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의 이름 - 우리가 몰랐던 독서법 125
엄윤숙 지음 / 사유와기록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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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헌정보학을 전공하며 책과 가까운 시간을 보냈다.

책을 비롯해 다양한 정보 자원의

생산, 가공, 검색, 수집, 유통, 활용과

관련된 학문으로 도서관과 책, 그리고 읽기는

빼놓을 수 없는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기도 하다.


책을 읽는 사람들이 점차 줄고 있다고 하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책을 읽고 있고,

한 달에, 일 년 동안 몇 권의 책을 읽었다던가

하는 이야기를 볼 때면

'나의 읽기는 어느 정도 와 있지?'

라는 생각을 들게 했다.

독서에 정해진 정답이 있는 게 아니고,

질적인 부분을 수치로 나타낼 수 없기에

타인과의 비교를 할 필요는 없지만

어쩐지 나의 독서생활에 무언가 결과물로

도출해야만 한다는 강박이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학교를 다니던 시간이 지나고

손을 떠났던 책을 다시 읽게 된 것은

'마지막 교양의 끈'으로써였다.

단순히 책을 읽고 덮기를 하다가,

읽었던 책을 모르고 다시 읽는다거나

읽기는 했지만 무슨 내용이었는지 기억을 못 한다거나

하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독서기록의 필요성을 느꼈다.

그러다 읽은 책의 표지나 구절들을 사진으로 남기거나,

한두 줄의 감상을 덧붙이던 나의 독서는

조금 더 나아가 마음에 남는 구절을 옮겨두고,

본격적인 독후기록을 남기면서 한 단계 나아가게 됐다.

그러다 보니 읽었던 책도 기억 못 해 다시 읽던 나는

한 권의 책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여러 번 읽게 되기도 했고,

다양한 읽기 방법을 거치는 등

무어라 정확하게 정의할 수 없지만

확실한 건 전보다는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는 것.


'독서'라고 단순하게 명명하기에는

책을 읽는 방법이 너무나 많다.

어떻게 책을 읽어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혹은 내가 책을 읽는 방법을 무어라 하는지

제대로 된 이름을 정의하고 싶었던 이들에게도

추천하고픈 《독서의 이름》이다.


작가는 독서의 윤슬이 다양한 색과 모양으로

빛나는 순간을 포착하고 목격하는 책으로

이 책을 소개한다.

독서를 나타내는 다양한 이름을 통해

'독서란 무엇인가?' '읽기란 무엇인가?'를

독자들 스스로 생각할 수 있게 해주었고,

내가 독서하는 모습에 대해서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지게 해 주었다.


읽는 방법에 따라 106개의 이름으로 독서를 소개하고,

어떤 공부나 학문을 연구할 때 활용할 수 있는

외는 독서, 훑어보는 독서, 쓰는 독서를 소개함으로써

단순히 읽는 행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행동하는 독서에 이르는 방법까지 안내를 한다.


텍스트 읽기를 점차 귀찮아하고

사진이나 영상 등의 미디어 노출이 많은

현대사회에서 오롯이 책과 함께하는 시간의 주는

안락함의 매력을 아는 사람들이라면

기꺼이 흥미롭고 즐겁게 읽을만한

그런 책이 아닐까 싶다.


이토록 많은 읽기의 방법이 있었나 하며,

각 독서의 이름들의 의미를 깊게 들이마신다.

혼자 읽는 독서뿐 아니라, 여럿이 함께 읽는 독서나

혹은 외워 읽는다는 자체에도 얼마나

폭넓은 의미를 담을 수 있는지 독서의 이름들을 훑으며

새로운 독서방법을 익힐 수도 있었다.


책을 읽는 데에도 각자의 스타일이 있기 마련이다.

어떤 사람은 한 번에 한 책을 읽고,

누군가는 동시에 여러 책을 병렬로 읽기도 한다.

누군가는 밑줄을 긋고 누군가는 책 귀퉁이를 접으며,

누군가는 흔적 하나 없이 소리 없이 조용히

마음속으로 따라 읽기도 한다.

책 자체에 생각을 적는 이도 있고,

누군가는 책의 구절을 손으로 옮기기도 하며,

책을 다 읽은 후에도 마음속에만 담고

두고두고 한 번씩 꺼내보는 사람이 있는 반면

누군가는 꼭 책에 대한 기록을 보이는 형태로

남겨두기도 하니 말이다.


