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개의 말·프라하, 사라져 가는 시
밀란 쿤데라 지음, 김병욱 옮김 / 민음사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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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민음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농담> 등으로

너무나 잘 알려진 밀란 쿤데라.

위대한 체코 작가로 불리고 있지만,

작가이자 한 사람으로서 그의 인생은

결코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조국인 체코로부터 프랑스로의 망명,

'말할 자유'를 찾아 떠났지만 다른 언어에서 오는

표현의 차이는 그를 몸살을 앓게 했다.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바가 아닌

번역가의 마음으로 표현된 작품을 보며

그는 프랑스어로 직접 작품을 집필하기도 했으며,

자신의 작품에서 쓰인 또 마음에 들거나 놓치고 싶지 않은

표현들을 모아 나만의 사전을 만들기에 이른다.


<89개의 말 프라하, 사라져 가는 시>는

그런 표현의 자유를 갈망한 그의 몸부림이자

고국에 대한 그리움, 그러면서도 우월했던

문화에 대한 자부심으로 꽉 차있는

밀란 쿤데라의 유고작이다.


이 책은 두 편의 산문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89개의 말》은 쿤데라가 중요하게 여긴

단어들을 정리한 철학적 소사전이고

《프라하, 사라져 가는 시》는 프라하의 문화적 유산과

소국의 감수성에 대한 에세이라 할 수 있다.


그는 체코에서 태어나 체코어로 초기 작품을 썼지만,

그의 소설이 공산주의 체제를 비판하는

대표적인 작품이라는 평을 받으며

체제에 대한 반발로 받아들여지며 금서가 되고

조국에서 배제된 작가가 된다.


번역을 충실할 때만이 아름답기 때문이다. 참된 번역가를 만드는 건 충실성에 대한 열정이다! 이를 깨닫고서, 수년 전에 나는 내 책의 외국어 판본들을 바로잡아야겠다고 결심했다. 그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말의 자유, 표현의 자유를 찾기 위해 망명을 하지만

이후로는 문학적 보편성과 인간 존재에 대한

탐구를 중심으로 두게 되었다.


하지만 늘 마음 한편에는 지울 수 없는

조국에 대한 그리움과 상처가 담겨있는데,

<89개의 말 · 프라하, 사라져 가는 시>는

그가 정리한 사전 속 단어들의 정의와

프랑스 망명 초기에 쓴 에세이를 통해

그의 세계관을 통과하는 가장 근본적인 메시지를 담으며

밀란 쿤데라의 디아스포라적 요소를

한껏 느끼게 해주었다.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는 지금의 우리는

그가 마주한 '말의 자유'와 '말의 무게'를

체감하기가 어렵다.

나의 표현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번역 앞에서

자유를 위해 떠나기를 택한 자신의 선택임에도

조국의 언어와 문화를 그리워하는 그의 마음이

얼마나 복잡했을지 생각만으로도 먹먹해진다.


하지만 작가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표현의 자유'를

선택한 것은 끝끝내 작가로 살기로 한

그의 각오이자 다짐으로, 그런 그리움마저 써 내려가며

스스로의 아픔을 하나의 요소로 승화시킨다.


그가 말하는 단어들의 의미,

그리고 조국인 체코 프라하의 문화와

끝끝내 표현하는 사람으로 존재하고자 하는 의지까지

한껏 쿤데라의 세계관을 느낄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그의 작품을 통해, 그가 말하고자 하는 자유를 읽고

그 자유를 통해 그의 삶 전체를 관통하는 세계관을

독자들도 마주하게 된다.

비로소 그 세계관을 이해하면서 가지처럼 뻗어 연결된

그의 작품을 이해하는 기회 또한 얻을 수 있고 말이다.


그가 프랑스 작가인지, 체코 작가인지

스스로 어느 나라의 작가로 생각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는 말하고 쓰기를 선택했고, 결국 이렇게 남았다.

지금의 우리는 그의 남은 흔적을 통해

그토록 지키고자 했던 그의 자유를 만끽함으로써

비로소 그가 자유롭게 존재할 수 있게 할 수 있다.


