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난 일을 하면 어떻게든 굴러간다 - 작은 회사가 지속 가능하게 일하는 법
미시마 쿠니히로 지음, 박동섭 옮김 / 유유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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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라는 것은 1인 회사부터

엄청난 인원이 일하는 대기업까지

규모가 각양각색이다.

회사의 운영이라는 것이

꼭 규모로만 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작은 회사를 운영하는 것과

큰 회사를 운영하는 것에는 절차나 접근하는 방식,

인력을 대하는 마음부터 큰 차이가 있을 수 있겠다.


300명대의 중소기업에서 시작해

1500명에 달하는 인원이 있는 대기업에 다니다가

현재는 자매들끼리 일을 하고 있는 작은 회사까지

다양한 회사에서 일을 하면서 '회사를 운영한다는 것'에

대한 의미를 매번 다르게 느낀 것 같다.


각 회사의 규모에 따라 장단점이 있지만

항상 회사에 다니고 있는 '지금'이

가장 좋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데,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지금의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지속가능한' 일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을 항시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그런 마음속의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고 싶기도 했고,

이왕하는 일 '재미있게 즐기면서' 하고 싶었던

마음의 바램을 담아서 펼쳤던 책

《재미난 일을 하면 어떻게든 굴러간다》이다.

책 자체의 제목에서도 굉장한 흥미진진함이 느껴졌고

작은 회사가 지속 가능하게 일하는 법이라는

소제목이 특히나 와닿았다.


'지속 가능한'이라는 표현을 상당히 좋아하는데

생태계와 환경을 고려한 의미의 지속가능성과

경제학에서의 해석인 장기간 지속되는

실제 이익과 생산의 증가라는 의미 두 가지 모두를

좋아하는지라 어떤 의미에 대한 해석이든

나아갈 방향을 찾는 데 도움이 될 것만 같았다.


이 책은 일본의 출판사 '미시마샤' 대표인

미시마 쿠니히로가 쓴 책으로

출판사를 운영하면서 느꼈던 그만의 생각과

출판사 서포터즈에게 보냈던 글들을 모아 엮은 책이다.


무언가 회사의 운영 자체에 대한 것을

바라는 사람이라면 갑작스레 시작한

출판사 얘기에 '제목과 맞지 않는 얘기다'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시야를 넓혀 출판사라는 특성을

어느 정도 인식만 한 상태에서

'일'을 바라보는 시선을 바꾼다는 관점에서

접근한다면 미시마 쿠니히로와

미시마샤 출판사가 전하고자 하는 얘기를

이른바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들을 수'

있을 것이다.


좋아하는 것을 일로 삼게 되었을 때

전처럼 '즐거움' 만으로만 대할 수 없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좋아서 재미있어서 취미로 하던 것이,

재능이 되고 그것이 일이 되었을 때

마냥 재미로만 즐길 수 없고,

그것을 어떤 식으로든 평가가 된다고 생각했을 때

내가 가장 잘하고 즐기는 그 '재미'를 제대로

느낄 수 없기 때문에 그 괴리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일에 있어서 나만의 방식을 만들고

(그 시작과 계기가 어떻든지 간에)

그것을 지속할 수 있도록 유지해가는 과정에 있어서

고군분투를 가득히 담은 것 같아서

더욱이 공감이 갔었던 책이다.


미시마샤 출판사는 여느 출판사와 다르게

유통망을 끼고 책을 납품하는 것이 아니라

직거래 시스템을 통해서 책을 직접 유통하고 있었다.

거기다 출판사 회사 자체도 굉장히 작았고

적은 인원이 시작했기 때문에

그야말로 엑셀을 할 줄 모르는 사장,

디자인을 할 줄 모르는 직원이 도서 디자인을 맡는 등

'이렇게 운영한다는 게 말이 돼?'라고

생각할 수 있는 일이 너무나 다반사로 일어난다.


혼자서 만든 출판사가 열네 명이라는 직원을 두고

일을 하도록 성장하기도 하며,

때로는 자금이 제대로 융통되지 않아서

위기에 빠지기도 한다.

힘들었던 그 시기, 오히려 새로운 직원을 뽑기도 했었고

계속 운영을 하기 위해 노력하던 시간들을 회상하며

미시마샤는 작은 회사가 유지되기 위해

근본적으로 가져야 할 마인드를 일깨운다.


그들에게 가장 큰 힘이 된 것은

'미시마샤 서포터즈'라 불리는 팬들의 끝없는 응원!

