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는 스토리 - 잘 팔리는 콘텐츠에 숨은 4가지 스토리텔링 법칙
캐런 에버 지음, 윤효원 옮김 / 흐름출판 / 2025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일상적으로 나누는 대화가 아닌

어떤 목적을 가진 이야기를 할 때는

'어떻게 이야기해야 나의 의도가,

듣는 사람에게 가닿을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하게 된다.


중요한 미팅이나 발표,

여러 사람 앞에서 목적을 가지고

시간을 끌어가야 하는 경우

더욱 어려움을 느끼게 된다.


내가 전하고자 하는 나의 이야기를

하나의 콘텐츠라고 봤을 때

나의 콘텐츠를 제대로 의도에 맞게

전달했느냐에 따라서

그 이야기는 각인되고, 파생되기도 하며

입에서 입으로 전파되기도 한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이야기 일 수도 있고

브랜드나 회사에서 대중에 대한 이야기 일 수도 있다.

더욱이 개개인이 만들어내는 콘텐츠가 주가 되는

빅데이터의 시대에서 쏟아지는 이야기 속에서

확실하게 잘 팔리는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서

고군분투하는 이들에게 확실한 도움이 될 만한

책을 만났다. 《이기는 스토리》이다.


같은 일 혹은 같은 상황에 대해서

똑같은 목표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어떻게 이야기를 하느냐에 따라서

어떤 이야기는 청중의 이목조차 끌지 못하고

어떤 이야기는 사람들의 기억에 강렬하게 남곤 한다.

우리는 이 '강렬함'을 위해서 이야기를 하기 전

많은 준비와 고민을 하는데,

바로 이 포인트를 '스토리텔링'이라고 할 수 있겠다.


저자인 캐런 에버는

스토리텔링 전문가이자 글로벌 컨설턴트로

현재까지 300만 명 이상을 대상으로

교육과 강연을 진행했을 뿐 아니라

TED 강연을 통해서도 큰 화제를 모았다.


특별한 자신의 눈동자 색 이야기로

책을 시작한 저자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스토리텔링 법칙을 소개하고

콘텐츠 전쟁에서 보다 효과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그녀가 얘기한 스토리텔링의 법칙은

크게 4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맥락, 갈등, 성과, 핵심 메시지로

저자는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단계

(아이디어 수집)부터 시작해서

이야기를 듣는 청중에게 집중한 다음

디테일을 더하고 순서를 조정하며

완성도를 극대화하면서

데이터를 압도하는 스토리의 힘을 보여준다.


특히나 리더십과 조직을 담당하는 이들에게

추천하는 이 책은 스토리텔링 초보뿐 아니라

노련한 스토리텔러 모두에게

도움이 될만한 책으로

말하기 뿐 아니라 글쓰기 등을 혁신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스킬을 배울 수 있었다.


직접 여러 사람 앞에서 발표가 있어서

이야기를 만들고 시간을 끌고 가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여러 대중의 눈과 귀를 사로잡고

자신이 전하고자 하는 의도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 수 있다.


완벽한 데이터적인 부분도 좋지만,

그것을 보고 듣는 이들에게 얼마나 닿고 있느냐

청중과 소통이 되느냐도 정말 중요한데

이야기를 만들어 가면서 놓치지 않아야 할

포인트들을 다양한 예시와 인터뷰를 통해서

배울 수 있었고, 특히나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제시하는 체크리스트 들은

실제 콘텐츠를 만드는 현실에서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 같아 너무 좋았다.


유난히 마음에 남는 이야기들이 있다.

마음에 남는 이야기에 감탄하면서도,

우리는 왜 그 이야기가 그토록 마음에 남았는지

그 스토리텔링의 비법에 대해서는

내가 말하기를 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기 전까지는

미처 자세히 들여다보지 못했다.


내가 생각하고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타인에게 오롯이 잘 전달할 수 있는 훌륭한 기술!

