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만의 집
전경린 지음 / 다산책방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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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라는 것은 한 사람만의 것이다.

인생을 살아가며 엮이는 가족,

만나게 되는 친구, 연인을 비롯해

하게 되는 일, 사건 등 다양하게 채워지지만

마주한 같은 사람이 서로 가족이나

친구, 연인 등으로 엮이거나

같은 일을 한다고 해서

그 사람들의 인생이 같다고는 할 수 없다.


우리는 그렇게 인생을

지극히 개인적인 입장에서 살아가고 있다.

이런 인생에서 마주하게 되는 상실이나 시련,

때로는 기쁨과 행복, 슬픔 등도

지극히 개인적인 감정이 되어버린다.


나 자신의 인생도 그저 하루하루를

'살아내고' 있기에 제대로 바라보기 힘든 것처럼

부모와 자식이라고 해서 서로의 인생을

완전히 이해할 수 없다.

우리는 나 아닌 타인의 인생을 결코 완전히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함께하는 사람들과 일들 사이에서

때로는 '내가 완전히 이해하고 있다'는

착각에 빠지곤 한다.

그렇게 비뚤어진 시선은 서로를 향해

상처를 주고 할퀴며, 평탄하게 흘러가는 인생을

뒤흔들기도 한다.


삶을 꿰뚫는 감각적인 문장으로

독보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는 전경린이 다시 돌아왔다.

2007년 〈엄마의 집〉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던 소설이 17년이라는 시간이 지나고

오히려 현실의 공기를 담은 이야기로 읽힌다는 의견을

바탕으로 새로이 개정판으로 찾아왔다.

〈엄마의 집〉에서 〈자기만의 집〉으로 말이다.


엄마 아빠의 이혼 이후 줄곧 할머니와 함께 살다가

뒤늦게 엄마와 다시 살게 된 호은.

엄마에 대한 그리움도 잠시,

다시 만나게 된 엄마를 완전히 이해하기도

또 떨어진 시간을 다시 아무렇지 않게

이어붙이기도 힘들다.

엄마의 집에서 나와 대학교 기숙사에서

자기만의 공간을 가지고 지내는 호은은

과거 만났었던 K를 비롯해 관계와 이별 사이,

혼란과 방황을 하던 찰나

재혼한 아빠가 갑자기 학교로 찾아온다 찾아온다.

언젠가 만난 적이 있었던 이복동생 승지와 함께.


갑작스러운 재회 앞에 아빠는

"승지를 네 엄마한테 좀 맡겨라"라며 휑하니 사라진다.

당황스러움도 잠시 그렇게 오랜만에

엄마의 집으로 향하는 호은과 승지.

승지를 마주할 엄마에게 무어라 말해야 할지,

또 아빠는 갑자기 어디로 사라진 건지

호은은 혼란스럽기만 하다.


갑작스럽게 맡겨진 승지를 데리고

엄마와 호은은 아빠를 찾아 그들이 살았던

과거의 지역을 찾아가

아빠의 친구들을, 아빠의 전 직장동료들을,

그리고 외할머니와 이모를 만나게 된다.


마주하는 과거의 공간들은 잊고 있었던

예전의 시간들과 추억을 꺼내서 펼친다.

행복했던 엄마 아빠의 모습,

그리고 비밀로 해야 할 것 같은 잊지 못할 기억 등

호은은 자신에게 주어진 혼란과 더불어

과거의 상처 또한 다시금 되짚으며,

삶이란 무엇인지? 사랑이란 무엇인지?

엄마와 승지, 그리고 만나는 아빠 친구들과의

대화를 통해서 곱씹게 된다.


자신의 입장에서 자신의 인생으로

엄마 아빠의 인생과 그들의 선택을 판단했던 것 같다.

또래 보다 성숙해 보이는,

말이 없다가도 한 번씩 툭 내뱉는 말에

많은 의미를 담고 있는 승지를 보며

외로워 보이는 승지를 보며

호은은 과거의 자신을 마주한 듯 마음이 동한다.