어떤 결정을 내리든 응원해 주는 팬들 덕분에

계속되 올 수 있었고 꾸준한 그 사랑에 힘입어

지금까지 15년이라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한 달에 한 번씩 서포터즈에게 보내는 글을 통해

출판사에 대한 새로운 소식을, 계절에 대한 소회를,

때로는 어려움을 토로하기는 하지만

그러한 시간들은 '미시마샤 다운 분위기'를

만드는데 큰 몫을 했다.


책을 통해 미시마샤의 '그럭저럭'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마인드가 참 부러웠다.

느슨하지 못하고 늘 빡빡하게 조이고 당기는

나에게 조금은 설렁설렁한 그 느낌은

어쩐지 나태하다는 생각에 취하지 못했던

자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럭저럭해도 결국은 굴러간다는 것이

미시마샤의 포인트가 아닐까.


그가 책의 후반 출판사 운영에 관련해 전했던

'자전거 조업'이라는 표현이 특히나 와닿았다.

각 개인이 하나의 주자가 되어 페달을 밟는 만큼

움직인다는 자전거 이론!

결국은 내가 움직이고 페달을 밟은 만큼

적어도 딱 그만큼은 '나아간다'라는 것은

그 무엇보다도 정확한 변화이다.


꼭 매출이 커져야 해, 회사가 성장해야 해라는

생각에 사로잡히지 않고

지금 각자의 위치에서 할 수 있는 만큼의

페달 밟기를 한다면 그래서 구성원 서로가 함께

하나씩 생각하고 시도하고 실패하고 철회하며

고치고 조금씩 해결에 가까이 다가가는 것이

자전거 조업의 묘미라는 것을 미시마샤를 통해서

제대로 배울 수 있었다.


작은 회사를 운영한다는 것은

물론 그 회사를 키워서 대기업으로

만들고 싶을 수도 있지만

회사의 규모 자체를 한정하기보다는

'지속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기 위함이 더욱 크다.

그런 지속가능한 일을 찾는 과정을

미시마샤의 얘기를 통해서 얻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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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변호사 홍랑
정명섭 지음 / 머메이드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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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법 앞에서는 공정하다'라는 말이 있듯이
우리는 법 앞에서 자신의 권리를 찾고
피해를 호소하며 그에 따른 처분을 받기도 한다.
헌법이 제정된 이후 법으로 다스리는
다양한 사건들을 쉽게 볼 수 있지만
오래전 조선시대에는 과연 어땠을까?
그때도 재판이나 법으로 다스리는 일이 있었을까?
하는 궁금증이 늘 있었다.
국민이 주인인 민주주의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자유로이 낼 수 있는 오늘과 달리
절대 권력을 가진 왕이 있고,
그것이 대물림되어 이어진 조선시대에도
과연 억울함을 가진 이들이 처한 상황을
제대로 판단해 줄 근거가 있었는지 말이다.

우리의 예상과 다르게 조선이라는 나라는
최대한 법에 근거해 판결과 처벌을 내렸다고 한다.
신분제도가 있기는 했지만,
임금이라도 하더라도 사형집행과 처벌을
대신들과 의논했다고 하니
법치국가로서의 기틀은 그때부터 다져왔던 것 같다.
이런 조선시대의 법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주고
실제 있었던 사건들을 바탕으로
재미있게 구성한 소설을 만났다.
《조선변호사 홍랑》이다.

변호사라는 표현을 당시에는 쓰지 않았고
외지부라는 호칭으로 불렸는데
송사를 담당했던 조선변호사,
당시에는 더욱이 보기 힘들었을 여성이라는
한계를 뛰어넘은 '홍랑'이라는 인물을 통해
법을 악용하는 이들에 대한 통쾌한 복수와
사건들에 대한 추리, 죽음과 관련된 미스터리까지
재미있게 풀어낸 작품이었다.

작품을 쓴 작가는 대기업 출신으로
바리스타를 거쳐 현재 전업 작가로
다양한 작품들로 이미 탄탄한 팬층을 가지고 있다.
나는 이번 작품을 통해서 정명섭 작가를
처음 알게 되었는데
기존에도 2016년 《조선변호사 왕실 소송사건》
을 통해 조선시대의 송사를 다뤘고,
이를 통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NEW 크리에이터 상도 받았다고 한다.