스토리텔링의 법칙을 통해

재미있으면서도 집중되고

핵심 메시지와 성과가 있는 이야기를

누구나 만들어 낼 수 있기를 바란다.


이야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목적 아래

상황이 닥쳤을 때 급하게 만들어내는

스크립트 같은 이야기가 아니라,

미리 아이디어를 수집해 놓고

사람과 스토리를 연결하는 메시지를 담아

보다 효과적인 전달을 할 수 있는 스킬을

적립해야겠다고 다짐한다.


"이 글은 흐름출판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히가시노 게이고의 무한도전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소미미디어 / 2025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름 그 자체에서 엄청난 힘이 느껴지는 작가들이 있다.

개인적으로 그런 힘이 느껴지는 대표적인 작가는

무라카미 하루키와 히가시노 게이고라고 생각하는데,

워낙 탄탄한 팬층을 가질뿐더러

많은 작품을 통해 자신만의 세계관을

철저하게 지켜온 작가가 가진 힘과

그의 필체에서도 느껴지는 힘은

나 혼자만이 느끼는

단편적인 생각은 아닐 것이라는 확신이 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경우 소설뿐 아니라 에세이나

산문을 비롯해 다양한 형태로 나온 글들을 읽었었는데,

추리소설, 미스터리 소설의 대가라 할 수 있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글은 소설만을 만났을 뿐

그의 개인적인 생각을 엿볼 수 있는 글을

만날 기회가 많지 않았다.

이번에 만나본 책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도 아닌

40대가 되어서 도전한 스노보드 분투기로

《월간 제이노블》을 통해 2002년부터 2004년까지

연재했던 글들을 엮은 책이다.

여기에 스노보더를 다룬 단편소설 3편까지 더해져

소설가 히가시노 게이고가 아닌

스노보드를 즐기는 아저씨 스노보더 히가시노의

모습을 제대로 만날 수 있었던 책으로

소설을 읽으며 느꼈던 히가시노 게이고에 대한

나의 상상 속 이미지를 지우고

다시 정립하는 계기가 되었다.


작가라는 직업적 특성상 호기심이 많기도 하고,

한 번 마음먹은 일에 대해서는 곧바로 실천에 옮기는

그의 성격은 스노보드에서도 여지없었다.


우연한 기회에 《스노보더》라는 잡지의

편집장과 대화를 나누게 되었고,

그에게 스노보드에 도전하고 싶다는

희망 사항을 이야기하다가 잡은 약속은

구체화된 계획으로 변경되어

스노보드에 입문하는 계기가 된다.


수없이 타고 넘어지기 멈춰 서기를 반복하며

눈 범벅이 되었지만 히가시노는 여기서 재미를 느끼고

스노보드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된다.

'늦게 배운 도둑질이 무섭다'는 옛말처럼

뒤늦게 시작된 그의 스노보드 사랑은

마감에 쫓기고 글을 쓰기에도 부족한 시간을

쪼개고 쪼개어 몇 시간을 운전으로 달려

스노보드를 타는데 이르게 했고,

스노보드 연대 속에서 만난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색다른 인연' 뿐 아니라

소설 쓰기의 새로운 소재로 그에게 다가왔고,

이 책 속에서 급기야 스노보드를 다룬

3개의 단편소설까지 나타나게 된다.


글을 쓰는 사람은 어쩐지 정적이거나

조용한 취미를 가질 것이라고만 여겼다.

달리기를 하며 음악 듣기를 좋아하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취향은 너무나 잘 알았지만

스노보드에 빠져서 실시간 영상으로 눈 상태를 체크하며

스키장을 향하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모습은

책을 읽는 내내 어쩐지 상상이 가지 않았다.


