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에게 묻다
김희진 지음 / 폭스코너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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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라는 부조리한 세계를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은 참 다양하다.

사람들의 수만큼이나 그들의 인생 역시

다양하게 펼쳐지고 있는데

자신에게 주어진 사건 사고 혹은 어떤 상황에 있어서

그것을 대처하는 모습을 통해서

그들만의 해법을 볼 수 있게 된다.


정해진 해답이 없는 인생이라는 흐름 속에서

나라면 어떤 모습을 취했을까,

나라면 어떻게 풀어갔을까 하면서

타인의 인생 이야기를 통해

앞으로 나아가는 용기를 얻는다.


첫 소설집 이후 13년 만에 발표한

김희진 작가의 소설집 〈오후에게 묻다〉는

소설 속 주인공들에게 주어지는 사건사고,

그리고 그것을 마주하는 각 인물들의 대처를 통해

납득할 수도 화해할 수도 없는

부조리한 세상 속에서 어떻게든

'앞으로 나아가려는' 안감힘과 몸짓을 담고 있는데

작품을 통해서 또 다른 이름의 '용기'를 배울 수 있다.


소설집은 8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진다.

미발표작인 《늙은 밤》을 제외하고는

기존에 문학지를 통해서 발표했었던

작품들을 새로이 하나의 이름으로 묶었는데,


뜻하지 않은 사건사고와 상황에 휩싸이게 된

주인공들의 모습을 통해 우리 사회의 이면을

선명하게 드러내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갈 수밖에 없는 인물들의 처절한 사투와

나름의 안감힘을 보여줌으로써

우리의 마음을 위로하고 용기를 느낄 수 있게 하는

깊이 있는 작품들이 포함되어 있다.


《오후에게 묻다》는 번역 작업을 하다가 출출함을 느끼고

편의점을 향하다가 오해를 받고

경찰에게 잡혀 남의 집 자바라 문에 수갑으로 묶인

남자의 시선에서 펼쳐진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에서 시작된 남자의 생각은

집에 켜둔 가스불로 옮겨간다.

공범으로 오해받아 묶인 자신의 처지보다도

켜둔 가스불로 인해 생길 수 있는 화재에 대한 걱정으로

타인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그의 모습은 처절함

그 이상으로 다가온다.


《헤어지는 중》은 이혼을 앞두고 마지막 식사를

함께하는 부부의 이야기이다.

비누 향에 이끌려 만났던 남편과의 좋았던 시간,

서로가 익숙해지고 무료해지던 찰나에 들였던

로봇 강아지의 등장으로 나아질 거라 생각했던

그들의 부부생활은 더욱 흔들리고 만다.

물건 하나하나를 나누며 마지막을 향한 그들은

서로를 완전히 잊을 수 있을까?

마지막 반전의 내용까지 충격적이었던 작품이었다.


《어떤 외출》은 방이 이끄는 인력 때문에

10년 동안 방 밖을 벗어나지 않았던 주인공이,

아버지의 사망, 동생의 결혼 이후에도

줄곧 문을 닫고 지내던 자신만의 공간에서 벗어나

어머니를 위해 10년 만의 외출을 감행하는 이야기이다.

자신만을 생각했던 주인공이,

항상 옆에서 자신을 감싸고 기다리던 어머니의 사랑과

가족들의 희생을 깨닫고 두렵지만 한발 내딛는

용기를 내는 하루의 모습을 보여준다.

남들에게는 평범한 일상인 외출을

큰 용기와 결심이 있어야 하는 주인공의 모습을

한없이 응원하게 된다.


《거슬림》은 부모님의 중식당을 함께 운영하는 주인공이

좋아하는 여자를 위해 신발 도둑질을 하다가

동네 꼬마 아이에게 발각이 되고, 그 비밀을 들킬까

어린아이를 따라 추적하는 과정을 위트 있게 담았다.

성공을 위한 야망, 부모님의 기대를 채우고 싶은 그는

좋아하는 여자를 위해서 할 수 있는 자신의 몫을 찾는다.

