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매일 뉴스로 출근하는 여자 - 빨래골 여자아이가 동대문 옷가게 알바에서 뉴스룸 앵커가 되기까지
한민용 지음 / 이야기장수 / 2025년 8월
평점 :

"이 글은 이야기장수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뉴스의 꽃, 방송국의 얼굴.
메인 뉴스의 앵커 자리에는
늘 단정한 차림새의 여성 앵커들이 있다.
가장 발 빠르게 정보를 전달하는 매체이지만
어쩌면 가장 보수적인 게 뉴스인데
그동안 고정되었던 이미지의 여성 앵커에서 벗어나
자신의 이야기를 그리는 멋진 사람을 만났다.
JTBC 뉴스룸 최초의 여성 앵커이자
대한민국 뉴스 역사상 최연소 여성 메인 앵커를 맡은
기자 출신 한민용 아나운서가 쓴
〈매일 뉴스로 출근하는 여자〉이다.

뉴스를 진행하는 여자 아나운서는 많았다.
이름만 대어도 다들 아는 여자 아나운서들은
지적인 모습으로 또박또박 뉴스를 전하면서도
시청자들에게 자칫 딱딱하게 느껴질 수 있는 분위기를
한결 부드럽고 유하게 해주는 역할을 했다.
여자 아나운서를 다룬 드라마, 영화들도 많았지만
그런 픽션에서처럼 '전하고자 하는'
의식, 의지가 있는 캐릭터들은 현실에서 볼 수 없었고
'말하는' 스피커로서의 역할이 대부분이었다.
많은 직업군에서 유난히 '여성'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여자' 아나운서 '여자' 운동선수 '여자' 작가.
직업에 있어서 성별로 구분된 역할이 있는 것이 아닌데,
'여성'이라는 수식어 앞에
마치 남성의 보조나 남성의 파트너 같은 느낌이
점점 맞지 않는 옷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한민용 아나운서는 자신의 역할 앞에
덧붙여진 성별을 지우고
자신의 이야기를 단단하게 펼치는 사람이다.
기자 겸 앵커여서 였을까,
방송국에서 보편적으로 추구하는
'뉴스의 꽃' '방송국의 얼굴' 대신
사람들을 설득하는 일을 하는 사람으로서
자신의 역할을 묵묵하게 해내며,
같은 일을 하고 싶어 하는 후배들에게
또 그를 바라보는 또 다른 여성들에게
단단하게 서 있는 자신의 모습을 보인다.
아나운서, 그저 좋은 학교를 나오고
어려운 언론 고시를 통과해
고생 없이 탄탄대로를 밟아 온,
결국은 그러다가 결혼을 핑계로 방송을 떠나는
수많은 사람들을 봐오며 스스로도 여자이지만
편견 아닌 편견을 가졌던 나에게
한민용 아나운서의 이야기를 굉장히
센세이셔널한 울림으로 다가왔다.
개천에서 용 났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
그녀는 자신이 보내온 시간을 통해,
얼마나 자신이 말하고 싶었던 사람이었는지
또 어떤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는지,
자신이 만나온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이었는지
자신이 부딪쳐온 꿈을 향한 높은 벽과 여정,
그리고 결국은 돌고 돌아 스스로 쟁취한
땀의 시간을 통해
그렇고 그런 뻔한 성공 스토리가 아닌
스스로 만들어간 "나의 이야기"를 펼친다.
처음부터 앵커를 생각했던 것이 아니라,
기자 생활을 거쳐 언론생활을 시작하며
주어지게 된 앵커라는 역할을
자신만의 색과 방식으로 새로운 지평을 열게 된
한 아나운서의 이야기는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는 모두에게
그만의 응원으로 다가온다.
만들어진 기사를 그저 말하는 것이
앵커라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내가 생각했던 것처럼
뉴스는 앵커는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한 회의 뉴스 진행을 위해서
이른 아침부터 늦은 시간까지,
때로는 밤을 새워서 방송을 하며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제대로 전하기 위해
더하고 있는 숨어있는 노력을
새삼스럽게 알아차리며,
그들의 역할을 쉽게 생각했던
나의 편견을 반성하게 되었다.
기자로서 가졌던 사명감,
기자 생활을 바탕으로 앵커가 된 뒤에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꺼내 보였던 많은 이야기들,
말을 옮기는 사람이 아니라
이야기하는 사람으로 존재하는 그녀의 모습은
왜 그녀가 그 자리에 있을 수밖에 없었는지
증명해 주는 포인트였다.
세월호 참사, 국정 농단, 대통령 탄핵,
이태원 참사, 계엄령 등
많은 사건들 앞에서 언론인으로 한 명의 국민으로
시대와 역사를 마주한 그녀의 단단한 시선이
점점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자신처럼 꿈을 꾸는 이들에게 전하는
가장 작지만 단단한 응원!
그녀는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
불안하고 흔들리는 모두에게
'당신만은 당신의 편이 되어주라고,
인생에서 가장 좋은 이야기를 고르고 골라
스스로에게 들려주라'라고 말한다.
인생의 새로운 챕터에 접어들며,
또 다른 변화를 맞이한 한 아나운서의 앞길에는
또 어떤 이야기들이 펼쳐질지
너무나 기대된다.
나 역시 나만의 이야기로 내 인생을 채우며,
나의 길을 걸어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