미스터리한 사건 속에서 등장인물들을 향한

의심과 추리를 이어가게 하는 그의 소설과 달리

그는 누가 보기에도 '너무나 스노보드를 좋아하는'

파악하기 쉬운 사람이었고,

무언가에 대한 이토록 순수한 재미를 아는 그가

자신의 일(소설 쓰기)에서도 열심일 수 있는 건

이런 충전의 시간이 있기 때문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나 역시 일을 하면서도 시간을 만들고 짬을 내서

즐기는 그런 취미가 있는데,

스노보드에 대한 그의 애정을 나의 취미와 겹쳐보며

묘한 동질감을 느끼기도 했다.


이토록 재미있고 끈기 있으며,

또 일에도 도움이 되는 취미가 있다면

기꺼이 시간을 내고 마음을 더할 가치가 있지 않을까?

그가 가만히 앉아 살인사건을 바탕으로

인물들의 복잡한 관계를 설정하는 소설가가 아닌

즐길 때는 즐기고 순수한 재미를 아는 소설가라서

정말 건강하게 글을 쓰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덩달아 즐거워지는 기분이었다.

이제 설산을 배경으로 한, 혹은 스노보드나

스포츠를 주제로 한 그의 소설을 읽을 때면

소설 취재를 핑계 삼아 자신의 재미를 추구하고 있을

모습이 상상이 가서 너무 웃길 것 같다.


추리소설의 대가 히가시노 게이고에게서

발견한 이런 위트함이라니!

그의 소설만큼이나 반전이 넘치는 시간이었다.


"이 글은 소미미디어로부터 서포터즈활동을 위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꾸준함의 기술 - 최소 노력으로 삶에 윤기를 더하는
이노우에 신파치 지음, 지소연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5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새해를 맞이할 때마다 반복해서 계획을 세운다.

'올해는 운동을 꾸준히 해야지'

'새해에는 책 읽고 기록을 꾸준히 해야지'

하지만 새해의 다짐은

채 1분기가 지나기도 전에 흐릿해지고 만다.

한 해가 가고 다시 새해가 다가오면

새로운 계획을 세워보지만

계획이 거창하거나 복잡해서가 아니라

'꾸준히 하기' 가 어려워서 성공하지 못하는 것 같다.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실천하는 데 있어

우리에게 가장 큰 방해가 되는 것은

'귀차니즘'이 아닐까 싶다.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몸을 움직이며

그것을 실천으로 옮기기까지는 어찌나 어려운지

무언가를 꾸준하게 해내고 기록하는 이들을 볼 때면

'왜 나는 그렇게 하지 못하는가'

'나는 왜 이렇게 부지런하지 못하지'하는

자책을 할 때도 있다.


한 번씩 마음이 느슨해질 때면

지금은 훌쩍 자라서 나보다도 커버린 첫 조카와

함께 걷기 운동을 했었던 코로나 시기를 떠올린다.

거리 두기와 집한제한 등으로 활동이 줄어들면서

군살이 붙기 시작하고 실내도 답답하다 보니

조카와 함께 저녁시간이면 5km 걷기를 하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다.

(물론 실외지만 마스크를 하기도 했다.)


통통하게 살이 올라 몸이 무거워진 조카는

함께 걷기 시작하다가도 어느새

점점 발걸음이 쳐져서는 분명 함께 대화하고 있는데

목소리가 점점 뒤에서 들리기 시작했다.

"준혁아~ 얼른 와"라고 부르며

애써 아이의 손을 잡아 끌려고 할 때면

조금은 지친 듯, 그렇지만 포기는 하지 않는

조카는 이렇게 말하곤 했다.

"이모, 준혁이 가고 있어.

느리기는 하지만 멈추지는 않고 있어" 하고 말이다.

조금은 느리게 쳐진듯해도

어느덧 조카는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니

발걸음이 점점 가벼워지고 나중에는 이모들과

발을 맞추어 5km 걷기의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무언가를 시작하기 힘들어서

혹은 하다가 마음이 느슨해질 때면

그때 조카가 나에게 했던 말을 떠올린다.

