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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멈춘 카페 도도 ㅣ 카페 도도
시메노 나기 지음, 장민주 옮김 / 더퀘스트 / 2025년 4월
평점 :

유난히 상념에 사로잡히고 지친 날
모든 걸 내려놓고 다 잊고 쉬고 싶은 순간이 있다.
지친 손님들에게 힘이 되는 작은 위로를 주는 카페,
도심 속 숨겨진 공간 같은 이곳에서 펼쳐지는
따뜻한 이야기가 벌써 세 번째를 맞이했다.
코로나와 함께 전 세계적인 불황이 찾아왔고
우리는 직장이나 가정에서도 타인과의 관계에서도
'잠시 멈춤'을 마주하게 되었다.
바이러스로 인한 타인과의 단절은 사람만이 주는
따스함을 잃었다는 정서적인 아쉬움도 있었지만
뒤이어 찾아온 경제 불황은
누군가에게는 직장과 터전을 잃는 큰 변화로 다가왔다.
길을 다니다 보면 꼭 번화가가 아니더라도
상점가가 수시로 바뀌는 것을 목도한다.
오래도록 한자리를 지키는 가게들도 있지만
1~2년도 채우지 못한 채 다른 곳으로 바뀌거나
텅 비어있는 채로 '임대문의'를 붙이고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도 쉽게 볼 수 있다.
이 쓸쓸한 공백은 단순히 오래된 가게가 사라진 것에
대한 아쉬움이 아니라, 언젠가 우리들도 이렇게
사라질 수 있다는 생각에서 오는 것이 아닐까?
늘 따스하고 희망적인 느낌을 주던 소로리의
'카페 도도'도 세 번째 이야기에서는 변화를 마주했다.
SNS를 통해 입소문을 타면서 조용하고 한적했던
1인 전용의 카페는 순식간에 내부는 물론
바깥 좌석까지 꽉 차게 되었고,
손님들과 대화를 나누며 작은 선물을 나누던 곳은
그런 여유를 잃고 말았다.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는 것은 '가게'라는 점에서
좋은 의미이지만, 어쩐지 카페를 운영하는 소로리는
이 북적거리는 번잡함 속에서 알 수 없는 씁쓸함과
어떻게 해야 할지 방황을 느끼곤 한다.
그런 변화를 마주한 카페 도도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손님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오늘의 추천 메뉴로 어김없이 문을 연다.
1편부터 꾸준하게 등장하는 단골손님뿐 아니라
우연히 이곳을 발견한 혹은 SNS를 통해 알게 된
새로운 손님들이 등장한다.
각기 고민과 부침을 느끼며 일상 속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을 가지고 있던 이들은
소로리가 내어주는 메뉴들을 통해
하루의 시름, 고민을 잃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수수께끼 같은 고민의 답을 조금씩 찾아나간다.
너무나 잘 풀리고 있지만 그 속에서 진짜 이게
내가 원하고 하고 싶었던 일이 맞는가에 대한 고민,
이혼 이후 자신감이 떨어진 상태에서 시작한
새로운 일에서 오는 부침,
너무나 완벽해 보이는 직장동료에 대한 질투,
고정적이고 타이트한 자신의 일에 대한 자세에서
조금은 느슨함을 느끼고 싶은 손님 등
각자 자신이 가진 고민들을 지니고 카페를 찾은 이들은
서로를 스치고 지나가며 같은 음식을 통해
서로 다른 위로를 얻는다.
공통적으로 느낀 그들의 키워드는
소로리가 느낀 그것과도 일치하는 '잠시 멈춤'
쉴 틈이나 여유 없이 달려온 그들에게
'멈춤'이라는 것이 주는 의미는
이것이 실패나 포기가 아닌
새로운 시작을 위한 충전으로 다가왔다.
달콤한 음식이 주는 힘은
맛도 있지만, 그 자체로 '나를 위한다'라는 것이
가장 큰 것 같다.
미스터리한 메뉴 이름을 바라보며
메뉴의 의미를 찾아가다 보면
어느새 그 속에서 나의 고민에 대한 해답을
찾아가기도 하고 말이다.
언제나 변치 않는 마음으로 그 자리를 지켜주는
카페 도도가 있기에 그들은 충분히 위로받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쉴 틈 없이 돌아가는 일상에서 잠시나마
짬을 내어 쉬어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가 놓치고 있던 그 여유와 쉼이 주는 힘을
잊지 말라고, 카페 도도는 얘기한다.
개인적으로는 지난 시리즈를 포함해
3편의 시리즈 중 마지막 편이라고 하는
이번 시리즈가 가장 마음에 남았다.
무언가 나에게 '잠시 멈춤'이나 '쉼'이 필요하다는
의미였을 수도 있고,
각자의 위치에서 씩씩하게 나아가는 주인공들의 모습이
무엇보다 와닿았던 것 같다.
어디선가 여전히 손님들을 기다리며,
오늘의 추천 메뉴를 준비하고 있을 것 같은 카페 도도.
그곳의 따스함을 상상하며 힘을 내본다.
"이 글은 더퀘스트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