어쩌면 그의 글 중 가장 솔직하고 개인적일 수도 있었던,

그의 존재를 가장 생생하게 느낄 수 있게 해주는

<89개의 말 프라하, 사라져 가는 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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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무죄 세계의 사랑법 - 범죄 너머에서 발견한 인간에 대한 낙관
정명원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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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한겨레출판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

법적인 다툼이 벌어지면 재판이 열린다.

피해자와 피의자로 나뉜 사람들,

그리고 유죄 혹은 무죄로 결론 나는 재판.

법은 중간을 허락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는 종종 묻는다.

과연 모든 이야기가 두 가지로만 나뉠 수 있을까?


대학교 때 ‘법과 인간’이라는 교양 수업을 들으며

재판을 참관한 적이 있다.

공개재판이라 누구나 들어갈 수 있었지만,

그 공간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법조인의 목소리는

때로는 단호했고, 때로는 조용히 날카로웠다.

그들은 수많은 법령과 증거를 바탕으로

사건의 마침표를 찍는다. 그때 나는 생각했다.

‘법은 무섭다. 그리고 법을 다루는 사람은 더 무섭다.’

검사 역시 원리와 원칙만을 따르는 사람으로 보였다.

하지만 그 생각은 이 책을 읽고 완전히 바뀌었다.


〈유무죄 세계의 사랑법〉은 정명원 검사의

인간적인 고뇌와 따뜻한 시선을 담은 에세이다.

유퀴즈 출연으로 알려진 그녀는

공판 분야 국내 유일 블랙벨트 검사로,

법이라는 냉정한 제도 속에서도

사람의 온기를 읽어내는 시선을 가진다.

이 책은 법조인의 일상이 아닌,

사람을 마주하는 한 인간의 기록이다.


1부에서는 재판 판결문이나

어떤 사건의 재판을 다룬 뉴스에서는 볼 수 없었던

사건 너머의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어쩐지 검사라 하면 사건의 사실과

그 행위들이 가지는 유무죄에 대해서만 따질 것 같은데,

결국 모든 것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일이기에

검사이자 한 명의 사람인 그녀는

그 속에 숨겨진 사람들의 온기를 읽는다.


문장을 쓰는 일에 애착을 가진 사람으로서

공소장을 쓰며 좌절했던 순간들,

할 말을 잃게 만들었던 피고인들,

사건 속에서 마주한 이들의 남은 삶을 고려해

판단의 기로에서 선택했던 자신의 결정까지

법으로만 얘기할 수 없는 여러 표정들이 담긴다.


2부에서는 새내기 검사를 지나 공판부장으로,

법조인으로 살아가는 자신의 이야기를 담았다.

어쩌면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법조인의 일상이 바로 이 파트가 아닐까 싶다.


사건을 배정받고 누군가 사람을 불러 조사를 하고,

때로는 암흑 속에 숨겨져 있는 듯한 사건을 파헤치며

검사로서 가졌던 어떤 사명감이나 책임의식,

그리고 이 일을 하면서 느낀 애써 버티고 있는

사람의 역사에 대해서도 담담하게 얘기한다.

또 검사이자 엄마로 아이를 배에 품고 키우며

들었던 생각들은 차갑게만 보였던,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것 같은

냉혈한 같은 이들에게도

무엇보다 유약하고 원초적인 감정이 있음을,

결국은 다 사람이 하는 일이라는 걸

당연하지만 미처 잊고 있었던 사실을

새삼스럽게 느낄 수 있게 해주었다.


사건 속에 있는 사람들에게도 각기 사연이 있듯

그것을 마주하는 이들에게도 자신만의 사연이 있는데,

법을 다루는 일을 한다는 이유로

그들에게서 어떤 감정이나 감성적인 것은 없다고

우리 스스로 판단해왔던 것은 아닐까 반성했다.


마지막 3부는 상주시에서 지청장으로 근무하게 되며

겪었던 일과 사람의 이야기를 담았다.

작은 시골마을이라고는 하지만

결코 조용하거나 답답하지만은 않았던

너무나 따뜻하고 애틋했던 이곳에서의 시간,

그 애정이 듬뿍 담긴 시간을 전한다.


