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꿈은 자연사
탁수정 지음 / Lik-it(라이킷)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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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과 우울로 감정을 다스릴 수 없을 때, 바깥으로 나와걷는 것만큼 좋은 게 없다. 그러나 불안하고 우울한 사람들은집 밖으로 나오는 일부터가 벌써 너무 높은 벽이다. 아침에 일어나기도 힘들고, 일어나도 씻기가 힘들고, 나가기 전 첫 끼 첫술을 뜨기가 힘들고, 선크림 바르기도 힘들다. 정말이지 무기력만 한 장사가 없는 게 바로 우울과 불안이다. 그때 포켓몬고가 큰 도움이 되어 주었다. 한 명의 지우가 되어서 상수동 합정동 망원동 연희동 서강대 이화여대 연세대 등등 사방팔방을비고 다니는 것이다. 게임에 몰두하고 있으면 걷는 중이라는생각은 어느새 사라진다. 어둑어둑해져 집에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 때 비로소 ‘아, 다리가 아프네‘ 하고 깨닫는 게임이 바로포켓몬고다.
- P88

이 뒤로 이으려 했던 문단은 "나의 네 번의 회사 생활은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했으며 약 1,400자에다다랐는데, 편두통을 느끼며 모두 지웠다. 고통스럽더라도 잊어서는 안 될 일들이 물론 있지만 지울 수 있는 기억은 지우고,
뭉뚱그릴 수 있는 기억은 뭉뚱그리는 것도 때로는 삶의 의지다. 나빴던 기억들과 소회들은 더 건강해지고 나면 어디든 쓸지 말지 생각해보도록 하겠다.
- P135

염치가 있어야지‘라는 생각은 나를 끊임없이 좀먹었다. 그렇게 생각한다고 해서 갑자기 돈을 벌 수 있게 되는 것도 아니었다. 갑자기 삼시 세끼 라면만 먹고 살 수 있게 되는 것도 아니었고 병원에 가지 않고 버틸 수 있게 되는 것도 아니었다. - P149

나는 일시 정지되고 말았다. 엄마 눈에도 눈물이 그렁그렁,
내 눈에도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엄마는 열받아서였던 것 같고나는 애매한 타이밍에 감동을 받아버려서였다. 엄마는 내가 온갖 헛짓거리를 할 때도 ‘너도 너 같은 딸 낳아서 당해 봐야 정신을 차리지‘ 하는 흔한 말 한 번 한 적 없다.
- P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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