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만의 집
전경린 지음 / 다산책방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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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라는 것은 한 사람만의 것이다.

인생을 살아가며 엮이는 가족,

만나게 되는 친구, 연인을 비롯해

하게 되는 일, 사건 등 다양하게 채워지지만

마주한 같은 사람이 서로 가족이나

친구, 연인 등으로 엮이거나

같은 일을 한다고 해서

그 사람들의 인생이 같다고는 할 수 없다.


우리는 그렇게 인생을

지극히 개인적인 입장에서 살아가고 있다.

이런 인생에서 마주하게 되는 상실이나 시련,

때로는 기쁨과 행복, 슬픔 등도

지극히 개인적인 감정이 되어버린다.


나 자신의 인생도 그저 하루하루를

'살아내고' 있기에 제대로 바라보기 힘든 것처럼

부모와 자식이라고 해서 서로의 인생을

완전히 이해할 수 없다.

우리는 나 아닌 타인의 인생을 결코 완전히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함께하는 사람들과 일들 사이에서

때로는 '내가 완전히 이해하고 있다'는

착각에 빠지곤 한다.

그렇게 비뚤어진 시선은 서로를 향해

상처를 주고 할퀴며, 평탄하게 흘러가는 인생을

뒤흔들기도 한다.


삶을 꿰뚫는 감각적인 문장으로

독보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는 전경린이 다시 돌아왔다.

2007년 〈엄마의 집〉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던 소설이 17년이라는 시간이 지나고

오히려 현실의 공기를 담은 이야기로 읽힌다는 의견을

바탕으로 새로이 개정판으로 찾아왔다.

〈엄마의 집〉에서 〈자기만의 집〉으로 말이다.


엄마 아빠의 이혼 이후 줄곧 할머니와 함께 살다가

뒤늦게 엄마와 다시 살게 된 호은.

엄마에 대한 그리움도 잠시,

다시 만나게 된 엄마를 완전히 이해하기도

또 떨어진 시간을 다시 아무렇지 않게

이어붙이기도 힘들다.

엄마의 집에서 나와 대학교 기숙사에서

자기만의 공간을 가지고 지내는 호은은

과거 만났었던 K를 비롯해 관계와 이별 사이,

혼란과 방황을 하던 찰나

재혼한 아빠가 갑자기 학교로 찾아온다 찾아온다.

언젠가 만난 적이 있었던 이복동생 승지와 함께.


갑작스러운 재회 앞에 아빠는

"승지를 네 엄마한테 좀 맡겨라"라며 휑하니 사라진다.

당황스러움도 잠시 그렇게 오랜만에

엄마의 집으로 향하는 호은과 승지.

승지를 마주할 엄마에게 무어라 말해야 할지,

또 아빠는 갑자기 어디로 사라진 건지

호은은 혼란스럽기만 하다.


갑작스럽게 맡겨진 승지를 데리고

엄마와 호은은 아빠를 찾아 그들이 살았던

과거의 지역을 찾아가

아빠의 친구들을, 아빠의 전 직장동료들을,

그리고 외할머니와 이모를 만나게 된다.


마주하는 과거의 공간들은 잊고 있었던

예전의 시간들과 추억을 꺼내서 펼친다.

행복했던 엄마 아빠의 모습,

그리고 비밀로 해야 할 것 같은 잊지 못할 기억 등

호은은 자신에게 주어진 혼란과 더불어

과거의 상처 또한 다시금 되짚으며,

삶이란 무엇인지? 사랑이란 무엇인지?

엄마와 승지, 그리고 만나는 아빠 친구들과의

대화를 통해서 곱씹게 된다.


자신의 입장에서 자신의 인생으로

엄마 아빠의 인생과 그들의 선택을 판단했던 것 같다.

또래 보다 성숙해 보이는,

말이 없다가도 한 번씩 툭 내뱉는 말에

많은 의미를 담고 있는 승지를 보며

외로워 보이는 승지를 보며

호은은 과거의 자신을 마주한 듯 마음이 동한다.


짧았던 그들의 시간은 금세 지나가고,

다시 이별의 순간 앞에 호은은

마음속에 담아두었던 진심을 꺼내고

흘러가는 인생 속에서 각자의 입장과 의미가

있음을 깨달으며 부모님의 모습 또한 그대로

받아들이고 이해하고자 한다.


집이라는 공간이 주는 '속함'이라는 것을

가족이라는 타인과의 관계에서 '받으려'했던 호은은

각자 자신만의 인생이 있고,

타인으로서 거리를 두면

떨어짐으로 인해서 비로소 이해하게 됨을 깨닫게 된다.


호은은 이제 그 적당한 거리를 알게 된다.

일기를 삼인칭 시점으로 쓴다는 승지의 말처럼

나와 나를 제외한 타인의 이야기를

'나의 입장'이 아닌 개별적인 하나하나의 인격체로

그들의 인생으로 나누어 바라볼 수 있게 된다.

그러고 나니 비뚤게 바라봤던 자신의 시선이 오해였음을,

또 평생 이해할 수 없을 것 같은

엄마 아빠의 이혼에도 조금은 알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인생이나 삶에 대한 고민 앞에 해답을 찾기 위해

어쩌면 우리는 그렇게 방황을 하며 사는지 모르겠다.

정해진 정답이 있는 인생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마치 우리는 '그것이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정답'을 찾아

방황하고 흔들리며 끝없는 질문을 던지는 것 같다.


어지럽고 혼란스러운 세계에서

자기 존재를 찾아 나아가는 호은과

묵묵히 자신의 몫을 살아가는 승지의 모습을 통해

우리는 아름다운 생의 의미를 깨닫는다.


오롯이 나로 존재할 수 있는 나만의 세계, 나만의 공간,

자기만의 집에서 모두가 각자 삶을 채울 수 있는

의미를 이 작품을 통해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


"이 글은 다산북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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