독서에 정해진 옳은 방법이 있을까?

무엇이 맞고 틀리다고 할 수 있을까?

'읽는 사람'으로서 살아가는 우리들의 독서시간이

어떤 식으로든 각자에게는 '의미'로 남는 것 아닐까?

이토록 방대하고 넓게 반짝이는 독서의 윤슬을

같이 알아보고 바꿔보자고 나지막이

독서의 이름들을 불러주는 것 같았다.


한정된 방법으로 읽고 있던 나는

무언가 다른 방식의 읽기를 시도하고 싶었는데,

내가 하던 독서가 무엇이었는지

정확하게 정의하는 과정이었고

어떤 방법으로 읽어봐야 할지

흥미 또한 커지는 느낌이었다.


여전히 오늘도 책을 읽는다.

책에 담긴 글자를 눈으로 읽고 손으로 쓸며

마음속으로 부르고 들으며

의미를 흡수하고 내 것으로 소화해서

그것을 다시 독후기록으로 배출시킨다.

넓은 독서라는 세계에서

마치 신대륙을 발견한 것처럼

짜릿했던 시간!

'유레카!' 하고 빛나는 독서의 윤슬을 담은

《독서의 이름》이었다.


"이 글은 사유와기록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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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작은 것들로 - 장영희 문장들
장영희 지음 / 샘터사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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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인생에 있어서

가장 힘들었던 시간이라고 할 수 있는 시기에,

겨우 마음을 다잡고 다시 일어나고

일상을 보낼 수 있었던 건

온통 흔들린듯싶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일 주어지는 하루,

주변에서 용기와 사랑을 주며 힘을 북돋아 주는

사람들의 마음 덕분이었다.


장영희 작가를 만나게 되었던 것도

그때 당시 옆에서 가장 많이 신경 써서

말을 걸어주고 들여다보며

과한 위로나 어떤 말이 아니라

나의 하루를 그저 물어봐 주던

오랜 지인의 선물을 통해서였는데,

생일을 맞이하여 주었던 〈생일〉이라는 책은

작가가 신문에 기고했던 영문시 칼럼 중에서

사랑을 주제로 한 작품을 모은 것이었다.


그 뒤로 제법 많은 시간이 지나고

내내 생채기로 남아있을 것 같았던 아픔들은

잊힌 건 아니지만 조금은 무뎌졌고,

그 시간을 바탕으로

'나도 타인의 아픔에 기꺼이 함께 공감하고

울어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지'

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었는데

거의 10년 만에 다시금 장영희 작가의 문장을 만났다.

《삶은 작은 것들로》라는 작품이다.


작가는 생후 1년 만에 소아마비에 걸려

두 다리를 쓰지 못하는 1급 장애인 판정을 받고,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로 수많은 차별과 싸워야 했다.

학교를 다니며 통학 과정에서 겪어야 했던

불편함뿐 아니라, 다리가 불편하다는 이유로

신체적 불편함과는 관련이 없는 대학 입학시험조차

보기 어려울 정도였으니 말이다.

이런 차별 속에서도 꿋꿋하게 자신의 길을 걸어나갔고

영미어문 전공 교수이자 번역가, 칼럼니스트 등으로

왕성한 활동을 하다가 암 투병으로 세상을 떠났지만,

그녀가 남긴 다양한 작품과 글들은 지금까지도

많은 독자들에게 삶의 희망과 용기를 전하고 있다.


이번 책은 기존에 작가가 남긴 글들을 모아

한 권으로 묶은 책으로, 일상 속 아름다운 흔적을

작가의 시선을 따라가며 삶을 바라보는 자세와

삶을 살아가는 새로운 힘을 얻을 수 있도록 해주었다.


2025년 트렌트 키워드로 언급된 말 중

유난히 마음에 들어오며 공감을 가져온 것이 있다.

바로 '아보하(아주 보통의 하루)'라는 단어로

너무 행복하지도 그렇다고 너무 불행하지도 않은

아주 보통의 일상 속에서 평온함을 찾으려는

삶의 태도를 드러내고 있다.