이번에 읽게 된 《조선변호사 홍랑》에서도
홍랑이 외지부를 맡으며 담당하게 된
사건을 통해 만나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배경이
다양하게 펼쳐져서 시리즈물의 영상화가
되어도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는데,
이전의 작품들도 천천히 만끽해 보며
작가의 세계관을 즐겨봐야겠다.

한 집안의 외동 딸로 태어나
역관 일을 하는 아버지 덕분에
부족함 없이 원하는 책을 읽으며
세상에 대한 걱정 없이 지내던 홍랑은
호기심도 많고 세상에 대한 관심도 많다.
몰래 구해온 법 관련 문서들을 익히며,
알음알음 마을에서 문제에 사로잡힌
사람들을 돕곤 했는데
그런 그녀의 집에 송사가 걸리면서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역관 일을 하는 아버지는
어머니의 친정인 처가댁에서 받았던
노비 가족에 대한 권리를 박탈당할 위기에 처한다.

역관이 되며 선물로 받았던 노비문서는
'여자라서' '딸이라서'
대를 잇는 자손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사회 분위기에서 돌려주어야 하는
송사에 휘말리게 하는 씨앗이 되곤 하는데,
억울하지만 주도면밀하게 준비해온
외가 쪽 사촌 한훤덕과 그의 외지부인 송철로 인해
그녀의 집은 송두리째 무너지고
건강하던 아버지도 한순간에 병을 얻어
세상을 떠나게 된다.

집을 급히 정리하고 큰아버지가 있는
수원으로 떠난 어머니를 뒤로하고
홍랑은 몸종인 고단이와 단둘이 서울에 남아
아버지의 원한을 갚고 억울한 사람들을
돕겠다는 생각을 '외지부'가 됨으로써
실천하게 되는데

과거 기생출신이자
홍랑처럼 억울한 사람들을 기꺼이 돕는
금용을 통해 본격적인 외지부로써 거듭나기 위해
대송노 덕환에게 송정에 필요한 것들을
배워나가고, 다양한 사건들을 마주하면서
본격적인 조선변호사 로서의 활동을 시작한다.
여러 사건들을 마주하면서 성장하는
홍랑의 모습을 지켜보며
자신의 복수와 아픔을 넘어
타인을 돕고 어루만지려 하는
그 순수하고도 진실한 마음의 힘이
그녀를 많은 한계와 제약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게 해주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지금도 유리천장이라 불리는
법조계에서의 여성의 역할이
조선시대에는 지금보다 더하면 더 했을 텐데
여성이기 이전에 나라에 속한
한 명의 국민, 한 사람의 사람으로서
자신의 몫을 톡톡히 해내는 그녀의 모습을
절로 함께 응원하게 되었다.

자신만의 방법과 해석으로
사건들을 풀어나가는 홍랑이
그토록 만나고 싶었던 원수 같은
한훤덕과 송철이 엮인 사건을 담당하며
절정에 이르는 장면은 그야말로
손에 땀을 쥐게 하였다.
현장에 대한 묘사를 한 문서만 보고도
사건에 대해 이만큼 다가가는 홍랑의 통찰력과
주저함이 없이 모험하는 기세는
지금 시대의 변호사에게도 필요한 점이 아닌가 싶다.

되돌릴 수 없는 아버지의 죽음이었지만,
결국에 자신의 힘으로 모든 사건을 해결하고
복수는 끝이 났지만 억울한 사람들을 위해
계속 앞으로 나아가는 홍랑의 앞길은
얼마나 탄탄하게 다져질지 기대가 되기도 했다.
나아가 마주하는 다양한 사건들을 다루는
시리즈물로써 속편이 나올 수 있다면
새로운 재미가 될 수도 있겠다.

'조선시대에 변호사가?'로 시작했던 질문은
마지막에 작가의 말을 통해
'실제 있었던 사건 기록'을 바탕으로
각색했다는 점에서 다시 한번 놀랐는데,
낯선 조선시대의 송사 과정과
꺼지지 않는 희망의 불씨까지
강렬하게 느낄 수 있었던
흥미진진한 미스터리 역사소설이었다.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라는 말처럼
'희망'이라는 것을 잃지 않는 우리가 되어야겠다.

"이 글은 레뷰를 통해 머메이드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저의 솔직한 후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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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에이저
신아인 지음 / 한끼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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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갈수록 중범죄를 저지르는 소년범들의 이야기를
심심찮게 접할 수 있다.
'아직은 보호와 지도가 필요한 나이'라는 이유로
범죄를 저질렀다 하더라도 처벌을 받지 않았던 그들은
스스로 반성과 개선의 노력은커녕
'촉법소년'에 속하는 나이라는 점을 노려
범죄를 저지르면서도 잘못을 느끼지 못하거나
고의로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도 있다.