"느리지만 멈추지는 않고 있다"라는 말을 말이다.

내가 열심히 하고 있지만 큰 성과를 보이지 못할 때

스스로를 자책할 때면

'그래도 매일 조금씩은 나아지고 있다'는

그때의 그 말을 떠올리면서 말이다.


그때의 조카가 해주었던 말만큼이나 와닿는

'매일, 작게' 성공하는 습관을 이야기하는

이노우에 신파치의 책을 만났다.

오랜만에 제대로 즐겁게 읽었던

'꾸준함'의 힘, 꾸준함이 가져온 '변화라는 아름다움'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책 《꾸준함의 기술》이다.


저자는 꾸준히 하기'를 취미로 하고 있는

괴물루틴의 주인공이다.

1년에 200권 가까이 되는 양의 책을 디자인하고

연 1회 사진전 개최를 20년간 열었고

매일 루틴으로 조깅 25년, 일기 쓰기 22년,

블로그 글쓰기 9년, 춤 연습 3년,

하루에 책 한 권 읽기 3년 등을 지속하는 등

"이걸 한 사람이 하루에 모두 할 수 있어?"

라는 생각을 들게 하는 꾸준함 그 자체의 사나이이다.


작가는 과거에 무슨 일이든

미루고 포기했던 과거를 지나,

사회인으로 살아남기 위해 20년간 실천해온

자신의 '꾸준함'의 기술을 털어놓는다.


일뿐만이 아니라, 좋아하는 일, 취미 등

꾸준히 해야만 계속 좋아할 수 있고

삶의 즐거움을 늘릴 수 있다고 생각하기에

자신이 지켜온 이 방법을 통해

모두가 행복한 변화를 맞이하기를 권한다.


저자의 '꾸준함'을 유지하는 방법은

어찌 보면 단순하면서도 대단할 것이 없었다.

완벽하려고 하지 말 것!

꾸준히 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기 위해

일단은 '매일 하기로 마음먹고'

작게 계속한다!

사소한 일 두 가지를 세트로 묶어서

자연스럽게 행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든다!

그것을 기록으로 옮겨 즐거움을 더한다! 가

큰 골조라고 할 수 있다.


무언가 '꾸준하게 한다'라고 했을 때,

우리는 너무 거창한 목표나 눈에 보이는

엄청난 변화를 목표하기에 그 시작이나 접근이

어려울 수도 있다.

저자는 '작게 계속함'으로서 생기는 변화를

크게 감사하는 식으로 자신의 꾸준함에

원동력을 부여하고 있었다.

이를 통해 매일 1초씩 연습해서

1년에 걸쳐 5분짜리 춤을 익힌다든지,

매일 게임을 하며 퀘스트를 달성하고

만화를 하루에 한 편씩 보는 즐거움뿐 아니라

하루에 한 권씩 책을 읽음으로써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를 넓히고

오전 중에 중요한 업무를 끝내고

오후 시간을 자유롭게 활용하면서

자신을 위한 시간을 더욱 할애하는 모습은

단순히 '작은 변화'라고 치부하기에는

그 변화가 가져온 날갯짓이 엄청난 토네이도 같았다.


사실 이 책을 읽기 전 뿐만 아니라,

늘 책을 읽으며 '필사'를 해야겠다는 계획은

매해 가지고 있었다.

책을 작정하고 옮기려다 보니

어떤 날은 써놓은 글씨체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어떤 날은 옮길만한 구절이 없어서

한두 번 놓치고 나니 빈칸이 보기 싫어서

다양한 이유를 대며 나는 필사를 미뤄왔었다.


신파치처럼 일단 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기 위해

'일단 매일 쓴다'라는 생각으로

책을 읽으며 그때그때 마음에 들어오는 구절을

휴대폰 메모장에 기재를 해두고,

그날 남겨놓은 메모 중 가장 기억하고 싶은

하나의 구절을 골라 다이어리에 옮겼다.