짧았던 그들의 시간은 금세 지나가고,

다시 이별의 순간 앞에 호은은

마음속에 담아두었던 진심을 꺼내고

흘러가는 인생 속에서 각자의 입장과 의미가

있음을 깨달으며 부모님의 모습 또한 그대로

받아들이고 이해하고자 한다.


집이라는 공간이 주는 '속함'이라는 것을

가족이라는 타인과의 관계에서 '받으려'했던 호은은

각자 자신만의 인생이 있고,

타인으로서 거리를 두면

떨어짐으로 인해서 비로소 이해하게 됨을 깨닫게 된다.


호은은 이제 그 적당한 거리를 알게 된다.

일기를 삼인칭 시점으로 쓴다는 승지의 말처럼

나와 나를 제외한 타인의 이야기를

'나의 입장'이 아닌 개별적인 하나하나의 인격체로

그들의 인생으로 나누어 바라볼 수 있게 된다.

그러고 나니 비뚤게 바라봤던 자신의 시선이 오해였음을,

또 평생 이해할 수 없을 것 같은

엄마 아빠의 이혼에도 조금은 알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인생이나 삶에 대한 고민 앞에 해답을 찾기 위해

어쩌면 우리는 그렇게 방황을 하며 사는지 모르겠다.

정해진 정답이 있는 인생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마치 우리는 '그것이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정답'을 찾아

방황하고 흔들리며 끝없는 질문을 던지는 것 같다.


어지럽고 혼란스러운 세계에서

자기 존재를 찾아 나아가는 호은과

묵묵히 자신의 몫을 살아가는 승지의 모습을 통해

우리는 아름다운 생의 의미를 깨닫는다.


오롯이 나로 존재할 수 있는 나만의 세계, 나만의 공간,

자기만의 집에서 모두가 각자 삶을 채울 수 있는

의미를 이 작품을 통해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


"이 글은 다산북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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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원맨션 - 교유서가 소설
방우리 지음 / 교유서가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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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했던 물건이나 추억, 어떤 사람과의 관계 등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면서 마주하는

수많은 상실 이전에는 존재가 있었다.

존재하고 소유했다는 인식조차 하지 못한 채

자연스레 나의 일부가 되었던 것들은

비로소 상실을 겪은 이후에야

내가 가졌고, 맺었던 '존재'임을 깨닫게 되는데,

상실을 통해서야 존재를 깨닫는다는 것이

참 소설 같으면서도 사실이라는 점에서

재미있기도 하고 아이러니하다.


인생이라는 것이 그렇다.

가볍게 무게조차 느끼지 못하고 흐르다가

어느 순간에는 순간순간이 억겁처럼

엄청난 무게감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흘러가는 시간들은 침묵이 아니었는데도

흔적조차 남지 않았고

어떤 시간들은 강한 흔적으로 인생 전체를

아우르는 상흔을 남기기도 한다.


우리는 타인의 이야기는 그저 듣고 흘리며

나의 이야기는 하나하나 느끼고 소유하며

타인에게 이야기로 만들어 전한다.

이래서 인생은 소설이라는 말이 있나 보다.

소설 속에서도 다양한 인물들의 인생이 펼쳐지는데,

어떤 인물의 이야기는 몇 줄로 정리가 되고

어떤 인물의 이야기는 한순간이 몇 문단, 몇 장에 걸쳐

묘사가 될 정도로 상세하게 펼쳐진다.

우리 인생 역시 소설처럼

때로는 이야기가 되고

때로는 타인에게서 그냥 흘러가며

그렇게 존재했지만 상실이 되기도 하고,

상실을 통해 비로소 존재하기도 한다.


이런 일상 속의 상실을 다룬 소설집을 만났다.

김순옥 문학상을 수상하며 주목을 받은

방우리 작가의 소설집 《낙원맨션》은

7개의 단편을 통해 이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한 증언과 동시에

상실을 통해 비로소 존재에 대한 흔적을 찾아가는

인물들을 통해 자신이 밀고 나가는

소설론에 대한 증명을 이어나가고 있다.