이윽고 다시 발령이 나고 상주를 떠나게 되며,

이임식에서 보편적인 딱딱한 이임사가 아닌

'세월이 가면'이라는 노래를 불렀다는 이야기는

생각조차 못 했던 전개로 읽으면서도 괜스레

코 끝이 찡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단단히 익어간 농부의 딸로, 나아가 검사가 된 사람.

이 일을 잘 해내기 위해 그 뿌리가 될 토양이 되는

사람들의 삶의 결을 이해하고 싶다는 그의 다짐은

어떻게 세상을 바라보는지

그녀의 관점을 느낄 수 있었고,

범죄 너머에서 발견한 인간에 대한 낙관을 가진

따스한 시선을 통해 쌓여가는 법이라는 역사를

제대로 마주하게 해주었다.


법의 선택과 결정이 모두의 행복으로

연결되는 건 아니지만 그 속에도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 있음을 이제는 알 수 있다.

'차갑고 딱딱할 것이다'라는 편견으로만

바라봤던 검사라는 직업에 대해서

따스한 시선을 가질 수 있었던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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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제16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백온유 외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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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시간을 살아간다 하더라도

세대에 따라 시대를 바라보는 눈은 달라진다.

"요즘 애들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어"

라고 하지만, 사실 그런 얘기는 아주 오래전에도 지금도

그 시대의 기성세대들은 말해 왔었다.


이렇듯 시대를 살아가며 느끼는 세대들의 감정을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것은 문학이라 할 수 있다.

오늘을 살아가는 현실의 감정을 가장 잘 드러내는 작품을 통해

우리는 시대라 부르는 시간에 담긴 정서를 느낄 수 있고,

또 같은 시간을 살아가는 세대 간의 차이 역시

그들의 표현 속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은 나에게

단순히 '젊은' 작가들의 글이 아니라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감각과 고민을

함께 공감한다는 포인트로 다가왔다.


2025년 제16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에는

익숙한 작가들의 이름이 많았다.

이름만으로도 기대되는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시대를 관통하는 주제를 발견하는 과정은

또 다른 즐거움으로 다가왔다.


할머니, 딸, 손녀의 삼대가

잃어버린 오천만 원의 행방을 쫓으며

드러나는 가족 간의 갈등과

가족이 아닌 타인인 요양보호사에 대한

할머니의 믿음이 엇갈려 보이며

가족의 균열과 노년의 외로움을 섬세하게 그려난

백온유의 〈반의반의 반〉


2025년 상반기를 꽉 채운 베스트셀러인

소설집 〈혼모노〉에서 먼저 만나봤던

성해나의 〈길티 클럽: 호랑이 만지기〉는

죄의식 섞인 유희와 길티 플레저를 드러냈는데,

주인공의 인식 변화를 바라보는 과정이

다시 읽어도 와닿았다.


어쩌면 성해나의 작품과도 결이 비슷한 듯한

이희주의 〈최애의 아이〉는

최애 아이돌의 정자를 기증받아 아이를 갖고

팬사인회에서 그를 만나는 여성의 이야기를 전한다.

아이돌을 소비하는 소비자가 아닌

좋아한다는 감정을 넘어 도덕적 문제까지 연결되어

생명윤리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결말은

충격적인 반전까지 더해져 더욱 흥미진진했다.


소수자에 대한 이야기도 돋보였다.

트랜스 남성이 자신과 다른 남성인 오스틴을 통해

정체성과 삶의 방향을 고민하는 과정을 담은

서장원의 〈리틀 프라이드〉는

성소수자의 내면을 심도 있게 담아냈다.


각기 다른 주제를 가진 소설들이지만,

이를 통해 바라본 시대의 감성은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

혹은 잃고 싶지 않은

'나 라는 정체성'이라는 주제로 모아진다.


가족이나 사회, 관계 속에서 흔들리는 불안과 균열을 통해

감정의 단절이 반복적으로 등장하면서도

아이돌이나 굿즈, 정자 기증 등

시대의 트렌디한 소재도 자연스럽게 녹여내고 있었다.