물론 책을 읽지 않은 날은 과감하게 패스를 했고,

미처 필사를 하지 못한 날은

다음날이나 이틀이 지났더라도

메모장에 기재해둔 날짜를 기준으로 채워 넣으며

'책 읽으며 필사하기'의 꾸준함을 이어나가고 있다.


이전에는 '너무 적게 옮겨 적은 것 아닌가'

'책을 읽지 않은 날은 어쩌지' 하는 생각에

중도 하차를 한 적이 많았는데,

'매일 작게 한다'라는 생각으로 부담을 내리고

할 수 있는 선에서 가볍게 접근하니

채워져가는 노트의 모습만큼이나

마음속의 뿌듯함도 채워지는 것 같았다.


《가능한 불가능》이라는 책을 읽으면서도

매해 한 가지씩 시도해 보지도 않고

인생에서 불가능하다고 여겨온 무언가를

도전하는 작가의 모습에 부러움을 느끼며

감탄한 적이 있었다.

책을 읽고 '나도 한번!'이라고 마음먹었지만

실제로 내가 달라진 것은 없었는데


이번에 《꾸준함의 기술》을 읽으면서는

그 '가능한 불가능'을 시도할 수 있는 원동력과 기술을

제대로 배운 것만 같았다.


모든 것이 새롭게 시작하는 3월,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새로운 무언가에 도전하는

모든 이들에게 활기찬 힘이 되어줄

그런 책이었다.


"이 글은 알에이치코리아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자기만의 집
전경린 지음 / 다산책방 / 2025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인생이라는 것은 한 사람만의 것이다.

인생을 살아가며 엮이는 가족,

만나게 되는 친구, 연인을 비롯해

하게 되는 일, 사건 등 다양하게 채워지지만

마주한 같은 사람이 서로 가족이나

친구, 연인 등으로 엮이거나

같은 일을 한다고 해서

그 사람들의 인생이 같다고는 할 수 없다.


우리는 그렇게 인생을

지극히 개인적인 입장에서 살아가고 있다.

이런 인생에서 마주하게 되는 상실이나 시련,

때로는 기쁨과 행복, 슬픔 등도

지극히 개인적인 감정이 되어버린다.


나 자신의 인생도 그저 하루하루를

'살아내고' 있기에 제대로 바라보기 힘든 것처럼

부모와 자식이라고 해서 서로의 인생을

완전히 이해할 수 없다.

우리는 나 아닌 타인의 인생을 결코 완전히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함께하는 사람들과 일들 사이에서

때로는 '내가 완전히 이해하고 있다'는

착각에 빠지곤 한다.

그렇게 비뚤어진 시선은 서로를 향해

상처를 주고 할퀴며, 평탄하게 흘러가는 인생을

뒤흔들기도 한다.


삶을 꿰뚫는 감각적인 문장으로

독보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는 전경린이 다시 돌아왔다.

2007년 〈엄마의 집〉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던 소설이 17년이라는 시간이 지나고

오히려 현실의 공기를 담은 이야기로 읽힌다는 의견을

바탕으로 새로이 개정판으로 찾아왔다.

〈엄마의 집〉에서 〈자기만의 집〉으로 말이다.


엄마 아빠의 이혼 이후 줄곧 할머니와 함께 살다가

뒤늦게 엄마와 다시 살게 된 호은.

엄마에 대한 그리움도 잠시,

다시 만나게 된 엄마를 완전히 이해하기도

또 떨어진 시간을 다시 아무렇지 않게

이어붙이기도 힘들다.

엄마의 집에서 나와 대학교 기숙사에서

자기만의 공간을 가지고 지내는 호은은

과거 만났었던 K를 비롯해 관계와 이별 사이,

혼란과 방황을 하던 찰나

재혼한 아빠가 갑자기 학교로 찾아온다 찾아온다.

언젠가 만난 적이 있었던 이복동생 승지와 함께.