이런 아보하와도 일맥상통하는 듯한 느낌을 주었던

이번 장영희 작가의 책 속 문장들은

행복이 어떤 어마어마한 가치나

위대한 성취에 달린 것이 아니라

우리가 별로 중요하게 생각지 않는

아주 작고 소소한 순간들 속에

보석처럼 숨어 있는지 모른다며,

그것을 발견하고 놓치지 않기를 말하고 있었다.


작가가 전하는 다양한 문장들 속에서

'인생'이라는 시간을 바라보는 그만의 시선을

제대로 공감할 수 있었고,

'더 많이 더 특별하게 더 행복해야 해'라는 생각에

강박처럼 그것을 쫓던 사람들에게

진짜 중요한 것은 사소하고 늘 우리에게 주어지는

일상 속에 있다는 것을 일깨워 주고 있었다.


책은 크게 5개의 파트로 나누어져 있다.

자연 인생 당신(사람) 사랑 희망이라는 주제로

작가가 전하는 문장의 이야기들은

우리가 놓치고 있는 인생이라는 거대한 시간의

보이지 않는 이정표를 은은하게 보여준다.


여러 파트들 중에서도

가장 마음에 들어왔던 부분은

인생과 희망이라는 파트였다.


치기 어린 욕심, 바쁘던 10~20대 때는

가지지 못했던 마음의 여유와 자신을 아는 시간을

30대가 접어들고 이런저런 일들로

인생의 나이테를 만들어가면서 느끼게 되었는데,

그런 나의 느낌 또한 삶과 인생이 선사해 주는

어떤 선물 같은 의미라는 것을 느끼던 찰나에

작가의 문장들과 마음을 겹치며 더욱

단단하게 의미를 세우게 됐다.


누구나 마찬가지겠지만 쉽지 않은 인생살이 속에서도

희망을 가지고 몇 번을 넘어지더라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방법을 배운 것은

보물찾기 속 보물 같았고 말이다.


잔잔하게 그리고 나지막이 이어지는 문장들을 훑으며

소리 없이 읽고 마음속에 아로새기며

인생의 의미를 행복의 의미를 다시 한번 떠올렸다.


실패 앞에서 원망스러운 마음이 들 때마다

부딪쳐서 불편한 사람을 보며 싫은 감정이 들 때마다

감정의 화살을 내가 아닌 바깥으로 돌리며,

못난 마음만을 키웠던 순간들을 많이 반성했다.


어쩜 이렇게 마음먹을 수 있을까?

어쩜 이렇게 차분할 수 있을까?

제법 나도 시간을 보내왔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나의 인생의 열매는 덜 여문 상태였구나

깨닫는 계기가 되었기도 하고 말이다.


작가의 문장을 통해 인생을 다시 바라본다.

그리고 나에게 주어지는 행복을 다시 바라본다.

언제나 감사하는 마음으로,

따뜻한 눈빛과 마음으로 주어지는 보석들을

발견할 수 있는 사람이 되겠노라고 다짐한다.


"이 글은 샘터사로부터 서평단 활동을 위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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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작은 것들로 - 장영희 문장들
장영희 지음 / 샘터사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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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더욱 소중하게 빛내줄 사랑과 희망이 가득 배어 있는 보석 같은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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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인칭 전업작가 시점
심너울 지음 / 문학수첩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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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가장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는

장르문학을 꼽자면 SF 문학을 빼놓을 수 없다.

2020년대에 들어오면서

SF 장르문학이 점점 사랑을 받고 있고

많은 젊은 작가들이 등장하면서

한국식 SF 문학의 탄탄한 토대가 마련되고 있다.

한국의 최초 SF 소설을 쓴 문윤성 작가의 이름을 딴

'문윤성 SF 문학상' 도 진행되며 SF 문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데,

그 중심에는 심너울 작가가 있다.


심너울 작가는 90년대에 태어난 젊은 작가로

2018년 서교예술실험센터 공간 교류 사업

'같이, 가치' 프로젝트의 하나인

탈영역우정국의 사변소설공모에

단편소설 <정적>이 선정되면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웹진 '거울'의 고정 필진이며

한국과학소설작가연대 회원이기도 한데,

2019년 SF 어워드 중단편소설상을 수상하고

다양한 작품들로 팬층을 쌓아가고 있는

한국의 대표적인 SF 작가라고 할 수 있다.