내가 마주하지 못했던 나를 향한 눈,

타인만을 바라볼 수 있는 밖을 향한 눈에서

자신을 향한 안을 향하는 눈을 통해

무엇을 발견할 수 있는지,

소설 속에서 등장하는 인물들을 통해

작가는 우리에게 묻는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이들은 무언가의 상실 앞에

비로소 그것의 존재를 깨닫고 그것을 따라가며

자신이 가졌던 어떤 사물이나 관계,

인연에 대하여 돌아보고

그 돌아봄은 마지막엔 자신을 향한다.

타인에게로 시작했던 방향이 결국엔

자신에게로 돌아오며 발견하는 의미는

소설 자체의 흐름뿐 아니라

작가가 그려나가고자 하는 자신의 세계관이자

인생론으로 다가온다.


무언가를 잃어버린 등장인물들을 따라

함께 방황을 하며 시작했던 소설들은

'잃어버렸다'는 것에 맞춰졌던 초점에서

'사실은 잃어버리기 전 존재했던' 그 시작의

의미로 되돌아간다.


투덜거리거나 쏟아내지 않고

자신에게 주어진 상실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주인공들의 모습이 현실적이지 않고

소설적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어쩌면 우리가 나의 일이 아닌 타인에 대하여

느끼는 감정을 생각하면 그 자체로도 이미

'현실적'이기도 했다.


특히 그중에서도 〈최소화의 순간〉은

머나먼 미래를 위해 지금을 양보하고

겨우 지금을 유지하기 위해 부단히 애쓰는

오늘날 사회를 사는 우리들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아서 씁쓸하면서도

안쓰럽고 답답한 마음에 몇 번이고 다시 펼쳐보게 했다.


존재라는 것은 무엇일까?

또 상실이라는 것은 도대체 무엇일까?

무어라 정의하기 어려운 이 감정은

결국 인생이라는 긴 책을 단편적으로

판단할 수 없다는 깨달음의 일부가 아닐까?

방우리의 소설을 통해 삶의 의미에 대한

지난한 질문을 꺼내본다.


"이 글은 교유당으로부터 교유서포터즈 활동을 위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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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불 스파
설재인 지음 / 한끼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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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90년대 장마철 출근 풍경이

SNS에서 화제가 되었다.

가슴까지 찬 물을 헤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출근을 하는 직장인들의 웃픈 모습에

'먹고사니즘'이 이렇게 힘든 거라며

아마 우리나라는 좀비가 창궐을 해도

혹은 본인이 좀비가 되어도

지옥철을 타고 출근을 하고 일을 할 거라는

자조 섞인 말을 하는 이들이 많았다.

그런데 그 이야기가 실제 소설이 되어 나왔다.


비자발적으로 은퇴한 걸그룹 아이돌 출신의 주인공!

대중의 사랑과 관심을 받던 그녀가

한순간에 추락을 하고, 재기를 위해 선택한 것은 복싱!

아시아 여성 복싱 챔피언 타이틀전을 앞두고

하필 서울 시내에 좀비 떼가 창궐하며

계체량 전 마지막 체중 감량을 위해 찾았던

낡고 오래된 레드불 스파에 갇혀 버리게 된다.


대회가 취소되려나 생각하던 찰나,

대회가 열리기로 한 코엑스는 문제가 없어서

그대로 진행된다는 것.

좀비 떼를 뚫고 대회가 열리는

코엑스로 가야만 하는 지현,

그리고 그녀와 맞붙게 된 상대인

태국의 쌈루타도 우연히 레드불 스파에 합류하며

그들은 하루를 함께 보내고 대회장으로 이동하게 되는데

과연 그들은 좀비떼를 뚫고

무사히 대회장에 이동해서 대회를 치를 수 있을까?

지현은 그토록 찾고 싶어 했던

대중들의 관심과 사랑을 다시 받을 수 있을까?