갑작스러운 재회 앞에 아빠는

"승지를 네 엄마한테 좀 맡겨라"라며 휑하니 사라진다.

당황스러움도 잠시 그렇게 오랜만에

엄마의 집으로 향하는 호은과 승지.

승지를 마주할 엄마에게 무어라 말해야 할지,

또 아빠는 갑자기 어디로 사라진 건지

호은은 혼란스럽기만 하다.


갑작스럽게 맡겨진 승지를 데리고

엄마와 호은은 아빠를 찾아 그들이 살았던

과거의 지역을 찾아가

아빠의 친구들을, 아빠의 전 직장동료들을,

그리고 외할머니와 이모를 만나게 된다.


마주하는 과거의 공간들은 잊고 있었던

예전의 시간들과 추억을 꺼내서 펼친다.

행복했던 엄마 아빠의 모습,

그리고 비밀로 해야 할 것 같은 잊지 못할 기억 등

호은은 자신에게 주어진 혼란과 더불어

과거의 상처 또한 다시금 되짚으며,

삶이란 무엇인지? 사랑이란 무엇인지?

엄마와 승지, 그리고 만나는 아빠 친구들과의

대화를 통해서 곱씹게 된다.


자신의 입장에서 자신의 인생으로

엄마 아빠의 인생과 그들의 선택을 판단했던 것 같다.

또래 보다 성숙해 보이는,

말이 없다가도 한 번씩 툭 내뱉는 말에

많은 의미를 담고 있는 승지를 보며

외로워 보이는 승지를 보며

호은은 과거의 자신을 마주한 듯 마음이 동한다.


짧았던 그들의 시간은 금세 지나가고,

다시 이별의 순간 앞에 호은은

마음속에 담아두었던 진심을 꺼내고

흘러가는 인생 속에서 각자의 입장과 의미가

있음을 깨달으며 부모님의 모습 또한 그대로

받아들이고 이해하고자 한다.


집이라는 공간이 주는 '속함'이라는 것을

가족이라는 타인과의 관계에서 '받으려'했던 호은은

각자 자신만의 인생이 있고,

타인으로서 거리를 두면

떨어짐으로 인해서 비로소 이해하게 됨을 깨닫게 된다.


호은은 이제 그 적당한 거리를 알게 된다.

일기를 삼인칭 시점으로 쓴다는 승지의 말처럼

나와 나를 제외한 타인의 이야기를

'나의 입장'이 아닌 개별적인 하나하나의 인격체로

그들의 인생으로 나누어 바라볼 수 있게 된다.

그러고 나니 비뚤게 바라봤던 자신의 시선이 오해였음을,

또 평생 이해할 수 없을 것 같은

엄마 아빠의 이혼에도 조금은 알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인생이나 삶에 대한 고민 앞에 해답을 찾기 위해

어쩌면 우리는 그렇게 방황을 하며 사는지 모르겠다.

정해진 정답이 있는 인생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마치 우리는 '그것이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정답'을 찾아

방황하고 흔들리며 끝없는 질문을 던지는 것 같다.


어지럽고 혼란스러운 세계에서

자기 존재를 찾아 나아가는 호은과

묵묵히 자신의 몫을 살아가는 승지의 모습을 통해

우리는 아름다운 생의 의미를 깨닫는다.


오롯이 나로 존재할 수 있는 나만의 세계, 나만의 공간,

자기만의 집에서 모두가 각자 삶을 채울 수 있는

의미를 이 작품을 통해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


"이 글은 다산북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낙원맨션
방우리 지음 / 교유서가 / 2025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소유했던 물건이나 추억, 어떤 사람과의 관계 등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면서 마주하는

수많은 상실 이전에는 존재가 있었다.