글쓰기를 업으로 삼는 작가라고 하면

가지고 있는 이미지가 있었다.

홀연히 글쓰기를 시작하여,

술술 누군가가 불러주는 것을 쓰는 것처럼

작품을 쉽게 써 내려가고,

남들과 똑같은 일상도 작품으로 녹여낼 수 있는

남다른 시선이 있을 거라는 생각 말이다.

매일 규칙적으로 생활하며 글쓰기를 하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모습은

그것마저도 '하루키'이기 때문에 나오는

그만의 캐릭터이자 특징이라고 생각했다.


누구나 태어나 살면서 자신만의 업으로

먹고사는 일을 지속하고 있는데,

매일 창작을 해야 하는 일을 하는 전업작가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으며

어떻게 글을 쓰는지 너무 궁금하던 찰나에

심너울 작가의 솔직 담백한 에세이를 만나게 됐다.


단편소설로 데뷔하여 그 이후로 장편소설,

시나리오, 칼럼 등 다양한 텍스트를 써 내려가고 있는

전업작가로 자신을 소개하고 있는 심너울 작가.

작가는 자신에 대한 소개와 함께

글을 써야 하는 작가라는 직업으로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이야기와 책 자체에 대한 생각,

또 출판시장에 대한 얘기뿐 아니라

인공지능이 점차 도입되고 있는 현재에서

창작자로서 느끼는 생각,

자신이 감동을 느끼는 작품들에 대한 소개하고 있다.

글쓰기를 직업으로 가진 한 사람의 '인간'으로써

느끼는 다양한 생각들을 솔직 담백하게 담아낸

전업작가의 분투기라고 볼 수 있다.


우연한 기회로 글을 쓰기 시작했지만,

전업작가로 여러 작품들을 써 내려가면서

그것을 '업'으로 삼은 이상 경제적인 부분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는 작가는

'자신이 너무 돈을 밝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이라고 했지만 어쩌면 글쓰기를 업으로 삼고자 하는

많은 예비 전업작가들에게 가장 솔직한

민낯을 보여주고 있다.


최저 원고료나 평가에 대한 문제,

증정본이나 책의 홍보를 위해 활용하는

서평단이나 다양한 활동 등에 대해서도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출판산업에 대한

생각을 덧붙이고 있었다.


책을 읽는 사람은 점차 줄어들고 있는데,

지금도 한 달에 1,000권이 넘는 새로운 책들이 나오고

여전히 '쓰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너무나 많다.

독립출판(자가출판)을 비롯해,

출판사에 투고를 하며 작가가 되고자

글을 쓰는 이들에게는

전업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이들에게

너무나 궁금한 점들이 많을 것이다.

마치 관찰카메라를 따라가듯 심너울 작가의

글을 따라 전업작가의 일상을 훑으며

글쓰기를 업으로 삼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또 직장인들 만큼이나(어쩌면 그보다 더)

많은 노동력을 투여하고 움직여야 함을 느끼게 된다.


작가들 중 누군가는 '문학 작품'은

그 자체가 예술인 것으로

수익이나 경제적인 부분과는 별도로

지속해 나가야만 하는 사명 같은 것으로

생각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나 역시 어쩌면 글쓰기를 업으로 삼은 이들에게

그들에게 이것이 하나의 직업이 아닌

마치 '어떤 상황에서도 이어가야 하는 사명'

같은 것으로 인식하고 강요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전업작가로서 글을 써 내려가며

작가가 고민했던 수많은 포인트들과

다양한 시간 속에서 성장해나가는 모습은

한 인간으로서 평범한 직업을 가진

우리들과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


어떤 하나의 기준으로 원고료를 측정하기도 어렵고,

작품의 뛰어남이 판매량으로

모두 이어지는 것만이 아닌 상황에서

글쓰기를 직업으로 삼은 전업작가는

자신이 가져온 글쓰기의 시간을 바탕으로 말한다.

글쓰기의 현실이 이렇다고,

전업작가로 사는 현실은 이렇다고 말이다.


자신의 부족함과 모자람을 기꺼이 드러내고

마주한 한계를 넘어 또 한 발자국 내딛는

그러면서도 텍스트를 써 내려가며

낙관을 하는 그의 모습을 보며 다시 한번 느낀다.