이런 일련의 사건들을 겪으며 촉법소년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도 많이 달라졌는데,
촉법소년에 해당하는 나이를 현 만 14세에서
더 낮추어야 한다거나
나이에 관계없이 저지른 범죄에 대한 죗값을
치르게 해야 한다는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그들에 대한 처벌만이 문제해결이나 예방의
방법이 될 수 없고, 나날이 다양해져가는
촉법소년들의 범죄 앞에서 무엇이 효율적인지에 대한
고민은 앞으로 커져갈듯하다.

이런 십 대들, 법령의 저촉되는 행위를 했지만
아직 형벌 처벌을 할 수 없는 십 대들의 범죄와
이들에 대한 어른들의 시선을 담은 추리소설을 만났다.
《킬 에이저》라는 작품으로 출간 전부터
영상화 문의가 쇄도할 정도로 탄탄하면서도
끝까지 추리를 이어가게 하는 반전이 독특했던 작품이다.

범죄자들의 심리를 파악하고 사건을 분석하는
프로파일러 일을 하고 있는 해수.
보이지 않는 유리천장이라는 불리한 지위에서도
'주목받는 한국의 여성 리더 10인'에 선정되고
일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달려드는 전형적인 워커홀릭.
이혼을 하고 친정이 있는 대치동으로 돌아와
자신이 졸업한 명문 고등학교에
아들 도윤이를 전학시킨 후
좀처럼 성적이 오르지 않는 아들이 걱정스럽지만
여느 엄마들처럼 유난스러운 교육열을 보이지는 않고
늘 아이 같았던 아들을 아끼는 마음 하나만 가지고 있다.

사춘기를 맞이하며 늘 품 안에 있을 것만 같았던 아들에게
전과는 달라진 포인트들을 발견하고, 아들이 고백했다가
거절당한 여자친구 '태은'이라는 이름에 관심이 생긴다.
학부모 상담을 통해 방문했던 학교에서
우연히 태은과 태은의 엄마를 알게 되고,
그녀를 통해 전혀 알지 못했던 에이스 클리닉을 운영하는
'입시 컨설턴트' 승리를 소개받게 되는데,
학원도 아닌 병원 같은 모습의 클리닉에서
마시기만 하면 '달라진다'라는 약을 알게 되고,
해수는 이렇게까지 하고 싶지 않다고 거절했지만
몇 년째 약을 먹어왔다는 태은의 얘기와
승리의 이야기에서 고민을 하게 된다.

전학 후 적응기였던 도윤이 급작스럽게 회장 선거에
태은과 함께 출마하게 되고, 경쟁 후보이자
태은과는 좀처럼 좋아 보이지 않는 준우와의 만남,
작은 투닥거림이 있던 어느 날.
교내에서는 살인사건이 발생하게 된다.
그 사건으로 사망한 피해자는 다름 아닌 준우.
프로파일러로써 이 사건을 맡게 된 해수는
사건의 증거들과 자신의 추측을 통해
범인으로 태은을 의심하게 된다.
사건을 따라가던 중 연이어 발생하는 사건과
자꾸만 변해가는 도윤, 그리고 사건의 증거들이
자꾸만 아들 도윤을 범인으로 지목하는 것 같은데,
직업적 사명감과 아들을 둔 엄마의 입장에서
아들이 범인임을 인정하지도, 마냥 부정할 수도 없는 그녀.

그런 와중에 해수가 도윤이 나이대였던 학창 시절,
'공범'이라는 소리를 들으며 마지못해 응해야 했던
과거의 어두운 기억까지, 진실들이 서로 엉켜있다
풀려가며 밝혀지는 반전을 추리하는 과정이
굉장히 흥미진진한 시간이었다.

소설 속에서 자신이 범인이라 하는 '킬에이저'로
불러달라 하는 이가 등장한다.
그는 메일과 편지, 때로는 증거들로
사건을 향하는 해수의 방향을 어지럽힌다.
소설을 읽으며 내내 등장하는 아이들을
'어른들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평가하다 보니
진짜 중요한 포인트들을 놓치고 있는 것 같았다.
범죄라는 행위 자체, 그 행위에 대한 이유를 찾아
실마리를 찾아 따라가다 보니
사건의 결말은 생각과 다른 반전으로
충격을 주며 다가왔다.