다양한 작품으로 사랑을 받아온 설재인 작가의

이번 작품에서는 '복싱'이라는 종목이 등장한다.

실제로 취미로 복싱을 하는 설재인 작가는

자신이 11년간 해온 복싱이라는 운동의 이야기를

더 이상 작품에 넣지 말아야지 하다가도

자신만큼 복싱 이야기를 자세하게 쓸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얘기에 설득당해 작품을 시작한다.


자신에 대해 끈질기고 사소한 해충이라는 자조 섞인

'문학계 권연벌레'라는 별명을 붙였다는 작가는

복싱과 무에타이에 대한 애정과

강한 여자 둘이 멋지게 싸우는 장면을 넣고 싶은

욕심을 담은 결과로 이 작품을 낳았는데,


그가 말한 것처럼 작품에서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여성이라는 이유로 약하게 취급되고

그저 외모로 평가받고 소비되었던 이들이

자신들에게 주어지는 차별과 편견에서 벗어나

자신이 가진 힘과 기술로 꿋꿋하게 싸우는

분투를 담고 있다.


걸그룹 아이돌 출신이라는 꼬리표에

사실과는 다르게 보이고 평가된 사건으로 인해

의지와는 다르게 아이돌을 포기하게 된 지현이

자신의 삶을 놓고 싶었지만

다시 삶의 의지를 불태우고,

재기의 기회로 삼은 것은 복싱이라는 운동이었다.

복싱에 대한 애정보다는

재기를 위한 하나의 수단이었고,

대회를 통해 자신의 새로운 모습을

사람들에게 각인시키고 싶었던 그녀의 마음은

'사랑받고 싶다'는 사람의 본성이자 욕심으로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었다.


자신의 의지에 관계없이 그녀의 모습과 행동, 말 등

모든 것은 평가가 되어버렸다.

지현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은

보이는 그녀의 말과 행동을 통해

자신의 뜻대로 평가하며

그녀라는 사람을 멋대로 정의하곤 한다.


마치 사실보다는 자신의 추측과 판단으로

타인에 대한 평가를 서슴없이 하는 오늘날의

우리들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았다.


자신에게 주어지는 불편한 시선과 행동들을

참고 모른척하던 그녀는 이런 불합리함을 넘어

대회를 통해 거듭나고자 했다.

그런 그녀에게 재기의 발판이 되어줄 상대는

보잘것없는 경력의 태국 선수였는데,

레드불 스파에서 마주한 쌈루타는

제대로 도와주는 스탭도 없이,

얼마 되지도 않는 파이트머니를 받고 임하는

본국에 딸을 둘이나 둔 엄마로

지현은 그녀에 대한 동정심과

그래도 나는 그보다 낫다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어떻게든 성공해야 한다,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을 다시 받아야 한다는

지현의 마음은 비뚤어진 판단과 선택을 하게 하고

그 결과로 지현은 자신의 민낯을 모두 드러나게 된다.

그리고 마침내 다다르게 된 대회장,

좀비의 창궐과 더불어 예상과 달리 커진 판은

지현과 쌈루타를 어떤 결말로 이끌지

이야기를 따라가는 내내 굉장한 집중력으로

흥미 있게 읽었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약한 존재로 취급받거나

외모 몸매 등으로 평가받던 그녀들.

불합리함 앞에서도 지켜 낸

'나'라는 존재가 가진 의미는

우리가 모두 잊지 말아야 할 고유함으로 다가올 것이다.


처음에는 코믹스럽게 펼쳐지던 모습이

좀비라는 요소를 벗어나 보다 현실적으로

각 인물의 마음에 초점이 맞춰지며

심층적으로 펼쳐졌다.

'나'라는 존재를 찾아가는

그녀들의 분투기의 끝에 진정한 행복이 찾아오기를.

거추장스러운 꾸밈새를 겉어내고

담백하고 제대로 된 승부를 펼칠

지현과 쌈루타의 모습이 너무 기대된다.