그는 끝까지 자신의 비밀을 지킬 수 있을까?


《같은 일요일》은 매주 일요일마다 낡은 캐리어와

슈트를 입고 공항을 향하는 배달원의 이야기이다.

공항이라는 장소는 설렘이 가득한 곳인데,

어디로도 떠나지 못하는 현실 속에서

그는 자신이 말하는 대로 믿고 이루질 것 같은

공항에서 새로운 꿈을 꾼다.

일그러진 가정사의 어려움도

희망이라는 꿈이 있기에 이겨낼 수 있는 그는

이번 주도 다음 주도 일요일마다 공항을 찾을 것이다.


《그들의 고전주의》는 아이스크림 공장에서 일하는

대학생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방학기간을 이용해 아르바이트를 하는 주인공은

공장 안에서 벌어지는 차별과 폭력 앞에서

부조리함을 느낀다. 개선되지 않는 현실 앞에서

그가 택한 결말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늙은 밤》은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이해하기에는 아직 너무 어린 6살에게 벌어진

깊은 어둠에 대한 이야기이다.

아이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사건은

더욱 슬프고 씁쓸하게 느껴지게 하는데,

늦은 밤 잠들기 전 나눈 이야기들은

이해하지 못했지만 받아들인 슬픔으로 더욱 배가 된다.


《방은 모든 것을 기억한다》은 떠오르지 않는 기억 속

주머니 속 남겨진 주소를 따라 방문한 공간에서

남겨진 글을 보며 사건을 추리해가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자신의 주머니에 있는 주소는 누가 준 것인지,

이곳이 어디이고 왜 내가 이곳에 오게 되었는지

집안 곳곳에 남겨진 흔적을 따라가며 추리를 이어간다.

살인사건이 벌어진 것을 추측하게 되고,

범인을 찾아가는 과정은 흥미진진하기도 하고

'누가 대체 왜?'라는 물음 앞에서

주인공이 놓친 마지막 흔적 앞에 아연질색하게 된다.

우리는 자신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가?

우리가 잊은 것은 얼마나 중요한가? 하고 말이다.


이해하기 힘든 현실과 상황 속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마주 서는 주인공들의 모습은

참 다양하게 다가왔다.

인생이라는 다양한 갈래에서 그들과 다른

우리들은 또 어떤 모습의 인생을 살고 있는지,

어떤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오늘을 살아가야 하는

우리들에게 필요한 용기는 무엇인지

작가는 소설들을 통해서 독자들에게

그 용기를 찾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소설 속의 등장인물들을 따라 응원하다 보면

어느새 삶의 의지와 힘은 이만큼 샘솟는다.

각자의 인생에서도 그들처럼 우리도 지치지 않고

계속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이 글은 폭스코너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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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맞은 여자들 - 우리의 잃어버린 감정, 욕망, 행동에 관하여
엘리스 로넌 지음, 정혜윤 옮김 / 북라이프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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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으로 살아오면서 스스로 혹은

외부에서의 시선과 통제로 인해

불편하거나 포기하는 많은 것들이 있었다.

'여자는 이러저러해야 한다' 라든가

같은 여성이라 하더라도 서로를 향한 평가나 시선에서

'이런 건 좀 그렇지 않아?'라고 하며

정해진 틀 안에서 가두려는 모습들이 말이다.


시대가 변하고 수없이 많은 세대들이 태어나지만

여성들의 모습이나 권리, 그들을 향한 시선과 평가는

그다지 달라지지 않고 있다.

현재를 살아가는 한 명의 여성으로써

나는 어떤 모습으로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한 여성의 딸이자 손녀로

또 앞으로를 살아간 여성을 조카로 둔 이모로

여성들을 가로막고 있는 것들에서 벗어나

잃어버린 감정과 욕망 행동에 대해서 생각해 보는

계기를 주는 책을 만났다.

〈도둑맞은 여자들〉이다.


