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미 한자루 농법 - 귀농, 귀촌 그리고 도시농부를 위한 9가지 농사 비법 농부가 세상을 바꾼다 귀농총서 53
안철환 지음 / 들녘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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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뿐만이 아니다. 원래 땅이 가진 능력을 초과한 양을 생산해야 하니땅을 보호하는 농사가 아니라 땅을 수탈하는 농사를 짓게 된다. 이른바
‘수탈농사‘이다. 수탈농사를 하니 땅이 병들고 병든 땅엔 병충해가 기승을 부리게 된다. 더더욱 농사가 어려워지는 까닭이다.
게다가 작물도 비만으로 키우려면 거름을 많이 주어야 한다. 요즘은땅의 생산력보다는 거름의 생산력을 기준으로 농사를 짓는다. 땅의 기본 능력보다는 원하는 생산량을 뽑아내기 위한 거름 시비량을 정해서넣는다. 이른바 ‘고투입 농사‘라 한다. 투입하는 자재와 에너지가 많다는뜻이다. 양분을 많이 넣으면 양분 과잉으로 땅이 병들고 양분이 과잉 축적된 작물로 인한 병충해도 심해지는 것이다.
수탈농사의 악순환을 막기 위해서는 농사에 대한 또 다른 상상력이필요하다. 누구나 호미 한자루만 있으면 충분히 농사를 지을 수 있다.
기술의 반은 생각에 달렸다. 농사에 대한 생각을 바꾸면 그에 필요한 다른 전략과 길이 보인다. - P15

나는 세상의 제일 도둑놈이 씨 도둑놈이라 생각한다. 아무리 달나라를 갔다 오는 세상이라 하지만 씨앗은 절대 인간이 만들 수가 없다. 단지 씨앗들을 이렇게 저렇게 교잡하여 만드는 것이니 그것을 갖고 자기가 만들었다고 저작권을 붙이는 것이야말로 언 땅에 흙을 덮어 땅을 팔아먹었던 봉이 김선달보다 더 나쁜 사기꾼이다. 과거 술을 몰래 담가 먹으면 밀주라 해서 금지했던 것처럼 종묘상에서 사다 심은 종자에서 씨를 받으면 불법으로 취급하는 시대인 것이다.
반면 토종 씨앗은 저작권도 없는 데다 가임종자여서 아무나 씨를 받아 키워 먹을 수 있다. 우리 토종이라 해서 우리만 씨를 받을 수가 있는것도 아니다. 지구 상의 누구라도 씨를 받아 키울 수 있다. - P19

사람을 포함한 순환농법의 핵심은 똥의 순환에 있다. 땅에서 나온것을 먹었다면 마땅히 땅에 돌려주어야 하는 것이다. 소비자 역시 농부의생산물을 사는 대가로 돈을 지불했다고 해서 끝이 아니다. 생산물을 먹고 배출한 똥오줌을 땅에 돌려주어야 비로소 순환이 완료된다. 그렇게되면 순환이란 개념은 지역성과 사회성을 띨 수밖에 없다.
순환 시스템의 중요 요소에는 똥과 거름에서 시작해서 농사에 필요또한 에너지와 자재, 나중엔자까지 포함하는데 결국엔 생산자와 소비자 간에도 순환이란 개념이 작동해야 한다. 그것이 광의의 개념이라면농장 안의 내부 시스템을 순환적으로 꾸리는 협의의 개념이 중요한데핵심은 바로 섞어짓기(혼작)와 돌려짓기(윤작)라는 경작 시스템에 있다.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순환 시스템이 작동할 때 비로소 순환의 튼튼한바탕이 마련되는 것이다. - P129

사람들은 평생 작물을 먹으면서 그 대가를 지불하지 않는다. 돈 주고 사면 그게 답례일까? 농부님에게 답례일 수는 있어도 작물에게는 답례가되질 않는다. 나는 작물을 먹은 만큼 씨앗을 받아 그 후손을 퍼뜨려주는게 진정한 답례라 생각한다. 평생 김치를 먹으면서 배추 씨앗을 받아 본사람이 몇이나 될까? 평생 상추를 고기 싸 먹어는 봤어도 상추 받아본 사람은 몇이나 될까? 씨를 받기는커녕 상추씨를 본 적도 드물 것이다.
씨앗은 파는 게 아니었다. 그래서 우리는 욕할 때 ‘씨‘(를)‘팔놈아 하는지 모른다. 씨를 판다는 것은 근본을 파는 것이요, 조상을 팔아먹는골이다. 그 욕을 이렇게 해석할 때 비로소 진정한 욕이 된다. - P147

토종 옥수수를 몰래 키우던 농부를 드디어 만날 수 있었다. 
몰래 심은 이유는 마을 사람들이 대부분 상품성 좋은 잡종 옥수수를 많이 심어 종자가 섞일까 봐 주위에서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였다. 나는 왜 힘들게 토종을 심는지 궁금했다.
"맛도 덜하고 돈도 안 되는 토종을 왜 심습니까?"
"조상님이 물려준 씨앗인데 어떻게 내 대에 끊겠습니까?"
씨앗을 얻고 돌아서는 길에도 그분 말이 내 귀에서 떠나질 않았다. 토종을 구하러 다녀보면 재미있는 일이 적지 않다. 신기한 것은 토종 종자를 가진 분들은 대개 친절하고 마음이 후했다는 것이다. 손님을 반기는것은 물론이고 토종 종자를 내주는 데 인색함이 없었으며 종자 자랑도끝이 없었다. 반면 토종을 갖지 않은 분들은 대체로 인색한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것이 개인의 인심에 달린 문제가 아니라는 점은 분명하다.
상업농을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토종이 없는 경우가 많고, 그분들의 농사는 규모도 크고 농산물을 시간에 맞춰 내야 하기 때문에 늘 바쁘고정신이 없다. 그러니 우리 같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것을 반길 없다.
반면 토종을 가진 분들은 대개 할머니들이다. 그분들은 상업농보다는도시에 사는 자제들 먹을 것이나 가족들 먹을 자급자족인 경우가 많다. 규모도 작고 소출보다는 비용을 아끼려다 보니 씨도 돈 주고 사지 않고 직접 채종해 쓸 수 있는 토종을 선호한다. 시간에 쫓길 일도 없으니우리 같은 손님을 반가워한 것이리라. - P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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