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건너는 교실
이요하라 신 지음, 이선희 옮김 / 팩토리나인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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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팩토리나인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학교라는 공간에서 같은 나이의 또래들이

같은 것을 배우는 것이 나에게는 너무나 당연했다.

비로소 대학교에 와서야

모든 이들이 같은 시기에 같은 배움의 길을

걷지 않는다는 걸 알았고,

자신의 선택이 아닌 주어진 인생의 무게 때문에

학업의 길을 걷지 못하는 이들이 가진

'학교에 다니고 싶다'는 열망의 무게도

나의 가까운 이야기가 되어서야 비로소 이해하게 됐다.


이런저런 사정으로 나의 엄마 역시

내려놓아야 했던 학업의 끈이 있었는데,

우연히 TV에서 방송통신학교 입학안내

광고를 보고 엄마에게 추천해 주었더니

고민 끝에 입학을 결정하고는 벌써 두 해째

열심히 학교생활을 하고 있다.


〈하늘을 건너는 교실〉을 읽고 있자니,

소설 속에서 등장하는 인물들과

엄마의 방송통신학교 입학식에서

늦은 학업의 새 출발 앞에서 감격에 흐르는

눈물을 연신 훔치던 늦깎이 학생들의 모습이 겹쳐졌다.

'배움', '학교'에 대한 열망과

그 속에서 이따금씩 뒤처짐을 느끼며 포기하고 싶다가도

다시 또 학교에 나가고 함께 어울리고 배우며

학생으로서의 본분을 만끽하는 이들이

소설 속의 등장인물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구과학을 전공한 작가는

실화 기반의 소설로 과학 대중서의 역할뿐 아니라,

각기 다른 사연을 가진 학생들이

'야간학교'라는 공간에서 마주하며

'성장'하는 과정을 담아내며

'함께하는' 아름다운 궤적을 그려내고 있었다.


소설 속에서 등장하는 이들은

나이도 성별도 직업도 다양하다.

자신을 불량품이라 여기는 다케토와

늘 배움에 대한 간절함을 놓지 못했던 안젤라,

몸의 이상으로 제때 학교를 다니지 못하고

자신을 계속해서 상처 내던 가스미,

꼰대 소리를 듣는 노인이지만

사실은 생계문제로 어렸을 때부터

취업 전선에 뛰어들며 고생했던 나가미네까지

각기 다른 성격과 모습을 가진 주인공들은

'학교'라는 공간과 '배움'이라는 것에 대해서

서로 다른 생각과 목표를 가지고 있지만

담임선생님이자 과학담당인 후지타케를 중심으로

과학부 활동을 하면서 함께라는 의미를 찾아간다.


말로는 '배움에는 정해진 나이가 없다'라고 하지만

'아무래도 힘들지 않을까' 했던 생각들,

또 서로 다른 인물들이

절대로 어울릴 수 없을 것 같았지만

자연스럽게 서로에게 스며드는 모습은

똑같은 학생이라는 존재로 서로를 인식하고 인정하며

함께 성장해나가며 서로를 지켜주는

위성 같은 느낌이었다.


등장인물들의 사연과 함께 펼쳐지는 실험 얘기는

신기하기도 하고 리얼한 묘사로

본격적인 과학소설 같은 느낌을 주기도 했다.

어려운 공부 앞에서 좌절하다가도

실험을 하면서 즐거워하는 모습은

나이를 잊고 학생 그 자체의 순수한 모습이라

너무나 귀여웠는데,

누리지 못한 배움이라는 기쁨을

비로소 발견하고 느끼는 주인공들의 모습에서

미루고 용기 내지 못해 포기했던 순간들에 대한

반성을 하게 되기도 했다.


도심의 밤하늘에서 우주를 향해 걸어가는

각기 다른 학생들이 그려내는 '우리'라는 궤적은

너무나 아름다운 성장을 우리에게 보여줬다.


교실이나 학교를 배경으로 하는 학원물이라 하면

10대, 20대의 전유물이라 생각했는데

우리가 가진 학생이라는 고정관념을

작가만의 탄탄한 캐릭터들로

신선하면서도 새롭게 느낄 수 있어서 의미 있었다.


