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나무가 잎을 물들이는 것도 자신을 위한 큰 변화다. 내년에 새로운 잎을 얻기 위해서는 애지중지하던 올해의 잎을 죽여야 한다. 삶과 죽음은 둘이 아니라 하나다. 삶과 죽음이 하나라면 삶도 내 것이 아니고 죽음도 내 것이 아니다. 삶과 죽음. 극과 극 어디에도 머물지 않고 살아가는 것이 나무라면 그런 삶을 유지하는 나무가 위대하다면 그런 삶이 행복을 보장한다면 인간도 기꺼이 자신이 소유한 그 무엇을 버려야만 행복해질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유독 소나무를 좋아하는 이유는 일상에서 늘 만날 수 있고, 이 땅과 역사를 함께한 나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국인의 몸속에는 소나무에 대한 기억이 나무의 나이테처럼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 .....
사람들은 소나무 잎을 통해 부부의 사랑을 노래했고, 소나무를 성찰의 대상으로 삼았다. 소나무 잎은 두개가 한 묶음으로 같이 떨어지지 때문에 이를 부부의 사랑으로 여겼고, 성찰의 대상으로 삼은 것은 나뭇잎이 푸르기 때문이다.

나무의 옹이는 곧 외부의 상처다. 즉 외상이 깊어 안에서 생긴 고통의 흔적이다. 이 세상 어느 누구인들 옹이 없이 살아가는 사람이 있을까. 누구나 옹이 하나쯤은 안고 산다. 옹이가 있다고 해서 불행한 것은 아니다. 옹이는 나무의 삶을 강하게 만드는 희망의 에너지다. 옹이를 만나면 톱마저 지나가기 어렵다. 그래서 하나의 옹이는 나무의 몸 전체를 보호한다. 살면서 생기는 고통은 그 당시에는 무척 견디기 힘들지만 한번 이기고 나면 훨씬 자신감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다.옹이는 일종의 견디는 힘, 즉 내성이다. 나무가 비바람을 견디는 것 역시 살아가면서 만든 내성 때문이다. 사람도 마찬가지로 내성 없이는 거친 세상을 살아갈 수 없는 존재다.

아무리 위대한 사람일지라도 평생 흔들리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은 없다. 나무가 하늘을 향해 곧게 자랄 수 있는 것도 바람에 수없이 흔들리면서 살아가지 때문이다. 그러나 오직 흔들리기만 한다면 살아남을 수 없다. 나무는 흔들리면서 뿌리를 튼튼히 만든다. 바람에 꽃과 열매를 잃어 버릴 때도 많지만 그럴 때마다 뿌리는 한층 더 튼튼해진다

자신의 몸을 무시하는 자는 재앙을 피할 수 없다. 한 존재의 몸은 하늘이 내려준 선물이다. 흔히 신이 내린 몸이니, 신이 저주한 몸이니 하면서 몸을 상대평가하는 세태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몸을 상대평가하는 것은 인간을 피부색으로 평가하거나 나무를 큰 것과 작은 것, 꽃이 화려한 것과 그렇지 않는 것으로 평가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나무는 결코 불행의 씨앗을 만들지 않지만 생명에 대한 인간의 차별은 불행의 싸앗, 자멸의 종자를 잉태한다

세상에는 스스로 말해야 할 것이 있고 말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부모는 자신을 위해 성실하게 살았을 뿐이지만 그 성실함으로 인해 자식은 나무처럼 무럭무럭 자랄 수 있었다. 그런데 부모가 자식을 위해 희생했다고 말하는 순간, 부모의 희생은 희생이 아니라 자랑으로 변한다. 만약 부모가 자식에게 보여주기 위해 살았다면 그렇게 힘든 과정을 견딜 수 없었을 것이다. 부모가 어려운 상황을 견딜 수 있었던 것은 자식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이 그렇게 살지 않으면 부모 역할을 할 수 없다고 생가했기 때문이다. 부모가 효도를 기대하면서 자식을 기른다면 그건 절대적인 사랑이 아니다. 내가 이렇게 해줬으니 당연히 자식도 그렇게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사랑이 아니라 거래다. 부모는 자식을 독점할 수 없다. 부모의 위대함은 자식의 사랑을 기대하지 않고 오로지 내가 원해서 낳은 자식에 대해 책임을 다할 때 빛난다

행복을 위해서는 목표지향의 삶이 아닌 목적지향의 삶을 추구해야 한다. 스스로 왜 사는지를 매일매일 고민하는 사람은 결코 불행하지 않다. 누구나 똑같이 행복하기를 바라며 살아가지만, 행복을 찾는 방법은 사람의 수만큼 다양하다. 그러므로 행복하기 위해서는 각자 어떻게 하면 행복할까를 고민해야 한다. 이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가치의 전환이 아닐까. 어디에 가치를 두느냐에 따라 행복지수는 엄청나게 달라진다.

나무의 꽃과 열매는 후손을 남기기 위한 과정이다. 매우 중요한 과정이지만, 나무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대부분의 나무가 1년 중 꽃이 피는 시기는 길어야 10일을 넘지 않고, 꽃이 핀 뒤 열매가 열리는 시기는 길어야 4개월을 넘지 않는다. 사람들이 이 짧은 기간의 꽃과 열매에 강한 인상을 갖고 있는 것은 부분만 보고 전체를 보지 못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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