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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제16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백온유 외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4월
평점 :

같은 시간을 살아간다 하더라도
세대에 따라 시대를 바라보는 눈은 달라진다.
"요즘 애들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어"
라고 하지만, 사실 그런 얘기는 아주 오래전에도 지금도
그 시대의 기성세대들은 말해 왔었다.
이렇듯 시대를 살아가며 느끼는 세대들의 감정을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것은 문학이라 할 수 있다.
오늘을 살아가는 현실의 감정을 가장 잘 드러내는 작품을 통해
우리는 시대라 부르는 시간에 담긴 정서를 느낄 수 있고,
또 같은 시간을 살아가는 세대 간의 차이 역시
그들의 표현 속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은 나에게
단순히 '젊은' 작가들의 글이 아니라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감각과 고민을
함께 공감한다는 포인트로 다가왔다.
2025년 제16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에는
익숙한 작가들의 이름이 많았다.
이름만으로도 기대되는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시대를 관통하는 주제를 발견하는 과정은
또 다른 즐거움으로 다가왔다.
할머니, 딸, 손녀의 삼대가
잃어버린 오천만 원의 행방을 쫓으며
드러나는 가족 간의 갈등과
가족이 아닌 타인인 요양보호사에 대한
할머니의 믿음이 엇갈려 보이며
가족의 균열과 노년의 외로움을 섬세하게 그려난
백온유의 〈반의반의 반〉
2025년 상반기를 꽉 채운 베스트셀러인
소설집 〈혼모노〉에서 먼저 만나봤던
성해나의 〈길티 클럽: 호랑이 만지기〉는
죄의식 섞인 유희와 길티 플레저를 드러냈는데,
주인공의 인식 변화를 바라보는 과정이
다시 읽어도 와닿았다.
어쩌면 성해나의 작품과도 결이 비슷한 듯한
이희주의 〈최애의 아이〉는
최애 아이돌의 정자를 기증받아 아이를 갖고
팬사인회에서 그를 만나는 여성의 이야기를 전한다.
아이돌을 소비하는 소비자가 아닌
좋아한다는 감정을 넘어 도덕적 문제까지 연결되어
생명윤리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결말은
충격적인 반전까지 더해져 더욱 흥미진진했다.
소수자에 대한 이야기도 돋보였다.
트랜스 남성이 자신과 다른 남성인 오스틴을 통해
정체성과 삶의 방향을 고민하는 과정을 담은
서장원의 〈리틀 프라이드〉는
성소수자의 내면을 심도 있게 담아냈다.
각기 다른 주제를 가진 소설들이지만,
이를 통해 바라본 시대의 감성은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
혹은 잃고 싶지 않은
'나 라는 정체성'이라는 주제로 모아진다.
가족이나 사회, 관계 속에서 흔들리는 불안과 균열을 통해
감정의 단절이 반복적으로 등장하면서도
아이돌이나 굿즈, 정자 기증 등
시대의 트렌디한 소재도 자연스럽게 녹여내고 있었다.
작품들은 불안한 현실 속에서 마주하는 세대의 현실과
인물들의 섬세한 감정묘사를 통해
그 불완전하면서도 아름다운 '삶'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리고 그를 바라보는 독자들에게
각 등장인물의 고민을 독자에게 투영함으로써
그것을 한 개인이 아닌 세대의 문제이자 나의 문제로
탐색할 수 있게 한다.
쓸쓸하면서도 단단한 시선으로
때로는 실험적인 이야기를 다루며
현실과 환상이 뒤섞인 작품들은
독자들로 하여금 내면의 대화를 나누게 한다.
지금의 모습을 가장 현실적으로 드러낸
작품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각 작품들이 그려낸 세상 속에서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 '나'라는 감각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