특히나 소설 속의 안젤라를 보면서는

엄마가 자꾸 떠올라서 괜스레 울컥했다.

읽고 나니 엄마와도 한 번 더 읽고

드라마도 찾아보고 싶어졌다.


파란 하늘을 꿈꾸던 야간고 학생들이 그려낸

밤하늘의 멋진 궤적

〈하늘을 건너는 교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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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 건강 상담소 - 채소·과일식의 모든 것
조승우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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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알에이치코리아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신체의 무료 구독 기간이 끝났습니다"

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만큼

따로 노력하지 않아도 체력도 건강도 좋은

20대를 지나 30대, 40대가 되면

조금씩 체력적인 부분이나 앓는 질환 등이 생기며

건강에 대한 관심이 절로 생기게 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죽기 전 10년은 앓다 간다고 하는데,

누구나 삶의 마지막까지 건강하고 즐겁게

살고 싶은 건 같은 마음일 터,

건강에 대한 관심은 운동뿐 아니라 식단이나

라이프스타일 등 습관에 대해서도 이어지게 되었다.


특히나 40대를 앞두고 작년부터

건강이나 식습관,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며 여러 관련 책들을 읽었는데

그중에서도 내 눈에 들어왔던 책 중 하나는

바로 조승우 한약사의

〈나를 살리는 습관 죽이는 습관〉 이었다.


살아있는 음식을 먹으며 보다

건강한 인생을 위한 마인드셋을 배울 수 있었는데,

이 책을 통해서 처음 배우고 알게 된 것이

바로 "채소 과일식"이다.


먹을 것이 부족했던 옛날이야

고기는 특별한 날에나 어쩌다 한번 먹을 수 있었고,

직접 농사짓고 키운 채소와 과일들로 식탁을 채우며

자연스럽게 채소 과일식을 했었다.


하지만 점점 먹거리가 풍족해지고,

다양한 식재료들이 등장하면서

우리는 간편하고 입에 즐거운 간편식이나

가공식품 등을 즐겨먹기 시작했다.


예전에 비해서 쌀 소비량이 줄어들었다거나

1인당 고기 소비량이 늘어가는 걸 보면

우리들의 식습관이 점차 서구화 혹은

간편화되고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저자는 처음부터 한약학을 전공한 것이 아니라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은행에서 사회생활,

사업 등을 하면서 평범한 우리들과

다를 바 없는 생활을 보내왔다.

그러다 몸이 아프기 시작하며

자신을 제대로 바라보기 위해 한약학을

진학하게 되었는데

몸과 질병에 관한 공부를 하면서

우리가 오해하고 있는 건강이나 식습관에 대한 부분,

또 건강한 인생을 위한 마인드셋을 전하며

그 대표적인 방법으로 채소 과일식을 소개하고 있다.


이번에 만나본 〈완전 건강 상담소〉는

지난 책의 연장선상이자,

많은 이들이 이제는 알게 되기 시작한

"채소 과일식"에 대하여 가진 궁금증이나

건강과 식단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오해들을

풀을 수 있도록 질의응답 형태로 정리한

건강 실용서라고 할 수 있다.


1장에서는 채소 과일식에 대한 여러 궁금증들을

다양한 질문에 맞추어 풀어준다.

2장에서는 일상 속 건강고민으로

커피나 제로 칼로리, 대체당, 고기 섭취 등

기울어진 식습관으로 인하여 몸이 보내는 신호를

알아차리고 내 몸에 이로운 것이 무엇인지

궁금한 이들에게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3장에서는 나이와 성별에 관계없이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가지는 '다이어트'에 집중에

배출이나 운동, 칼로리나 변비 등에 대하여

보다 건강한 다이어트에 이르는 방법을 소개한다.

4장에서는 건강한 노후를 주제로

갱년기나 혈당조절, 당뇨 등 나이가 들면서

마주할 수 있는 다양한 질환들과 식습관에 대하여

풀어주고 있었다.

마지막 5장에서는 앞서 소개한 질문들을 넘어서

'마음'에서 시작된다는 건강의 기준을

다시 한번 강조함으로써

무엇보다 중요한 건강의 포인트에 대해서

생각할 수 있게 해준다.


