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한부 생명이라는 선고를 받고 병원에서 나오던 그날, 그는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이렇게 시름시름 앓다가 사라져 버릴 것인가. 아니면 남은 시간을 최선을 다해 보낼 것인가?’ 스스로에게 물었다. 그는 시름시름 앓고 싶지 않았다. 또 죽어 가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고 싶지도 않았다. 대신, 자신의 죽음을 삶의 정점이 될 마지막 프로젝트로삼고 싶어 했다 그는 ‘누구나 죽는다. 기왕이면 죽음을 가치 있는 일로 승화 시킬 수는 없을까?’라고 생각했다 교수님은 스스로 연구 대상이 될 수 있었다. 바로 이간 교과서로 말이다 ‘생명이 사그라지는 나를 천천히 참을성 있게 연구하시오. 내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지켜보시오. 그리고 나와 더불어 죽음을 배우시오’ 그는 삶과 죽음, 그 좁은 여정을 잇는 마지막 다리를 걸어 가리라고 결심했다
의미 없는 생활을 하느라 바삐 뛰어다니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자기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느라 분주할 때 조차도 그 절반은 자고 있는 것과 같지 엉뚱한 것을 좇고 있기 때문이다 인생을 의미 있게 보내려면 자신을 사랑해 주는 사람들을 위해 살아야 하네 자기가 속한 공동체에 봉사하고 자신에게 생의 의미와 목적을 주는 일을 창조하는 것에 헌신해야 하네
어떻게 죽어야 할지 배우게 되면 어떻게 살아야 할지도 배울 수 있더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다시 말하면, 일단 죽는 법을 배우게 되면 사는 법도 배우게 된다네
내가 어떻게 죽고 싶어 하는지 혹시 아나 나는 침묵하며 그의 대답을 기다렸다 평온하게 죽게 싶네 아주 평화롭게 말이야 방금 전처럼 그렇게느느 아니야 벗어나기가 힘으르 발휘하는 때는 바로 이때야 만약 방금처럼 기침을 해 대다가 죽어야 한다면 난 그 두려움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어 그럴 때 지금 이 순간 나는 이 두려움에서 벗어나야 한다라고 말해야겠지 근심스런 내 얼굴을 보며 교수님은 말을 이어 나갔다 공포 속에서 세상을 떠나고 싶진 않아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고, 받아들이고, 평화로운 곳에 이르고, 자유롭게 놓여나고 싶네
사실 내 안에는 모든 나이가 다 있네 난 세 살이기도 하고, 다섯 살이기도 하고, 서른일곱 살이기도 하고, 쉰 살이기도 해 그 세월들을 다 거쳐 왔으니까 말이야 나는 그때가 어떤지를 알지 어린애가 되는 것이 적절할 때는 어린애인 게 즐거워 또 현명한 노인이 되는 것이 적절할 때는 현명한 어른인 게 기쁘네 어떤 나이든 될 수 있다는 걸 생각해 보게 지금 이 나이에 이르기까지 모든 나이가 다 내 안에 있다네 이해가 되나?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다 거쳐 온 시절인데 자네가 있는 그 자리가 어떻게 부러울 수 있겠나?
마음속에서 우러나는 일들을 하게. 그러면 절대 실망하지 않아. 질투심으로 괴로워지지도 않고 말이야. 다른 사람의 것을 탐내지도 않게 되지. 오히려 그들에게 베풀면서 만족감을 느끼게 될 거야
나는 다른 사람과 온전히 함께하는 시간이 있다고 믿네 그건 상대방과 정말로 함께 있는 것을 뜻해 지금처럼 자네와 이야기하고 있을 땐 난 계속 우리 사이에 일어나는 일에만 신경을 쓰려고 노력하네 지난주에 나눴던 이야기는 생각하지 않아 이번 금요일에 일어날 일에 대해서도 생각하지 않지 코펠과 인터뷰를 할 일이나 먹아야 하는 약에 대해서도 생각하질 않아 나는 지금 자네와 이야기를 하고 있어 오직 자네 생각만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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