성별을 떠나 생각이나 본능에 있어서는

누구나 자율성을 가질 수 있기 마련인데

동서양을 막론하고 여성들에 대해서는

편견이라 해야 할지 역사적으로 이어져있다고 해야 할지

유난히 금지되고 검열되는 시선이 있다.


'좋은 사람'으로 평가받기 위해

우리는 스스로를 얼마나

많은 잣대와 검열로 통제했었는가?

저자는 역사가 금지한 7가지 악에 대하여

통제 당하고 있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다룸으로써

근본적으로 거슬러 올라가 잃어버린

우리의 자유를 되찾고자 한다.


한 여성으로 인생을 살아가면서

'대놓고 불평등'이라기 보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달리는 기분이 들 때가 있었다.

큰 목소리를 내는 여성들에게는

'드세다'거나 '기를 죽인다'라며

우악스러운 것이 마치 보편적 여성의 가치 추구에서

벗어난다는 잣대가 드리워졌다.


여자는 그것이 무엇이든 밝히면 안 되고

나서거나 완벽하지 않으면 안 되는 존재 같았다.

훌륭한 여성이라 평가받는 이들은

가정과 일에서 모두 완벽한 여성들이었고,

자녀를 양육하는 부부라 하더라도

집안에 소홀한 남편은

'집에 신경을 못 쓸 정도로

중요한 일을 하고 있는 훌륭함'

으로 평가를 받는 반면

일을 하느라 가정이나 육아에 소홀한 여성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기 위해 욕심을 내는'

으로 평가를 받는 것을 수시로 보기도 했다.


중요한 일에 역할을 다하는 것도

성적인 관계에 있어서 많은 경험을 가진 것도

그저 당연하게 남성에게만 주어지는

현실이니 말이다.


우리는 그동안 잘못되었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수많은 시선들의 기준에 대해서 거슬러 올라간다.

여성들에게 주어진 그 기울어진 시선에서

출발한 이야기는 남성과 여성으로 구분 짓는

어떤 것이 아니라 인간으로서 가져야 할 평등에 대해서

새로운 기준을 가져가자는 이야기로 발전한다.


서로 다른 성별의 것을 빼앗음으로써 가져오는

평등이 아니라 오롯이 한 사람으로 가져가야 할

평등과 자유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다.


내가 그동안 살아오며 느꼈던 불편함이나 불공정함이

내가 비뚤어져서 가진 생각이 아니라

우리가 잃어버린 것이었다는걸,

그것을 바꿔나가기 위해서 어떤 시선을 가져야 할지를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작가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음으로 인해서

7가지 죄악에 대한 구체적인 이해를 할 수 있었다.

세상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사람에게 맞춰져야 할 많은 것들,

그 속에서 잃어버린 여성들의 자유를 찾아본다.


"이 글은 북라이프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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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멈춘 카페 도도 카페 도도
시메노 나기 지음, 장민주 옮김 / 더퀘스트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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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상념에 사로잡히고 지친 날

모든 걸 내려놓고 다 잊고 쉬고 싶은 순간이 있다.

지친 손님들에게 힘이 되는 작은 위로를 주는 카페,

도심 속 숨겨진 공간 같은 이곳에서 펼쳐지는

따뜻한 이야기가 벌써 세 번째를 맞이했다.


코로나와 함께 전 세계적인 불황이 찾아왔고

우리는 직장이나 가정에서도 타인과의 관계에서도

'잠시 멈춤'을 마주하게 되었다.

바이러스로 인한 타인과의 단절은 사람만이 주는

따스함을 잃었다는 정서적인 아쉬움도 있었지만

뒤이어 찾아온 경제 불황은

누군가에게는 직장과 터전을 잃는 큰 변화로 다가왔다.


길을 다니다 보면 꼭 번화가가 아니더라도

상점가가 수시로 바뀌는 것을 목도한다.

오래도록 한자리를 지키는 가게들도 있지만

1~2년도 채우지 못한 채 다른 곳으로 바뀌거나

텅 비어있는 채로 '임대문의'를 붙이고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도 쉽게 볼 수 있다.


