데루코와 루이는 정해진 곳도 도움을 줄 이도 없는

낯선 곳으로 가게 된다.

탈출을 앞두고도 중간에 먹을 도시락을 챙기고,

옷과 식기류를 포함해 드라이버까지 가방에 넣은

데루코가 확신의 J라면

'도와줘'라는 요청 이후 자신을 괴롭히던

파벌의 당사자들 방문 앞에 마치

알리바바와 40인의 도적이라는 동화에 나오는 것처럼

립스틱으로 엑스 자를 그리고 탈출한 루이는

만카(만화카페) 비즈호(비즈니스 호텔)라는

줄임말을 쓰는 요즘 스타일의 할머니이자

계획이라고는 조금도 세우지 않는 즉흥적인 P.


말하지 않아도 서로에 대해 너무나 잘 아는 그녀들은

'함께한다'는 사실을 가장 큰 힘으로

그녀들의 새 출발을 만끽할 수 있는 곳으로 떠난다.


확신의 J인 줄 알았던 데루코가 이끈 곳은

휴가지로 많이 가는 유명한 휴양지의

산속에 있는 별장촌.

그녀는 인적이 드물고 한동안 방치된 듯한

별장의 문을 드라이버로 열어버린다.

맞다. 그녀들은 다른 사람의 별장을

무단으로 침입한 것이다.


두 여자의 우정과 일탈을 그린 영화

〈델마와 루이스〉를 오마주로 한 이 작품은

원작에서 두 여자가 일탈(범죄)를 저지르고,

경찰의 추적을 따돌리는 이야기를 담았다면

《데루코와 루이》의 두 여성은

조금은 귀엽고 조금은 통쾌하며

조금은 소심한 작은 행복을 그리고 있다.


휴게소에서 자리다툼이 일어나 말싸움을 벌이게 된

젊은 남자 앞에서 문신 모양의 팔 토시를 한 팔을

걷어 보이려다가 금세 들통이 난다던가,

호기롭게 몰래 문을 열고 들어간 다른 이의 별장에서는

5개월 동안 생활을 하지만

주인의 물건은 손대지 않고 집안 청소를 하며

그곳에서는 새로운 일을 하며 돈을 벌기도 한다.

자신을 파출부 취급한 남편에게

이별의 편지를 남기고 떠나왔지만

잠깐 물건을 찾으러 갔던 엉망이 된 집안에서

쓸쓸하게 사 온 음식으로 한 끼를 때우려는 모습에

왈칵 눈물을 짓기도 한다.

거기다 바람을 피웠던 내연녀의 이니셜과 생일로

비밀번호를 설정한 남편에게 배신감을 느끼다가도,

그의 연금 전부도 아닌 일부만 헐어내어 나오는

그녀들이 저지른 일탈은 델마와 루이스에 비하면

귀엽고 아기자기까지 할 정도이다.


더 이상 새로울 무언가가 없을 거라고

노인들에게는 즐거움이나 하고 싶은 일,

자존심도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이들에게

그녀들은 일흔 살도 얼마든지 새로운 무언가를 하며

반짝이는 삶을 살 수 있다고 보여주고 있다.


설레는 새로운 만남,

그동안 미루어 두었던 가슴속 부채의 해소,

처음으로 느끼는 육체노동의 어려움까지

힘들고 피곤함을 느끼지만

이 또한 살아있다는 즐거움으로 그녀들은 씩씩하게

인생 2회차의 새 출발을 받아들인 것이다.


서로의 빈틈을 채워주며,

서로를 위하고 이해해 주는 데루코와 루이는

새로운 한 가족으로의 모습을 보여준다.

'여자는 남자가 없으면 안 돼'

'나이 들어서 누구에게 기대려고' 하는

고정적인 시선을 통쾌하게 깨부숴버리는

반짝이는 언니들의 모습을 만날 수 있었다.


지루했던 일상에서 탈출을 고하면서도

맛있는 메뉴들로 자신들을 위한 도시락을 쌌던 것처럼

팍팍한 일상 속에서도 가장 소중한 나를 위해

아낌없이 베풀 수 있는 여유를 가지자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멋지게 나이들 수 있을까?

이렇게 과감하게 새 출발 할 수 있을까?

어쩌면 그녀들이 나이가 들었기에

그 인생의 쌓인 시간이 준 용기가 아니었을까 싶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제일 빠른 때'라는

말을 떠올리며 데루코와 루이가 펼쳐나가는

새로운 반짝임을 만끽해 본다.


"이 글은 필름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저의 솔직한 후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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