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어타운 베어타운 3부작 1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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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움 자체는 어렵지 않다. 그걸 시작하고 멈추는 게 어려울 뿐이다. 일단 싸움이 시작되면 거의 본능적으로 사건이 전개된다. 싸움을벌일 때 까다로운 부분은 첫 방을 날리는 용기와 이기고 난 뒤에 마지막 한 방을 참는 자제력이다.

그가 오줌을 싼 것이다.
살갗을 누르자 시큼한 암모니아 냄새가 스멀스별 올라온다. 회색 운동복 바지에서 번진 무니가 그의 허벅지를 모두 덮는다. 공포에 질린마야는 불안할 줄 알았다. 어쩌면 겁에 질릴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무 느낌도 없다. 계획 자체는 단순했다. 그녀는 케빈이오늘 밤에 잠을 잘 수 없을 것임을 알았기에 달리기를 하러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녀의 바람은 이루어졌고 그의 집 앞에서 한참 동안 기다리기만 하면 그걸로 끝이었다. 지난번에 거기 서서 시간을 재놓았으니 트랙을 한 바퀴 도는 데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어디에 숨어 있으면 되는지, 언제 어둠 밖으로 나가면 되는지 정확히 알았다. 산탄총에는 실탄이 두 개 들어 있지만 전부터 알고 있었다시피필요한 건 한 개뿐이다. 그의 이마가 총구에 닿는다. 오늘 밤이 지나면 모든 게 끝이다.
그녀는 망설여질 줄 알았다. 생각이 바뀔 줄 알았다. 그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인정을 베풀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다.
그녀의 집게손가락이 방아쇠를 당겼을 때 그의 눈은 감겨져 있고그녀의 눈은 떠 있다.

나중에 검은 재킷의 사나이는 이런 생각을 할지도 모른다. 왜 그는진실을 얘기하는 사람이 케빈인지 아니면 아맛인지 고민했을까. 왜마야의 주장으로는 부족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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