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코의 미소에 이은 두번째 최은영의 소설이다. 참으로 섬세한 그리고 민감한 주제들을 담았다. 그 여름과 고백에서 레즈비언의 삶과 그 정체성으로인한 충격을 보여주었다. 손길에서는 당당하고 자유로운 여성상 그리고 그것이 더 건강함을 자연스레 보여주었다. 601,602에서는 가족내의 가부장적 폭력 속에서도 그 외부로는 여전히 위선으로 고통마저 감내하는 모습을 보인다. 모래로 지은 집에서 공무와 모래가 보여주는 미묘함, 아치디에서 랄도와 하민이 보이는 거리는 이해할 수 없는 심리적 불일치를 나타낸다. 그것이 본능적인 자기 사랑의 직감이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한동일 신부의 로마 오랜 유학으로 다져진 라틴어에 대한 공부 내용을 수업으로 담은 결과물이다. 정곡을 찌르는 함축적인 말들이 가슴깊이 새겨진다. 죽음으로 끝나지 않고 삶이 있는한 희망은 있다. 그리고 오늘도 내일도 그 다음날도 내 길을 가겠다는 말씀이 힘든 마음에 위안을 준다. 특히 공부의 어려움 속에서도 스스로를 격려하고 공부과정의 힘듦을 자세히 상술하는 것이 글을 보는 사람으로서 삶을 보고 현실적으로 바라보고 절망하기보다 견디게하는 힘을 주고 있다.
책의 뒷면 서평에서 포스트모더니즘을 얘기하고 있다. 첫 단편을 읽으며 작가는 무엇을 말하고 싶은거지 그저 주저리주저리 하려는 걸까. 이 답답한 세상에 그저 읍조림으로 삶을 살고자 하는 걸까 하는 물음을 가졌다. 이후 계속 되는 단편들에서도 대왕오징어 펠리칸 등등 난해함과 여기저기로 뻗어나가는 흐름은 차마 붙들어맬 수 없었으나 종말까지 가면서 현실로 돌아오는 느낌이다. 소설은 어쩌면 한 인간의 자유분방한 사유의 단면일수도 있겠다.
문유석 판사의 재미있는 사례를 소설로 읽었다. 사이사이 자신의 생각을 수필로 담는 서비스까지 알찬 책이다. 박차오름 중학생, 임바른 선배 소년, 한세상 고시생이 도서관에서 자리다툼으로 시작해서 픽션처럼 중앙지법 44부에 우배석 임바른, 좌배석 박차오름, 재판장 한세상 주장판사로 얽혀 이뤄지는 얘기는 흥미진진하다. 조용하면서도 할말 다하는 임바른, 세파에 찌들어도 초심이 살아있는 한세상, 열혈분자 박차오름이 판사의 재판과정의 고뇌와 그 한계를 진솔하게 보여준다. 전관예우라는 핫한 주제까지 미스 함무라비는 바벨론 시대 약자조차도 상대에게 상당한 부분을 넘어서는 횡포를 당하지 않은 것처럼 우리 시대에도 약자가 법에 의지하여 보호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든든하게 서 있어야겠다
김민식 PD의 어떻게해야 영어에 친숙하고 실력이 나아질까? 그 비결은 상황과 그에 따른 말들을 통째로 외우는 것이었다. 그런 부분에서 특정 상황과 대화를 엮은 이 책이 유용할거라 생각된다. 100개의 대화 패키지를 충분히 익혀야겠다.