이 쓸쓸한 공백은 단순히 오래된 가게가 사라진 것에

대한 아쉬움이 아니라, 언젠가 우리들도 이렇게

사라질 수 있다는 생각에서 오는 것이 아닐까?


늘 따스하고 희망적인 느낌을 주던 소로리의

'카페 도도'도 세 번째 이야기에서는 변화를 마주했다.

SNS를 통해 입소문을 타면서 조용하고 한적했던

1인 전용의 카페는 순식간에 내부는 물론

바깥 좌석까지 꽉 차게 되었고,

손님들과 대화를 나누며 작은 선물을 나누던 곳은

그런 여유를 잃고 말았다.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는 것은 '가게'라는 점에서

좋은 의미이지만, 어쩐지 카페를 운영하는 소로리는

이 북적거리는 번잡함 속에서 알 수 없는 씁쓸함과

어떻게 해야 할지 방황을 느끼곤 한다.

그런 변화를 마주한 카페 도도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손님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오늘의 추천 메뉴로 어김없이 문을 연다.


1편부터 꾸준하게 등장하는 단골손님뿐 아니라

우연히 이곳을 발견한 혹은 SNS를 통해 알게 된

새로운 손님들이 등장한다.

각기 고민과 부침을 느끼며 일상 속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을 가지고 있던 이들은

소로리가 내어주는 메뉴들을 통해

하루의 시름, 고민을 잃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수수께끼 같은 고민의 답을 조금씩 찾아나간다.


너무나 잘 풀리고 있지만 그 속에서 진짜 이게

내가 원하고 하고 싶었던 일이 맞는가에 대한 고민,

이혼 이후 자신감이 떨어진 상태에서 시작한

새로운 일에서 오는 부침,

너무나 완벽해 보이는 직장동료에 대한 질투,

고정적이고 타이트한 자신의 일에 대한 자세에서

조금은 느슨함을 느끼고 싶은 손님 등

각자 자신이 가진 고민들을 지니고 카페를 찾은 이들은

서로를 스치고 지나가며 같은 음식을 통해

서로 다른 위로를 얻는다.


공통적으로 느낀 그들의 키워드는

소로리가 느낀 그것과도 일치하는 '잠시 멈춤'

쉴 틈이나 여유 없이 달려온 그들에게

'멈춤'이라는 것이 주는 의미는

이것이 실패나 포기가 아닌

새로운 시작을 위한 충전으로 다가왔다.


달콤한 음식이 주는 힘은

맛도 있지만, 그 자체로 '나를 위한다'라는 것이

가장 큰 것 같다.

미스터리한 메뉴 이름을 바라보며

메뉴의 의미를 찾아가다 보면

어느새 그 속에서 나의 고민에 대한 해답을

찾아가기도 하고 말이다.


언제나 변치 않는 마음으로 그 자리를 지켜주는

카페 도도가 있기에 그들은 충분히 위로받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쉴 틈 없이 돌아가는 일상에서 잠시나마

짬을 내어 쉬어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가 놓치고 있던 그 여유와 쉼이 주는 힘을

잊지 말라고, 카페 도도는 얘기한다.


개인적으로는 지난 시리즈를 포함해

3편의 시리즈 중 마지막 편이라고 하는

이번 시리즈가 가장 마음에 남았다.

무언가 나에게 '잠시 멈춤'이나 '쉼'이 필요하다는

의미였을 수도 있고,

각자의 위치에서 씩씩하게 나아가는 주인공들의 모습이

무엇보다 와닿았던 것 같다.


어디선가 여전히 손님들을 기다리며,

오늘의 추천 메뉴를 준비하고 있을 것 같은 카페 도도.

그곳의 따스함을 상상하며 힘을 내본다.


"이 글은 더퀘스트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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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곡
가와무라 겐키 지음, 이진아 옮김 / ㈜소미미디어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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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이라는 것은 어디에서부터 오는 것일까?

어떠한 가치관이나 종교, 사람, 사실 등에 대해서

다른 사람의 동의와 관계없이 확고한 진리로서

받아들이는 개인적인 심리상태라고 하는 이 믿음.

