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 건강합니다
조승우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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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알에이치코리아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젊음은 신체를 무료구독하는 기간과 같다" 라는 말처럼

한창 체력도 회복도 좋을 때에는 별 생각이 없다가

점차 나이가 들고 한두가지씩 체력이나 건강에 대한

이슈가 생기기 시작하면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처럼

부랴부랴 움직이기 시작한다.


30대에 접어든 뒤로는 건강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지고

또 건강한 습관을 가지고 노년을 더욱 탄탄하게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관련된 책들을 많이 읽어보았는데,

그 중에서도 눈에 들어왔던 것은 조승우 원장님의 책!


그는 은행원 출신으로 평범한 일상을 보내다가

건강에 이상이 생긴 후 자신의 몸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 싶어서 공부를 시작한 것이

한약사로의 길을 걷게 되었는데


직접 실천해보고 느낀

채소과일식이나 습관에 대한 부분은

'경험'이 선행되었다는 점에서

더욱 와닿았던 것 같다.


누적 30만부 판매,

건강 분야 베스트 셀러 40주간 1위 등

채소 과일식과 CCA주스의 창시자라 할 수 있는

조승우 원장이 그간 펼쳐냈던 책들 중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문장만을 뽑아

100일 필사를 할 수 있는 필사책을 내었다.

〈나는 지금 건강합니다〉 이다.


2025년의 트렌드 중 하나인 라이팅힙 열풍에 맞춰

최근 도서계에는 필사책이 많이 나오고 있는데,

대부분의 필사책들은 고전이나 원문필사 등

문학이나 어문계열에 한정된 경우가 많다.


필사를 하면서 마음을 다잡고

또 하루의 시작이나 끝을 차분하게

보낼 수 있다는 점이 좋은데

〈나는 지금 건강합니다〉는 필사를 하면서

몸과 마음을 모두 건강하게 할 수 있는

건강관련 문장으로 진정한 건강과 행복의

의미를 되찾을 수 있어서 더욱 의미가 있었다.




이전에 책을 읽으면서 만났던 문장들이

포함되어 있어서 읽고 쓰면서

예전에 읽었던 내용들을 떠올릴 수 있었고,

조승우 원장의 책을 읽어보지 않았다 하더라도

하루에 10분, 한 페이지씩 써내려가며

건강에 대한 핵심문장을 마음에 새기며

몸을 관리하는 방법 또 한 익힐 수 있어서

연말 연시를 맞이해서 선물용으로도

너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승우 원장의 책에서 발췌한

핵심 100문장으로 준비한 이 책은

하루에 한 장씩, 문장을 옮길 수 있다.

날짜별로 구분되어 있어서

100일필사를 도전하기에도 너무 좋고,

별도로 노트를 마련하지 않아도

책 자체에 필사를 할 수 있는 노트칸이 마련되어 있어

바로 읽고 쓸 수 있어서 더욱 간편하다.


필사할 내용만 있으면 자칫 지루하거나

필사를 미루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중간중간 명화 삽화가 함께 어우러져

보는 재미도 함께 느낄 수 있어서

쓰기 습관을 갖추고 싶거나

필사 루틴을 만들고픈 분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다.




넉넉한 노트 칸은 내용을 적고

모르는 의미를 찾거나 생각을 덧붙이기에도 좋고

내용이 긴 페이지는 필사노트 칸과

원문이 각기 페이지가 나뉘어 있어서

보면서 필사를 하기에도 좋았다.




부담스럽지 않은 분량으로,

몸과 마음에 대한 건강을 다잡고

행복의 의미를 되찾을 수 있었던

건강필사책!

쓰기라는 새로운 습관을 만들기에도

또 조승우 원장의 핵심문장을

제대로 학습하고픈 분에게도 좋을 것 같은

〈나는 지금 건강합니다〉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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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후쿠
김숨 지음 / 민음사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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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민음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전쟁 앞에서 무기력하게 관통당하고 마는

여성들의 이야기는 마치 정해진 것처럼

시대와 장소를 넘어 반복된다.

고통스러운 시간에 대한 섣부른 애도나 공감은

그 피해를 고스란히 겪은 이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기에

항상 그와 관련된 이야기를 할 때는

지극히 역사의 후손이자 관찰자로

어설프게 나의 생각을 담지 않으려 조심하게 된다.