"이 글은 출판사 한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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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B - 어느 수줍은 시인의 B급 라이너 노트 날마다 시리즈
현택훈 지음 / 싱긋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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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같은 듯 같지 않은 우리네 삶,

각자 몫의 일이 있고 각자 몫의 즐거움과 슬픔이 있다.

다른 이의 삶을 가까이서 들여다보는 일은

그런 점에서 굉장히 흥미로움으로 다가오는데,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

멀리서 보기엔 희극"

이라는 말처럼

각기 가진 인생의 무게 속에서도

우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고 있다.


날마다 시리즈는 이런 같지 않은 삶의 모습을 담는다.

날마다 하는 생각, 행동, 습관, 일, 다니는 길, 직장 등

지금의 나는 결국 수많은 날마다의

내가 모여서 이루어지는데,

날마다 최선을 다하는 우리를 응원하는

'날마다 시리즈'는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

'나'의 이야기를 담은 책으로

이번에 만난 《날마다, B》는

스스로를 무명 시인, B라 칭하는 현택훈 시인의

근사하고 맛있는 인생 이야기가 담겨 있다.


글을 쓰는 일을 하는 이들의 글은 종종 읽어봤지만,

시인으로 사는 삶은 어떤지 짐작되지 않았다.

우리가 생각하는 시인의 이미지는

늘 고뇌하고 외로우며 조용한

그런 정형화된 이미지에 갇혀 있었는데

《날마다, B》를 통해서 바라본 시인 현택훈은

헤비메탈 음악을 좋아하고

학창 시절 친구와 경마장에 가기도 했으며,

운전과 술, 담배는 하지도 못하면서

자신의 글 속에서는 그 모든 것을 행하고,

군 시절 초소에서는 다마고찌를 소중히 키우는 등

조금은 엉뚱하면서도 수줍은 모습을 보였다.


첫 번째, 두 번째 시집이 절판되고

중쇄가 되지 않는 무명 시인의 삶을 살면서

좀 우울하지만 이런 '알 수 없는 예술가'의 삶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꿈을 꿀 수 있다는 장점을 말한다.


제주에서 태어나 자라며 자신이 자라온

제주의 말을 사용한 시를 써 내려가고

언어의 아름다움을 노래하는 멋진 시인.

부족한 자신을 그대로 꺼내어 보이면서

자신의 근사하고 맛있는 인생,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기꺼이 드러내는

'내가 누구인지 분명하게 말하는 시인'

그가 쓰는 자신의 '날마다'는

시인에 대한 편견과 오해를 지우고

그저 글을 쓰는, 그중에서도 시를 쓰는

사람이 보내는 소소한 일상의 아름다움에 대해서

오롯이 함께 즐길 수 있게 해주었다.


자신을 기꺼이 B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자기 자신을 제대로 바라보고 평가하는 이가

바라보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그는 어떻게 자라왔을까?

한 사람의 인생을 따라 시인의 삶을 살며

비록 남들이 말하는 주류에 들지는 못했지만

당당하고 기품 있는 B의 모습을 발견한다.

이렇게 자신을 있는 그대로 내보일 수 있는

그의 글에서 지속할 수 있는 힘을 배우기도 하고 말이다.


인정받지 못하는 노력을 어떻게 평가해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을 종종 했었다.

하지만 우리가 꼭 남들에게 인정받는 무언가가

되거나 어딘가에 도달해야 하는 것일까?

묵묵하게 자신의 길을 걷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하고 싶은 것을 계속하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인생이라고

B 현택훈은 말한다.


인정욕을 떨쳐내기 힘들어 매일이 괴롭다면

좀 더 가볍게 힘을 빼면서도 나의 길을 걷고 싶다면

《날마다, B》 를 읽으며 그 의지를 다져보기를 바란다.


나에게 있어서는 시인의 삶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었고,

꼭 모두가 A가 되어야 할 필요는 없다는 깨달음을

얻을 수 있던 그런 신선한 자극으로 다가온 책이었다.


