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원맨션
방우리 지음 / 교유서가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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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했던 물건이나 추억, 어떤 사람과의 관계 등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면서 마주하는

수많은 상실 이전에는 존재가 있었다.

존재하고 소유했다는 인식조차 하지 못한 채

자연스레 나의 일부가 되었던 것들은

비로소 상실을 겪은 이후에야

내가 가졌고, 맺었던 '존재'임을 깨닫게 되는데,

상실을 통해서야 존재를 깨닫는다는 것이

참 소설 같으면서도 사실이라는 점에서

재미있기도 하고 아이러니하다.


인생이라는 것이 그렇다.

가볍게 무게조차 느끼지 못하고 흐르다가

어느 순간에는 순간순간이 억겁처럼

엄청난 무게감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흘러가는 시간들은 침묵이 아니었는데도

흔적조차 남지 않았고

어떤 시간들은 강한 흔적으로 인생 전체를

아우르는 상흔을 남기기도 한다.


우리는 타인의 이야기는 그저 듣고 흘리며

나의 이야기는 하나하나 느끼고 소유하며

타인에게 이야기로 만들어 전한다.

이래서 인생은 소설이라는 말이 있나 보다.

소설 속에서도 다양한 인물들의 인생이 펼쳐지는데,

어떤 인물의 이야기는 몇 줄로 정리가 되고

어떤 인물의 이야기는 한순간이 몇 문단, 몇 장에 걸쳐

묘사가 될 정도로 상세하게 펼쳐진다.

우리 인생 역시 소설처럼

때로는 이야기가 되고

때로는 타인에게서 그냥 흘러가며

그렇게 존재했지만 상실이 되기도 하고,

상실을 통해 비로소 존재하기도 한다.


이런 일상 속의 상실을 다룬 소설집을 만났다.

김순옥 문학상을 수상하며 주목을 받은

방우리 작가의 소설집 《낙원맨션》은

7개의 단편을 통해 이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한 증언과 동시에

상실을 통해 비로소 존재에 대한 흔적을 찾아가는

인물들을 통해 자신이 밀고 나가는

소설론에 대한 증명을 이어나가고 있다.


내가 마주하지 못했던 나를 향한 눈,

타인만을 바라볼 수 있는 밖을 향한 눈에서

자신을 향한 안을 향하는 눈을 통해

무엇을 발견할 수 있는지,

소설 속에서 등장하는 인물들을 통해

작가는 우리에게 묻는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이들은 무언가의 상실 앞에

비로소 그것의 존재를 깨닫고 그것을 따라가며

자신이 가졌던 어떤 사물이나 관계,

인연에 대하여 돌아보고

그 돌아봄은 마지막엔 자신을 향한다.

타인에게로 시작했던 방향이 결국엔

자신에게로 돌아오며 발견하는 의미는

소설 자체의 흐름뿐 아니라

작가가 그려나가고자 하는 자신의 세계관이자

인생론으로 다가온다.


무언가를 잃어버린 등장인물들을 따라

함께 방황을 하며 시작했던 소설들은

'잃어버렸다'는 것에 맞춰졌던 초점에서

'사실은 잃어버리기 전 존재했던' 그 시작의

의미로 되돌아간다.


투덜거리거나 쏟아내지 않고

자신에게 주어진 상실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주인공들의 모습이 현실적이지 않고

소설적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어쩌면 우리가 나의 일이 아닌 타인에 대하여

느끼는 감정을 생각하면 그 자체로도 이미

'현실적'이기도 했다.


특히 그중에서도 〈최소화의 순간〉은

머나먼 미래를 위해 지금을 양보하고

겨우 지금을 유지하기 위해 부단히 애쓰는

오늘날 사회를 사는 우리들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아서 씁쓸하면서도

안쓰럽고 답답한 마음에 몇 번이고 다시 펼쳐보게 했다.


존재라는 것은 무엇일까?

또 상실이라는 것은 도대체 무엇일까?

무어라 정의하기 어려운 이 감정은

결국 인생이라는 긴 책을 단편적으로

판단할 수 없다는 깨달음의 일부가 아닐까?

방우리의 소설을 통해 삶의 의미에 대한

지난한 질문을 꺼내본다.


"이 글은 교유당으로부터 교유서포터즈 활동을 위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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