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B - 어느 수줍은 시인의 B급 라이너 노트 날마다 시리즈
현택훈 지음 / 싱긋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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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같은 듯 같지 않은 우리네 삶,

각자 몫의 일이 있고 각자 몫의 즐거움과 슬픔이 있다.

다른 이의 삶을 가까이서 들여다보는 일은

그런 점에서 굉장히 흥미로움으로 다가오는데,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

멀리서 보기엔 희극"

이라는 말처럼

각기 가진 인생의 무게 속에서도

우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고 있다.


날마다 시리즈는 이런 같지 않은 삶의 모습을 담는다.

날마다 하는 생각, 행동, 습관, 일, 다니는 길, 직장 등

지금의 나는 결국 수많은 날마다의

내가 모여서 이루어지는데,

날마다 최선을 다하는 우리를 응원하는

'날마다 시리즈'는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

'나'의 이야기를 담은 책으로

이번에 만난 《날마다, B》는

스스로를 무명 시인, B라 칭하는 현택훈 시인의

근사하고 맛있는 인생 이야기가 담겨 있다.


글을 쓰는 일을 하는 이들의 글은 종종 읽어봤지만,

시인으로 사는 삶은 어떤지 짐작되지 않았다.

우리가 생각하는 시인의 이미지는

늘 고뇌하고 외로우며 조용한

그런 정형화된 이미지에 갇혀 있었는데

《날마다, B》를 통해서 바라본 시인 현택훈은

헤비메탈 음악을 좋아하고

학창 시절 친구와 경마장에 가기도 했으며,

운전과 술, 담배는 하지도 못하면서

자신의 글 속에서는 그 모든 것을 행하고,

군 시절 초소에서는 다마고찌를 소중히 키우는 등

조금은 엉뚱하면서도 수줍은 모습을 보였다.


첫 번째, 두 번째 시집이 절판되고

중쇄가 되지 않는 무명 시인의 삶을 살면서

좀 우울하지만 이런 '알 수 없는 예술가'의 삶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꿈을 꿀 수 있다는 장점을 말한다.


제주에서 태어나 자라며 자신이 자라온

제주의 말을 사용한 시를 써 내려가고

언어의 아름다움을 노래하는 멋진 시인.

부족한 자신을 그대로 꺼내어 보이면서

자신의 근사하고 맛있는 인생,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기꺼이 드러내는

'내가 누구인지 분명하게 말하는 시인'

그가 쓰는 자신의 '날마다'는

시인에 대한 편견과 오해를 지우고

그저 글을 쓰는, 그중에서도 시를 쓰는

사람이 보내는 소소한 일상의 아름다움에 대해서

오롯이 함께 즐길 수 있게 해주었다.


자신을 기꺼이 B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자기 자신을 제대로 바라보고 평가하는 이가

바라보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그는 어떻게 자라왔을까?

한 사람의 인생을 따라 시인의 삶을 살며

비록 남들이 말하는 주류에 들지는 못했지만

당당하고 기품 있는 B의 모습을 발견한다.

이렇게 자신을 있는 그대로 내보일 수 있는

그의 글에서 지속할 수 있는 힘을 배우기도 하고 말이다.


인정받지 못하는 노력을 어떻게 평가해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을 종종 했었다.

하지만 우리가 꼭 남들에게 인정받는 무언가가

되거나 어딘가에 도달해야 하는 것일까?

묵묵하게 자신의 길을 걷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하고 싶은 것을 계속하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인생이라고

B 현택훈은 말한다.


인정욕을 떨쳐내기 힘들어 매일이 괴롭다면

좀 더 가볍게 힘을 빼면서도 나의 길을 걷고 싶다면

《날마다, B》 를 읽으며 그 의지를 다져보기를 바란다.


나에게 있어서는 시인의 삶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었고,

꼭 모두가 A가 되어야 할 필요는 없다는 깨달음을

얻을 수 있던 그런 신선한 자극으로 다가온 책이었다.


"이 글은 교유당으로부터 교유서포터즈 활동을 위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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