건강에 관한 책이나 기사를 읽으며,

혹은 주변에서 생활정보 등을 보면서

나름대로 건강이나 식습관에 대해서

가졌던 궁금증들이 있었는데

그런 질문들에 대한 해답을 들으며

보다 '완전 건강'에 가까워지는 기분이 들었다.


특히나 어떤 특정한 식사법이나 재료를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건강에 대해서 '내 몸의 신호에 집중하고

모든 선택에서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힘을 가지는 것'

이라고 얘기하는 부분이 특히나 마음에 남았다.


건강이나 다이어트를 생각하면

정해진 공식이나 답만을 생각하고

나에게 맞는 것이 아닌 '모두가 맞다고 말하는 것'에

나를 맞출 때가 있는데,

내 몸이 보내는 신호를 알아차리는 방법,

보다 간편하면서도 쉽게 채소 과일식을 즐기며

먹는 것에 대한 부담을 내려놓고

튼튼한 몸과 마음을 가짐으로써

우리가 그려오고 꿈꿔오는 "완전 건강"에

이를 수 있음을 배울 수 있어서 더욱 의미 있었다.


지난번 책에서는 채소 과일식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입문서 같은 느낌이었다면,

이번에 만나 본 책은 그 확장판으로

실제 채소 과일식을 실천해 가면서

혹은 채소 과일식을 준비하면서 가질 수 있는

궁금증들을 정리함으로써 보다 심화된 내용을

'내 것'으로 만들 수 있었던 기회였다.


이제 더욱 몸의 신호에 집중해야 하는 시기가 왔다.

우스갯소리로 말하던 "신체 무료 구독 기간"도 끝났고,

건강을 위해서는 "스스로의 노력"이 필수가 되어야 하는

그런 나이가 되었는데,

진정한 건강은 무엇인지 어떻게 먹어야 하는지 등

지속 가능한 "완전 건강"습관을 가질 수 있어야겠다.


실제 채소 과일식 실천 사례와

마음, 몸, 운동 등을 체크하고

건강 기록을 할 수 있는 일기 양식까지 더해져

더욱 알찼던 〈완전 건강 상담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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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역 부처의 말 - 2500년 동안 사랑받은
코이케 류노스케 지음, 박재현 옮김 / 포레스트북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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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포레스트북스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딱히 의지하는 종교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불교와 유교에 뿌리를 둔 우리나라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게 절이어서인지는 몰라도

절에 갈 때면 마음이 편해진다.

누구에게나 열려있어 언제든 찾아갈 수 있고,

무언가 믿음을 강요한다기보다는

우러나는 가르침을 전하는 느낌.

더욱이 대부분 산속에 있는 암자들은 조용하고

자연과 어우러져 있으며 그 속에 있을 때만큼은

세상의 모든 시름이나 걱정을 잊을 수 있을 것 같다.


마음이 복잡하거나 힘들 때

조언을 구하고 싶을 때가 있는데

사실 이 조언은 해답을 찾고자 함이 아니라

내 마음속에 있는 답답함이나 고민을

'털어놓고 싶다'라는 생각이 더 큰데

한창 이런저런 복잡한 생각들이 있을 때 만난

〈초역 부처의 말〉은 시대와 공간을 뛰어넘어

세상살이에 지친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지혜들을 담아 인생을 살아갈 힘을

얻을 수 있게 해주고 있다.


누적 30만 부가 판매되며,

2025년 상반기 베스트셀러에 당당히

그 이름을 올린 〈초역 부처의 말〉은

종교에 관계없이 인생의 깨달음을 얻고자 하는

많은 이들에게 큰 울림을 주었다.


'장원영 추천 책'이라는 말이 아니더라도

나이와 성별에 관계없이 정말 오랜 시간 동안

많은 이들에게 꾸준한 사랑을 받으며

'두고두고 곁에 두고 싶은 책'으로 남았다.


학문적인 의의나 심오함, 공부에 목적을 둔 것이 아니라

손에 들고 어디를 펼치더라도 그곳에 적힌

부처의 말이 스르륵 마음을 물들이고,

어느 순간 그 속에서 기분 좋은 바람이 일어나

더 좋은 방향으로 불어주길 바란다는 저자는

구절의 핵심은 보존하면서도 다듬어

현대를 사는 평범한 우리들에게도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했다.