작품들은 불안한 현실 속에서 마주하는 세대의 현실과

인물들의 섬세한 감정묘사를 통해

그 불완전하면서도 아름다운 '삶'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리고 그를 바라보는 독자들에게

각 등장인물의 고민을 독자에게 투영함으로써

그것을 한 개인이 아닌 세대의 문제이자 나의 문제로

탐색할 수 있게 한다.


쓸쓸하면서도 단단한 시선으로

때로는 실험적인 이야기를 다루며

현실과 환상이 뒤섞인 작품들은

독자들로 하여금 내면의 대화를 나누게 한다.


지금의 모습을 가장 현실적으로 드러낸

작품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각 작품들이 그려낸 세상 속에서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 '나'라는 감각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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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경제학 강의 - 위대한 경제학자 9인이 들려주는, 최신 개정판
조립식.조윤형 지음 / 길벗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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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길벗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경제 공부' '경제학 공부'라는 말을 들으면

어렵고 복잡하다는 생각부터 들기 마련입니다.

경제에 대해서 공부를 시작할 때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무턱대고 책을 펼쳐보거나 경제신문을 읽다가

금세 지쳐서 포기하는 분들도 많은데요


오늘은 보다 쉬운 경제공부를 할 수 있고,

경제학을 대표하는 9인의 경제학자의 이론을

만화로 재미있게 익힐 수 있는

경제학 입문서인 〈만화 경제학 강의〉를 소개합니다.




이번에 만나본 〈만화 경제학 강의〉는 최신개정판으로

어렵게 느낄 수 있는 경제학의 여러 이론들을

경제학자별로 시대순으로 정리한 책으로

가볍게 만화로 읽으면서

보다 가깝고 쉽게 경제를 이해할 수 있는 입문서로

나이에 관계없이 누구에게나 추천해요




경제학이라고 하면

고등학교 때 선택과목으로 배우면서

마냥 '어렵다'라고만 생각했었는데,

만화로 만나본 경제학자들의 이론들은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쭉 이어져서

'학교 다닐 때도 이런 책으로 경제학 이론을

배울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는데요.


읽다가 포기하거나

혹은 그저 글자만을 읽었던

다른 경제 책들과는 다르게

처음부터 끝까지 집중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던 경제책이었어요.


이전에 읽었던 〈경제 상식 사전〉의 삽화를 그린

작가가 그리고 쓴 본격 개정판 저서로

애덤 스미스부터 토머스 맬서스,

데이비드 리카도를 비롯해

카를 마르크스, 앨프리드 마셜, 소스타인 베블런,

존 메이너드 케이스와 밀턴 프리드먼,

토마 피케티로 이어지는

경제학자들의 이론과 주요 개념들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경제학자들만 등장하는 만화가 아니라

익호와 골디락스, 깐돌이라는 캐릭터가 이야기를 펼치며

경제학자들의 등장과 각 이론에 대해

독자들이 궁금해할 수 있는 포인트를 함께 짚어줍니다.

이름으로만 익숙했던 경제학자들도

각자의 모습으로 만화 속에 등장해

자신의 이론에 대해서 알려주는데요


〈만화 경제학 강의〉라는 제목답게

경제학자들을 캐릭터화해서

등장인물로 나옴으로써,

말풍선과 유머가 더해진 설명은

더욱 친근하게 다가옵니다.


뿐만 아니라 경제 이론과

역사적 사건들을 연결해서 풀어주며

실제 이론이 적용된 예를 통해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고

연계된 내용들도 파악할 수 있게 해주었어요.


또한 익호와 골디락스라는 등장인물이 문제를 제기하고

경제학자를 소환해 질문에 대한 답을 알려주고

정리하는 깐돌이의 대화를 통해

자연스럽게 이론을 익힐 수 있습니다.


단순히 이론만 알기 쉽게 풀어주는 것이 아니라,

환경, 복지 등 오늘날의 인간들이 마주한 삶과 연결 지어

경제학이 결코 '돈'에만 한정된 학문이 아닌

하나의 사회적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었는데요.




