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세 정신과 영수증 - 2만 장의 영수증 위에 쓴 삶과 사랑의 기록 정신과 영수증
정신 지음, 사이이다 사진, 공민선 디자인 / 이야기장수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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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카메라의 등장, 그리고 친구들과 연결되는

관계형SNS의 시초라고 할 수 있는 싸이월드는

2000년대 초반을 시작으로 이른바

'핫하면서도 2000년대만의 감성'을 가득 담아내며

많은 이들에게 아련한 추억으로 남아있다.


카드보다는 현금 사용이 대부분이었고,

아날로그 감성과 디지털 감성이 혼재되던 그때에는

디지털 사진도 인화해서 보관을 하였으며

관계형 SNS에서는 자신만의 감성 가득한

글을 남기는 이들도 속속 등장하곤 했다.


한창 이맘때 도서관에서 만나

나를 푹 빠지게 한 책이 있었다.

문헌정보학을 전공했던지라 공강시간이나

수업이 모두 끝난 뒤에는 학교 도서관에 가서

서가를 오가며 재미있어 보이는 책을 골라보거나

발견하기 위해 채굴(?) 하는 게 또 다른 재미였는데

<정신과 영수증>이라는 다소 특이한 이 책은

제목부터 한눈에 들어올 수밖에 없었다.

물건을 살 때면 자연스레 손에 쥐어지는 영수증을 모아

영수증 그리고 그와 관련된 사진과 함께

자신만의 감성 넘치는 글을 담아낸 이 책은

너무나 '싸이 감성'이었고,

따라 하고픈 생각이 들게 하는 그런 매력이 있었다.


인터넷 사용이 익숙해졌다지만

무언가 손으로 기록하고 남기는 아날로그가

아직은 편했던 그때에 만났던 <정신과 영수증>은

너무나 따라 하기에 좋은 교습서 같은 느낌이랄까


24살의 정신이 자신의 영수증을 바탕으로

마음속 이야기를 꾹꾹 눌러 담은 이 책은

한순간 내 마음에 들어왔고,

순식간에 책을 읽어버리고는 언니와 동생에게도

추천하게 했던 나의 20대의 추억 같은 책이었다.


그 뒤로 많은 사랑을 받은 이 책은 절판되었다가

독자들의 요청으로 재출간되기도 했는데,

오랜 시간이 지나 한 번씩 대학생 시절을 떠올리면

'정신과 영수증, 그 정신은 지금 뭐하고 살까?' 하는

궁금증을 해결해 줄 새 책이 나타났다.

무려 처음 책이 나왔던 2004년으로부터

11년 만에 찾아온, <40세 정신과 영수증>이다.


처음 <40세 정신과 영수증>의 출간 소식을 듣고는

"미쳤다"라고 외치며 감탄을 멈출 수 없었다.

더욱이 초판 작업을 함께했던 사이이다(사진),

공민선(디자인)도 이번 출간에 함께한다니

마치 무한도전 토토가를 통해 추억 속의 90년대 가수들

무대를 다시 보는 듯 설레는 감정을 감출 수가 없었다.


40세 정신과 영수증은

2018년부터 2025년에 이르기까지

40대가 된 정신의 이야기로 채워져있다.

24세였던 정신은 40대가 되었고,

여전히 글을 쓰고 기도를 하지만

결혼은 하지 않았고, 사랑하고 싶어 했다.


국내에서 벗어나 좀 더 넓은 범위에서

결혼할 사람을 찾겠다는 생각은

그녀를 태평양을 건너 미국으로 향하게 한다.

그곳에서 우연히 이전에 쓴 <정신과 영수증>을

중학교 때 읽었다는 독자와 만남을 갖고,

그녀의 독자이자 연애 선생님이 되어준

아그네스의 조언에 따라 본격적으로

결혼 상대 찾기에 나선다.


미국에서 시간을 보내며 성경을 읽고 녹음하며

기도하던 순간들,

늘 한결같이 곁을 지켜주는 소중한 이들과의 추억 등

하루하루의 순간은 영수증을 바탕으로

새로운 기록으로 탄생하며 그녀의 인생에 쌓여간다.


지금도 여전히 영수증을 모은다는 정신은,

무려 2만 장의 영수증을 모았다고 한다.

그 영수증들은 그녀가 부지런히 살아내는

매 순간의 발자취이자 그녀 자신으로 남아있었다.

기록은 남기고 또다시 돌아볼 때 의미가 되는데,

남들은 가볍게 버리거나 혹은 아예 받지도 않는 영수증이

그녀에게는 인생의 전체를 이루는

소소하고 무수한 점이자, 하나의 특별함인 것이다.


포클랜드를 거쳐 뉴욕으로,

또 중간중간 한국에서의 기록으로

정신의 영수증을 따라 우리는 그때 그 시간의

그녀 곁으로 함께 여행을 떠난다.

함께 자전거를 타고 커피를 마시며,

아이스크림을 잊고 녹아버릴 정도로 빠져들게 된

남자와의 만남도 함께 바라본다.

사랑에 빠진 여자의 마음에 새겨진 확신도,

가족이 되는 순간의 기록까지도 그녀는 정신답게

영수증과 글로 자신만의 발자취를 남긴다.


'그래, 내가 보고 싶었던 건 이런 사소한 일상이었어'

'이런 담백한 이야기에 정신없이 빠지고 싶었어'

'그때도 이런 게 좋았어' 하며

시간은 흘렀지만 여전히 '정신' 그 모습 그대로인

그녀의 글과 사진을 볼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지금이야 기록하는 이들 사이에서 흔해져 버린

지출 기록이나 영수증 일기 등도 사실은

그녀에게서 비롯된 것임을 사람들은 알까?


퍽퍽해지고 차가워진 것만 같은 요즘의 감성에

여전한 자신만의 모습으로 그녀는 큰 파장을 던진다.

잊고 있던 그렇지만 그리웠던 반가운 친구를 만난 듯,

나는 그녀의 책을 보며 그녀를 처음 봤던 그때의

나의 시간으로 돌아가 소녀처럼 기뻐하게 된다.


모두들 온통 흔들어놓을 정신의 이야기,

너무나 궁금했던 정신의 이야기.

11년 만에 만난 정신과 그의 영수증,

<40세 정신과 영수증>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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