범죄를 저지른 용의자 선상에 올라
조사를 받는 아이들의 말 한마디 한마디,
또 발생하는 사건들의 내용을 보며
이들 '촉법소년'이 어디까지 용서받을 수 있을지
나의 생각을 다시 묻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작품에서 등장하는 이들이 서로 얽힌 관계들이
순식간에 펼쳐지며 이들의 관계를 정리하며
다시 읽는 과정은 이야기 전체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기도 했다.

날로 대담해져가는 소년들의 범죄,
그들을 바르게 이끌어 나가야 하는 어른들이 가져야 할
마음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처벌만이 완전한 해결이라고 할 수 있을까?
또 처벌 없이 일상 속에 숨어들 촉법소년이라는
이름으로 살아갈 그들의 미래는 어떨지,
앞으로 우리가 그려나가야 할 사회상을 다시금
정리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었다.

"이 글은 한끼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저의 솔직한 후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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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낙원
김상균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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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소설인데도 ‘기억‘이라는 감성의 부분을 담았다는 점에서 새롭게 다가올것 같아요. 과학을 연구하는 작가가 그려낼 이야기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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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가 닿았던 모든 순간
무라야마 유카 지음, 양윤옥 옮김 / 놀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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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자신을 알아가는 시간.

청소년기는 그런 시기가 아닌가 싶다.

자신에 대한 무한한 탐구와 생각들을 하다 보면

어느새 흐르는 시간만큼 '어른'이라고 할 수 있는

그런 존재로 자라나니까 말이다.


이따금씩 흔들리는 그 시기에

"너답지 않게 왜 그래?"라는 말을 들으면

반사적으로 "나다운 게 뭔데?

진짜 내 모습도 모르면서!" 하면서

'나답다'라는 것에 대한 생각에 빠지게 되고 말이다.


아름답다는 말에서 '아름'이라는 것은

나라는 뜻이라고 한다.

나다운 것이 즉 아름답다는 것인데,

이런 나다움을 찾아가는 과정이 결코 쉽지 않고

또 무엇이 나다운지를 깨닫기까지는

나 혼자만의 생각이나 어떤 계기도 계기지만

타인과의 관계에서 비로소 자신과 마주하게

되기도 한다.


너무나 상반된 두 청춘이 서로의 민낯을 마주하고

스스로를 증오하고 망가뜨리는 대서 벗어나

비로소 나다운 모습을 찾아가는 시간을 담은 작품

《파도가 닿았던 모든 순간》이다.


어려서부터 서핑을 좋아하며

파도를 타는 그 순간을 좋아하는 미쓰히데는

다른 사람들 눈에는 농담도 잘하고

여자들에게 인기도 많고 친구들과의 관계도

너무나 좋아 보이는 무난한 모습이지만

사실은 어린 시절 이혼을 한 부모님,

그 뒤로 폭군 같은 아버지 아래서 자라며

아버지에 대한 미움도 이만큼 커져있는 상태이다.

급기야 아버지는 암 투병 중으로,

자신이 암에 걸렸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하는

아버지를 일주일에 한 번씩 간호하며

자신에게 유일한 낙이자 의미인 '서핑'만을

생각하는 굉장히 조용한 소년이다.


큼직한 키, 짧은 머리와 시원시원한 눈매.

학교에서 공부든 운동이든 모든 면에서 뛰어나

모범생으로 통하고 있는 후지사와 에리.

에리는 둥글둥글 여성스러워지는

자신의 몸을 보며 화가 나서 견딜 수가 없다.

얼핏 바른 생활 같은 가족들도,

일련의 사건을 계기로 집을 떠난 큰오빠 때문에

원하지 않던 가업을 이어받으며 함께 살게 된

작은오빠 식구들을 비롯해 3대가 함께 살고 있다.

여자를 보면 마음이 동하지만, 신체적으로는

여성으로써 남자에게 반응을 하는 그녀는

사람들의 기대에 맞춰 '착한 아이'로 행동하는

자기 자신을 증오하게 된다.


바다가 보이는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서로에게 연결고리가 전혀 없는 두 사람이 등장한다.

장마다 이야기의 화자는 미쓰히데와 에리가

번갈아가며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는데,

이윽고 둘의 마주함이 생기면서부터

같은 이야기를 두 가지 시선으로 볼 수 있게 된다.