"이 글은 교유당으로부터 교유서포터즈 활동을 위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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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카페, 카에데안
유리 준 지음, 윤은혜 옮김 / 필름(Feelm)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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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가족이나 친구, 연인과 헤어진 후

인생을 뒤흔드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특히나 세상을 떠난 인연 앞에서는

'더 이상 아끼는 사람을 만나지 못한다'는 사실에

그 충격이 배가 되기도 하는데,

남아있는 이들은 떠난 이가 남긴 추억을 곱씹으며

때로는 그 이별의 원인이 나에게 있는 것이 아님에도

'모든 게 다 나 때문인 것 같아, 내가 지키지 못했어'

하는 부채감에 괴로워하기도 한다.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시간을 보내는 인연도 이러한데,

때로는 자식처럼 때로는 친구처럼

키워온 반려동물에 대한 감정은 더욱 특별할 것이다.


'말하지 못하는' 존재이지만 대화를 할 수 없다 해서

소통이 없었던 것은 아니고,

오히려 눈빛과 행동으로 나누었던 많은 시간들은

사람과 동물이라는 차이를 넘어서

더욱 진한 애정을 가지게 한다.


각각의 종이 가진 수명이 다르고,

사고나 아픔이 있었을 수도 있기에

먼저 반려동물을 떠나보낸 사람들은

한 번만이라도 더 만날 수 있다면,

한 번이라도 인간의 언어로 대화를 나눌 수 있다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할 것이다.


그런 사람들의 소망을 이루어주는

신비한 기적의 카페, 카에데안을 만났다.


포메라니안을 키우고 있는 소설가이자

라이트노벨 작가인 저자는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집필하고 있다.

이번에 만나 본 《기적의 카페, 카에데안》에서는

세상을 떠난 반려동물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카에데안이라는 카페에서 마지막으로 대화를 나누며

전하지 못한 마음을 나누는 따뜻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카페를 운영하는 점장인 야히로와

세상을 떠난 반려동물을 황천길로 이끄는 신 소라,

그리고 우연한 계기에 함께 일하게 된 미노리,

여기에 카페를 찾은 손님들과 반려동물의

사연이 더해지며 각 이야기를 통해

사람들이 각자 가지고 있는 아픔과 슬픔, 후회와

서로를 향해 미처 전하지 못한 마음을 읽으며

따스한 울림과 간절함을 느낄 수 있었고

처음에는 카페를 방문한 손님들의 사연에만 집중하다가

고등학교 시절 떠나보낸 친구와의 이별로 인해

나아가지 못하고 머물러 있는 미노리와

스스로를 어두운 과거에 묶어주고 자책하는

야히로가 손님들의 사연을 넘어

자신들을 밖으로 끄집어내고 앞으로 나아가는

성장의 과정을 담고 있어서 더욱 뜻깊었다.


대화를 나눌 수 없는 반려동물과 인간이

인간의 언어로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 전하고 싶었던 마음을 표현하고

마지막 당부를 하는 모습은 뭉클했다.


나 역시도 갑작스러운 가족과의 이별 앞에서

세상을 떠내보낸 가족과

마지막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면

'미안했다고, 고마웠다고, 사랑한다고'

전하고 싶었는데, 이별의 순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 나의 아쉬움을 소설 속의 등장인물을 통해

대신 해소하는 기분이 들었다.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표현하지 못한 마음을 후회로 남기지 말고

지금을 함께하는 오늘의 소중함을

잊지 말자고 다짐했고,

소극적이고 위축되어 있던 미노리가

카에데안의 점장으로 변신하며

나아가는 모습을 보면서는 큰 용기를 얻을 수 있었다.


'만약에'라는 가정으로 시작한 이야기는

막연한 상상을 넘어서 따스한 감동으로 다가왔다.

이런 기적의 카페가 있다면 다들 마음속의

후회를 조금이라도 덜어낼 수 있지 않을까?

그런 공간이 있다면 나도 기꺼이 방문하고 싶다.


"이 글은 필름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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