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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잠깐만! ㅣ 한솔 마음씨앗 그림책 43
앙트아네트 포티스 글.그림, 노경실 옮김 / 한솔수북 / 2015년 7월
평점 :
그림책을 읽다가, 아니 보다가 문득 엄마는 어디를 보고 있을까가 궁금해진다. 아이는 끊임없이 “엄마, 잠깐만!”을 외치는데, 한 번도 돌아봐주지 않는다. 아이가 무엇을 보고 있을까? 오는 왜 그럴까를 묻지 않는다. 다만 자신이 하고 싶은 말, 바쁘다는 말뿐이다.
물론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엄마는 해야 할 일, 갈 곳이 있다. 하지만 아이들은 엄마의 이런 마음을 알 수 없다. 다만 자신들이 바라보고, 하고 싶은 것만 있을 뿐이다. 그런데 아이는 그렇지 않다. 세상에 보는 것들은 모두 신기하고, 재미있는 것뿐이다. 어쩌면 처음 접하는 것들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러지 깊이 보고, 제대로 보고, 많이 보고 싶은 것이다. 그것이 아이들 마음이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우리도 그러했을 것이다. 부모님의 걸음걸이 폭보다 짧은 아이는 당연히 걸음이 느리다. 그러니 보이는 것도 많다. 빨리 가지 않고 느리게 가면 볼 수 있는 것이 많은 것은 당연하다.
아이의 시선을 따라가면 정말 볼 것이 많다. 강아지를 만나 볼 수 있고, 도로 공사를 하면서 손을 흔들어주는 아저씨를 만날 수 있다. 공원에서 노니는 오리도 만난다. 어디 그뿐이랴, 곳곳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표정은 너무도 밝고 느긋하다. 바쁘게 달려가는 엄마의 시계와는 다른 표정들이다.
가만히 보면, 도시에 살아도 보고 느낄 것은 많다. 단지 바쁘다는 이유로 바쁘게만 간다면 볼 수 없는 것들이 있을 수 있다.
아이의 시선에는 많은 것이 담겨있다. 그리 바삐 가지 않아도 된다. 조금 느리지만 더 많이 즐기고, 보고, 알아 가면 된다는 메시지이다. 빗방울 때문에 더 빠른 걸음을 걸어야 했던 엄마, 그 뒤를 쫓아야 했던 아이의 걸음, 그런데 잠깐만을 외치는 아이의 눈에 더 신기한 일이 벌어진다. 무지개. 엄마의 걸음을 바삐 쫒아야했지만, 자신만의 걸음을 걷고자 했던 아이, 그 아이의 시선에 걸려버린 것은 무지개다. 작가는 제 아무리 바쁜 일이 있더라도 가끔 느리게 걸으며 주변의 아름다움을 찾아보라는 의미를 아이의 시선으로 말하고자 했음을 독자들은 알아차려볼 수 있는 그림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