〈만화 경제학 강의〉에서 등장했던

9명의 경제학자들 중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학자를 꼽자면

바로 존 메이너드 케인스입니다.




대공황 시기, 기존 자유시장 이론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실업과 경기 침체에 직면한 상황에서 등장한 그는

"경기가 침체될 땐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라며

→ 소비와 투자가 줄어든 상황에서는 정부 지출을 늘려

수요를 창출해야 한다는 이론을 펼치고 있습니다.




소비가 위축되고 경제가 침체되었을 때

정부의 개입에 대해서는

돈을 뿌리는 듯한 위트 있는 그림으로

더욱 그의 이론을 와닿게 해주었어요.


정부가 푼 돈이 '승수효과'로

영향력이 커지면서 경기를 부양한다는 것이

바로 케이스 혁명의 가장 포인트라고 할 수 있는데요

실제 1964년 존슨 정부의 예를 들어

그의 주장을 뒷받침했습니다.




경제학이나 경제학자들의 이론을 다룬 책들은 많지만

〈만화 경제학 강의〉만의 특별함을 찾아보자면 먼저,

첫째 마당에서 아홉째 마당까지

경제학자들의 이론을 살펴본 다음

마지막에 퀴즈를 푸는 익호의 모습을 통해

독자들도 함께 총정리를 해볼 수 있다는 점이에요.



각 학자들의 이론을 핵심요약하며

제대로 이해했는지 확인할 수 있고,

만화 속에서 등장한 용어들에 대해서도

마지막에 별도로 정리가 되어 있어서

주요 용어만을 뽑아서 정리하고픈 분들에게

더욱 와닿을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한눈에 보는 경제 연대표도

부록으로 있어서 별도로 절취해서 볼 수 있는데

1776년부터 2024년까지

경제 흐름을 한눈에 보고 기억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마지막까지 친절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경제학 공부에 흥미를 붙이고 싶은 학생들,

재테크나 금융에 자연스러운 관심이 생긴

직장인과 창업 준비생,

경제 흐름을 조금 더 이해하고 싶은 사회 초년생,

그리고 교양으로 경제를 바라보고 싶은 모든 분들께

이 책은 따뜻한 길잡이가 되어줄 거라고 생각합니다.


쉽고 재미있게 경제학을 시작하고 싶은 분께,

〈만화 경제학 강의〉는 공부의 첫 문이 되어줄 책이에요.

아홉 명의 경제학자들과 함께 웃고 배우며,

'경제학은 생각보다 내 삶과 가까운 이야기다'라는

깨달음을 얻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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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자 시호도 문구점
우에다 겐지 지음, 최주연 옮김 / 크래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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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 전하는 진심을 좋아한다.

누군가가 나를 위해 고르고 고민하며 쓴 글이라면

그 자체로 무엇과 견줄 수 없는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중에서도 편지는 특히나 그렇다.

편지에는 쓰는 사람과 읽는 사람 둘만이 존재한다.

여러 사람을 대상으로 쓴 편지라 하더라도

읽는 순간만큼은 단 한 명의 읽는 사람이 존재하고,

쓰고 읽는 순간은 오로지 두 사람만이 공유할 수 있는

유일한 세계를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거기에는 타인이 방해할 수 없는 둘만의 소통이 있고,

고르고 고른 말속에 담긴 진심은

무어라 형언할 수 없는 아름다움이 있다.


그래서 손 편지를 좋아한다.

메일과 메신저 등이 발달했다 하더라도

진심을 담아 말을 고르고 골라

꾹꾹 눌러 담은 정성,

그 정성 때문에 여전히 쉽게 메시지를 전할 수 있는데도

편지지와 봉투를 고르고 손글씨로 편지를 쓴다.


이렇게 편지를 좋아하는 내가 혹하는 문구점이 있다.

용도와 받는 이, 사연을 고려해서

가장 잘 어울리는 문구를 추천해 주는 곳.

문구를 좋아하는 이라면 가슴이 웅장해지는

〈긴자 시호도 문구점〉이다.


1834년 문을 연 이래 쭉 자리를 지켜온 이곳.