보편적으로는 '믿음이 있다'라고 했을 때

종교적인 관점에서 많이 생각하게 된다.

태어나기 전부터 접하게 되어 자신의 선택의지에

관계없이 전수받게 되는 모태신앙도 있고,

자신이 선택한 종교라 하더라도 어떤 계기로 인해

더 이상 믿음을 지속하지 않는 경우나

특정 종교나 무언가에 치우치지 않고

불특정한 대상을 바탕으로 '믿음'을

가지고 있는 이들도 있다.


종교적인 믿음에 있어서 모태신앙이 아닌,

스스로 선택하는 이들의 경우 자신이 힘들거나

지쳤을 때 의지하게 된다.

무언가 소망하는 일이 있을 때 자연스레

두 손을 모으고 간절한 마음을 담는 건

종교를 불문하고 통하는 모습이기도 하니 말이다.


불의의 사고로 어린 자녀를 떠나보내고,

순식간에 평온한 일상을 잃어버린 가족 앞에

'아드님을 위해 노래하게 해주세요'라고 하는

이들이 나타난다.

영원을 믿는 그들은 자신들과 함께 하며

영원의 세상에서 잃어버린 아들과도

함께 할 수 있다고 말하는데,

신기하게도 그들과 함께 노래를 부르고 나서부터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던 아내와 딸은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간 것처럼 보인다.


〈너의 이름은〉, 〈스즈메의 문단속〉 등의 영화를 제작하고,

소설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을 쓴

가와무라 겐키가 '믿음'에 대한 질문을 담을

압도적인 신작을 발표했다. 소설 〈신곡〉이다.


초등학교 앞에서 벌어진 묻지마 범죄로

막내아들을 잃은 단노가의 가족들 이야기를 담은

이 소설은 가족 구성원인 단노 미치오,

단노 교코, 단노 가온의 시선에서 펼쳐지는

3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사건이 펼쳐진 후, 일상과 행복이 산산조각 난 가족은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일상을 되찾으려 노력하는데

그런 이들 앞에 서로의 이견을 가져오고

엇갈리게 하는 건 다름 아닌 '믿음'이다.


재혼가정으로 이루어진 단노 가는

넉넉하진 않지만 평온하고 행복한 여느 집들과

다를 바가 없었는데, 그 사건 이후에 생기를 잃은 집과

상처받은 가족 구성원들은 서로를 보듬을 여유도 없고

각자의 입장에서 서로를 바라보며 상처를 주게 된다.

엇나가지 말아야 한다는

다시 평온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 아래

틀린 줄 알면서도 비뚤어진 선택을 하고

그것을 방관하며 문제 삼지 않았던 그들은

순식간에 기울어진 믿음 속으로 스스로를 던진다.


막연한 믿음을 순식간에 그들을 사로잡았고,

그 속에서 벌어지는 믿지 못할 일들의 진실을 외면한 채

그저 겉으로 보이는 '평온함'만을 추구하며

마음속의 이야기를 삼켜버리고 만다.



지키고 싶었던 가족의 모습,

그리고 진정한 의미의 이해와 보듬음이 부족했던

그들의 모습은 '영원한 믿음'이라는 종교 앞에

서로를 시험하고 평가하며 냉철한 민낯을 드러낸다.

그들은 과연 그들 스스로를 가둔 믿음으로부터

자유를 찾을 수 있을까?

도피해버린 마음속 진실 앞에서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낼 수 있을까?


가족 구성원 각자의 입장에서 진행되던 이야기는

마지막 20여 페이지에 이르러

대반전의 전율을 불러일으키는 결말에 이르른다.


어떤 믿음을 가지고 있는 이들에게는

내가 가진 믿음과 그 시작에 대하여

돌아보는 계기를 제공하고,

믿음을 가지지 않은 이들에게는

사람에게 '믿음'이라는 것이 어떻게까지

스며들 수 있는지 생각해 보게 한다.


이 소설을 읽으며 어렸을 때 교회를 다니며 가졌던

'믿음'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됐다.

