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집
정보라 지음 / 열림원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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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열림원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1953년 6·25 전쟁 이후 현재까지

20만 명이 넘는 한국 아이가 해외로 보내지며

"한국은 최대의 아기 수출국"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다.

세계 최저 출산율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세계 3번째 아기 수출국에 오른 우리나라.

어째서 이런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걸까?


전쟁 이후 먹고살기 힘들어, 입 하나라도 줄이기 위해

혹은 아이가 굶지 않고 잘 자라길 바라는 마음에

울며 입양을 보내진 이들도 있지만,

이들 중에서는 자신의 뿌리를 찾아 한국을 찾았다가

"자신은 버려진 것"이 아닌

"빼앗기고 도둑맞은 피해자"임을 알게 된 경우도 많다.


가장 보호받고 사랑 속에 양육 받아야 할

"아이들"이 전혀 보호받지 못하는 현실 속에서

모든 아이에게 언제나 갈 곳이 있는 사회,

언제나 지낼 집이 있고 언제나 반갑게 맞이해주고

돌봐 주는 존재들이 있는 사회를 상상하며

비현실의 평행 우주를 통해

"아이들의 것인 아이들의 삶"을 담아낸 작품이 있다.


2022 부커상 최종 후보

2023 전미도서상 최종 후보

2025 필립 K.딕상 최종 후보에 오르며

한국 장르문학의 중심에 있는

정보라 작가의 신작 소설

〈아이들의 집〉이다.


자신만의 색을 가진 장르문학으로

많은 이들의 가슴을 울리고 있는 정보라 작가가

이번에 택한 주제는 바로 "아이들"이다.

출산율이 급감하며 "나라 소멸 위기"까지

운운되고 있지만, 우리는 "왜 아이를 낳지 않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을 생각하기보다는

어떻게 출산율을 올릴지

방법에 대해서만 고민하고 있다.


작가는 이런 반대의 입장에서 접근을 한다.

아이 울음소리는 줄었지만,

우리가 낳은 아이들이 외국으로 팔려가는 현실과

그 어둠 속에 담긴 이야기들을 통해

우리가 제대로 마주해야 할 진실을 얘기하는 것이다.


가상의 어떤 세계.

이곳에서 아이들은 제대로 보호를 받으며 살아간다.

부모 밑에서 지낼 수도 있고,

부모가 일을 하거나 사정이 여의치 않을 때는

아이들을 돌봐주는 인력이 있는

"아이들의 집"이라는 공간에서

보호를 받고 돌봄을 받으며

그런 제도가 갖추어져 있는 사회에서 살아가는 것이다.


소설 속에서도 이런 아이들의 집에 대하여

찬반 논란이 뜨겁다

누군가는 "아이는 엄마와 아빠 사이,

부모 사이에서 양육되어야 한다"라며

아이들의 집을 없애야 한다고 하고,

누군가는 아이들이 자라나는 데 있어 필요한

보호와 양육을 제공하는

아이들의 집에 대하여 공감하고 말이다.


거주 조사인으로 일하고 있는 무정형이

아이가 시신으로 발견된 집을 조사하고,

그 집에 새로운 주거인이 살고 나가기를 반복하며

업무를 위해 방문한 이곳에서 보게 된

미스터리한 기이한 존재.

그리고 의문을 가지게 하는

'어린 사람들의 행복을 지지하는 모임'까지

소설 속 이야기들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며

이 미스터리한 이야기들이 말하고자 하는

진실을 향해 정신없이 내달린다.


낯선 언어를 사용해 번역기를 통해야만

대화를 할 수 있는 외국인 아닌 외국인,

내국인 아닌 내국인 관과 그 연인 표까지

인물들의 뿌리를 찾아가다 다다르는 끝에는

이미 현재의 우리에게는 익숙한 현실이지만

잔혹하고 폭력적인 진실 앞에서

부끄러움과 무심함을 느끼게 되었다.


영화 보다 더 영화 같은 현실 이야기인

《수잔 브링크의 아리랑》이나

뿌리를 찾아 한국을 방문한 입양인들의 사연은

입양 뒤로 숨겨진 차가운 현실과

잘못된 제도적인 문제,

또 처리하기에 급급했던 과거의 부끄러운 민낯을

낱낱이 드러내곤 했다.



정보라의 이번 작품도

그런 이야기들의 연결선이자

역설적으로 비현실적인 현실을 드러냄으로써

우리가 잊고 있던 진실을 수면 위로 끌어올린다.


"아이들이 살기 좋은 사회"가 된다면

자연스레 아이를 낳고 키우게 되지 않을까?

가장 연약하고 작은 존재인 아이들이

오롯이 살아내기가 힘들어진 상황에서

출산을 피하고 외면하며

이미 태어난 존재들조차 물건처럼 팔아버리는

비현실적인 현실이 조금은 나아지지 않을까?

또 지금껏 외면해 온 그들의 상처는

어떻게 안아줄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연신 스스로에게 던지게 되었다.


태어나는 것은 아이가 선택할 수 없다.

이 주어진 탄생 앞에서 아이들이 행복하고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그런 집을 만들어줄 수 있는 어른이 되어야겠다고,

한때는 아이였던 자란 아이로서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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