'남들과 다르다'라는 사실에 자신을 극도로 증오하는

에리가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기 위함이기도 하고

또 모범생인 척 주변의 시선에 맞춰 살아가는 자신에게

미움을 표현하기 위해 극단의 방법으로 택한 것은

처음 알게 된 남자와 하루를 보내는 것.


집에도 거짓말을 하고 낯선 도시로 떠나

길에서 만난 낯선 샐러리맨과 관계를 맺게 되는 데,

기대하고 생각했던 게 아닌

허무하고 불쾌했던 기분을 느끼며

다시 집으로 돌아가려고 하는 길,

아는 사람이 없다고 생각했던 그곳에서

같은 학교에 다니는 미쓰히데를 만나게 된다.


모범생으로 타인에게 알려진

자신의 진짜 모습을 들킬까 봐,

이런저런 둘러댐을 할까 고민하는 에리에게

미쓰히데는 자신의 이야기를 먼저 꺼낸다.

엄마 아빠의 이혼, 그리고 아버지의 투병까지.

남들이 보기에는 도저히 믿어지지 않을 만큼

부자연스러운 일도 막상 본인에게는

자연스러울 수 있다며

누구나 당사자밖에 알지 못하는 사정이 있다는 게

바로 그런 거일 거라며

자신은 누구에게도 에리의 일을

얘기하지 않을 거라는 미쓰히데.


그 뒤로 모종의 거래를 하게 된 두 사람.

원할 때에 언제든 관계를 맺을 수 있고,

마음이 아닌 신체만의 교류를 한다는 점.

누구에게도 보여줄 수 없는 민낯의 자신을

가깝지 않은, 아니 오히려 가장 멀다고 할 수 있는

가장 먼 접전의 서로에게 보이며

그들은 그들만의 관계를 이어나간다.


에쿠니 가오리, 미야베 미유키와 더불어

일본 3대 여성작가로 물리는

무라야마 유카는 위태하고 불안한

그러면서도 앞으로 나아가는 청춘들의 이야기를

섬세한 자신만의 문체로 담아내며

진정한 자신을 발견하고 서로를 이해하는

'두 청춘의 관계'를 아름답게 펼쳐냈다.


10년 만에 복간한 이 책은

작품 속에서 미쓰히데와 에리의 관계를

섬세하게 묘사하며 '문제적 작품'이라는

평을 받으며 많은 이들의 열광을 끌어내기도 했다.

과감하고 담대한 표현은 책을 읽는 내내

어쩐지 누가 나를 보고 있는 건 아닌지

주위를 살피게 하곤 했는데

처음엔 서로에게 일부러 날선 말을 하고

상처를 주며 긁어대던 두 인물이,

반복되는 관계 속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또 상대를 품어주고 싶은 마음을 갖게 되면서

'육체적인 관계'를 넘어 '정서적 유대감'까지

갖게 된 이들이 비로소 마음까지 주고받으며

새로운 관계로 거듭나는 성장을 보여주고 있었다.


바른 생활을 하는 모범생의 이미지,

서핑에 대한 순수한 애정을 가진

두 사람이 각자 자신에게 주어진 틀을

흔들리고 넘어서면서

비로소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납득하면서 성장하는 모습은

'그래도 한 뼘 나아갔으니 됐다' 라는 생각과 함께

솔직해진 그들의 진심을 응원할 수 있게 되었다.


대단히 복잡한 일도 아닌데

유난히 크고 어렵게 다가오는 시간이 있었다.

매일 마주하는 나인데도,

내가 밉거나 이해할 수 없다가도

가족이나 타인과의 관계 사이에서는

기대에 어긋나기 싫어서 무난한 척

괜찮은 척 무리한 적도 있고 말이다.


마주할 수 없었던 자신과 제대로 설 수 있고

계속 치고 또 치는 파도를 넘어서

그 위에서 파도를 즐기는 모습은

어리기에 무모하게 할 수 있고

또 그때만이 가진 뜨거움을 제대로

느낄 수 있게 해주었다.


책을 덮으며 미쓰히데와 에리의

앞으로 펼쳐질 많은 날들을 가만히 생각했다.

그들은 어떤 어른으로 자라날까?

한결 단단해진 그 마음속에는

그래도 자신을 미워하고 이해하지 못하던 마음이

조금은 말랑해지지 않을까 하고 말이다.


여성작가 특유의 섬세하면서도 담대한 묘사에

작품 속에서 펼쳐지는 풍경과 바다의

짭조름한 냄새까지 느껴지는 것 같았던

그런 시간이었다.


"이 글은 다산북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저의 솔직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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