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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자의 죽음에 관하여 ㅣ 매드앤미러 1
아밀.김종일 지음 / 텍스티(TXTY) / 2024년 7월
평점 :
"행복한 신혼, 죽음에서 돌아온 남편이 문득 낯설게 느껴진다."
행복해야 할 신혼부부, 죽음에서 돌아온 남편이
전과 다르게 낯설게 느껴진다는 설정에서
시작한 두 가지 다른 이야기가 있다.
국내 대표 호러 창작 집단 매드클럽과
국내 최대 장르 작가 공동체 거울의 조합으로
탄생한 '매드앤미러'시리즈의
《배우자의 죽음에 관하여》를 만나보았다.
같은 한 줄의 문장을 바탕으로 만든
두 가지 다른 이야기가 펼쳐지는
매드앤미러 시리즈는
두 작가가 서로의 파트를 가져와 반영하는 등
여느 소설과는 다른 색다른 시도를 하여
그 읽는 재미가 더해졌는데
이전에 먼저 읽었던 매드앤미러 시리즈 2편인
《사라진 아내가 차려준 밥상》의 경우
각기 다른 시대를 배경으로 해서
아예 다른 전개가 이어졌다면
《배우자의 죽음에 관하여》는 주인공들의 직업이
소설가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고
남편과 아내 둘이 서로 의심을 하고 숨기는 비밀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맥락이 비슷하게
진행되는 부분이 있어서 신기했다.
결혼식 이후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신혼부부에게 '죽음'이라는 키워드가 굉장히
이질적인 느낌인데, '죽음'에서 돌아온 이후
다른 사람처럼 바뀐 배우자를 대하는
혼란스러움이 묘한 공포감을 더하기도 했다.
첫 번째 작품인 〈아름다움에 관한 모든 것〉은
아름다움을 탐구하는 미학자 은진과
소설을 쓰는 남편 동우는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자신들만의 결혼식을 치르고 부부가 된다.
'원가족'과는 다른 가족이 될 거라 선언한 그들은
결혼식 이후 친구들을 초대한 집들이에서
친구들을 바래다주러 간 남편을 찾으러 나갔던
은진이 우연히 남편이 통화하는 것을 엿듣게 되고,
한없이 자신에게 다정하고 사랑을 쏟던 남편이
친구에게 자신에 대한 험담을 하는 것을 알게 된다.
집으로 돌아온 남편과 이 통화에 대해 얘기를 하다
다툼으로 번지고, 오해라며 그녀의 화를 풀려던
동우를 거절하다 은진은 우발적으로 그를 죽게 한다.
사랑하는 남편을 살리고 싶어 하던 은진은
길에서 만난 노파의 도움을 받아 그를 살려내지만
다른 사람 눈에는 정상적으로 보이는 남편의 모습이
그녀에게는 죽었을 당시의 모습 그대로
피를 흘리고 고개가 꺾이며, 시체처럼 차가운 피부로
이전과는 다르게 느껴졌던 것.
자신의 환각일 거라고 생각하며,
이제 완벽해진 그들의 결혼생활을 유지하려
애쓰던 은진은 일도 생각처럼 풀리지 않는 자신과 달리
승승장구하는 동우의 모습을 보며
자신이 줄곧 가지고 있던 신념마저 흔들리게 되는데
남편이 죽었었다는 기억을 일깨우면 안 된다는
노파의 조언대로 은진은 끝까지 비밀을 지킬 수 있을까?
변해버린 남편의 모습을 그녀는 언제까지
사랑할 수 있을까?
두 번째 작품인 〈해마〉는 교통사고 이후
악몽에 시달리는 웹 소설 작가 회영의 시선에서 시작된다.
그녀만을 사랑하고 아껴주는 의사 남편 시광은
과거 그녀가 엄마에게 받았던 상처까지
잊을 수 있을 만큼 그녀에게 헌신적인데,
실제 사고의 사실과 다르게 회영의 악몽 속에서는
사고의 모습이 다르게 묘사된다.
남편이 소개해 준 정신건강 전문의를 만나며
자신의 '해마'가 다른 이들보다 2배는 큰 사이즈며,
별다른 이상이 없다는 진단을 받고 돌아오는 길
그녀를 쫓아오는 검은색 SUV 차량에 두려움을 느낀다.
이후 강의 자리에서 불편한 질문을 하던 여자가
지난날 자신을 쫓던 검은색 SUV 차랑의
주인임을 알게 되고 용기 내어 그녀와의 대화를 갖는다.
처음 만나는 사람인 줄 알았던 그녀는
알고 보니 회영과 남편 시광이 피해자였던
지난 교통사고의 가해자 여자친구로
그 차량에서도 동승했던 사실을 알게 된다.
"지금 남편이 진짜라고 믿으세요?"라며
질문을 던지는 그녀의 말에 흔들리는 회영.
이어지는 여러 가지 의심스러운 상황들 앞에세
남편 시광의 모든 것들이 전과 다르게 낯설기만 하다.
사고 이후 전과 다른 모습을 보이는 남편과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 이들에 대해
정보를 알려주겠다는 탐정사무소까지 찾아간 회영.
과연 남편의 진짜 모습은 어떤 모습인지,
일어났던 사고와 무슨 연관이 있을지
마지막까지 이어지는 반전이 흥미진진했다.
결혼이라는 것은 서로 다르게 살아온 두 사람이
가족이 되어 서로 이해하고 맞춰가는 과정이 필수다.
이전에는 몰랐던 부분을 결혼 이후 발견하기도 하고,
때로는 '이 사람이 이런 사람이었어?' 하며 그 모습에
실망도 하기도 하면서 말이다.
무엇이 진짜 모습이고 가짜 모습인지가 아니라
드러나지 않았던 모습이 수면 위로 올라왔을 뿐
그것을 발견하고 느끼는 상대방의 마음 차이가
'변했다'라고 생각하게 하는 것 같다.
이 차이에서 비롯된 미스터리 비함을 극대화한 게
바로 이번 매드앤미러 시리즈의 첫 번째
《배우자의 죽음에 관하여》였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두 가지 이야기 모두 배경이
지금 현재를 다룬 데다가 사랑하는 상대에 대한
의심이 커지면서 생기는 신뢰의 금을
극대화한 스토리의 전개가 굉장히 흥미진진했다.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예측하고 빗나가고
다시 또 반전이 생기는 과정이 여느 소설집보다도
더 진한 여운을 만들었던 것 같다.
매드앤미러 시리즈마다 등장하는 '매미'와
작가들이 서로 바꾸어 채택한 서로의 구절까지,
다음에 나올 시리즈의 새 작품이 기대됐다.
한 여름에 어울리는 으스스함과 추리를 모두 담은
그런 소설이었다.
"이 글은 텍스티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저의 솔직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