크게 12부로 나누어진 말씀은

각 장마다 한 페이지 정도로 간략하게 다듬어

보고 따라 읽으며 필사하기에도 좋았는데,

각 장이 어디서 발췌되었는지도 기재되어 있어서

특히나 마음에 드는 구절의 경우에는

그 원전을 찾아 읽는 것도 더욱 좋을 듯했다.


사람과 사람이 마주치며 살아가는 사회에서

마음이 엇갈리고 때로는 상대방의 말이나 행동에서,

혹은 숱하게 벌어지는 오해 등으로 힘들 때가 있는데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타인과 비교하지 않으며

결핍감을 가지지 않도록 애초에 바라지 않는다는 얘기는

욕심이 점점 커지는 현대인들에게

더욱 와닿을만한 구절이 아닌가 싶었다.

많을수록 좋을 것 같은 친구라는 관계에 대해서도

'무소의 뿔처럼 혼자를 즐기라'는 말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애쓰거나

의식해서 유지하는 관계에 지친 이들에게

더욱 큰 힘이 될 것 같았다.


그렇게 타인과의 관계를 넘어서

올바른 행복이란 무엇인지에 대해서 인식하고

자기 내면을 알고 몸을 바라보며

밖으로 향하는 시선을 이번에는 내부로 다시 돌린다.


비로소 자유에 이르고, 자비를 배우고 깨닫는 것,

그리고 마침내 죽음에 이르기까지

인생을 살아가며 마주칠 수 있는 다양한 문제들을

풀어가는 데 꼭 필요한 지혜들을

부처의 말을 통해서 배울 수 있었다.


오래도록 많은 사람들의 기억에 남고

많은 이들이 반복해서 찾는다는 건

나이, 성별, 인종, 국가, 종교에 관계없이

그것을 초월한 어떤 전 인간적인 가르침이라는

반증이라고 생각한다.


현대어로 재해석되어 가볍게 읽을 수 있으면서도

근본적인 깨달음은 짙게 남아있는 책을 읽으며

내 속의 불안이나 불만, 타인과의 관계로 인해서

흔들리고 생채기가 난 마음을 어루만질 수 있는

고요한 자유가 가득한 시간을 마주할 수 있었다.


한 번 읽는대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수시로 꺼내보며 나를 달래주고플 때 읽고 싶은 그런 책,

〈초역 부처의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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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이는 간소하게 화가 노석미 사계절 음식 에세이
노석미 지음 / 사계절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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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사계절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내가 먹는 것이 바로 나"라는 얘기가 있다.

그만큼 우리가 먹는 음식은 우리 몸을 구성하고

우리를 드러내며, '나'라는 사람을 보여주는데

멀게 바라보지 않더라도

지난 일주일 간 내가 먹은 음식들만 바라봐도

그 속에 나의 생활습관이나 몸을 알 수 있는

모든 정보가 담겨있다고 할 수 있다.


건강한 식생활에 대해서

많은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것은

바로 "제철 음식을 먹으라"는 것인데,

기후와 날씨에 최적화된 제철 음식들은

부러 구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주변에서 쉽게 얻을 수 있고

계절감에 맞게 효능을 가진 이 음식들은

몸을 건강하게 하고 지켜주는 역할을 하니

무엇이 좋은 음식인지 잘 모르겠으면

"지금 계절에 나는 음식을 먹는 것만으로도

건강을 챙길 수 있다"라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워낙 다양한 식재료들이 넘치는 요즘이다.

새벽 배송으로 먼 이국에서 나는 식재료나

계절감이 맞지 않는 과일 채소 등도

언제든 쉽게 받아볼 수 있고,

"먹기 위해서 농사를 짓는" 시기는 지났기에

직접 키운 것을 먹는 감동은 덜하지만

여전히 가장 소박하면서도 원초적인

이 건강함을 추구하고 좋아하는 이가 있다.


