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고양이 파견 클럽 1~2 세트 - 전2권
나카하라 카즈야 지음, 김도연 옮김 / 빈페이지 / 2025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은 빈페이지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어둠 속에서 날카롭게 빛을 내는 눈동자,

갑자기 튀어나와 놀래는 몸짓,

문을 닫아도 들리는 애처로운 울음소리,

음식물 쓰레기를 뜯어내는 이빨,

영물이라 불리며 친숙함보다는

두려움에 가까웠던 존재.

바로 고양이라 불리는 동물이다.


동물이라 하면 동화에서 등장하거나

동물원에서 보는 친구 같은 느낌을 떠올리는데,

고양이는 그런 동물들보다는 훨씬 쉽게

가까이에서 볼 수 있으면서도

마음이 영 가지 않는

친하지 않은 반 친구 같은 느낌이었다.

특별한 이유는 없지만 딱히 좋지도 싫지도 않고

일부러 가까이 지내고 싶지 않은 그런 존재 말이다.


그들을 보고 깜짝 놀라는 나를 보며,

나보다 더 놀랜 듯 잰 걸음으로 달아낼 때나

고이 묶어 내어놓은 쓰레기들을 물어뜯어

엉망으로 만들어 놓을 때면 그렇게 야속할 수가 없었다.

'대체 너희는 왜 이렇게 나를 괴롭히는 거야!'라며

어린 마음에는 울기도 했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점차 길에서 마주치는

고양이들의 개체 수가 줄어들기도 하고,

추운 겨울에도 몸 숨길 곳 하나 없이

이리저리 방황하며 먹이를 찾는 모습을 보다 보니

조금씩 안쓰러운 마음에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무섭다는 이유로 되려 그들을

나의 시야에서 떼어놓았던 어린 나는

그들을 향해 '추우니 어디든 들어가'라고

말하는 어른이 되었던 것이다.


이렇듯 길에서 살아가는 고양이들,

길고양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을 만났다.

고양이를 키워봤거나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그들에 대한 마음을 다시 한번 굳혀줄 것이고,

길고양이에 대해서 좋지 않은 혹은

나처럼 두려움의 감정이 있었던 이들에게는

길고양이에 대한 편견을 지우고,

그들의 세상에 대한 이해를 할 수 있는 작품

〈고양이 파견 클럽〉이다.


소설은 하나의 도시 전설이라 불리는

냥이 냥이 네트워크, 이른바 NNN으로 활동하는

길고양이들의 세상을 그린다.


한때는 인간의 손길을 받기도 했고,

길에서 독립적으로 살아가며

자신만의 세상을 꾸려가고 있는 그들에게

이 지구라는 공간에서 인간이라는 종족과

마주하며 펼쳐지는 여러 가지 문제들과 이야기는

그들의 삶과 행복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해준다.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던 그들의 행동들이

어디서부터 비롯되었고, 왜 그랬는지

그들의 입장에서 바라보다 보면

어느새 매섭게 노려보던 눈길이

촉촉해지고 마는 것이다.


NNN의 실질적 리더라고 할 수 있는 잘린 귀와

한때는 집고양이라는 소문이 있는 외눈이,

그리고 고양이들의 지친 하루 끝 피로를 날려주는

마타타비 바를 운영하는 콧수염과

NNN 활동을 돕는 오일과 복면,

고양이들 세계에서는 전설과도 같은 앙꼬할매,

새롭게 등장한 턱시도 등

등장하는 고양이들은 각기 다른 사연을 가지고 있다.


그들은 NNN 활동을 하며,

도움이 필요한 고양이들을 인간의 집으로 파견하는데

인간에 대한 믿음이 없는 듯 굴면서도

파견을 멈추지 않는 것을 보면

그들 역시 마음 한편에 인간에 대한 애정이나 믿음을

숨기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함께 사는 지구라고는 하지만

최상위 포식자로서 지극히 인간 중심적인 삶을

살고 있는 우리의 세상은

집도 먹이도 없는 길고양이들에게는

때로는 너무 매섭게 다가온다.


그런데 그런 그들의 거칠으면서도 처절한 삶의 현실을

'보기 싫다' '불편하다' '지저분하다'라며

자꾸만 자꾸만 몰아내는 것이

그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소설을 읽고 나니,

스쳐 지나간 거리의 이름 없는 고양이들이

여느 때와는 다른 시선들로 보인다.


'오늘은 뭐라도 먹었을까?'

'곧 추워질 텐데 먹이터나 은신처는 마련했을까?' 등

그들을 적극적으로 나서서 돕지는 못하더라도

그들이 가진 자유 속에 조금이라도

안락함이 다가가기를

적어도, 그런 자유를 방해하지 말아야지라는

다짐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처음에는 '고양이'를 전면 주인공으로 내세워

풀어나가는 이야기의 구조가 재미있다고 생각했는데,

읽다 보니 각 스토리에 담긴 사연들이

뭉클하게도, 안쓰럽게도 다가왔다.


가볍지만 결코 가볍게만 읽을 수 없는

수많은 길고양이들이자 우리들의 이야기.


각박한 세상, 외로운 일상 속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를 향한

끈끈함으로 이어진 길고양이들의 온기가

그 어떤 따스함보다도 진하게 느껴졌다.


지금도 어디선가 NNN 활동을 하고 있을 그들에게

소리 없는 응원의 눈빛을 보내며,

고양이 대한 편견을 넘어

그들에 대한 이해를 심어주었던

〈고양이 파견 클럽〉 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