일본이 저지른 전쟁범죄 중 하나이자

일본 제국 정부의 관여 및 묵인 아래 이루어진

전시 강간 등의 성범죄라 할 수 있는

일본인 위안부의 문제는 세상에 알려진지

채 100년도 되지 않았다.

우리나라에서는 1991년 8월 14일

고 김학순 할머니가 기자회견을 통해

생존자 중 자신의 피해 사실을 최초로 공개 증언했고

이후 전국의 생존자들이 잇달아

피해 사실을 밝히며 일본인 위안부에 대한 이야기가

수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피해자들의 용기 어린 목소리를 통해

국제사회에도 알려지게 되는 계기가 되었으나,

여전히 끝이라고 할 수 없는 그 고통의 시간들은

지울 수 없는 상처가 되어 우리에게 남아있다.


이번에 만나 본 소설은 만주 스즈랑에 붙들린

소녀 요코의 시선을 통해

전쟁에 참혹하게 관통당한 그들의 현실과

고통, 기억을 생생하게 독자들에게 전하고 있다.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만남을 갖고

그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비로소 마침내 소설로 쓸 수 있었다는 작가는

온전한 이야기로 쓰고 또 쓰며

자신만의 애도를 전한다.


일본군 위안부의 목소리를 담은 소설을 쓴 작가

김숨의 〈간단 후쿠〉이다.


간단후쿠.

간단한 여름용 여자 양장이라는 말의 이 단어는

쉽게 입고 벗을 수 있는 원피스로

일본군 위안소에서 위안부들이 입던

원피스식 옷을 가리킨다.

가족들을 위해 돈을 벌려고

실을 뽑는 공장으로, 총알을 만드는 공장으로,

바늘을 만드는 공장으로, 돈 많이 버는 공장으로,

간호사 양성소로 떠나온 소녀들이

짐짝처럼 트럭에 실려 도착한 곳은 바로 스즈랑.

열두 살부터 많게는 열아홉 살까지

어린 소녀들은 10개의 방으로 분리된 막사에서

군인들을 상대하게 된다.

얼마가 지났는지 언제나 돼야 이곳을 벗어날 수 있는지

'전쟁이 끝나면 끝나기야 끝나겠지'라고

희망과 체념이 섞인 그곳에서

소녀들은 매일 간단후쿠와 삿쿠를 빨래하며

고향을 그리워할 뿐이다.


사는 곳도 성격도 이름도 다른 그녀들은

스즈랑에 도착하며 새로운 이름을 부여받는다.

이름의 뜻도 의미도 모른 채

그저 그 방을 썼던 이전의 소녀가 썼던 이름을

새롭게 부여받은 채 말이다.


일본군 위안부의 이야기는

여러 매체를 통해 들어왔었지만,

이 소설을 읽는 내내 사실 많이 힘들고 괴로웠다.

책을 한 장 한 장 펼치는 동안

스즈랑의 소녀가 되어 간단후쿠를 입고

그곳의 막사 안에 갇혀버린 것 같았기 때문이다.


전쟁이라는 이름 아래 수없이 유린당하고 희생당했을

이름 없는 수많은 소녀들의 눈망울이

나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는 것만 같았다.


우리들은 너무 아픈 상처나 복잡한 문제 앞에서

때로는 그 현실을 들여다보는 것이 어려워

외면해 버리는 순간이 많다.

마치 주사가 아파 주삿바늘도

바라보지 못하는 어린아이처럼

보지도 듣지도 않은 채

'아무 일도 없었다'라며 고개를 돌려버리고 말이다.


일본군 위안부의 문제 역시 비슷한 느낌이었다.

채 100년도 지나지 않은

아직도 여전히 살아 기억하고 있는 피해자들이 있는데,

우리는 그 아픔을 지금의 관계와 견주어보며

너무 복잡하고 아프다는 이유로

덮어두려고만 하고 있는 게 아닌가 말이다.


작가는 10년간의 만남을 통해

할머니들에게 들었던 이야기를

그 침묵의 행간을 문학적 언어로 생생하게 옮기며

자신만의 애도를 전하고 치유하려 한다.