'아, 역시 그는 글을 쓸 수밖에 없는 사람이구나'

나는 그가 써 내려간 텍스트를 읽고 공감하며

그가 낙관하고 다시 또 나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되기를

바라고 또 바란다.


그의 작품 중 인상 깊게 읽었던

《갈아만든 천국》에 대한 회고까지 있어서

더욱 즐겁게 읽을 수 있었던

솔직한 고백이었다.


"이 글은 문학수첩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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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눗방울 퐁
이유리 지음 / 민음사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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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이별'이라는 것이 과연 존재할 수 있을까?
만남 그리고 이별 후에도 여전히 '나'로 살아가는
사람들이지만, 사랑보다는 어쩌면 이별 앞에서
우리는 한 뼘 더 성장해 나간다.

예상치 못한 이별 앞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다가
불현듯 현실을 마주하고 자신을 바라보며
그렇게 조금씩 다시 일상으로 세상 속으로 나아간다.

남녀 간의 사랑뿐 아니라
가족, 알 수 없는 외계의 존재,
레즈비언 커플, 수조에서 훔친 킹크랩 등
다양한 이별의 이야기를 특유의 위트와 명랑함으로
담아낸 이유리 작가의 소설집 《비눗방울 퐁》을 만났다.

소설 속에서 등장하는 인물들은
각자의 사연이 담긴 이별을 마주하고 있다.
이별 앞에서 고통스러워하던 인물들은
비로소 이별 끝에 상대를 향하던 시선과 마음이
오롯이 자신을 향하며 나를 다시 사랑하는 과정을 겪는다.

한때는 나를 채웠던 사람과 감정은 한순간에 사라지고,
그 부재는 달라진 현실을 더욱 쓸쓸하게 한다.
이별이라는 사실보다도 그때와는 달라진 자신의 모습에서
어쩌면 사람들은 더 부침을 느끼는지도 모르겠다.

치매를 앓으며 변해가는 엄마를 두고,
기억을 바탕으로 구성한 가상현실 속 엄마를 만나며
그곳에 마음을 기대고 가지게 되는 마음속 부채감을 담은
<크로노스>
사회가 말하는 보통의 삶을 이어가지 못하고
'기생'한다는 날카로운 말 앞에 도망치듯 나온 현실 속
막막함도 '그때 일은 그때 가서'라는 마음으로 잊어버리기
<그때는 그때 가서>
이별 뒤 아픔을 지우기 위해 선택한 감정전이 과정에서
돌아보게 된 사랑했던 추억의 따스함
<내게 남은 사랑을 드릴게요>
아프고 좋았던 또 상처받았던 모든 기억을 담은
담금주의 맛이 제대로 들 수밖에 없는 이유
<담금주의 맛>
나이도 많고 능력도 없는 성소수자의 삶이지만
하루하루를 시트콤처럼 유쾌하게 담아낸
<보험과 야쿠르트>
외계 생명체와의 기이한 동거,
사실은 서로에게 동기부여가 되는 멋진 존재가
되고 싶었던 건 아니었을까 싶은
<달리는 무릎>
눈에 보이는 귀에 들리는 인사가 전부가 아님을,
각자의 방식으로 헤어지는 이별 이야기
<비눗방울 퐁>
시작은 장난이었으나
의미를 부여하고 마음을 주니
또 다른 스토리가 된 <퀸크랩>까지

소설 속 인물들을 따라 만남과 이별을 반복하다 보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나와 함께 살아가야 할
'나 자신'을 제대로 사랑하는 법을 배운 것 같았다.

완전히 끝난 후에야 비로소 다시 시작할 수 있는 법.
그동안 완전히 이별하지 못하고 질척거리던 마음은
사실은 상대가 남긴 부채가 아닌 스스로의 미련이었음을,
고통을 제대로 겪고 충분히 아파하며
미련 없이 툭 털어낸 후에야 사랑도 다시 시작됨을
소설을 읽으며 깨닫는다.

어떤 이별이 좋은 이별일까?
어떻게 헤어져야 뒤엉킨 감정들이 정리가 될까?
감정의 맺고 끊음의 마침표를 찍기 어려운 이들에게
이유리 작가의 명랑한 이별법을 전한다.

경쾌하게 퐁, 다시 평온을 되찾으라고 말이다.

"이 글은 민음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저의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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