존재하고 소유했다는 인식조차 하지 못한 채

자연스레 나의 일부가 되었던 것들은

비로소 상실을 겪은 이후에야

내가 가졌고, 맺었던 '존재'임을 깨닫게 되는데,

상실을 통해서야 존재를 깨닫는다는 것이

참 소설 같으면서도 사실이라는 점에서

재미있기도 하고 아이러니하다.


인생이라는 것이 그렇다.

가볍게 무게조차 느끼지 못하고 흐르다가

어느 순간에는 순간순간이 억겁처럼

엄청난 무게감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흘러가는 시간들은 침묵이 아니었는데도

흔적조차 남지 않았고

어떤 시간들은 강한 흔적으로 인생 전체를

아우르는 상흔을 남기기도 한다.


우리는 타인의 이야기는 그저 듣고 흘리며

나의 이야기는 하나하나 느끼고 소유하며

타인에게 이야기로 만들어 전한다.

이래서 인생은 소설이라는 말이 있나 보다.

소설 속에서도 다양한 인물들의 인생이 펼쳐지는데,

어떤 인물의 이야기는 몇 줄로 정리가 되고

어떤 인물의 이야기는 한순간이 몇 문단, 몇 장에 걸쳐

묘사가 될 정도로 상세하게 펼쳐진다.

우리 인생 역시 소설처럼

때로는 이야기가 되고

때로는 타인에게서 그냥 흘러가며

그렇게 존재했지만 상실이 되기도 하고,

상실을 통해 비로소 존재하기도 한다.


이런 일상 속의 상실을 다룬 소설집을 만났다.

김순옥 문학상을 수상하며 주목을 받은

방우리 작가의 소설집 《낙원맨션》은

7개의 단편을 통해 이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한 증언과 동시에

상실을 통해 비로소 존재에 대한 흔적을 찾아가는

인물들을 통해 자신이 밀고 나가는

소설론에 대한 증명을 이어나가고 있다.


내가 마주하지 못했던 나를 향한 눈,

타인만을 바라볼 수 있는 밖을 향한 눈에서

자신을 향한 안을 향하는 눈을 통해

무엇을 발견할 수 있는지,

소설 속에서 등장하는 인물들을 통해

작가는 우리에게 묻는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이들은 무언가의 상실 앞에

비로소 그것의 존재를 깨닫고 그것을 따라가며

자신이 가졌던 어떤 사물이나 관계,

인연에 대하여 돌아보고

그 돌아봄은 마지막엔 자신을 향한다.

타인에게로 시작했던 방향이 결국엔

자신에게로 돌아오며 발견하는 의미는

소설 자체의 흐름뿐 아니라

작가가 그려나가고자 하는 자신의 세계관이자

인생론으로 다가온다.


무언가를 잃어버린 등장인물들을 따라

함께 방황을 하며 시작했던 소설들은

'잃어버렸다'는 것에 맞춰졌던 초점에서

'사실은 잃어버리기 전 존재했던' 그 시작의

의미로 되돌아간다.


투덜거리거나 쏟아내지 않고

자신에게 주어진 상실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주인공들의 모습이 현실적이지 않고

소설적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어쩌면 우리가 나의 일이 아닌 타인에 대하여

느끼는 감정을 생각하면 그 자체로도 이미

'현실적'이기도 했다.


특히 그중에서도 〈최소화의 순간〉은

머나먼 미래를 위해 지금을 양보하고

겨우 지금을 유지하기 위해 부단히 애쓰는

오늘날 사회를 사는 우리들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아서 씁쓸하면서도

안쓰럽고 답답한 마음에 몇 번이고 다시 펼쳐보게 했다.


존재라는 것은 무엇일까?

또 상실이라는 것은 도대체 무엇일까?

무어라 정의하기 어려운 이 감정은

결국 인생이라는 긴 책을 단편적으로

판단할 수 없다는 깨달음의 일부가 아닐까?

방우리의 소설을 통해 삶의 의미에 대한

지난한 질문을 꺼내본다.


"이 글은 교유당으로부터 교유서포터즈 활동을 위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