상처 하나하나를 내보이듯

그분들의 이야기를 소설 속 요코와

아홉 소녀들에게 담아 독자들에게 보이는 것이다.

자신이 쓴 각별한 답장을 담아서 말이다.


'과거에 피해가 있었다'라는

사실만을 인식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분들의 잃어버린 시간에 대한 존엄을 회복하고

또 숭고한 모습으로 돌아올 할머니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오늘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왜 지난한 이야기를 반복하는가?'가 아니라

그분들이 그토록 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지,

그분들이 그토록 듣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를 생각하면서 말이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중

이제 생존자는 6분 밖에 남지 않았다.

공식적인 사과 없이, 불가역적으로

해결됐다고 하는 일본 정부의 태도 앞에서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할 그분들의 시간을 기억에 새긴다.


읽으면서 그분들의 시간에

감히 견줄 수 없는 고통만으로도

수시로 멈칫했던 나의 가벼운 애도가

잊지 않겠다는 나의 다짐이

그분들에게 조금이라도 치유로 다가갈 수 있고,

나아가 시간이 흘러 증언이 사라진다 해도

그분들의 고통을 공감할 수 있는 마음으로

남을 수 있기를 바란다.


시대와 전쟁이 만든 피해자,

마땅히 자신의 몫을 살았어야 하는

소녀들의 모든 것을 훔친

그들에게 전하는 하나의 기록.

끝내 부치지 못한 편지가 아닌

흐르는 물처럼 이어질 각별한 답장

〈간단후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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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성장 - 토스 제1호 조직문화 담당자가 전하는 생존을 넘어 성공하는 조직의 비밀
김형진 지음 / 푸른숲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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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푸른숲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300명 정도의 직원이 있는 작은 회사를 다니다가,

1,500명이 넘는 직원이 있는 대기업으로 이직을 하고

가장 신선했달까 신기했던 팀은 기업문화팀이었다.


'기업문화', '우리 기업만의 문화'라고는 하지만

실질적으로 이것을 담당하는 팀이 따로 있다는 것에서

새삼스레 회사의 규모를 체감할 수 있었고

한편으로는 기업문화팀의 업무에 대한 궁금증도 생겼다.


회사마다 업무를 비롯해 구성원들의 스타일이 다르다지만

이직을 하고 바뀐 환경 속에서

마치 처음 도시를 구경 간 시골쥐가 된 느낌이었다.


사회생활을 시작하기 전 '입사'를 목표로

여러 회사들을 살펴보며 회사의 '인재상'이나

'조직문화'에 대하여 궁금했지만,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하고는

'내가 회사 인재상의 어떤 부분에 부합하는지?'

'우리 회사가 추구하고자 하는 공통의 목표는 무엇인지?'

그려내지 못한 채 주어진 일들만을 해치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직을 하고나서,

우리 기업이 추구하고자 하는 가치를 전달하고

구성원들과 회사 사이에서 소통을 담당하며

성과를 끌어올리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하는

기업문화팀의 노고를 보고 있자니,

'아, 조직 관리란 이런 것이구나'

'정말 내가 인재가 된 것 같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성공하는 조직에는 그들만의 '문화'가 있다.

많은 조직들은 성공한 조직의 문화를 벤치마킹하며

그들의 성공마저 따라가고 싶어하지만,

모든 회사들이 그 길을 걷는 것은 아니다.


무섭게 발전하는 조직에 숨겨진

'조직 문화'라는 힘,

그리고 그것을 통해 구성원들을 독려하고

조직의 성과를 가져오기 위해

직무설계를 해야하는 리더들을 위해

성공하는 조직의 비밀을 담은 책을 만났다.


직원 180명에서 약 3,000명으로 10배 이상 성장,

기업가치 1조 원 유니콘 기업으로의 도약을 경험한

토스 제1호 컬쳐 에반젤리스트인 김형진이 말하는

조직의 무기 〈미친 성장〉이다.


국내 유일무이의 조직문화 전문가라 할 수 있는 작가는

토스에 합류해 토스의 핵심가치 3.0 핵심가치 내재화 및

신규입사자 온보딩 등을 기획하고 실행하며

인사 전략에 대한 많은 노하우를 쌓았다.