화가와 작가로 활동하며

자신이 일군 텃밭에서 키운 제철 재료들로

소박한 밥상을 꾸리고 있는 노석미 작가인데,

작가는 텃밭이 있는 지금의 집에서

15년 넘게 생활을 하며

매 계절마다 계절의 힘을 그대로 머금은 재료들로

자신만의 '먹이'를 만들고 있다.


조금 수고롭더라도 가능한 범위 안에서

음식의 재료를 직접 키우고

요리해서 먹고살고 싶다는 작가는

자신이 먹는 먹이가 어디서 왔는지,

그 먹이를 어떻게 요리해서 어디에 담아서

어느 곳에서 누구와 함께 먹는지

그런 것들이 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한다.


이 책은 그런 먹이의 기록이자,

계절에 어울리는 제철 음식의 레시피를 담은

작가의 식탁 일기이다.


〈먹이는 간소하게〉라는 제목처럼

화려하거나 복잡하지 않으면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제철 재료로 만든 간소한 요리들은

간단하지만 결코 간단하지 않은 맛으로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도

계절의 힘을 제대로 전달하고 있다.


쉽게 식재료를 구하다 보면,

식재료에 대한 감사함이 줄어들고

그렇게 쉽게 구한 재료들은

쉽게 소비하고 쉽게 버려지곤 한다.


실제로 농사를 지어보거나

텃밭에서 채소들을 키워 봤다면

내 입에 들어오는 재료 하나를 키우기 위해

얼마나 많은 정성과 노력과 노동이

들어가는지 알 수 있는데

그 노동을 내가 직접 행하지 않았다고 해서

재료들을 쉽게 다루고 버리는 것은

지구를 살아가는 한 명의 인간으로서도

옳지 않은 태도라고 생각한다.


작가는 자신이 먹는 먹이에 대하여

보다 진지하게 임한다.

재료를 키우는 과정부터 그것을 먹기까지

온 정성과 마음을 다해서

그리고 지금만 즐길 수 있는 그 '한정적'임에

감사함을 느끼는 것이다.


하루 세 끼, 자연스럽게 먹는 음식들 앞에서

감사함을 느끼지 못하는 오늘날의 우리들에게

잊고 있던 감사함이나 소중함을 느끼게 하는

소박하면서도 묵직한 그런 책이었다.


계절감이 제대로 느껴지는 식재료들과

보는 것만으로도 입에 침이 고이는 이름,

그러면서도 복잡하지 않고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레시피는

가장 원초적인 즐거움이면서

내가 나를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숭고한 노동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에 아파트 내에서 진행한 텃밭사업에 뽑혀

미니텃밭을 관리하게 되었다.

이전에는 쉽게 구할 수 있는 식재료라

남아서 방치해두었다가 버리는 것들도 많았는데,

직접 키우고 채집해서 먹다 보니

상추 잎 한 장도 얼마나 소중하게 느껴지는지 모르겠다.


농부의 마음으로,

내가 나를 먹이기 위해 더한

정성과 노동의 대가로써

우리에게 주어진 이 식재료들을

항시 감사하는 마음으로 제대로

만끽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작가의 레시피를 보며 따라 하고 싶은 요리들도 챙기고,

또 계절을 그대로 담은 나만의 레시피도

정리하면 의미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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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집
정보라 지음 / 열림원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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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열림원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1953년 6·25 전쟁 이후 현재까지

20만 명이 넘는 한국 아이가 해외로 보내지며

"한국은 최대의 아기 수출국"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다.

세계 최저 출산율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세계 3번째 아기 수출국에 오른 우리나라.

어째서 이런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걸까?


전쟁 이후 먹고살기 힘들어, 입 하나라도 줄이기 위해

혹은 아이가 굶지 않고 잘 자라길 바라는 마음에

울며 입양을 보내진 이들도 있지만,

이들 중에서는 자신의 뿌리를 찾아 한국을 찾았다가

"자신은 버려진 것"이 아닌

"빼앗기고 도둑맞은 피해자"임을 알게 된 경우도 많다.


가장 보호받고 사랑 속에 양육 받아야 할

"아이들"이 전혀 보호받지 못하는 현실 속에서

모든 아이에게 언제나 갈 곳이 있는 사회,

언제나 지낼 집이 있고 언제나 반갑게 맞이해주고

돌봐 주는 존재들이 있는 사회를 상상하며

비현실의 평행 우주를 통해

"아이들의 것인 아이들의 삶"을 담아낸 작품이 있다.