놀이의 느낌으로 동네에 있는 아이들이라면

자연스럽게 찾았던 교회에서

신앙생활을 이어가던 중 마주했던 어떤 날이 있었다.

시험기간을 앞두고 나름 공부를 하고 싶어서

교회를 빠지고 싶어 하던 나에게

말씀 지도를 해주던 교회의 선생님이 전한 말이었다.

"시험을 앞두고 공부를 하는 게 옳은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도를 하면서

믿음을 공부하는 게 중요한지

과연 하나님은 어떤 모습을 좋아할지 생각해 보라"였다.

시험을 위해 공부를 하고자 하는 나의 모습을

믿음을 저버린 이기적인 행동이라고 지적하는

선생님 앞에 과연 '믿음'이라는 것이 무조건적인

우선순위를 교회와 종교에 돌리는 것이 정답인가?

라는 의문이었다.

열심히 기도하면, 성적이 잘 나오는 것보다

기뻐하신다는 것은 확인할 수 없는

막연함으로 다가왔고

열심히 기도를 하고도 이루어지지 않는 소망 앞에

부족한 믿음에 대한 스스로의 성찰이 아닌

믿음에 대한 균열로 다가오곤 했다.


종교나 믿음에 대해서 개인이 생각하는 마음가짐은

타인이 이렇다 저렇다 판단하거나 평가할 수 없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그런 평가를 하는 곳이

바로 종교였다는 점에서 나는 믿음을 놓았다.


지금도 막연하게 무언가를 향해 기도를 하곤 하지만,

그것은 스스로에 대한 다짐일 뿐

기대거나 의지하는 것은 아니다.


단노가의 가족들이 가진 믿음이 의지나 기대가 아닌

스스로에 대한 다짐이나 변화를 위한 계기로

마주할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

그렇다면 그들의 결론이 소설과는 조금은 다르게

향하지 않았을까 하는 안타까움도 든다.


모든 것을 다 이해할 수 있는 '가족'이라는 이름과

'믿음'이라는 것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 볼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이 글은 소미미디어로부터 서포터즈 활동을 위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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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프로젝트 - 나를 바꾸고, 인생을 바꾸는 집중의 힘
에릭 퀄먼 지음, 안기순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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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현대 사회

회사와 일, 가정과 여러 관계들 사이에서

우리에게 주어지는 많은 역할(role)이 있다.

열심히 한다고 하는데도 일은 줄지 않고,

무언가를 놓친다는 생각이 들거나

일에 집중하느라 가족과 친구 등

관계에는 소홀해지고

내 삶이지만 그 속에 '나'는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꿈도 이루고 싶고 일도 잘 하고 싶고

그러면서도 사람들과의 관계도 지키고

나에게도 휴식과 배움의 시간도 주고 싶은데

왜 이렇게 시간은 부족하고 변화는 멀게만 느껴지는지

그런 생각은 누구나 가지고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우리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에도

누군가는 똑같이 주어지는 24시간을 쓰면서도

일과 회사, 여러 사람들과의 관계,

자신에게도 무엇 하나 소홀하지 않고

완벽하게 해내는 이들이 있다.


그들의 능력이 다른 사람들 보다 뛰어나서?

혹은 가지고 있는 경제적 여유가 있어서?

보유하고 있는 어떤 능력이나 여유보다도

똑같이 주어지는 인생을 보다 효율적으로

쓰는 이들이 하나같이 입을 모아 말하는

중요 포인트는 바로 '집중'이다.


저자는 바로 이 삶을 위한 '집중'에 포커스를 맞춰

인생을 살아가면서 변화를 꿈꾸는 이들에게

1년을 12개의 주제로 나누어 집중할 수 있는

방법을 전함으로써 나를 바꾸고, 인생을 바꾸는

집중의 힘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변화가 필요한 모든 이들에게

인생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그것에 집중해서

온전한 변화를 맞이할 수 있는 방법을 전하는

에릭퀄만의 12개월 미러클 챌린지를 담은

《포커스 프로젝트》이다.