다년간의 경험과 인사이트를 바탕으로

많은 스타트업에 자문을 제공하고 있는데,


이 책은 작가가 관찰하고 분석한

훌륭한 조직들에서 발견한 세가지 관점을 바탕으로

조직문화의 핵심을 전하고,

기존의 관행을 달리 생각해

조직에 맞는 답을 내부에서 찾을 수 있도록 한다.

리더가 고유의 권한을 갖고 직접 챙겨야 하는

조직문화에 대해서 정리하며

리더십의 방법까지 배울 수 있어서


성공하는 조직의 비밀을

우리 조직에 투과하고자 하는 리더들에게,

또 빠른 속도로 성장한 조직의 핵심을

꿰뚫고 싶은 이들에게 그런 갈증을 해소해줄만한 책이다.


회사에 신규입사자로 들어가게 되면,

온보딩 과정에서 익혀야 하는 것들이 굉장히 많다.

업무적인 부분도 있고, 사소하게는

회사생활 내에서 마주하게 되는

기기나 시설에 대한 사용법일수도 있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많은 기업의 경우

온보딩 과정에서는 따스한 환영이 더해지지만,

실질적인 업무에 있어서는

'묻지 않고 알아서 찾아 하게하는'

매정함이 느껴지는 것이 대부분이다.


기업의 핵심가치에 대해 파악하기도 전에

그저 '성과'만을 바라보며 미션처럼 해치워야하는 목표들은

동기부여가 되기도 어려울 뿐더러,

함께 일하는 구성원들 사이에서도

서로가 경쟁자로만 느껴지게 할 뿐이다.


조직의 입장에서는 최대한 빠른 적응과 더불어

성공을 향해 함께 달려가줘야 하는 구성원들을

어떻게 끌어가야할지 고민이 많을테고

이 책은 그런 과정에 있어서 리더들이 취해야 할

조직문화의 핵심가치를 깨닫게 하고

실무에서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예시를 통해

그것을 우리회사만의 '고유한'

문화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돕게 해준다.


책 속에서 만나는 다양한 문제상황들과 이슈를 바라보며

지난 사회생활 속 조직의 위태로움을 바라보는 것 같았다.


그때의 '우리'였던 구성원들을 이끌어 줄

그런 리더가 있었다면,

'우리'의 조직문화가 조금 더 단단했다면

조금은 덜 힘들고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길어지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과 함께 말이다.


성공하는 조직의 조건에 대해서

어떤 기술적인 부분 위주로만 바라봤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사람과 문화로 눈을 돌려야 함을

점점 더 깨닫게 된다.


하나의 전략으로 활용할 수 있는 조직문화,

그 단단함을 배울 수 있는 의미있는 시간으로,

리더로서의 역할에 고민하는 이가 있다면

꼭 읽어보기를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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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실 - 완벽이란 이름 아래 사라진 나에 대한 기록
송혜승 지음, 고정아 옮김 / 디플롯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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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디플롯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도실 DOCILE.

유순한, 고분고분한이라는 뜻을 가진 이 단어는

동양계 여자아이들을 묘사하는 말로 많이 쓰이기도 한다.

유달리 순종적이고 모나지 않은

틀에 갇힌 안정적인 삶을 사회적인 시선이나

가정의 울타리에서 강요 아닌 강요로,

학습된 목표로 인식하고 있는 그녀들에게

'자신'이란 존재는 스스로에게 어떻게 인식되고

또 그들의 세계는 어떤 모습인지

읽는 내내 골똘히 생각하게 한 책을 만났다.

아니 소설이라고 해도 믿을법한 이 이야기는

굵직한 사건들을 개인의 관점에서 마주한 이야기이자,

자신을 찾기 위한 여정을 떠난 노력이기도 하다.


한국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자란,

송혜승이 쓴 <도실>이다.


아이들은 부모의 감정을 고스란히 먹고 자란다.

특히 너무나 착한 아이들은 일찌감치 철이 든 나머지

그런 감정들이 아이에게 맞지 않거나

그를 좀먹는 상황에서도 기꺼이 부모의 그것을

먹고 삼키며 어떻게든 이해하려 자신을 바꾼다.