고풍스러운 3층 건물은 1층은 다채로운 물건들이,

2층에는 워크숍이 이루어지는 장소로 활용되고

때로는 단골들의 휴식과 문서 작성을 위해 제공된다.

주인인 다카라다 겐의 집이자 가게인 이곳에는

오래된 활판 인쇄기까지 마련되어 있어

시간의 흐름까지 느낄 수 있는데,

문구 전문점인 이곳을 찾아온 손님들의 사연에 맞춰

그에 어울리는 물건들을 추천해 주는

섬세하고도 따스한 주인과의 대화 속에

사람들은 묻어둔 마음속 진심을 털어놓는다.

그리고 가장 전하고 싶었던 말들을 담아

정성스럽게 편지를 작성하게 되는데..


생활용품 제조업계에서 일하면서

사소한 물건에 대한 이야기를 창조하는 작가

우에다 겐지가 1년 이상의

회의를 거듭해 구상한 이 작품은

일본 내에서도 엄청난 사랑을 받으며

4권까지 시리즈가 출간되었다.


생활용품을 다루는 일을 해서인지,

책 속에서 등장하는 문구류에 대한

설명도 굉장히 조예가 싶으면서도 능숙했는데,

누구나 한 번쯤 곁에 두었을,

혹은 로망을 가졌을 문구와 엮어

등장인물들의 사연이 다채롭게 펼쳐지면서

그 속에서 따스한 감동을 느낄 수 있어서

힐링 소설이었다.


한국에서 출간된 시호도 문구점의

첫 이야기를 만나보고는

'진심'을 담는 문구라는 점에서

더욱 마음이 동할 수밖에 없었는데,

장마다 각기 다른 등장인물과 이야기가 나올 때면

자칫 흐름이 끊긴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는데

만년필, 시스템 다이어리, 캠퍼스 노트,

그림엽서, 메모 패드 등 익숙한 문구류에 얽

나이와 성별, 직업도 다양한 등장인물들의 사연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면서 각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었다.


엄마 같은 역할을 해주었던

유일한 가족인 할머니에게 전하는

입사 첫 월급 선물에 동봉할 그리움을 담은 편지,

닮고 싶고 여러 가지 부분에서 존경하는

지금의 나를 있게 한 상사에게

좋은 기회를 마주하고 전하는 퇴직원,

첫사랑의 상대에게 전하는 고백,

세상을 떠난 전 부인의 장례식장에서 읊게 될 인사,

아무것도 가진 것 없던 나에게 새로운 삶을

열게 해준 스승에게 전하는 초대장 등


전하고 싶은 마음은 크지만

어떻게 그 마음을 담아야 할지 고민하는 이들에게

긴자 시호도 문구점의 주인 겐은

이야기를 들어주고 어울리는 물건을 추천하며,

이들이 자신의 마음과 마주할 수 있는

여유 있는 장소와 시간까지 제공한다.


마음속에 부유하는 생각들을

보이는 형태로 '적는다'는 자체로도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는 시간이 된다.

미처 표현하지 못했던 마음들이

보이는 실체로 나올 수 있도록

그것을 끌어내주는 문구점 주인 겐의 역할은

단순히 문구를 판매하는 것을 넘어

마음을 어루만지는 상담자의 역할 같아서

'이런 곳이 있다면 나도 한번 꼭 가보고 싶네'

라는 생각을 하게 해줬다.


손글씨에 담긴 정성과 시간의 소중함을 아는 이라면,

또 그것을 가치있게 받아주는 사람이라면

이 긴자 시호도 문구점이 방문하는 손님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진심 역시 다가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나라면, 어떤 상황에서 누구에게

무슨 내용의 편지를 쓰게 될까?

그리고 겐은 나에게 어떤 문구를 추천해 줄지

너무나 궁금해진다.


기록을 하는 사람들은 흘러가는 시간과 추억을

기억하고 남기고 싶어 하는 섬세한 사람들이다.

그런 섬세한 사람들에게 너무나 소중하게 다가온

긴자 시호도 문구점의 다음 이야기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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