실제 업무나 휴식에 있어서도 멀티태스킹을

많이 하기도 하고 여러 가지를 완벽하게 해내고자 하는

마음이 많았던 나는 '양손 가득 떡을 쥐고 싶어 하는'

전형적인 욕심쟁이였다.

하지만 한정된 하루라는 시간 안에서

할 수 있는 일과 하고 싶은 일은

차이가 발생하기 마련이고

우선순위를 정하기보다는

그때그때 코앞에 닥친 것들을

순서대로 쳐내기 바쁜 나는

어느 순간 '열심히 하지만 애쓰는 것만큼

결과가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는

스스로의 한계를 마주하게 되었다.


근면하지 않아서나 능력이 부족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제대로 우선순위를 파악하는 방법을 모르고

또 이것저것을 동시에 하려다 보니

집중도가 분산될 수밖에 없었다.

해야 할 역할을 스스로에게 여러 개 부여하다 보니

이도 저도 아닌 상황이 발생하게 된 것이다.


《소셜노믹스》로 이미 많은 이들에게

그의 진가를 잘 알린 에릭 퀄만은

자신이 실제로 1년간 진행했던

12개월 집중 프로젝트를 통해

스스로 점수를 매기고 시도를 하며

느낀 점들을 함께 '도전'하는 입장에서 전달하고 있다.

그가 전하는 집중 프로젝트는

월 마다 하나씩의 주제에 집중한다.


✔ 1월 성장에 집중하기

✔ 2월 시간 관리에 집중하기

✔ 3월 가족과 친구에 집중하기

✔ 4월 건강에 집중하기

✔ 5월 관계에 집중하기

✔ 6월 배움에 집중하기

✔ 7월 창의성에 집중하기

✔ 8월 공감에 집중하기

✔ 9월 마음챙김에 집중하기

✔ 10월 베풂에 집중하기

✔ 11월 감사에 집중하기

✔ 12월 스스로에 집중하기


각 월마다 집중 요소를 정하고 그것에

제대로 파고듬으로써 자신이 얻은 변화에 대해서

독자들에게도 전하고 있었다.


꼭 저자와 같은 순서나 주제로 정하지 않더라도

월마다 자신에게 필요한 주제들을 정하여

그 주제에 집중하여 실천을 해보는 것은

큰 의미가 있을 것 같다.

'시간이 없어서' 혹은 '더 중요한 다른게 있어서'

라는 이유로 미루고 넘겨두기만 했던 항목들을

의식적으로라도 정하고 실천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변화가 따라오게 되는 것이다.


저자의 말 중에서 보다 마음에 와닿았던 것은

이런 우선순위를 정하고 하나의 주제에

포커스를 맞추어 집중할 때 필요한

'거절하기 No라고 말하기'는

특히나 거절을 어려워하고

부정적인 이미지가 생길까 두려워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꼭 필요한 말 같았다.

무언가 '좋은 게 좋은 거니까' 하며

나의 마음이나 상황에 집중하지 않고

타인을 생각하며 배려하는 모습이

오히려 자신의 성장이나 변화를 가로막고 있다는 것을

비로소 깨닫게 했다.


자칫 업무나 회사에만 집중하느라 소홀할 수 있는

가족과 친구, 관계, 건강에 대한 부분도

하나의 집중 주제로 선정되어 있어서 좋았고

스스로에게 집중하고 돌아보는 시간은

연말(12월)이나 반기나 분기의 끝에 배치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많은 셀럽들의 성공의 포인트로 말하는

"집중"이라는 것에 대해서 제대로 파악하고

또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천해야 할지 막막했던 이들에게

보다 실질적이면서도 친근한 내용으로

부담없이 접할 수 있었던 그런 책이었다.


각 월별로 중요한 사항도 정리되어 있어서

요점을 파악할 수 있었고

변화와 도약의 필요성을 느끼고 받아들일 준비가 된

모든 이들에게 기꺼이 좋은 친구로 다가올

에릭 퀄만의 이야기를 기꺼이 추천한다.


"이 글은 해피북스투유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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