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길은 여름으로
채기성 지음 / 나무옆의자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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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나무옆의자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어떤 기억은 평생을 따라다니며 한 사람을 괴롭힌다.

벗어나야지라고 이내 다짐하지만,

발목을 잡히고 끌려다니는 걸 알면서도 이내 엉키는

벗어날 수 없는 악연 같은 기억은

'나'라는 사람을 이전과 떼어놓거나 잊고 방치해야

겨우 살아갈 수 있게 할 정도이다.


상처와 번민, 가족으로 이어진 굴레,

평행선을 달리는 타인과의 관계, 감정 등

지친 각자의 삶 속에서 고뇌하는 사람들은

기대와 사랑으로 빛날 계절을 다시 꿈꾼다.


인생이라는 시계는 그렇다.

느리게 때로는 빠르게,

때로는 가혹하다가도 다정하게

못 견디겠다 벗어나고 싶다고 생각하다가도

또 이만하면 버틸 수 있게

삶의 한 가운데에서 자신과 타인의 인생을 바라보며

그 여름의 아련함을 느껴본다.


그곳에 있는 것만으로도

과거에 다시 얽매이는 것 같았던 고향에

도망치듯 다시 돌아오게 된 주인공들.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과 상처들은

과거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고향에서

다시금 서로를 향해 날선 상처를 주게 한다.


누군가는 잊고 싶었고,

누군가는 도망치듯 벗어났던 그 공간에서

과거의 추억과 시간을 함께 공유한

주인공들은 다시 마주하게 된다.


서로에게 날선 말을 던지며,

자신의 상처를 외면하던 주인공들은

자신이 아닌 타인의 삶을 통해

외면하고 있던 과거의 나를 바라보게 되고,

그들을 향해 손을 뻗으며,

조금씩 과거의 상처에서도 벗어나 보고자 한다.


세계문학상과 사계절문학상 수상 작가

채기성의 신작 소설 〈우리의 길은 여름으로〉은

상처뿐인 도시에서의 시간을 뒤로하고

자신을 찾아, 쉴 곳을 찾아 고향으로 돌아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는다.


고등학교 동창인 등장인물들은

과거 친구이자 추억을 공유한 인물들이다.

설레는 첫사랑의 기억이기도 하고

아직은 서툴렀던 마음을 미숙하게 삼켰던

그래서 서로에게 미련이자 원망이 남아있는 그들은

일련의 사건을 계기로 멀어졌다가

오랜 시간이 지나고 다시 돌아온 고향에서 만난다.


일을 통해 건조하게 서로를 대하지만,

상반된 성격이나 일을 마주하는 모습에서 대조하는 모습은

그때의 앙금이 여전히 남아있는 듯하다.

서로를 이해하지 못했던 그들은

숨겨진 그때의 일에 대한 기억,

그리고 자책이자 원망 등을

현재의 시간과 겹쳐 보이며 펼쳐놓는다.


따스하고 화목한 가족과의 관계조차

제대로 성립되지 못했고,

사랑하기에 아끼기에 모진 소리를 내뱉었던 말들은

씻지 못할 상처로만 남았다.


과거의 상처를 끌어안고 벗어나지 못한 채

방황하던 주인공들은

현재의 시간에서 그때의 시간을 조금씩 어루만지고

이해하지 못했던 마음들을 돌보게 된다.


현실을 외면하기 위해 도피하듯 외부로 돌렸던 눈은

타인에 대한 손길에서 마음으로,

그것은 다시 돌고 돌아 과거의 시간을 이해하고

어루만지는 계기로 다가온다.


고정된 형태로 남아있던 각인된 감정들은

이내 기대와 사랑으로 다시 피어오른다.

상처만 남았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누구보다 이해하고 싶었고

이해받고 싶었으며 표현하고 싶었던

마음의 깊이가 더욱 더해진 것이다.


다른 이를 어루만지며

비로소 자신을 이해하게 된 이들이

마음속에 품어놓은 사랑을 꺼내놓는다.

폭풍과도 같았던 감정들이 잠잠해지고,

그 속에 숨겨진 진심이 떠오르듯이

태풍이 훑고 지나간 뒤에 내리쬐는

뜨거운 여름의 태양처럼

그들에게도 따뜻한 기대와 사랑이 넘치게 된다.


삶이란 그런 것이라고 작가는 얘기한다.

타인과의 관계라는 굴레 안에서 상처받으면서도

기대와 사랑으로 삶을 채워간다고,

타인과 불과하면서도 또 타인에게 헌신하고

그렇게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거라고

그런 삶에 대한 이야기를 글을 쓰며 찾았다고 말이다.


소설 속에서 등장하는 인물들은

고정된 자신의 감정에서 벗어나

비로소 타인을 이해하고 서로를 품는다.

타인을 이해하고 구하면서 비로소 품을 수 있었던 것

다른 사람이 아니라 나였음을 깨달을 수 있다.

그리고 거기서부터 기대와 사랑은 자라나기 시작한다.


어리숙한 마음이 진심만 있다면

언젠가는 닿을 거라 생각하던 때가 나 역시 있었다.

하지만 서툴렀던 표현으로는 담기지 않는

표현하지 않으면 드러나지 않는 진심도 있음을

이제는 알고 있다.


소설 속에서 등장하는 인물들의 변화를 마주하며,

그 잔잔한 파고를 들여다보며

나 역시 여름으로 향하는 길을 찾는다.

상처가 아문 자리에서 빛날 그 길을 따라

잔잔한 그리움을 느낄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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