2022 부커상 최종 후보

2023 전미도서상 최종 후보

2025 필립 K.딕상 최종 후보에 오르며

한국 장르문학의 중심에 있는

정보라 작가의 신작 소설

〈아이들의 집〉이다.


자신만의 색을 가진 장르문학으로

많은 이들의 가슴을 울리고 있는 정보라 작가가

이번에 택한 주제는 바로 "아이들"이다.

출산율이 급감하며 "나라 소멸 위기"까지

운운되고 있지만, 우리는 "왜 아이를 낳지 않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을 생각하기보다는

어떻게 출산율을 올릴지

방법에 대해서만 고민하고 있다.


작가는 이런 반대의 입장에서 접근을 한다.

아이 울음소리는 줄었지만,

우리가 낳은 아이들이 외국으로 팔려가는 현실과

그 어둠 속에 담긴 이야기들을 통해

우리가 제대로 마주해야 할 진실을 얘기하는 것이다.


가상의 어떤 세계.

이곳에서 아이들은 제대로 보호를 받으며 살아간다.

부모 밑에서 지낼 수도 있고,

부모가 일을 하거나 사정이 여의치 않을 때는

아이들을 돌봐주는 인력이 있는

"아이들의 집"이라는 공간에서

보호를 받고 돌봄을 받으며

그런 제도가 갖추어져 있는 사회에서 살아가는 것이다.


소설 속에서도 이런 아이들의 집에 대하여

찬반 논란이 뜨겁다

누군가는 "아이는 엄마와 아빠 사이,

부모 사이에서 양육되어야 한다"라며

아이들의 집을 없애야 한다고 하고,

누군가는 아이들이 자라나는 데 있어 필요한

보호와 양육을 제공하는

아이들의 집에 대하여 공감하고 말이다.


거주 조사인으로 일하고 있는 무정형이

아이가 시신으로 발견된 집을 조사하고,

그 집에 새로운 주거인이 살고 나가기를 반복하며

업무를 위해 방문한 이곳에서 보게 된

미스터리한 기이한 존재.

그리고 의문을 가지게 하는

'어린 사람들의 행복을 지지하는 모임'까지

소설 속 이야기들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며

이 미스터리한 이야기들이 말하고자 하는

진실을 향해 정신없이 내달린다.


낯선 언어를 사용해 번역기를 통해야만

대화를 할 수 있는 외국인 아닌 외국인,

내국인 아닌 내국인 관과 그 연인 표까지

인물들의 뿌리를 찾아가다 다다르는 끝에는

이미 현재의 우리에게는 익숙한 현실이지만

잔혹하고 폭력적인 진실 앞에서

부끄러움과 무심함을 느끼게 되었다.


영화 보다 더 영화 같은 현실 이야기인

《수잔 브링크의 아리랑》이나

뿌리를 찾아 한국을 방문한 입양인들의 사연은

입양 뒤로 숨겨진 차가운 현실과

잘못된 제도적인 문제,

또 처리하기에 급급했던 과거의 부끄러운 민낯을

낱낱이 드러내곤 했다.



정보라의 이번 작품도

그런 이야기들의 연결선이자

역설적으로 비현실적인 현실을 드러냄으로써

우리가 잊고 있던 진실을 수면 위로 끌어올린다.


"아이들이 살기 좋은 사회"가 된다면

자연스레 아이를 낳고 키우게 되지 않을까?

가장 연약하고 작은 존재인 아이들이

오롯이 살아내기가 힘들어진 상황에서

출산을 피하고 외면하며

이미 태어난 존재들조차 물건처럼 팔아버리는

비현실적인 현실이 조금은 나아지지 않을까?

또 지금껏 외면해 온 그들의 상처는

어떻게 안아줄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연신 스스로에게 던지게 되었다.


태어나는 것은 아이가 선택할 수 없다.

이 주어진 탄생 앞에서 아이들이 행복하고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그런 집을 만들어줄 수 있는 어른이 되어야겠다고,

한때는 아이였던 자란 아이로서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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