지극히 순응적인 이들만이 감내해야 하는

고통과 혼란의 가장 적나라한 모습이 바로

이 책을 통해 만난 작가의 시간 그 자체가 아닐까.


아메리칸드림을 꿈꾸며 떠난 타국에서

'아이'가 할 수 있는 선택이란 아무것도 없었다.

집이나 동네의 환경, 낯선 풍경이 주는 두려움,

피부와 언어가 다른 이들이 주는 차별이라는 날카로움도

그저 "성공을 위한 희생과 노력"이라는 이름 앞에

당연히 감내하고 받아들여야 하는 것으로 다가온다.


어린 혜승은 너무나 착했고 순종적이었으며,

엄마의 감정을 끌어안는 것이 자신의 사랑이라 생각하며

수많은 틀어짐과는 달리 자신은 엄마의 믿음에

부응하겠다며 자신이 빠진 자신의 삶을 살기 시작한다.


누구나 들으면 알 수 있는 이름 있는 학교로의 진학,

훌륭한 성적, 이민자라는 한계와 차별을 넘어선 성과들은

그녀의 만족뿐 아니라, 엄마의 기준에도 미치지 못했다.

잘한 것에 대한 칭찬보다는

더 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

포기해야 하는 많은 것들 속에서

작가는 점점 자신이라는 존재의 의미를 잃어버리곤 한다.


벗어나고 싶은 현실, 도망치듯 떨어졌다가도

이내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그녀는 엄마의 곁으로,

자신을 잃게 하는 일상 속으로 돌아오고 만다.


10년이 넘는 시간이 지나서야 비로소

자신을 제대로 바라보게 되었고,

잃어버린 자신의 세계를 찾기 위해

혜승은 한 발자국, 한 발자국을 내디디며

완벽이라는 이름에 갇힌 자신을 구하기 시작한다


그런 그녀의 여정을 함께하며

진정한 성공과 행복에 대해

스스로의 기준을 세우고 돌아볼 수 있었고,

오랜 방황과 우울 속에 있는 그녀의 손을

가만히 잡아주고 싶어졌다.


나이를 먹는다고 온전히 독립한 '자신'으로

존재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세상의 기대, 평가 앞에서 흔들리지 않고

있을 수 있는 '나'를 발견할 때

비로소 나의 세계에서 나로 존재할 수 있게 된다.


그런 과정에 이르기까지 너무나 힘들었고,

제대로 바라보지 못해 자신을 없애버리려고 했던

작가의 이야기는 자신과 같은 처지에 있는

너무나 온순한 여성들을 위한 진한 고백과도 같았다.


삶의 가치에 대해 생각할 수 있게 한

솔직하고도 깊은 내면의 이야기,

한 사람으로 그중에서도 여성으로서

직접 싸우며 체득했던 위로를 가득 전하는

잔인하고 아름다웠던 책 <도실>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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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고양이 파견 클럽 1~2 세트 - 전2권
나카하라 카즈야 지음, 김도연 옮김 / 빈페이지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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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빈페이지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어둠 속에서 날카롭게 빛을 내는 눈동자,

갑자기 튀어나와 놀래는 몸짓,

문을 닫아도 들리는 애처로운 울음소리,

음식물 쓰레기를 뜯어내는 이빨,

영물이라 불리며 친숙함보다는

두려움에 가까웠던 존재.

바로 고양이라 불리는 동물이다.


동물이라 하면 동화에서 등장하거나

동물원에서 보는 친구 같은 느낌을 떠올리는데,

고양이는 그런 동물들보다는 훨씬 쉽게

가까이에서 볼 수 있으면서도

마음이 영 가지 않는

친하지 않은 반 친구 같은 느낌이었다.

특별한 이유는 없지만 딱히 좋지도 싫지도 않고

일부러 가까이 지내고 싶지 않은 그런 존재 말이다.


그들을 보고 깜짝 놀라는 나를 보며,

나보다 더 놀랜 듯 잰 걸음으로 달아낼 때나

고이 묶어 내어놓은 쓰레기들을 물어뜯어

엉망으로 만들어 놓을 때면 그렇게 야속할 수가 없었다.

'대체 너희는 왜 이렇게 나를 괴롭히는 거야!'라며

어린 마음에는 울기도 했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점차 길에서 마주치는

고양이들의 개체 수가 줄어들기도 하고,

추운 겨울에도 몸 숨길 곳 하나 없이

이리저리 방황하며 먹이를 찾는 모습을 보다 보니

조금씩 안쓰러운 마음에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무섭다는 이유로 되려 그들을

나의 시야에서 떼어놓았던 어린 나는

그들을 향해 '추우니 어디든 들어가'라고

말하는 어른이 되었던 것이다.


이렇듯 길에서 살아가는 고양이들,

길고양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을 만났다.

고양이를 키워봤거나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그들에 대한 마음을 다시 한번 굳혀줄 것이고,

길고양이에 대해서 좋지 않은 혹은

나처럼 두려움의 감정이 있었던 이들에게는

길고양이에 대한 편견을 지우고,

그들의 세상에 대한 이해를 할 수 있는 작품

〈고양이 파견 클럽〉이다.


소설은 하나의 도시 전설이라 불리는

냥이 냥이 네트워크, 이른바 NNN으로 활동하는

길고양이들의 세상을 그린다.


한때는 인간의 손길을 받기도 했고,

길에서 독립적으로 살아가며

자신만의 세상을 꾸려가고 있는 그들에게

이 지구라는 공간에서 인간이라는 종족과

마주하며 펼쳐지는 여러 가지 문제들과 이야기는

그들의 삶과 행복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해준다.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던 그들의 행동들이

어디서부터 비롯되었고, 왜 그랬는지

그들의 입장에서 바라보다 보면

어느새 매섭게 노려보던 눈길이

촉촉해지고 마는 것이다.


NNN의 실질적 리더라고 할 수 있는 잘린 귀와

한때는 집고양이라는 소문이 있는 외눈이,

그리고 고양이들의 지친 하루 끝 피로를 날려주는

마타타비 바를 운영하는 콧수염과

NNN 활동을 돕는 오일과 복면,

고양이들 세계에서는 전설과도 같은 앙꼬할매,

새롭게 등장한 턱시도 등

등장하는 고양이들은 각기 다른 사연을 가지고 있다.


그들은 NNN 활동을 하며,

도움이 필요한 고양이들을 인간의 집으로 파견하는데

인간에 대한 믿음이 없는 듯 굴면서도

파견을 멈추지 않는 것을 보면

그들 역시 마음 한편에 인간에 대한 애정이나 믿음을

숨기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함께 사는 지구라고는 하지만

최상위 포식자로서 지극히 인간 중심적인 삶을

살고 있는 우리의 세상은

집도 먹이도 없는 길고양이들에게는

때로는 너무 매섭게 다가온다.


그런데 그런 그들의 거칠으면서도 처절한 삶의 현실을

'보기 싫다' '불편하다' '지저분하다'라며

자꾸만 자꾸만 몰아내는 것이

그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소설을 읽고 나니,

스쳐 지나간 거리의 이름 없는 고양이들이

여느 때와는 다른 시선들로 보인다.


'오늘은 뭐라도 먹었을까?'

'곧 추워질 텐데 먹이터나 은신처는 마련했을까?' 등

그들을 적극적으로 나서서 돕지는 못하더라도

그들이 가진 자유 속에 조금이라도

안락함이 다가가기를

적어도, 그런 자유를 방해하지 말아야지라는

다짐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처음에는 '고양이'를 전면 주인공으로 내세워

풀어나가는 이야기의 구조가 재미있다고 생각했는데,

읽다 보니 각 스토리에 담긴 사연들이

뭉클하게도, 안쓰럽게도 다가왔다.


가볍지만 결코 가볍게만 읽을 수 없는

수많은 길고양이들이자 우리들의 이야기.


각박한 세상, 외로운 일상 속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를 향한

끈끈함으로 이어진 길고양이들의 온기가

그 어떤 따스함보다도 진하게 느껴졌다.


지금도 어디선가 NNN 활동을 하고 있을 그들에게

소리 없는 응원의 눈빛을 보내며,

고양이 대한 편견을 넘어

그들에 대한 이해를 심어주었던

〈고양이 파견 클럽〉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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